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다시 요란하게 몸을 떨어대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민서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받고싶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사과부터 할 테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느니, 너 없인 못 산다느니, 앞으로 정말 잘 하겠다느니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매달릴 것이었다. 알았다고, 용서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었다.
어떻게 이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남자 보는 눈을 기르라던 손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난 남자 보는 눈이 정말 거지같았던 거야.
전화는 잠깐 끊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몸을 떨어댔다. 그녀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끝까지 받지 않았다가는 그가 다시 가게로 찾아올지도 몰랐다.
“여……보세요.”
-민서야.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걱정했다는 듯한 다정한 목소리. 소름이 돋아 그녀는 팔뚝을 문질렀다.
“이제 그만하자 그랬잖아. 나 이제 근태 씨 전화 받을 이유 없어.”
-민서야.
“못 알아들은 것 같으니까 다시 얘기할게. 우린 끝났어. 다시는 전화하지도 찾아오지도 말아줬으면 해.”
-사랑해, 민서야. 내가 잘못했어. 정말 미안해. 내가 왜 그랬는지는 너도 잘 알잖아.
간절함이 뚝뚝 떨어지는 근태의 목소리에 민서는 헛웃음을 지었다.
“안다고? 내가? 아니. 난 그딴 이유 같은 거 몰라. 알고 싶지도 않아.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어. 이제 전화하지 마. 근태 씨 번호 차단할 거야. 찾아오지도 마. 안 만나줄 거니까.”
모질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민서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녀는 너무 지쳐있었다.
-진짜 너 왜 그래? 미안하다고 그랬잖아. 내가 이만큼 숙이고 들어갔으면 너도 엥간히 해얄 거 아니야.
화난 기색이 묻어나는 근태의 목소리에 민서는 웃었다.
“미안하다고 하면 끝난 건가? 욕하고 때린 게 없던 게 되는 거야?”
-그건 네가…….
“술김이면, 홧김이면 때려도 되는 거야? 약 사다주고 꽃 사다주면 때려도 되는 거야?”
민서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졌다.
-민서야. 그러지 말고 만나서 얘기하자. 너 지금 어제 일 때문에 많이 화나서 마음에 없는 말 하는 것 같은데…….
“어제 일? 기억나기는 하니?”
-민서야.
“지겨워, 정말.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몇 번을 더 말해야 하는 거야?”
-내가 지금 갈게. 만나서 얘기하자.
민서의 입에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떻게 해도 근태는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이 이럴까.
"오지 마. 경찰에 신고할 거야."
신고할 거라는 말에 근태가 피식거리는 소리가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왔다. 우습겠지. 신고 할 때마다 연인끼리 가볍게 다툰 것이라는 그의 말을 더 믿어주는 경찰들이었기에.
"마지막 경고야. 앞으로 다시는 전화하지도, 찾아오지도 마. 더 할 말 없으니까 끊어."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든 말든 민서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아, 한숨을 깊이 내쉰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지 말랬다고 안 올 근태가 아니란 것을 알기에 밖으로 나갈 생각이었다. 마땅히 갈 곳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나가서 시간을 죽일 방법은 많았다.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피해 다녀야 할까 싶어 답답한 심정이었지만, 질질 끌려 다니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다. 외출을 준비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평소 잘 다니지 않던 곳으로 가서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셨더니 가게로 출근할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다. 더운 날씨에 좀 걸었더니 땀이 흘러 출근 전에 가볍게 씻을 생각으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집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원룸 건물 앞에 주차되어있는 그의 차가 보였던 것이다.
민서는 전봇대 뒤로 몸을 숨겼다.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거지?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 거야? 현관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으니 집 안에서 기다리고 있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다면 건물 안? 차 안? 짙은 색으로 선팅된 차 유리 때문에 근태가 차에 타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가 차를 멀리에 주차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면 꼼짝없이 그에게 잡혔을 거다. 식은땀이 났다.
몇 달 전 그에게 처음으로 헤어지자 했을 때, 가장 심하게 맞았었다. 그의 주먹에 맞고 날아가 손바닥이 찢어지고, 그의 발길에 갈비뼈가 부러졌었다. 그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못하는 그녀를 대신해 계단에서 굴렀느니, 잘 돌볼 테니 입원까지는 필요없다느니, 경찰 앞에서 잘도 떠들어댔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는 극진하게 민서를 간호했다. 그러게 왜 그런 말을 해서 나를 화나게 만드느냐, 때린 건 미안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느냐, 네가 잘 처신하면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며 그녀를 다독였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녀를 탐하며 사랑한다 속삭였다.
그 때 끝냈어야하는데.
민서는 천천히 뒷걸음질로 그 곳을 벗어났다.
“민서 씨, 어디 아파? 얼굴이 영 아닌데?”
사장 정호가 민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표정을 굳혔다. 오픈 준비에 여기저기 둘러보던 민서는 억지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프긴요. 멀쩡해요, 걱정마세요.”
“안 아픈 사람 얼굴이 아닌데?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아픈 사람 부려먹는 악덕 사장 만들지 마. 가게 문 며칠 닫는다고 안 죽어.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라고.”
진지한 표정의 사장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났다. 건물주 아들의 여유랄까? 그는 매우 관대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얼굴에 상처나 멍이 눈에 띌 정도면 그 얼굴로 무슨 장사냐며 가게 문을 닫고 그녀를 병원으로 보냈다. 그 일로 그녀에게 어떤 불이익이 가는 일도 없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자꾸 이런 식이면 같이 일 못하죠’라는 얘기가 몇 번은 나올만한데도 그는 씩 웃으며 ‘그 핑계로 가게 문 닫고 노는 거지 뭐’라며 넘어가곤 했다.
남자 복은 없지만 사장 복은 있나보다. 그래서 민서는 더 열심히 일했다. 근태에게 맞을 때도 되도록 얼굴이나 드러나는 부분은 피하려고 애썼다. 죽을 것같이 아픈 게 아니라면 이를 악물고 웃으며 일했다. 얼굴만 비치다시피 하고 가게를 비우는, 절실하지 않은 사장이 그녀에겐 너무나 절실했다.
“정말 아픈 데 없어요. 그냥……… 머릿속이 복잡해서 그랬나 봐요.”
사장은 영 못 미더운 얼굴이었지만 수긍했다.
“아쉽네. 오늘도 문 닫고 노는가 싶었는데.”
“그렇게 자꾸 문 닫을 궁리만 하시다가 가게 망하면 어떻게 해요. 여기 망하면 제 일자리는 사장님이 책임지고 찾아주셔야 돼요.”
농담처럼 툭 던진 말에 사장은 걱정 말라는 듯 검지를 들어 흔들었다.
“망해도 가게 문은 안 닫으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고.”
오픈 준비를 하는 동안 설렁설렁 가게 안을 돌아다니던 사장은 한참 핸드폰으로 수다를 떨더니 손님이 몇 명 들어온 걸 보고는 나가버렸다. 나가기 전에 ‘오늘도 수고해’라든지, ‘말썽 부리는 사람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경찰 불러. 지난번처럼 혼자 끙끙대지 말고’라든지 ‘홍 여사 전화 오면 알지?’ 같은 말들을 쏟아내고서.
작가입니다. 저 사장도 제가 좀 애낍니다. 완죤 부럽다는..... 나도 저렇게 살고싶다......
성진은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그녀의 내부에서 손가락을 마저 빼냈다. 내부에 고여있던 물이 다 흘러내리기 전에 그 곳으로 입술을 가져갔다. 민서가 그를 말리는 말을 몇 마디 했지만 그는 들을 수 없었다.그 곳에 입술을 바짝 갖다 붙인 후 쭙쭙 빨아 마셨다. 엉덩이가 그 입술을 피하려는 듯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그의 손에 단단히 잡혔다. 흘러내린 양이 상당했는지 빨아당긴 힘이 약했는지 그의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물의 양이 많지 않았다. 혀를 밀어 넣어 보았지만 만족할만큼의 물이 나오지 않았다. 성진은 실망하지 않았다. 민서의 허벅지에 흥건하게 흘러내린 애액을 핥았다. 그러면서 아직 애액으로 젖어있는 손가락을 다시 그녀의 내부에 찔러 넣었다. 민서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뭐라고 했지만 그 역시 성진의 귀에 닿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은 채 그녀의 냄새가 나는 곳이면 닥치는 대로 빨고 핥느라 정신이 없었다.성진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가 주는 자극에 헐떡일 때 쯤, 성진이 고개를 들었다. 민서는 자세를 바꾸기 위해 옆으로 누우려 했지만 엉덩이를 부여잡는 두 손 때문에 꼼짝도 할 수 없었다.“나 좀…… 흐읏!”항의의 말도 중간에 씹어 삼키고 말았다. 아래를 벌리고 들어오는 뜨겁고 커다란 것 때문에 신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녀가 아쉬워했던 삽입이었다. 그의 것이 이 자세 이 각도로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빈 곳을 꽉 채우는 열기와 부피감이 익숙했다. 민서는 자신이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느꼈다. 그의 손가락과 입술과 혀에 시달리던 그 곳이 드디어 제 짝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가 천천히 왕복을 시작하면서 그녀의 내부가 다시 물을 머금기 시작했다.“너무 조이지 마요, 민서 씨. 내 좆이 그렇게 맛있어요?”“으응…… 그게 아니라…… 흐읏.”성진이 허리를 쳐올렸을 때 그의 것이 들어와 박히는 깊이감이 달랐다.“속살이 막 달라붙어요, 민서 씨.”민서는 흔들리는 가운데 팔을 뻗어 베개를 잡아 가져왔다. 그걸 두 팔에 꼭 안은 채로 얼굴을
민서는 닫힌 욕실 문에 등을 기댔다.“미쳤나봐.”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며 그녀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섹스에 임한 적이 없었다. 상대가 시작하면 응했고, 과정을 즐기긴 했지만 끝나버린 섹스에 아쉬워했던 적이 없었다. 절정을 느꼈다면 만족했고, 절정까지 가지 못했더라도 서로의 몸을 느꼈다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었다. 원하지 않은 섹스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지.“뭐에 홀린 거야.”그녀는 몸에 두른 수건의 자락을 고쳐잡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의 걸음이 조금씩 느려졌다.성진과의 섹스는 좀처럼 끝이 나지 않아서, 그가 그녀를 놓아줄 때 즈음이면 체력의 한계를 느끼곤 했었다.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남자라며 속으로 흉을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전염되기라도 한 것일까. 삽입 없이 끝나버린 섹스가 아쉬웠다. 시작도 하지 않은 거라는 그의 말에 기대하는 마음이 생겨버렸다.성진이 없는 며칠을 보내면서 그를 많이 걱정했었다. 잘 지내고 있는지, 밥은 잘 챙겨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걱정돼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뒤척였었다. 그가 그렇게 잡혀간 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일을 하면서도 자꾸만 그를 떠올렸었다.민서의 걸음이 멈췄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닫혀있는 욕실문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방을 쳐다본 후, 다시 고개를 돌려 성진의 방문을 쳐다보았다.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어쩌면 자신은 성진을 그리워했는지도 몰랐다. 그의 얼굴과 목소리, 부드러운 말투나 다정한 몸짓뿐만이 아니라, 그의 키스와 애무, 격렬하고 끈덕지게 이어지던 섹스까지 그리워했던 것 같았다. 그가 그녀를 원하는 것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그녀 또한 그를 원하고 있었다.“정말 미쳤나봐.”자조적인 투로 작게 중얼거린 그녀가 뒤돌아섰다. 그리고 천천히 성진의 방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와 함께 있고 싶었다. 그의 몸을 쓰다듬고, 그의 입술과 혀를 빨고 싶었다. 뜨거운 그의 것을 자신의 안에 품고 싶었다. 성진이 주는 쾌
“젠장……. 못 참겠어요.”성진은 바지 안에서 손을 빼낸 다음 그녀의 바지를 끌어내렸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바지에서 빼낸 후 몸을 숙여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드러난 그녀의 비부에 입술을 가져갔다. 민서는 당황해하며 그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다.“자, 잠깐만요. 더러워…… 으응.”고개를 이리저리 틀어 젖은 음모를 젖히더니 살 틈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음핵을 혀로 핥기 시작한 성진 때문에 민서는 말을 채 잇지 못했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으나, 물러난 만큼 성진이 따라와 집요하게 한 곳을 공략해왔다. 한쪽 다리는 바지에서 채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고, 나머지 한 쪽은 성진의 손에 들려 있는 상태라 민서는 균형을 잃고 휘청거렸다. 성진이 엉덩이 뒤쪽을 강하게 끌어당겨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한쪽 손이 욕조 턱에 댷았다. 그녀는 그걸 잡고 몸을 뒤로 물렸다. 성진이 다시 따라와 혀를 길게 내어 음부 전체를 핥아대기 시작했다. 첩첩거리고 후룩거리고 질척거렸다.민서는 신음하며 허리를 뒤틀었다. 민망하고 부끄럽고 창피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흥분했다. 그의 뜨거운 입술과 혀가 내내 젖어있던 그곳을 물고 빨고 핥아주는 것이 너무 자극적이었다. 팔에 힘을 주어 몸을 끌어당겼다. 엉덩이를 욕조 턱에 걸치고 앉아 팔을 뒤로 뻗었다. 그리고 그녀는 샤워기 물을 틀었다. 그녀의 뒤로 물줄기가 쏟아졌다.성진이 그녀의 다리사이에서 고개를 들었다. 반쯤 풀린 듯한 눈이 그녀의 얼굴을 찾았다. 그리고 쏟아지는 물줄기를 보았다. 음액에 젖어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로 핥은 그가 웃었다. 민서의 다리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서서 욕조에 걸터앉은 민서를 데리고 물줄기 아래에 섰다.두 사람의 머리가 젖었고 얼굴이 젖었고 몸도 젖었다. 그는 샤워볼에 물을 적시고 바디워시를 묻혔다. 손으로 주물러 거품을 낸 뒤 그걸 민서의 손에 건넸다. 영문을 몰라 하는 그녀의 손을 끌어 자신의 가슴에 가져다 댔다.“씻겨줘요.”민서가 어색해하는 동작으로 그의 목과 어깨 가슴을 문지르는 동안 성진은 그녀의
“제발…….” 어떻게 해달라는 요구 없이 민서가 애원했다. 어떻게 해줄까? 원하는 걸 말해봐. 여기를 좀 더 깊숙이 만져줄까? 아까 얘기했던 곳을 전부 빨아줘? 말만 해. 다 해줄 수 있어. 예쁘게 울면서 애원해보라고. “하아, 씨발.” 성진은 민서의 몸을 지분거리던 손을 거두고 그녀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목 뒷덜미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어깨 오목한 곳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민서가 그럴 리가 없잖은가. 그녀는 부끄러움이 많아서 그를 항상 안달나게 했다. 그래서 자신은 더 민서를 갈망하는지도 몰랐다. “하아, 죽겠네, 진짜.” 민서를 뒤에서 안은 성진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허리에 감긴 성진의 팔을 가만가만 두드렸다. 답답했지만 계속해서 그녀의 몸을 자극하던 움직임이 멈추었다는 게 다행스러워서 답답함이나 약간의 통증 정도는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목덜미에 닿는 성진의 날숨도 깔고 앉은 허벅지도 뜨거워서 신경이 쓰였지만, 그만큼 그가 자신을 뜨겁고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도 거슬리지 않았다. 평일의 오전시간이라 차는 막힘없이 달렸다. 성진은 도착할 때까지 민서를 안은 채 꼼짝도 하지 않았고, 민서는 마른침만 꼴딱꼴딱 삼키며 앞좌석에 앉은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도착했습니다, 형님. 내일 오후에 모시러 오겠습니다.” “모레.” 자동차가 멈추기가 무섭게 문을 연 성진은 근식이 말한 시간을 정정했고, 대답도 듣지 않은 채 차에서 내려 민서를 잡아끌었다. ‘고생했어요.’ 민서의 인사말이 메아리처럼 흩어졌고 근식은 어버버 입만 뻐끔거렸다. 용호가 웃으며 근식의 어깨를 툭 쳤다. “봐드려라. 전에 작업하고 나서 눈에 살기 뺀다고 날뛸 때 보니까 소름 돋더라고. 데려갔던 애들 죄 눕혀놓고, 후들거리는 다리로도 나한테 까딱까딱 손가락으로 부르더라. 그게 다 형수님한테 빨리 가야겠다는 굳은 의지더라고. 저거 집착이야. 못 말려.” 용호의 말에 근식도 픽 웃었다. “형수님이 걱정이네. 며칠간 쌓였을 그 양
돌아가는 차 안에서 근식은 간략히 상황을 설명했다. 민서가 듣고 있는데 자세한 설명을 할 필요가 없었다. 두루뭉술한 설명임에도 성진은 제대로 알아들었다. 근식과 용호에게 잘했다, 수고했다는 칭찬을 하고 지시를 내렸다. 민서는 성진의 팔에 갇혀서 꼼지락거리는 중이었다.“그럼 내일 책상 위에 자료 가져다 놓겠습니다, 형님.”“그래.”“집으로 바로 갑니까?”“그래.”운전석과 보조석에 나란히 앉은 용호와 근식이 신경 쓰인 민서는 성진의 팔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자 엉덩이를 바깥쪽으로 슬금슬금 빼다가 딱 걸려버렸다. 성진이 민서의 어깨를 안고 있는 쪽이 아닌 다른 쪽 팔을 뻗어와 허리를 잡아당겨 자신의 옆구리에 바짝 붙였다.“자꾸 도망가면 화낼 겁니다.”“그, 그치만 여기서는…….”민서가 앞자리의 두 남자를 눈짓하며 버둥거려보았지만 성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민서에게 얼굴을 바짝 가져다댔다. 그리고 나직하게 속삭였다.“많이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키스하고 싶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민서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혹시나 영호나 근식에게 들리지 않았을까 싶어 작은 목소리로 그만 말하라고 속삭였다. 안절부절 못하는 그 모습이 또 귀여워서 성진은 민서의 귀 옆으로 더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 그리고 더 낮게 속삭였다.“빨고 싶었어요. 입술도 가슴도.”말이라기보다 숨소리에 더 가까운 속삭임에 민서가 어깨를 움츠렸다.“제발요오.”“하루가 일 년 같았습니다. 민서 씨 생각 밖에 안 났어요.”그녀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너무 걱정이 돼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어진 성진의 말에 입술을 감쳐물고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민서 씨 옷을 모두 벗기고 입술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핥고 싶어요. 귀, 볼, 턱. 말랑한 가슴도 빨 겁니다. 귀여운 젖꼭지도 깨물 거예요.”이건 마찬가지 아닙니다, 성진 씨. 나는 그런 생각 안 했어요.“민서 씨의 거기를 빨 겁니다. 혀로 쑤시면서 쪽쪽 빨 거예요.
현식은 굳은 표정으로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눈앞에 엉망이 된 얼굴을 당당하게 들고 앉아있는 젊은 여자가 몹시 껄끄러웠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그 조폭 같지 않게 생겨먹었던 조폭이 ‘내 여자’라 했었다. 겉으로 봐서는 제 아들인 근태가 그리 집착할만한 점도, 성진이 애지중지할만한 매력도 없어보였다. 그렇다는 건, 저 속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근태의 일을 매번 봐주던 경찰 간부가 성진의 구속 소식을 알려준 후, 그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불안함에 잠도 설쳤었다. 매번 성진의 곁에서 무게를 잡던 덩치 큰 험악한 놈이 당장이라도 들이닥쳐서 그를 협박할 것 같기도 했고, 뉴스에 이런 것이 떴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근태의 폭력사건 기사를 내밀 것 같기도 했다. 그에게 좋은 제안을 했던 당대표의 번호가 핸드폰에 뜨면 몸이 굳어서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이렇게 불안함에 떨 바에는 차라리 성진을 찾아가서 협상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민서가 찾아와 준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할 얘기가 있다고 했지? 해보게.”민서는 속으로 천천히 다섯을 세었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말들을 머릿속에 정리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입을 열었다.“먼저 사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현식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네깟 게 뭔데 나한테 그런 걸 요구하냐고, 내 아들과의 일은 그녀석과 해결하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입장이 아니었다.“근태와의 일은 유감이네. 변호사를 통해 들었겠지만 충분하게 보상하지.”“유감…….”민서의 표정을 보니, 그의 사과가 마음에 차지 않은 모양이었다. 현식은 내키지 않았지만 말을 더했다.“어쨌거나 미안하게 생각하네. 아가씨 상태를 보니 우리 근태가 좀 심했어.”진심이 담겼다고 느껴지는 사과는 아니었지만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잘못을 인
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었지만, 자정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새 손님이 들어왔다.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민서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아는 척을 하는 남자는 제법 낯이 익었다. 일행과 뭐라 말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이 아닌 바에 자리 잡고 앉았다.“가게도 작고 바텐더도 하나뿐이고…….”남자의 일행은 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통찮은 표정이었다.“가게는 작아도 칵테일이 괜찮아. 바텐더 아가씨도 예쁘고 조용하니 좋기만 하구만 괜히 궁시렁거리긴.”남자는 메뉴판을 받아들며 민서에게 슬쩍 윙크를 날렸다. 마주 웃어주는 민서의 얼
***“하아, 하아, 오빠 조금만 천천히.”숨넘어가는 소리로 애원하는 여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과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탁탁’ 소리의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밀어붙이는 남자의 힘에 흔들리는 여자는 애타게 오빠를 부르짖었다.“오, 오빠. 잠깐, 아흑, 오빠. 오빠…….”짧은 숨소리와 함께 성진은 여자의 질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절정감에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이 끝나 시들해지는 성
손님이 있는 곳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꾸만 손을 뿌리치는 근태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 애를 썼다.“이 년이 진짜!”자꾸만 출입구 쪽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민서의 얼굴을 향해 근태가 손을 휘둘렀고, ‘짝’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민서는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근태의 등을 출입구 쪽으로 밀어냈다. 한두 번 맞아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 충격 받을 일이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맞았다는 것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일터에서
달그락.글라스의 투명한 얼음 위에 보드카가 흘러내리며 작은 소리가 났다. 2온스. 양을 확인한 민서는 보드카 병을 내려놓고 깔루아를 집어 들었다. 보드카 양의 절반 정도 부어진 검은 커피 리큐어가 투명한 보드카와 잠시 층을 이루는가 싶더니 떨어지며 녹아내렸다. 보통 블랙러시안을 만들 때에는 한두 번 저어주는 법이지만, 이 손님은 늘 젓지 않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기에,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잔을 밀어 손님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주문하신 블랙러시안입니다.”보드카에 섞여가는 깔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을 들어 그녀를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