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었지만, 자정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새 손님이 들어왔다.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민서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아는 척을 하는 남자는 제법 낯이 익었다. 일행과 뭐라 말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이 아닌 바에 자리 잡고 앉았다.
“가게도 작고 바텐더도 하나뿐이고…….”
남자의 일행은 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통찮은 표정이었다.
“가게는 작아도 칵테일이 괜찮아. 바텐더 아가씨도 예쁘고 조용하니 좋기만 하구만 괜히 궁시렁거리긴.”
남자는 메뉴판을 받아들며 민서에게 슬쩍 윙크를 날렸다. 마주 웃어주는 민서의 얼굴을 힐끗 쳐다본 일행이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메뉴를 뒤적였다.
30대 중반 정도? 흐트러지긴 했지만 둘 다 수트 차림이었고, 전작이 있었던 듯 얼굴이 약간 붉었다.
“난 러스티 네일. 너는?”
“아무거나.”
일행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메뉴판을 덮으며 대답하자 남자는 눈을 살짱 찡그렸다.
“아무거나는 무슨. 그런 메뉴는 없거든? 이 친구는 마티니로 주세요.”
“네, 손님.”
웃는 얼굴로 메뉴판을 받아든 민서는 올드 패션드 글라스를 꺼냈다. 얼음 서너 조각을 넣고 스카치 위스키 병을 집어들었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지거를 끼고, 간결하고 세련된 움직임으로 용량을 재 얼음 위로 술을 붓는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던 남자의 일행이 문득 질문을 던졌다.
“아가씨, 쇼는 안 합니까?”
“네?”
“거 있잖아. 막 흔들고 돌리고 던졌다가 받으면서 춤도 추고.”
드란부이를 위스키와 동량으로 넣고 바스푼의 긴 손잡이를 집던 민서는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요새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구요. 화려하죠, 칵테일 쇼. 그런데 그런 쇼를 보여주는 바텐더들을 플레어 바텐더라고 따로 불러요.”
“아가씨는 그런 거 못하나? 하다못해 요래요래 막 흔드는 거라도 해봐요. 그렇게 얌전히 따르지만 말고.”
자꾸만 귀에 들리는 ‘아가씨’ 호칭이 거슬렸지만 민서는 웃었다.
“여기 주문하신 러스티 네일입니다. 주문하신 마티니는 보통 저어서 만드는데, 흔들어서 만들어 드릴까요, 손님? 맛이 좀 달라지긴 하지만……, 손님. 혹시 사과향 같은 과일향 좋아하시나요? 괜찮으시다면 주문하신 마티니와는 좀 다른 칵테일이긴 하지만 애플 마티니로 준비해드릴까요? 그건 흔들어 만들거든요.”
바스푼으로 잘 저어 완성된 러스티 네일을 손님 앞으로 내어놓은 민서는 얼굴 옆에서 두 손을 맞잡고 애교스럽게 흔드는 시늉을 해보였다. 남자들은 기분 좋게 웃으며 동의했다.
그녀는 쉐이커에 얼음과 보드카, 애플 리큐르와 라임주스를 계량해 넣으며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지켜보는 두 남자 앞에서 자연스럽게 쉐이커를 결합시키고는 두 손으로 잡고 흔들었다. 달그락달그락 쉐이커 안에서 얼음이 부딪치는 소리가 점점 빨라졌다.
“어우, 아가씨 팔 힘 좋네.”
일행이 요상한 방향으로 팔을 흔들며 민서를 흉내 내며 웃자, 남자가 팔꿈치로 일행을 툭 쳤다.
“왜, 칭찬이잖아.”
칭찬이긴 하지. 그 묘한 표정과 시선을 뺀다면. 민서는 칠링으로 차가워진 칵테일 글라스에 얼음을 버리고 애플 마티니를 채워 넣었다. 얇게 썬 사과조각을 위에 띄우고는 손님 앞에 내려놓았다.
“애플 마티니 완성되었습니다, 손님.”
바 너머에서 저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티격대는 걸 일별한 민서는 사용한 기구들을 씻어 정리했다. 오늘은 유난히 보드카 베이스 칵테일이 많이 나갔네. 이것저것 정리하며 바닥을 보이는 보드카 병을 집어드는데 남자의 일행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가씨, 이거 한 잔 더 줘봐. 이 친구 것도 한 잔 더 주고.”
잔에 남은 사과 조각을 손으로 집어먹으며 남자의 일행이 눈을 찡긋거렸다. 눈빛으로 남자의 의사를 확인한 민서는 미소로 대답하고는 러스티 네일과 애플 마티니를 한 잔씩 더 만들었다. 빈 잔과 코스터를 회수하고 새 코스터와 완성된 칵테일을 내주었다.
“아가씨가 여기 사장이야? 직원도 안 두고 혼자 일하는 거야?”
“제가 직원입니다, 손님.”
웃으며 대답하는 민서를 빤히 쳐다보던 일행이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아가씨 여기서 한 달에 얼마 벌어?”
“그건 영업비밀인데요, 손님.”
농담으로 대답하는 그녀를 향해 남자의 표정이 은밀해졌다.
“얼마 버는지는 모르겠지만 모자라지 않아? 투잡 뛰어볼 생각 없어?”
민서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남자의 시선과 태도로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하지만 손님 앞에서 기분 나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바텐더는 손님과 갈등을 빚으면 안 된다고 배웠다. 전에 일하던 바에서는 매니저가 있어 추근대거나 시비를 걸어오는 손님을 상대해주었다. 이런 손님을 대할 때면 새삼스럽게 자리를 비운 사장이 원망스러워졌다.
“글쎄요, 손님. 저는 딱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서요.”
남자가 일행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야, 너 취했냐? 왜 이래?”
“외로워서 그런다, 외로워서.”
“제수씨 알면 큰일 날 소리!”
“시끄럽고, 생각 있으면 전화해요. 왜, 여자들 그럴 때 있잖아. 갖고 싶은 게 생겼는데 사려니 부담스럽고 그럴 때.”
“야!”
남자가 발끈했지만, 그 일행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 민서에게 건넸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명함을 받아 따로 빼어놓은 보드카 병 옆에 내려놓았다.
그 후로도 두 남자는 계속해서 칵테일을 추가해 마셨다. 일행의 은근한 추파도 계속되었다. 젊은 여자들이 자신을 좋아한다. 몇 달 전까지 만나던 스물아홉 아가씨가 있었는데, 지난주에 결혼을 해서 보내줬다. 그래서 지금은 혼자인데, 자기랑 만날 생각은 없는가. 자신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돈 쓰는 걸 아끼지 않는 편이다. 유명 탤런트와 닮았다는 소리 자주 듣는데, 진짜 그런가?
다른 손님들은 다 떠나고 그 둘만 남았다. 이제 슬슬 일어나줬으면 좋겠는데……. 민서는 흘깃 시계를 보았다. 2시가 훌쩍 지나있었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일행이 시계 쪽을 보고는 씩 웃었다.
“아가씨, 끝날 시간 됐지? 저기 앞에서 술 한 잔 할래? 이 자식 보내고 둘이서.”
민서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도저히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남자는 결국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 이 자식 왜 그래? 괜히 데려왔나 보다. 야, 너 일어나. 미안합니다, 바텐더 아가씨. 원래 이런 놈이 아니었는데, 술버릇이 고약해졌네요.”
남자는 황급히 계산을 마치고, 놓으라고 버럭거리는 친구를 질질 끌고 가게 밖으로 사라졌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쉬며 민서는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보드카 병 옆에 내려놓았던 그 남자의 명함을 집어 들었다. 잠시간 노려보던 민서는 펜을 들어 명함 뒷면에 몇 글자 적었다.
‘개진상.’
흥, 가볍게 콧방귀를 뀐 민서는 바 위에 놓인 빈 잔들과 코스터를 정리했다.
평소보다 늦은 시각이었다. 뒷정리 정도는 다음날 조금 일찍 와서 해도 되지만, 그녀는 꼼꼼하게 마감을 했다. 낮에 집 앞에서 보았던 근태의 차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는 너무 지쳐있었다.
가게 문을 잠그고 나왔을 때가 새벽 3시. 민서는 무거운 걸음을 걸어 집으로 향했다. 아직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어떻게 하지? 아니야. 그 때가 언젠데. 행정고시를 준비하려면 1분 1초도 아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던 근태였다.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을 애써 달래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막상 집 앞 골목을 나서려니 발걸음이 멈췄다. 고개를 내밀어 원룸 건물앞 주차장을 훑었다. 없지? 없을 거야. 없어야 맞는 거지. 과연 그의 차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싶어 좀 거리가 있는 주차공간까지 둘러본 뒤에야 민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불안해하면서 피해 다녀야 하는 걸까. 긴장이 풀린 탓인지 피로가 배로 늘어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렸다. 습관적으로 현관문 앞에 바짝 붙어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른 뒤 문을 열었다. 그동안 갇혀있던 안의 공기가 왈칵 밀려왔다. 익숙한 냄새와 분위기가 주는 안도감에 눈이 절로 감겼다.
턱.
갑작스런 마찰음에 번쩍 눈을 뜬 민서가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틈도 없이 그녀는 문 안쪽으로 확 밀려 넘어졌다.
작가입니다. 우리 여주 고생이 많습니다. 여주야. 내가 많이 애낀다. 최고로 애낀다. 행복하게 해주께......
민서는 대답 대신 손등을 입에 물고 신음을 참았다. 그런 민망한 말은 안 듣고 싶었다. 그럴 리가 없잖은가. 부끄럽고 민망해서 그만두게 하고 싶었지만, 그 은밀한 곳을 문지르고 핥고 빠는 성진의 행위가 주는 쾌감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그는 이제 그 곳에 입술을 바짝 밀착시킨 채로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그녀가 흘리는 물은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마시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혔다. 입을 틀어막았는데도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원치 않았는데도 그녀의 몸은 자꾸만 물을 흘려댔다. 왈칵왈칵 쏟아내는 느낌이 났다. 그 곳에 밀착한 상태로 그의 혀와 입술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쭙쭙거리며 빠는 소리 가운데서도 꿀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았다. 민서는 다리 사이에 얼굴을 묻고 있는 성진의 머리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힘으로 밀려날 성진이 아니었다. 오히려 혀를 구멍에 꽂은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그녀를 더욱 자극했다.“허읍!”민서는 억눌린 신음을 뱉으며 그를 밀어내던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았다. 자극이 너무 강했다. 허리가 저절로 들썩였다. 머릿속이 쭈뼛했다. 눈물이 났다.성진은 쏟아지는 민서의 애액을 정신없이 빨아 마시며 그녀가 가볍게 절정한 것을 눈치 챘다. 정말이지 감도가 좋은 몸이었다. 그가 좆을 쑤셔박은 채였다면 그곳은 그의 것을 쭉 빨아 당겼을 것이었다. 한 발 빼고 왔음에도 싸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는 혀를 길게 내어 그 곳을 핥아 올리면서 그의 곤두선 기둥을 잡았다.“좋다고 해줘요.”“하읏.”“나를 원해줘요.”그녀의 대답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모든 몸짓과 반응이 그를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얼굴을 그곳에 푹 파묻은 채로 그는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쥐고 흔들었다. 뒷골을 저릿하게 만드는 쾌감에 성진은 몸을 떨었다. 이 여자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흐읍!”“아윽!”성진의 성기가 꿀렁거리며 사정을 시작했다. 민서도 경련하듯 몸을 떨며 두
성진이 느릿하게 입술을 맞붙인 채로 민서의 입술을 빨았다. 혀로 문지르는가 싶더니 혀 끝을 세워 민서의 입술 사이로 찔러 넣었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이 벌어지면서 그의 혀를 맞이하러 그녀의 혀가 나왔다. 그녀는 파고드는 성진의 혀를 휘감아 빨아들였다. 넘어오는 타액을 삼키면서 팔을 들어 그의 머리를 끌어안았다.하지 않겠다 했더라도 그가 요구하면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몸을 눌러오는 성진의 무게가 싫지 않았다. 맞닿아 비벼지는 피부의 감촉이 좋았다.그의 입술이 옆으로 미끄러져 그녀의 귀를 물었다. 그의 숨소리가 크게 들려 몸이 떨렸다. 뜨겁고 축축한 것이 귓구멍으로 파고들어 먹먹해졌다. 그녀는 신음했다.“다 먹을 겁니다. 어느 한 구석도 빼놓지 않고 맛볼 거예요.”“흐읏.”혀가 귓바퀴를 핥았고 입술이 귓불을 물고 빨았다. 이를 세워 가볍게 물고 당기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신음하며 몸을 떨었다.“멈추지 않을 겁니다. 울어도 안 봐줄 거예요.”귓불을 놓아준 입술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갔다. 쇄골을 빨고 움푹한 곳을 핥았다. 흔적을 남기기 위해 강하게 빨아들이기도 했다.어깨를 쓸어내린 성진의 손이 그녀의 동그란 가슴을 쥐었다. 손끝으로 유두를 갉작이며 앙가슴을 핥았다.“흑.”그녀의 손가락이 성진의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머릿속이 뜨거워져서 신음소리를 흘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아프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니 이렇게만 반응해줘요.”그의 입술이 풍만한 가슴의 살점을 한가득 물고 빨았다. 그의 손아귀 힘에 가슴이 출렁였다. 민서는 다리 사이로 뭔가 흘러내리는 느낌을 참을 수가 없어 다리를 오므렸다. 축축하고 미끄덩거리는 감각이 민망해 오므리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허벅지를 비볐다. 성진은 이제 그녀의 젖꼭지를 쪽쪽 빨고 있었다. 그녀의 가장 예민한 곳이었다. 절로 앓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녀는 참지 못하고 성진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채로 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그의 얼굴이 가슴살에 묻혔다.“아으읏…….
민서는 지금 화를 내는 중이었다. 어쩜 이렇게 고집이 센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리라도 빽 질러볼까 싶었지만, 상대가 성진이었다. 미안하고 고맙고 부담스러우면서 어려운 사람이라 감히 실행에 옮길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신의 얼굴 상태가 어떤지 잘 알고 있었기에 표정으로 자신이 화났음을 알리는 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붓기가 많이 가라앉긴 했지만 여전히 부어있는 눈으로 노려보고 흘겨보고 째려보아도 티가 나지 않았다.“이쪽 팔을 들어요.”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테다. 민서는 입술을 꾹 다물고 양 팔을 옆구리에 붙인 채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슥 쳐다본 성진이 그녀의 팔목을 잡고 들어 올리자 팔이 힘없이 들렸다. 그는 거품이 풍성한 샤워볼로 그녀의 옆구리와 겨드랑이를 문질렀다.“혼자 씻겠다고요.”“안된다고 했습니다.”그가 다른 쪽 팔을 들라고 했지만, 그녀는 반항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의 힘에 의해 팔을 들린 채 거품칠을 당했다.“혼자 할 수 있어요.”지영이 극구 말려서 그렇지, 샤워 정도는 얼마든지 혼자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심한 타박상을 많이 입은 것이지 어디가 부러지거나 내상을 입어 수술을 한 게 아니었으니까. 좀 끙끙거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압니다.”성진은 민서의 양쪽 팔과 옆구리에 거품이 잘 묻은 것을 확인하고 다시 그녀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입에 군침이 돌았다.민서는 한숨을 폭 내쉰 후 보지 않겠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토라진 모습이 꽤 귀여웠다. 달래줄 생각은 없었다. 그는 지금 매우 즐거웠고, 흥분한 상태였다.조금 전 민서의 목에 묻혀놓았던 거품이 그녀의 앙가슴으로 흘러내려 있었다. 시선을 그쪽으로 옮긴 그는 입맛을 다시며 샤워볼의 거품을 자신의 손에 쥐어짰다. 그리고 흘러내린 거품 위에 두 손을 올렸다. 둥글게 원을 점점 크게 그렸다. 그의 손바닥에 그녀의 가슴이 눌렀다. 젖꼭지가 손가락 사이에 걸렸다. 그가 검지와 중지
꼼짝도 못하고 옆구리에 들러붙은 커다란 남자의 존재에 긴장하고 있던 민서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성진을 보았다.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자세 그대로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저기요.”조심스럽게 불러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민서는 성진의 눈앞에서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았다. 훅, 입바람으로 그의 앞머리를 날려보기도 했다. 그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금방 잠들었네.”피곤하다더니, 정말 그랬던 모양이었다. 근식의 말로는 지방에 일이 있어 잠깐 자리를 비운다고 했었다. 깡패가 출장도 가냐고 혼자 생각했던 게 생각나서 민서는 혼자 슬쩍 웃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생이 많았겠다고 속으로 위로를 건네고는 손을 들어 성진의 어깨를 도닥였다.여전히 미동도 않는 성진의 정수리를 잠시 내려다보던 민서가 슬쩍 엉덩이를 밖으로 뺐다. 허리를 잡고 있던 성진의 손이 스르륵 미끄러졌다.정말 깊이 잠든 모양이었다. 이제 상체만 빼내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성진의 옆에서 자는 것이 싫은 건 아니었다. 좋아하게 된 남자였고, 섹스도 한 사이였다. 아직 몸이 많이 아팠지만, 그가 요구한다면 기꺼이 응해줄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그의 옆에서 도망가지 못해 안달이냐면, 아직 어색하고 부끄러워서였다.성진이 기대고 있는 어깨를 조심조심 빼는데, 그의 손이 휙 뻗어와 다시 민서의 허리를 강하게 당겨 안았다. 아파서 비명을 지를 뻔한 걸 겨우 참고는 성진을 살폈다. 그는 얼굴을 두어 번 그녀의 어깨에 부빌 뿐, 깨어난 기색은 아니었다.민서는 조심스럽게 몸을 성진 쪽으로 돌려 누웠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렇게 해도 그가 깨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불편하잖아요. 피곤하니까 편히 자라고 그런 건데…….”타이르듯 작은 소리로 말해본 민서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가슴에 안았다. 잠결에라도 놔줄 수 없을 만큼 그녀가 좋다는데 어쩌겠는가. 정 불편하면 밀어내겠지. 그녀는 성진의 뒤통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
“내가 지금부터 네 몸에서 서른여덟 개의 살점을 도려낼 거야. 네놈이 내 여자 몸에 낸 상처가 딱 그 숫자 만큼이거든. 정말 공평하지? 멍들거나 부은 건 개수에서 뺐다. 씨발, 그러니까 네놈의 새끼가 허리띠를 휘둘러서 생긴 상처만 서른여덟 개라고, 이 개새끼야.”“자,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시는 그럴 기회가 없을 거야, 이 병신 새끼야. 바닥에 이 방수포 보이지? 난 여기서 네놈의 피를 모조리 쏟아낼 생각이거든. 그런 다음 발목에 쇳덩이를 매달아 바다에 던질 거야. 물고기들 뜯어먹기 좋게 너덜너덜 난도질도 할 생각이야. 어때, 기대되지?”성진은 벌벌 떨면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근태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역수로 쥔 나이프를 들어 칼등을 근태의 관자놀이에 가져다 댔다.“어디부터 시작해야 네놈의 새끼가 더 오래 버티면서 고통을 느낄 수 있는지 얘기해줄까? 주요 혈관이 지나지 않는 심장에서 먼 부위. 그러면서 신경은 밀집해 있는, 이를테면 손가락이나 발가락 같은 게 되겠지.”차가운 나이프가 관자놀이를 훑고 내려갔다.“형님. 그 새끼 오줌 싸는데요?”“냅둬.”“냄새나잖습니까.”웃음기가 섞인 사내의 말에 성진이 코웃음쳤다.“어차피 피 냄새에 묻혀.”“제발…… 살려주세요.”“아니지, 병신 새끼야. 이게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하네. ‘살려주세요’가 아니라 ‘단번에 죽여주세요’ 하고 빌어야지.”근태는 이제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제대로 인지했다. 그를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있다 한들 제 목줄기에 닿아있는 칼날보다 빠를 리가 없었다.“내 여자를 짓밟고 걷어찰 때는 좋았지? 아주 신나게 두드려 패셨더군. 씨발, 경찰한테 하는 진술을 옆에서 듣는데 피가 부글부글 끓더라고. 네놈을 어떻게 죽여야 씨발, 이 분이 풀릴까, 너무 화가나니까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라, 새끼야.”“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남자가 성진 옆으로 다가와 넌지시 말해왔다.“이 새끼 좆부터
늦은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커피까지 한잔씩 마신 성진과 남자들이 공장으로 돌아가 보니, 세 대의 승용차가 헤드라이트로 공장 안을 비추고 있었다. 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던 남자 두 명이 성진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를 해 왔다.“조용히 달아 온 거겠지?”“네, 형님. 주변 차량 번호도 알아놨습니다. 나중에 블랙박스 영상 확인할 수 있도록 연락처도 같이 파악했습니다.”“그래, 잘 했다.”성진의 시선이 공장 안으로 향했다. 안에서 둔탁한 소리와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이 새끼들, 내가 누군지 알고…….”“안 궁금하다고, 새꺄. 우리 형님이 여자 패는 새끼들 극혐하시는 이유를 너 때문에 알았다. 이 개좆만도 못한 새끼.”“어이, 살살 하라고 했잖아. 형님 몫이라고.”“아는데, 이 새끼가 자꾸 주둥이를 나불대잖아.”“내 전화 한 통이면 늬들 다 죽은 목숨…….”“이거 봐. 이 주둥이가 자꾸 매를 벌잖아.”“그래도 적당히 해.”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표정을 굳힌 성진이 공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깔아놓은 방수포 한 가운데에 근태가 꿇어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남자들이 둘러싸고 서 있었다. 근태 앞에 쪼그려 앉은 남자는 민서가 납치되었을 때, 모텔 문을 부쉈던 남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근태의 따귀를 연거푸 때리고 있었다.“오셨습니까, 형님!”누군가 성진을 발견하고는 큰소리로 외치며 허리를 숙였고, 이내 모든 남자들이 고개를 숙이며 같은 인사를 외쳤다. 고개를 끄덕인 성진이 근식 앞으로 걸어갔다.“이렇게 만나네, 씨발 개새끼야.”근태가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성진을 보았다. 그의 양볼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있던 남자의 작품이었다.“너, 이 깡패 새끼! 내가 누군지 알고…….”근태가 몸을 일으키려 들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그의 오금을 걷어찼다. 근태는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누구긴 누구야. 그 나이 처먹도록 백수로 지내면서 내 여자를 납치 감금 강간 폭행한 개호로잡놈의 씨발 새끼지.”“
*** 민서는 동혁과 함께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잠그고 셔터를 내린 후 보안장치를 켰다. 돌아보니 미리 연락받은 대로 성진이 서 있었고, 동혁이 그에게 인사를 깍듯하게 하고 있었다. 차에 등을 기대고 담배를 피고 있던 성진은 담뱃불을 손가락으로 튕겨 날리고 꽁초를 동혁에게 건넸다. 동혁은 그걸 소중히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형님. 안녕히 가십시오!” “그래.” 민서에게 눈인사를 한 근식이 운전석에 올라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민서는 성진과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다. “오늘도 바빴다고요.
“자, 잠깐만요.”민서가 몸을 빼보려 했지만 될 리가 없었다. 그녀는 서둘러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손등에 가로막혔다. 손등에 비벼지는 입술 감촉에 어색해하는데, 그가 그녀의 손등을 핥았다. 스스로 틀어막은 입에서 놀란 비명소리가 눌려 나왔다.“보지 마라, 동혁아.”룸미러로 뒷좌석을 힐끔거리던 동혁이 근식의 낮은 경고에 헛기침을 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네, 형님.”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몸도 마음도 뜨거운 20대 초반의 남성에게는 다소 무리가 있는 주문이었다. 그가 존경해마지않는 큰형님의 애정행각이었다.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다. 성진은 차 뒷좌석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곧 도착입니다, 형님.”“그래.”근식은 룸미러로 성진의 모습을 확인하고 씩 웃었다.황 회장과의 만남이 길어지면서 조금 예민해진 성진이었다. 워낙 성진을 예뻐하는 황 회장이었기에 망정이지, 다른 고객들 중 하나였다면 진즉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고간 이야기의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성진도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민서가 일하는 바로 가면서 저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 건 본 적이 없었다.“황 회장님의 제안은 거절하시면 안 됩니다.”
***성진의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다. 원체 그의 체력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민서가 매일 서투르게나마 상처를 소독해주었고, 단백질 위주의 건강에 좋은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준 덕분이었다. 물론 제대로 된 수발은 근식의 몫이었다. 사무실과 병원, 성진의 아파트를 오가며 각종 약들과 보양식을 갖다 바쳤다.“빨리 나으십쇼, 형님. 혼자 하려니 죽겠습니다.”“엄살은. 내가 발 빼고 너 혼자 해도 되겠는데?”“말도 안 되는 소리인 거 아시죠? 황 회장이 형님을 얼마나 찾는지 말씀드렸잖습니까. 양 전무 같은 경우에는 형님 없이는 못 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