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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Author: 이화대왕
현재의 태자는 수년째 병석에 누워 있어 곧 숨이 넘어갈 듯 위태로운 처지였다. 건덕제는 방사의 말을 믿고, 전국에 황방을 붙여 태자의 액막이가 되어줄 여인을 찾았는데, 사주만 맞으면 출신에 상관없이 누구든 동궁에 들어가 태자비가 될 수 있었다.

이 일은 전생에도 일어났던 일이었다.

다만 그때 그녀는 이미 연왕부에 감금된 상태였기에, 감시하는 몸종의 입을 통해서 겨우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몸종은 황방에 적힌 생년월일시가 그녀의 사주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다고 했다.

또한 육혜수가 배현진에게 서청아를 태자부에 액막이 신부로 보내 건덕제의 환심을 사자고 제안했지만, 배현진이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환생한 후, 서청아는 태자에게 시집가기로 결심했다.

이것이 배현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배현진은 황실의 귀한 혈통인 데다 생모 또한 총애받는 귀비였지만, 서씨 가문은 일개 상인 가문에 불과했다. 그러니 배현진을 상대하는 것은 마치 하루살이가 거대한 나무를 뒤흔드려는 것과 같았다.

만약 혼자였다면 세상 끝 어디든 숨을 곳이 없겠느냐마는, 서청아에게는 부모님이 계셨다.

태자에게 시집가는 것만이 그녀가 숨을 돌릴 유일한 방법이었다. 설령 태자가 정말 병으로 죽는다 해도, 건덕제가 살아 있는 한 배현진은 함부로 그녀를 건드리지 못할 터였다.

그렇게 시간을 벌며 차근차근 미래를 계획하면 되는 일이었다.

"아가씨, 만약 폐하께서 아가씨가 이전에 양주에서 혼인했던 사실을 알아내시면 어떡합니까?" 설하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혼례를 치르지도 않았고 혼서도 가짜라지만, 그래도 노비는 걱정됩니다."

서청아는 이미 진작부터 이런 문제들을 깊이 생각해 두었다.

태자에게 시집가는 것은 황제를 기만하는 위험이 따르는 일이었으나, 그녀에게 더 좋은 방책은 없었다.

"그저 상황을 보며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다." 서청아가 침착하게 말했다. "일이 터지면 그저 누군가에게 속아 혼인했던 것이라 말하고, 그 가짜 혼인서를 증거로 내밀면 된다. 어차피 황실에 시집가려면 몸 검사를 받아야 하니, 정조가 깨끗하다면 폐하께서도 개의치 않으실 것이다."

설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폐하께서 부디 너그러이 넘어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참 아가씨, 혼례 날짜는 정해졌습니까? 언제입니까?"

서청아가 답했다. "다음 달 보름이다."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가씨께서는 그때까지 어떻게 서방님의 눈을 피해 동궁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이틀 뒤면 배현진은 일을 처리하러 남쪽으로 떠날 것이다. 다음 달 말이나 되어야 돌아올 것이다."

서청아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가 돌아올 때쯤이면 이미 모든 일이 끝난 뒤일 것이다."

설하가 머리를 긁적였다. "서방님이 남쪽으로 가신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서방님이 말씀해 주셨습니까?"

서청아는 대답 대신 설하를 데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추월까지 불러 두 사람에게 할 일을 나누어 주었다.

입궁하기 전, 그녀는 먼저 중개소를 찾아가 은자 오백 냥을 주고 별채 하나를 빌렸다.

태자가 병약하니 혼례 절차는 분명 간소화되겠지만, 예물을 받고 혼례복을 전달받는 과정마저 생략할 수는 없었고, 이런 일들을 배씨 저택에서 진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새로운 거처가 생기니 일을 처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그녀는 추월을 바라보며 당부했다. "청풍 골목에 있는 그 집은 앞으로 네가 관리하도록 하거라. 하인은 많을 필요 없으니 두세 명이면 족하다. 명심하거라, 배씨 저택과 그 집을 오갈 때 절대로 꼬리가 밟혀서는 안 된다."

추월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노비, 반드시 각별히 조심하겠습니다."

서청아는 돈상자에서 은덩이 몇냥을 꺼내 설하에게 건넸다. "너는 기회를 봐서 성북에 있는 약방에 다녀오너라. 의원에게 여인의 월경을 앞당길 수 있는 약을 달라고 하고, 돈이 얼마가 들든 상관없으니 반드시 구해오거라."

설하가 은자를 받아 들었다.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 노비가 지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두 가지 일을 지시하고 나서야 서청아는 겨우 한숨을 돌렸다.

한편.

연왕부에서.

배현진은 서재 창가에 서서 검은 눈동자로 밖의 밤풍경을 응시하며 무슨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호위무사 도람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 "왕야, 밤이 깊었습니다. 이제 쉬셔야지요."

배현진이 천천히 몸을 돌리며 물었다. "왕비는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느냐?"

"왕야, 아랫사람들이 엄중히 감시하고 있어 왕비 마마가 부인님께 접근할 기회는 없었습니다." 도람이 대답했다.

배현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잘 감시하거라. 왕비가 부인을 만날 기회를 절대 주지 마라."

지난 생애에서는 방심한 탓에 육혜수가 서청아 앞에 나타나 자신의 거짓말을 폭로하게 두었고, 결국 서청아와 원수지간이 되고 말았다.

이번 생에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게 두지 않을 것이다.

"왕야, 드릴 말씀이 있으나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도람이 말을 망설였다.

배현진이 그를 슥 훑어보았다. "말하거라."

"왕야, 부인님께 언제까지 숨기실 생각입니까? 부인님께서 왕야께 이미 가정이 있다는 사실을 아신다면, 그 강직한 성격상 왕부로 들어오려 하지 않으실 겁니다." 도람이 말했다.

배현진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나도 안다. 하지만 계속 숨겨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청아는 당장 내 곁을 떠날 것이다."

"숨기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중에 부인님께서 더 크게 노하실까 걱정됩니다."

배현진이 손가락 끝으로 창틀을 만지작거렸다. "걱정 마라, 이미 대책을 세워 두었다."

도람은 고개를 들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청아가 내 아이를 갖게만 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

배현진의 입가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걸렸다. "아이가 생기면 청아와 나 사이에는 끊을 수 없는 유대가 생기는 법이지. 진실을 알게 되더라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쉽게 떠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잠시 멈칫하더니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청아가 아이를 낳으면 그때 궁에 들어가 부황께 청해 측비로 봉할 것이다. 명분도 있고 아이도 있고 내 총애까지 있는데, 그래도 떠나고 싶어 하겠느냐?"

도람은 옆으로 내린 손을 남몰래 꽉 쥐었지만, 속으로는 동의할 수 없었다.

서청아는 양주 제일 갑부의 외동딸로 금지옥엽 자라왔고, 겉으로는 온화하고 유순해 보이지만 실상은 고집 세고 강직한 성정이었다.

속아서 혼인한 것도 모자라 첩이 되어야 한다니, 그녀가 어찌 그러겠는가?

하지만 도람은 감히 입 밖으로 내뱉지 못하고 배현진의 뜻에 따라 고개를 숙였다. "왕야, 명견이십니다. 이 계책이라면 부인님께서도 안심하고 곁에 머무르실 겁니다."

배현진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휘저었다. "됐다, 물러가거라."

도람이 물러나자 서재에는 배현진 혼자 남았다.

그는 창밖의 달을 바라보며 자신만만하면서도 음울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청아가 떠나게 두지 않을 거야. 전생이든 현생이든 내 곁에 얌전히 있어야 해.'

한편.

배현진은 배씨 저택으로 돌아가며 서청아가 좋아하는 계화떡 한 상자를 특별히 챙겼다.

방문을 열자 창가에 기대어 책을 읽고 있는 서청아의 모습이 보였다.

반쯤 걷힌 창가로 쏟아지는 달빛이 그녀의 하얀 피부를 더욱 투명하게 비추었다.

내리깐 눈꺼풀 아래로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오뚝한 콧날과 연분홍빛 입술이 책장 끝을 물고 있는 모습은 마치 강남의 봄날 갓 피어난 복숭아꽃처럼 부드러웠다.

그 모습은 마치 얇은 얼음 껍질에 싸인 달콤한 속과 같아서, 겉은 깨끗해 보이지만 그 차가움을 뚫고 들어가 속의 달콤함을 맛보고 싶게 만들었다.

배현진은 걸음을 멈추고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녀를 놀라게 할까 봐 숨소리조차 죽였다.

"청아야, 무엇을 보고 있느냐?"

그가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살포시 껴안았다. 턱을 그녀의 정수리에 대자 머리카락에서 은은한 비누 향이 풍겼고, 소녀 특유의 청량하고 달콤한 향기가 섞여 그의 마음을 순식간에 뜨겁게 달구었다.

서청아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가 이내 긴장을 풀고 책을 덮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책에서 막 빠져나온 듯 멍한 눈망울이 겁먹은 어린 사슴 같아 배현진의 마음을 더욱 근질거리게 했다.

"별거 아닙니다, 그냥 훑어보고 있었습니다. 일은 다 끝내셨습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깃털이 심장을 스치는 듯 부드럽고 가냘펐다.

"다 끝냈다." 배현진은 계화떡 한 점을 집어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그녀의 입술에 시선을 고정했다. "양주 것보다 맛있는지 먹어 보거라."

서청아는 입을 벌려 한 입 베어 물고 천천히 씹으며 혀끝으로 입술에 묻은 부스러기를 핥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배현진은 아랫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손이 천천히 서청아의 가슴팍으로 옮겨갔다. 옷깃 사이로 느껴지는 차가운 피부에 그의 마음이 조여왔고, 목소리는 더욱 낮게 가라앉았다. "청아야, 2년 전에 서둘러 떠나느라 널 2년이나 기다리게 했구나. 오늘 밤에 내가 잘 보상해 주마…"

서청아의 안색이 변하며 본능적으로 배현진의 손을 억눌렀다.

"왜 그러느냐? 무서워하지 말거라." 배현진이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았다. "여인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과정이니 걱정 말거라. 내 다정하게 대해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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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실에서 시첩으로? 그녀는 태자비가 되었다   제29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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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청아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오늘 봉의궁에 가서 황후 마마께 문안을 드렸는데, 마마께서 전하의 건강을 특별히 물으시더군요. 말씀하시는 내내 걱정이 가득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배연우의 얼굴에서 미소가 가시더니,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다시 책을 집어 들어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은 기색이었다. 서청아는 그가 꺼려하는 것을 보고, 황후가 그의 마음속에서 겉으로 보이는 것만큼 친밀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짐작했다. 그녀는 눈치껏 화제를 바꾸어 동궁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일들을 이야기했다. 배연우가 이따금 대꾸를 해주자 침전의 분위기는 다시 점차 부드러워졌다. 촛불이 차츰 희미해지며 밤이 깊어 갔고, 두 사람은 각자 자리에 누웠다. 서청아는 옆으로 누워 천장의 자수 문양을 바라보며 난약사에서 있을 일을 생각했고, 한참을 뒤척이던 그녀는 겨우 잠이 들었다. 반면 곁에 누운 배연우는 눈을 뜬 채 천장을 응시했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생각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새벽빛이 옅은 안개를 뚫고 동궁 앞 청석길 위로 쏟아졌다. 서청아는 진보라색 비단 치마를 입고 마차 옆에 서서 차분한 시선으로 앞을 바라보았다. 뒤편으로는 호위무사들이 가지런히 대열을 맞추어 서 있었고, 설하와 추월, 그리고 시녀복으로 갈아입은 진령이 그녀의 곁을 바짝 따랐다. "태자비 마마,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 출발하시지요." 설하가 낮은 목소리로 일깨웠다. 서청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에 올랐다. 마부가 채찍을 휘두르자 마차가 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 시진쯤 지났을까, 갑자기 마차가 멈춰 섰다. 앞쪽에서 요란한 말발굽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무슨 일이냐?" 서청아가 마차 휘장을 걷으며 물었다. 호위 대장이 즉시 앞으로 다가와 보고했다. "태자비 마마, 앞쪽에서 상단과 몇몇 권문세가의 마차가 충돌하여 길이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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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람이 급히 말을 바꿨다. "예, 서 낭자께서도 머지않아 왕야의 진심을 깨닫게 되실 것입니다." 배현진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고, 손가락으로 옥가락지를 다시 만지기 시작했다. "본왕이 찾아오라던 물건은 단서를 좀 찾았느냐?" 본론이 나오자 도람의 표정이 더욱 엄숙해졌다. "왕야, 태자께서 그 물건을 아주 깊숙이 숨겨둔 모양입니다. 동궁에 심어둔 세작들이 오랫동안 조사했으나, 아직 실마리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무능한 놈들! 겨우 그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 배현진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으며 눈동자에는 분노가 서렸다. "태자의 목숨은 며칠 남지 않았다. 그가 죽고 나면 금군을 손에 쥔 정왕이 분명 기회를 틈타 난을 일으킬 텐데, 그때까지 그 물건을 손에 넣지 못하면 본왕이 불리해질 것이다!" 도람은 몸을 움츠리며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왕야, 노여움을 거두어 주십시오. 소인이 반드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물건을 찾아내겠습니다!" "그래야 할 것이다." 배현진의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 "본왕을 실망시키지 마라." "예." 도람이 물러가기 위해 몸을 일으키려 할 때, 배현진이 다시 물었다. "난약사에서 3년마다 열리는 불교 행사가 곧 시작될 때가 되지 않았느냐?" "예, 왕야. 다음 달 초닷새입니다." 도람이 답했다. 배현진이 말했다. "준비하거라. 불교 행사가 열리는 날, 본왕도 갈 것이다." "예." 도람이 대답하고는 몸을 일으켜 서재를 빠져나갔다. 같은 시각. 동궁의 침전 안은 촛불이 부드럽게 타오르며 온 방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서청아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수놓은 손수건을 든 채 꼼꼼히 바느질을 하다가, 옆에 있던 배연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전하, 다음 달 초닷새에 난약사에서 불교 행사가 열린다고 하는데, 저도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책을 넘기던 배연우가 고개를 들어 그녀의 얼굴을 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불교 행사에는 가서 무엇을 하려는 것이냐?"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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