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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오늘 밤은, 당신 내 거니까(2)

Penulis: 훌리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4 07:00:33

124화

그들은 대공성의 오래된 합방 관례에 따라, 화려함을 배제한 차림이었다.

장식 없는 면 소재의 잠옷.

몸을 꾸미기 위한 옷이 아니라, 쉬기 위한 옷.

가느다란 어깨선과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져, 오히려 그녀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지만.

“지빌라…….”

금발은 완전히 풀지 않은 채, 낮게 한 번 묶여 있었다. 빗질만 한 듯한 머리결이 목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귀와 뺨에는 어떤 장신구도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 있는 그대로의 피부. 눈부시게 아름답다던 황녀.

푸른 눈동자가 촛불을 받아 깊게 빛났고, 흰 살결에는 겨울의 공기와 긴장 탓인지 옅은 홍조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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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6화문득, 하튼 백작성에서의 밤이 떠올랐다. 취기에 이끌려 그의 위에 올라탄 채 매달렸던 그 밤. 그때는 부끄러움도 잊고 저 스스로 그를 원했었는데.그러다 지빌라는 제 몸을 내려다보고는 놀랐다. 방 안 곳곳에 켜둔 작은 등불들이 주홍빛으로 은은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그 빛을 받은 제 몸이 온통 울긋불긋했다. 가슴도, 배도, 허벅지도. 입술은 감각만으로도 퉁퉁 부어 있는 게 느껴졌다.‘…에르나가 보면.’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반면 프레데리크는 처음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땀에 살짝 젖은 몸이 오히려 더 육감적으로, 단단하게 느껴졌다.지빌라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챈 걸까, 그가 낮게 속삭였다.“…딴생각하면, 더한 것도 할 텐데.”지빌라는 그 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했다. 그 순간, 그가 그녀의 몸을 가볍게 뒤집었다.“……어?”당황할 새도 없이,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뒤에서 그가 다시 밀고 들어오는 순간, 지빌라는 놀라 몸을 바르작거렸다.“이렇게 하면, 더 느낄 수 있어.”그 말에 담긴 뜻을 몸으로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리가 절로 들리고, 짐승처럼 엎드린 자세로 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낯설고 당혹스러웠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음 겪는 감각이, 그녀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끄는 것 같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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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4화그들은 대공성의 오래된 합방 관례에 따라, 화려함을 배제한 차림이었다.장식 없는 면 소재의 잠옷.몸을 꾸미기 위한 옷이 아니라, 쉬기 위한 옷.가느다란 어깨선과 허리를 따라 자연스럽게 떨어져, 오히려 그녀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지만.“지빌라…….”금발은 완전히 풀지 않은 채, 낮게 한 번 묶여 있었다. 빗질만 한 듯한 머리결이 목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귀와 뺨에는 어떤 장신구도 없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 있는 그대로의 피부. 눈부시게 아름답다던 황녀.푸른 눈동자가 촛불을 받아 깊게 빛났고, 흰 살결에는 겨울의 공기와 긴장 탓인지 옅은 홍조가 올라와 있었다.그 붉음은 부끄러움이었고, 동시에 기다림의 흔적처럼 보였다.프레데리크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 숨이 미세하게 어긋났다. 그녀 역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그만이 이 밤을 갈망한 게 아니라는 사실.지빌라는 말없이 그의 품에 안겼다. 그 침묵은 체념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스스로 다가온 거리, 스스로 허락한 온기.그 침묵이 그를 더 깊이 몰아넣었다.프레데리크는 그녀의 등을 감싸 안은 채,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이 모습 그대로 시간을 붙잡아 두고 싶은 사람처럼.‘내 사람이라는 게… 이런 의미였군.’합방일에만 열리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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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화에르나는 확인하듯 물었다.“그럼 레오노라는?”지빌라는 잠시 침실 쪽을 바라보았다. 문 너머의 기척이 아니라, 그곳에 이어져 있던 시간들을 가늠하듯 시선이 잠깐 머물렀다.“…늦은 오후의 차와 목욕은 그대로 두되, 준비와 확인은 네가 맡아.”완전한 배제는 아니었다. 지빌라는 단지 통로를 바꾸었다. 같은 결정이, 더 많은 눈과 손을 거치게 만들었을 뿐이었다.에르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걸려 있던 어긋남의 정체를 또렷이 붙잡았다. 레오노라를 곁에서 지켜보며 느꼈던, 말로 설명할 수 없던 미세한 불균형.그리고 지금 이렇게 정확히 선을 긋는 대공비의 태도는, 그 감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그녀는 묻지 않았다. 확인하는 순간, 책임이 생긴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알겠습니다, 전하. 제가 곁에 있겠습니다.”지빌라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것으로 충분했다.***프레데리크는 아침부터 정무에 묶여 있었다. 집무실 책상 앞에 앉아 보고서를 넘기며, 스스로 평소보다 훨씬 느리게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문장 하나를 읽고도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건 아니었다. 다만 집중이 잘게 갈라지고 있었다. 이 시간마저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차라리 갑주를 입고, 검을 쥐는 편이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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