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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lis: 어우야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2-14 08:09:21

다시 요란하게 몸을 떨어대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민서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받고싶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사과부터 할 테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느니, 너 없인 못 산다느니, 앞으로 정말 잘 하겠다느니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매달릴 것이었다. 알았다고, 용서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남자 보는 눈을 기르라던 손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난 남자 보는 눈이 정말 거지같았던 거야.

전화는 잠깐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몸을 떨어댔다. 그녀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끝까지 받지 않았다가는 그가 다시 가게로 찾아올지도 몰랐다.

“여……보세요.”

-민서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걱정했다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 소름이 돋아 그녀는 팔뚝을 문질렀다.

“이제 그만하자 그랬잖아. 나 이제 근태 씨 전화 받을 이유 없어.”

-민서야.

“못 알아들은 것 같으니까 다시 얘기할게. 우린 끝났어. 다시는 전화하지도 찾아오지도 말아줬으면 해.”

-사랑해, 민서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내가 왜 그랬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간절함이 뚝뚝 떨어지는 근태의 목소리에 민서는 헛웃음을 지었다.

“안다고? 내가? 아니. 난 그딴 이유 같은 거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어. 이제 전화하지 마. 근태 씨 번호 차단할 거야. 찾아오지도 마. 안 만나줄 거니까.”

모질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민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녀는 너무 지쳐있었다.

-진짜 너 왜 그래? 미안하다고 그랬잖아. 내가 이만큼 숙이고 들어갔으면 너도 엥간히 해얄 거 아니야.

화난 기색이 묻어나는 근태의 목소리에 민서는 웃었다.

“미안하다고 하면 끝난 건가? 욕하고 때린 게 없던 게 되는 거야?”

-그건 네가…….

“술김이면, 홧김이면 때려도 되는 거야? 약 사다주고 꽃 사다주면 때려도 되는 거야?”

민서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민서야. 그러지 말고 만나서 얘기하자. 너 지금 어제 일 때문에 많이 화나서 마음에 없는 말 하는 것 같은데…….

“어제 일? 기억나기는 하니?”

-민서야.

“지겨워, 정말.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몇 번을 더 말해야 하는 거야?”

-내가 지금 갈게. 만나서 얘기하자.

민서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떻게 해도 근태는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이 이럴까.

"오지 마. 경찰에 신고할 거야."

신고할 거라는 말에 근태가 피식거리는 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우습겠지. 신고 할 때마다 연인끼리 가볍게 다툰 것이라는 그의 말을 더 믿어주는 경찰들이었기에.

"마지막 경고야. 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도, 찾아오지도 마. 더 할 말 없으니까 끊어."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든 말든 민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아, 한숨을 깊이 내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지 말랬다고 안 올 근태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마땅히 갈 곳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가서 시간을 죽일 방법은 많았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피해 다녀야 할까 싶어 답답한 심정이었지만, 질질 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외출을 준비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평소 잘 다니지 않던 곳으로 가서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더니 가게로 출근할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더운 날씨에 좀 걸었더니 땀이 흘러 출근 전에 가볍게 씻을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원룸 건물 앞에 주차되어있는 그의 차가 보였던 것이다.

민서는 전봇대 뒤로 몸을 숨겼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 거야?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으니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건물 안? 차 안? 짙은 색으로 선팅된 차 유리 때문에 근태가 차에 타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가 차를 멀리에 주차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면 꼼짝없이 그에게 잡혔을 거다. 식은땀이 났다.

몇 달 전 그에게 처음으로 헤어지자 했을 때, 가장 심하게 맞았었다. 그의 주먹에 맞고 날아가 손바닥이 찢어지고, 그의 발길에 갈비뼈가 부러졌었다. 그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는 그녀를 대신해 계단에서 굴렀느니, 잘 돌볼 테니 입원까지는 필요없다느니, 경찰 앞에서 잘도 떠들어댔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는 극진하게 민서를 간호했다.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해서 나를 화나게 만드느냐, 때린 건 미안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느냐, 네가 잘 처신하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며 그녀를 다독였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녀를 탐하며 사랑한다 속삭였다.

그 때 끝냈어야하는데.

민서는 천천히 뒷걸음질로 그 곳을 벗어났다.

“민서 씨, 어디 아파? 얼굴이 영 아닌데?”

사장 정호가 민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표정을 굳혔다. 오픈 준비에 여기저기 둘러보던 민서는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프긴요. 멀쩡해요, 걱정마세요.”

“안 아픈 사람 얼굴이 아닌데?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아픈 사람 부려먹는 악덕 사장 만들지 마. 가게 문 며칠 닫는다고 안 죽어.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진지한 표정의 사장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건물주 아들의 여유랄까? 그는 매우 관대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얼굴에 상처나 멍이 눈에 띌 정도면 그 얼굴로 무슨 장사냐며 가게 문을 닫고 그녀를 병원으로 보냈다. 그 일로 그녀에게 어떤 불이익이 가는 일도 없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자꾸 이런 식이면 같이 일 못하죠’라는 얘기가 몇 번은 나올만한데도 그는 씩 웃으며 ‘그 핑계로 가게 문 닫고 노는 거지 뭐’라며 넘어가곤 했다.

남자 복은 없지만 사장 복은 있나보다. 그래서 민서는 더 열심히 일했다. 근태에게 맞을 때도 되도록 얼굴이나 드러나는 부분은 피하려고 애썼다. 죽을 것같이 아픈 게 아니라면 이를 악물고 웃으며 일했다. 얼굴만 비치다시피 하고 가게를 비우는, 절실하지 않은 사장이 그녀에겐 너무나 절실했다.

“정말 아픈 데 없어요. 그냥………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랬나 봐요.”

사장은 영 못 미더운 얼굴이었지만 수긍했다.

“아쉽네. 오늘도 문 닫고 노는가 싶었는데.”

“그렇게 자꾸 문 닫을 궁리만 하시다가 가게 망하면 어떻게 해요. 여기 망하면 제 일자리는 사장님이 책임지고 찾아주셔야 돼요.”

농담처럼 툭 던진 말에 사장은 걱정 말라는 듯 검지를 들어 흔들었다.

“망해도 가게 문은 안 닫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오픈 준비를 하는 동안 설렁설렁 가게 안을 돌아다니던 사장은 한참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더니 손님이 몇 명 들어온 걸 보고는 나가버렸다. 나가기 전에 ‘오늘도 수고해’라든지, ‘말썽 부리는 사람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경찰 불러. 지난번처럼 혼자 끙끙대지 말고’라든지 ‘홍 여사 전화 오면 알지?’ 같은 말들을 쏟아내고서.

어우야

작가입니다. 저 사장도 제가 좀 애낍니다. 완죤 부럽다는.....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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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폭이 사랑할 때   61

    그는 먼저 근태가 행방불명이라는 소식부터 전했다. 성진이 근태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생략했다.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민서에게 성진의 폭력적인 면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상처가 다 낫지 않은 그녀였다. 공연히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근식은 그저 근태를 찾는 그의 모친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민서와 경찰조사를 받을 때 함께 있었던 성진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잡혔다고만 했다. 곽 경사를 향한 점잖은 욕설이 다소 섞인 설명이었다.민서는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구속이라니. 그토록 구속되기를 바라마지 않던 근태는 한 번도 구속된 적이 없었는데, 성진이 구속되었다고 하니, 편파적인 공권력에 화가 났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성진에게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그…… 김근태는 괜찮은 걸까요?”의외의 질문에 근식이 미간에 힘을 주었다. 형님이 경찰에 잡혀갔는데 김근태를 걱정하는 건가? 그 개차반 씨발놈을? 하지만 이어지는 민서의 중얼거림에 그의 표정이 편안해졌다.“안 괜찮았으면 좋겠네요. 죽어버린 거였으면 좋겠어. 성진 씨가 감옥에 있는데…… 그 개새끼가 편안하게 있는 건 말이 안 돼.”걱정하지 말라고, 그 개새끼는 우리 형님이 아주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여 없앴다고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근식 씨. 제가…… 뭘 해야 할까요?”“네?”“제가 어떻게 해야 성진 씨를 도울 수 있을까요?”민서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근식은 웃었다.“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면회도 몇 번 가 주시면 좋고요.”“그런 거 말고요.”“실력 좋은 변호사님이 형님 사건 맡아주실 겁니다. 그 개새끼가 재판 받는 게 무서워 도망간 걸 가지고 그 개좆만도 못한 경찰 새끼가 건수 잡았다 싶어 엮은 겁니다. 증거도 없으니 곧 풀려나실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형수님.”“하지만…… 처음이라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근식은 웃었다.“변호사님한테 얘기 해 놓겠습니다. 변호사 접견은 수시로 가

  • 조폭이 사랑할 때   60

    ***“야, 한영호.”성진과 통화를 마친 근식이 심각한 표정으로 영호를 불렀다. 소파에 드러누워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던 용호가 고개만 돌려 근식을 쳐다보았다.“왜?”“형님이 김현식 국장이랑 통화할 때 누구 전화로 했냐?”“내꺼.”“강원도 갈 때 네 차도 끌고 갔었나?”“형님 차에 얹혀 가느라 안 가져갔었지.”막힘없는 용호의 대답에 근식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릿속이 정리가 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형님 구속되셨다. 압수수색 나온다고 하니까 너는 당분간 시온으로 출퇴근하는 걸로 하자. 핸드폰은 바꿔야 할 것 같다. 압수 목록에 네 이름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일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거니까. 너는 그 날 형님이랑 애들 데리고 밤낚시 간 거다.”심드렁한 표정으로 누워있던 용호가 근식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씨발 것들. 핸드폰 바꾼 지 얼마 안됐는데.”“증거 될만한 건 없지?”“우리 물고기님들께서 부지런히 그 새끼 뜯어먹어주셨다면 없지. 그 새끼 달아오던 때도 흔적 안 남기려고 별 지랄을 다 떨었는데 증거가 있겠냐?”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긴 용호가 사무실 출입문을 열다 말고 근식을 돌아보았다. 그는 빨리 안 가고 뭐하냐는 표정으로 눈을 부라리는 근식을 향해 손가락 키스를 날렸다.“고생해, 자기.”“씨발 새끼가, 저 병 또 도졌네.”질색하는 근식을 향해 신나게 웃어준 용호가 갔다. 근식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몸서리를 쳤다. 가장 큰 건더기를 처리했으니 잔잔바리들을 처리할 차례였다. 그는 강릉까지 근태를 실어간 동생들을 불러 잡도리했다. 그들은 성진이 근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직접 눈으로 지켜봤던지라 기강이 바짝 서 있는 상태였다. CCTV를 잘 피한 건 물론이고 서울을 벗어나는 과정도 여러 단계를 거쳐 조심해 꼬리가 잡힐 일이 없다고 장담했다. 혹시라도 흔적이 남아 걸리게 되더라도 조직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근식은 다 같이 술이나 한 잔씩 하라며 지갑에서 오만원권 너댓 장을 꺼

  • 조폭이 사랑할 때   59

    현식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효숙이 마중을 나왔다. 며칠 동안 시커멓게 죽은 낯빛으로 사람이 들어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 태도가 바뀐 것이었다. 역시 그 깡패새끼의 말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는 가방을 받아드는 효숙을 노려보았다.“왜요.”가방을 받아주었음에도 꼼짝 않고 서 있는 남편을 향해 효숙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경찰 쪽에 힘을 써 줄 사람이 남편 밖에 없었기에 그의 비위를 맞춰주러 나온 마중이었다. 절대로 남편을 향한 원망이 누그러진 게 아니었기에 목소리가 곱게 나오지 않았다.“당신, 경찰서에 갔었어?”“어떻게 알았어요?”“경찰서에…….”현식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꾹 누르느라 잠깐 말을 멈췄다.“근태 실종 신고 했어?”“네. 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요.”“도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왜 쓸 데 없는 짓을 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느냐고!”일을 벌려놓고 당당한 효숙의 태도에 근식은 폭발했다. 손가락질을 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효숙이 당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뒤이어 그녀에게도 분노가 들끓었다.“쓸 데 없는 짓? 쓸 데 없는 지잇? 지금 우리 근태 실종신고 한 게 쓸 데 없는 짓이라고 한 거예요, 당신?”“쓸 데 없는 짓이지, 그럼? 왜 물어보지도 않고 일을 만드냐고!”효숙이 현식의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우리 아들이 사라졌어요! 연락도 안 돼서 불안해하는 나한테 당신, 뭐라 그랬어요? 조용히 반성하면서 공부나 하라고 대전 사찰에 보냈다면서요? 없대요! 대전 그 어느 사찰에도 우리 근태가 없었대요! 그래서 했어요, 실종 신고. 애 아빠라는 사람이 안 찾아주니까 경찰한테 찾아달라고 하려고요!”“내가 보냈댔잖아! 좀 잠잠해지면 어련히 알아서 잘 데리고 올까! 여편네가 겁도 없이 어딜 나서?”“그러게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던가! 당신이 먼저 날 불안하게 만들었잖아요! 나라고 뭐, 좋아서 경찰한테까지 찾아간 줄 알아요?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잘못을 빌기는커녕 되레 따지기 시작하는 효숙의

  • 조폭이 사랑할 때   58

    근식은 아직 성진에게 해야 할 말이 남아 있었다.“형수님. 우리 지영이가 칵테일을 한 번도 못 마셔봐서 그런데요. 예전에 그 커피 맛 나는 칵테일 한 번 만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근식이 던졌고.“어머! 커피 맛 나는 칵테일이요? 그런 게 있어요? 궁금해요, 언니! 아니, 힘드신데 무리하지 마세요.”“아니에요, 지영 씨. 힘들지 않고 어렵지도 않아요. 재료만 있으면…… 여기 주류 코너가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있어요, 주류 코너! 제가 알아요!”지영이 덥석 물었다. 그녀는 다시 민서의 팔짱을 끼고 조잘조잘 떠들면서 걸어갔다.“제가 또 한 커피 하거든요. 언니도 전에 제 커피 맛있다고 하셨죠? 그게 또 기술이 있어야 하거든요.”멀어지는 지영의 목소리를 배경삼아 근식이 말을 꺼냈다.“신경 쓰이는 점이 있습니다, 형님. 그 여자가 시온에 명함을 들고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명함? 늬들 명함 함부로 뿌리고 다녀?”“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애초에 가지고 다니는 애들도 없고요. 얍실이 말로는 그 여자가 아들 방에서 찾았다고 했답니다.”“귀찮게 됐네. 실종신고 한 경찰서가 어디래?”“그것까지는 안 물어봤지만, 뻔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개주둥이 곽 경사가 냄새 맡고 덤벼들지 않겠습니까?”근식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성진이 피식 웃었다.“건수 잡았다고 신나있겠군.”“직접적인 증거 같은 건 못 찾을 겁니다. 경찰서 앞에서 달아 올 때도 신경 많이 썼고요, 작업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그 새끼가 언제는 증거 가지고 덤비든? 지 꼴리는 대로 잡아들여 족치는 종자인데.”말의 내용과는 다르게 성진은 느긋한 표정이었다.“따로 생각해 두신 게 있습니까? 별로 걱정 안 되시는 거 같은데요.”“글쎄. 힘 써 줄 사람이 있을 듯도 해서.”성진이 말한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주류 코너에 도착해버렸다. 근식은 생각을 멈췄다. 지영이 여러 병의 술을 들고 오는 게 보였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졌기 때문이었다.“형수님. 생각해보니까

  • 조폭이 사랑할 때   57

    ***“언니! 여기 좀 와 봐요!”사람들 속에서 지영이 손을 번쩍 들고 흔들어 민서를 불렀다. 민서가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며 그 쪽을 향해 걸어갔다.“이게 맞는 거야?”“맞다고 봅니다, 형님.”태연한 표정의 근식이 카트를 밀면서 민서의 뒤를 따라갔고, 성진은 난감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영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근식이 맞다고 하니 별 수 없었다.지영이 시식코너에서 만두를 집어 민서의 입에 쏙 넣어주고 맛있지 않냐며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옆으로 다가간 근식이 입을 벌리자 잠시 인상을 쓰긴 했지만 근식의 입에도 만두 반쪽을 넣어주었다. 지영에게 만두를 받아먹을 생각이 없었던 성진은 멀찍이 서 있었다.“언니.”지영이 민서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치면서 시식용 이쑤시개 새 것을 쥐어주었다. 영문을 몰라하는 민서에게 눈빛과 얼굴 근육을 최대한으로 이용해 성진을 가리켰다. 그리고 직원이 튀겨내 반으로 잘라놓은 만두와 성진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민서가 쿡쿡 웃으며 이쑤시개로 만두를 콕 찍었다. 그리고 성진을 돌아보았다. 민서가 먹여준다는데 마다할 리 없는 성진이었다. 큰 걸음으로 민서에게 다가가 받아먹었다.“맛있죠? 뭐, 언니가 주는 건데 돌멩이도 맛있다 해야지. 이모, 그거 주세요. 두 개.”“나한테는 안 물어보냐?”“내가 해주는 건데 맛없으면 안 먹으려고?”성진에게 생글생글 웃어보이던 지영은 근식을 향해 눈을 샐쭉하게 떴다.“그럴 리가.”직원이 건네주는 냉동만두 두 봉지를 근식이 밀고 온 카트에 담은 지영은 민서의 팔짱을 끼고 조잘거리며 걷기 시작했다.“보십쇼, 형님. 저 년은 저보다 형님을 더 좋아한다고요. 형님이 귀엽다 어쩐다 말해주면 쪼르르 달려갈 거라니까요.”근식이 투덜댔고 성진은 웃었다.지영이 냉동고에서 또 뭔가를 꺼내드는 것을 본 근식이 그 쪽으로 카트를 밀고 가려는데, 그의 주머니 안에서 핸드폰이 부르르 떨었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발신인을 확인한 근식의 표정이 굳었다. 성진은 근식의 손에서 카트 손잡

  • 조폭이 사랑할 때   56

    최근 들어 매일 찾아오다시피 한 근태의 오피스텔 문을 열고 들어선 효숙의 눈이 번들거렸다.그녀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수차례 뒤적거린 물건들을 다시 뒤졌다. 근태의 행방을 찾을 수 있는 조그만 단서라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새롭게 나올 만한 게 없음에도 효숙은 필사적이었다.역시나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찾지 못한 효숙은 힘이 빠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걱정스럽고 속상한 마음에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녀는 손을 뻗어 타슈를 한 장 뽑았다. 눈물이 흘러내려 눈화장이 번지면 더 속상해질 것 같아서 티슈를 뽑았는데, 위로 당기는 힘에 티슈곽이 들썩였다. 한 장 더 뽑으니 티슈곽이 앞으로 딸려오며 바닥에 깔려있던 네모난 종이를 내보였다.효숙은 고였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도 신경쓰지 못하고 몸을 일으켜 티슈곽 밑에서 나온 종이를 집어 들었다. ‘시온’이라는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만 달랑 적혀있는 명함이었다. 그녀는 황급히 가방을 집어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급하게 차를 몰아 명함에 적힌 주소로 온 효숙은 당황했다.“어떻게 오셨습니까?”슈트 차림의 건장한 남자 한 명이 시온이라는 간판 아래에서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간판과 입구를 번갈아 쳐다보며 어슬렁거리는 그녀를 미심쩍은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을 걸어와 효숙은 당황하며 손에 쥐고 있던 명함을 건넸다.“아, 예약은 하셨습니까?”“아, 아니…… 여기는 뭐 하는 곳이에요?”그녀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이 다시 가늘어졌다.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지만 효숙은 물러설 수 없었다.“이거 어디서 나셨습니까?”“아들 방에서 찾았어요.”“아.”납득했다는 듯이 남자가 웃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키가 작은 효숙의 얼굴 가까이에서 속삭였다.“아드님이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긴 고급 룸살롱입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안에 들어가실 수는 없으십니다. 아드님 성함을 알려주시면 오셨다는 말씀은 전할 수 있습니다만.”“아…….”효숙은 두어 발짝 뒷걸음질치다 멈춰 서서 손을 내밀었다.“

  • 조폭이 사랑할 때   4

    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었지만, 자정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새 손님이 들어왔다.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민서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아는 척을 하는 남자는 제법 낯이 익었다. 일행과 뭐라 말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이 아닌 바에 자리 잡고 앉았다.“가게도 작고 바텐더도 하나뿐이고…….”남자의 일행은 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통찮은 표정이었다.“가게는 작아도 칵테일이 괜찮아. 바텐더 아가씨도 예쁘고 조용하니 좋기만 하구만 괜히 궁시렁거리긴.”남자는 메뉴판을 받아들며 민서에게 슬쩍 윙크를 날렸다. 마주 웃어주는 민서의 얼

  • 조폭이 사랑할 때   2

    손님이 있는 곳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꾸만 손을 뿌리치는 근태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 애를 썼다.“이 년이 진짜!”자꾸만 출입구 쪽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민서의 얼굴을 향해 근태가 손을 휘둘렀고, ‘짝’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민서는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근태의 등을 출입구 쪽으로 밀어냈다. 한두 번 맞아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 충격 받을 일이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맞았다는 것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일터에서

  • 조폭이 사랑할 때   1

    달그락.글라스의 투명한 얼음 위에 보드카가 흘러내리며 작은 소리가 났다. 2온스. 양을 확인한 민서는 보드카 병을 내려놓고 깔루아를 집어 들었다. 보드카 양의 절반 정도 부어진 검은 커피 리큐어가 투명한 보드카와 잠시 층을 이루는가 싶더니 떨어지며 녹아내렸다. 보통 블랙러시안을 만들 때에는 한두 번 저어주는 법이지만, 이 손님은 늘 젓지 않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기에,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잔을 밀어 손님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주문하신 블랙러시안입니다.”보드카에 섞여가는 깔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을 들어 그녀를 잠시

  • 조폭이 사랑할 때   8

    ***“하아, 하아, 오빠 조금만 천천히.”숨넘어가는 소리로 애원하는 여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과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탁탁’ 소리의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밀어붙이는 남자의 힘에 흔들리는 여자는 애타게 오빠를 부르짖었다.“오, 오빠. 잠깐, 아흑, 오빠. 오빠…….”짧은 숨소리와 함께 성진은 여자의 질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절정감에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이 끝나 시들해지는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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