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130화
유리안은 고개를 숙였다.
“우연히 마주친 자리였습니다. 북부 대공비의 소식을—”
“그만.”
아빌라 황후가 말을 끊었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네 혼사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
단정한 말투였다. 질문도, 여지도 없었다.
“델보 후작 가문은—”
황후는 미간을 아주 작게 찌푸렸다.
“내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집안이다.”
유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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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유리안은 고개를 숙였다.“우연히 마주친 자리였습니다. 북부 대공비의 소식을—”“그만.”아빌라 황후가 말을 끊었다.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네 혼사는,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다.”단정한 말투였다. 질문도, 여지도 없었다.“델보 후작 가문은—”황후는 미간을 아주 작게 찌푸렸다.“내가 탐탁지 않게 여기는 집안이다.”유리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황실에는,”황후는 말을 고르듯 잠시 멈췄다가,“우리 이벨레트 공작가에 더 우호적인 가문이 필요하다. 권력을 가진 집안, 그리고 불필요한 소문을 만들지 않을 집안.”그녀의 시선이 유리안을 정확히 꿰뚫었다.“그러니, 소문이 날 만한 만남은 자제하도록 해라.”명령이었다.유리안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명심하겠습니다, 어머니.”아들은 그렇게 말하며 물러났다. 그러나 궁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아빌라는 알고 있었다. 이 간섭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시작에
129화지빌라는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듯 잠시 말을 고르다가, 낮게 말했다.“…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말아요.”지쳐서 잠든 것과 숙면은 달랐다. 관계를 하더라도 수면 시간이 보장된다면 회복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아직은, 적응의 문제라고 여겼다.두 사람은 그렇게 마지막 합의에 도달했다. 관계를 하되, 잠은 온전히 잘 수 있도록.프레데리크는 오늘 밤을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것이 그가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시종장이 물러나자, 집무실에는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프레데리크는 잠시 펜을 내려놓고, 책상 위의 서류를 바라보았다.방금 들은 보고의 내용이 아니라, 그 이면에 남은 여운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랑베르.”랑베르는 조용히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대공비의 일정에,”프레데리크가 말했다.“불필요한 소음이 섞이지 않도록 해.”명령은 간결했다. 그러나 뜻은 분명했다.“접견하는 인물들—”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덧붙였다.“의도가 불분명한 자가 없는지도 살펴보고.”랑베르의 시선이 아주 잠깐
128화“바르켄 가문은,”지빌라가 말했다.“수도와 북부 사이에 오래 머물러 있었죠.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늘 정보를 먼저 접하는 자리에서.”칭찬이 아닌, 정확한 위치 규정이었다.“당장 가문으로 돌아가기보다는,”지빌라는 말을 끊지 않고 부드럽게 이어갔다.“이 근방에 머물러 주었으면 합니다.”명령은 아니었지만,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초대장을 드릴 생각은 없어요.”지빌라도 숨기지 않았다.“대신 이 성에는 늘 차가 준비되어 있을 겁니다.”에스텔은 잠시 침묵했다. 주기적으로 오라는 뜻이었고, 올 때마다 말하라는 의미였다.“전하께서 원하시는 건,”에스텔이 조심스럽게 정리했다.“제가 보고 듣는 것들을, 여과 없이 전하는 일입니까?”지빌라는 고개를 끄덕였다.“필요한 것만요.”그녀는 덧붙였다.“그리고 제가 묻기 전에 먼저.”요청이 아니라, 역할 부여였다.
127화에스텔은 대공비의 말 한마디로 어떤 인물인지 가늠했다. 소문과는 다른 인상이었다. 그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대공비의 말에 수긍했다는 몸짓이었다.대공비의 접견이 어려웠던 이유를 에스텔은 몸 상태 때문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지빌라는 병색보다는 피로가 더 짙었다.‘…합방이라도 한 건가?’여자 특유의 직감이 스쳤다. 하루 이틀이면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꼬박 한 주가 걸렸다.“먼 길이셨을 텐데요.”지빌라의 말에 에스텔은 길어지던 생각을 접었다.“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에스텔은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웃었다. 입꼬리만 움직이는 웃음이었다. 사교적인 미소는 아니었다.“전하께서 보석 세공 공방을 구상 중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지빌라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 없는 계획이었다. 다만 샤를로트의 편지. 수도에서 장인들을 보내겠다는, 봄을 기약한 문장만이 있었을 뿐이었다.“…소문이 빠르군요.”“빠른 게 아니라, 예민한 쪽입니다.”에스텔은 그렇게 말하며 제가 가져온 상자를 시종에게서 받아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상자는 작았지만 봉인은 단단했다.“저희 바르켄 가문은 광산을
126화문득, 하튼 백작성에서의 밤이 떠올랐다. 취기에 이끌려 그의 위에 올라탄 채 매달렸던 그 밤. 그때는 부끄러움도 잊고 저 스스로 그를 원했었는데.그러다 지빌라는 제 몸을 내려다보고는 놀랐다. 방 안 곳곳에 켜둔 작은 등불들이 주홍빛으로 은은하게 흔들리고 있었고, 그 빛을 받은 제 몸이 온통 울긋불긋했다. 가슴도, 배도, 허벅지도. 입술은 감각만으로도 퉁퉁 부어 있는 게 느껴졌다.‘…에르나가 보면.’그 생각만으로도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었다.반면 프레데리크는 처음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땀에 살짝 젖은 몸이 오히려 더 육감적으로, 단단하게 느껴졌다.지빌라가 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는 걸 눈치챈 걸까, 그가 낮게 속삭였다.“…딴생각하면, 더한 것도 할 텐데.”지빌라는 그 말을 미처 알아듣지 못했다. 그 순간, 그가 그녀의 몸을 가볍게 뒤집었다.“……어?”당황할 새도 없이, 엎드린 자세가 되었다. 뒤에서 그가 다시 밀고 들어오는 순간, 지빌라는 놀라 몸을 바르작거렸다.“이렇게 하면, 더 느낄 수 있어.”그 말에 담긴 뜻을 몸으로 이해하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허리가 절로 들리고, 짐승처럼 엎드린 자세로 그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낯설고 당혹스러웠지만,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음 겪는 감각이, 그녀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끄는 것 같았
125화프레데리크는 그 얼굴을 눈에 담으며, 잠시 숨을 멈췄다. 그녀가 이토록 완전히 무너진 모습을, 이제껏 본 적이 없었다.“……예뻐.”낮게 흘러나온 말이었다. 그는 그 얼굴에 이끌리듯 몸을 낮춰,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췄다.그리고 천천히 아래로, 목덜미를 지나 가슴께에 입술을 묻었다. 지빌라는 저도 모르게 등을 휘었다. 낯선 감각이었다. 이렇게까지 예민하게 반응하는 몸이, 정말 제 것이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였다.혼인 전까지만 해도 몰랐던 감각들이, 그와 함께한 밤들을 거치며 하나씩 새겨졌고, 이제는 그의 손끝 하나에도 온몸이 먼저 반응했다.“……흐읏.”참으려 했지만,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소리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입술이 스치는 자리마다 뜨거운 감각이 번져, 이성이 조금씩 흐릿해졌다. 생각이라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질 만큼.지빌라는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그러쥐었다. 그의 허벅지 위에 다리를 벌린 채 앉아, 몸이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걸 어떻게든 붙잡아 보려는 듯 손끝에 힘을 주었다.손톱이 살짝 파고들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감각은 더 선명해질 뿐이었다.그는 그 반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느리게 입술을 옮겨갔다. 마치 그녀의 몸에 새겨진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하려는 사람처럼.다시 한 번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받친 채, 다른 한 손이 가슴을 감싸 쥐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 정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