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손님이 있는 곳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아 자꾸만 손을 뿌리치는 근태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 애를 썼다.
“이 년이 진짜!”
자꾸만 출입구 쪽으로 자신을 밀어내는 민서의 얼굴을 향해 근태가 손을 휘둘렀고, ‘짝’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개가 돌아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 민서는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뺨을 한 손으로 감싸고 다른 손으로는 계속해서 근태의 등을 출입구 쪽으로 밀어냈다. 한두 번 맞아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 충격 받을 일이겠는가. 다만 다른 사람이 있는 곳에서 맞았다는 것 때문에 죽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일터에서, 자주는 아니더라도 앞으로 계속 얼굴을 마주해야 할 손님 앞에서 이런 취급을 받았다는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민서는 다시 그녀를 내려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리는 근태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눈깔 안 깔아?”
한 대 때리면 움츠러들던 평소 모습과 달리, 반항하는 듯한 민서의 눈빛에 근태는 더 열이 올랐다. 그래서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뺨을 맞을 때 조금 흐트러졌던 민서의 묶은 머리는 완전히 엉망이 되고 말았다.
“이게 누굴 꼬라보고 지랄이야? 눈깔 깔으랬지!”
휘청거리는 그녀의 멱살을 움켜쥐고 연거푸 때리기 위해 손을 다시 치켜드는데, 뒤에서 누군가 그의 손을 잡고 비틀었다. 낮게 비명을 지르며 돌아보니 아까의 그 덩치 좋은 남자였다.
“이 새끼가 자꾸 끼어들고…….”
“치정 문제인 것 같아서 두고 볼랬더니, 하는 꼴이 지랄맞아서.”
그가 근태의 턱을 후려쳤다.
“개새끼가 술버릇을 좆같이 배워서.”
쓰러진 근태의 멱살을 잡고 끌어당겼다.
“참을 수가 있어야지.”
바짝 끌어당긴 근태의 얼굴을 보며 남자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계집은 돈으로도 때리는 거 아니야. 좆도 아닌 새끼가 어디서 손을 함부로 휘둘러?”
반듯하던 남자의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덩치에서 풍기던 위압감에 표정까지 그러하니, 근태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쳐다만 보았다.
“이런 개새끼는 키우는 거 아닙니다. 남자 보는 눈 좀 길러요.”
민서 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한 말이었다. 그러니 자신에게 한 말이 아니라고 우겨볼 수도 있었을 테지만, 민서는 고개를 푹 숙였다.
“도,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이 울음에 먹혀버렸다. 고마움, 안도감, 부끄러움 그리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까지 뒤섞여 민서는 끅끅거리며 새어나오는 울음을 참았다.
남자는 그런 민서의 정수리를 잠시 내려다보다가 근태의 멱살을 왼손으로 바꿔 잡았다. 버둥거리는 그를 향해 눈을 한 번 부라려보이고는 자유로워진 오른손으로 안주머니를 뒤적여 지갑을 꺼냈다. 요령 좋게 한 손으로 몇 번 움직여 카드를 꺼내더니, 근태가 손으로 쓸어 비어있는 바 위로 툭 던졌다.
“계산은 저걸로.”
민서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 틈에 남자는 근태를 끌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출입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에 그녀는 선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아가씨, 괜찮아요?”
안쪽에 앉아있던 두 명의 손님들이 다가와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혀주었다.
“괜찮……… 감사…… 흐으흑.”
참고 있던 울음이 걱정스럽게 건네는 물음에 터져버렸다. 흐느끼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그들은 근태를 향해 욕을 퍼부어주었다. 자기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잊은 채 나쁜 새끼라느니,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때리냐느니, 그 새끼 다시 오면 자기들한테 연락하라느니 주저리주저리 말을 늘어놓았다. 별 도움 안 되는 말이었지만 민서는 위로받았다.
무지막지한 힘에 질질 끌려가다시피 하던 근태의 눈에 검은색 외제차가 들어왔다. 아까 칵테일 바에 들어가기 전에 보고 잠시 시선을 빼앗겼던 고급차였다. 남자의 차인가 싶어 고개를 들려는데, 그 차의 문이 열리며 시커먼 장정 두 사람이 내리는 게 보였다.
“벌써 나오십니까, 형님.”
“그 새끼는 뭡니까, 형님?”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는 두 덩치를 보며 근태는 이를 꾹 물었다. 이제야 자신을 끌고 나온 남자의 정체를 짐작한 탓이었다.
“가서 얍실이 새끼 불러와.”
왜 그러십니까하고 물어볼 만도 한데, 덩치들은 ‘예, 형님’ 대답하더니 골목 쪽으로 뛰어갔다. 술이 확 깨는 것 같아 근태는 몸서리를 쳤다. 잠시잠깐동안 머릿속에서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났다.
“부르셨습니까, 형님.”
남자치고는 얇은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불러오라던 그 얍실이라는 사람인 듯했다.
“이 새끼 얼굴 찍어.”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찰칵 소리와 함께 플래시가 터졌다.
“애들한테 사진 뿌리고, 이 새끼 이 근처에서 보이면 끌고 가서 조져버리라고 해. 한 번 실수는 병상사라니까 이번 한 번만 봐주는 거다.”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겠지! 그리고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야! 차마 입 밖에 내지는 못하고 근태는 속으로 외쳤다. 무식한 건달새끼 따위! 하며 남자를 깎아내리려 애써보았지만, 그들의 존재감이 주는 공포는 자꾸만 근태를 움츠러들게 했다.
여러 각도로 찰칵찰칵 사진을 찍던 얇은 목소리의 남자는 ‘멀리 갖다 버려!’라는 말에 근태의 멱살을 건네받았다. 분위기를 보면 이쯤에서 더 맞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을 주며 일어서려 했다.
“이 씨발 새끼가! 어디서 용을 쓰고 지랄이야?”
목소리가 얇은 데다 체격도 자신과 비슷해 조금은 만만하게 보았던 얍실이었는데, 날아오는 발길질은 매서웠다. 근태는 다시 풀썩 주저앉은 채 질질 끌려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주차되어있는 차 쪽으로 몸을 돌렸다. 덩치 중 한 명이 잽싸게 다가와 차 문을 열고는 그 옆에 섰다. 그는 덩치, 근식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차에 올라탔다.
“집으로 가실 겁니까, 형님?”
운전석에 앉은 또 다른 덩치가 고개를 돌리며 물어왔다. 남자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남자의 차 문을 닫아준 근식이 보조석에 올라타고는 잽싸게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차가 부드럽게 움직이고, 깊이 빨아들인 담배연기를 후우 내뱉은 남자는 시트에 등을 기댔다.
“그런데요, 형님. 아까 그 새끼는 뭐 하는 새끼입니까?”
“몰라.”
한 번 더 깊이 빨아들인 담배 끝이 빨갛게 타오르고 근식은 재떨이를 내밀어 남자가 재를 털 수 있게 해 주었다.
“생긴 게 말입니다. 얍실이보다 더 얍살스럽게 생긴 게, 딱 재수 없게 생겼더란 말입니다, 형님.”
남자는 담배를 문 입술로 픽 웃었다. 도둑놈 같이 생긴 근식이 남의 외모를 평가한다는 게 웃겼다. 그 웃음을 어떻게 해석한 건지, 근식이 벙실거리며 자고로 남자란 이러이러하게 생겨먹어야 한다며 주저리주저리 떠들어댔다.
“시끄럽고. ……애들 중에 계집한테 손대는 새끼 있나?”
“네?”
뜬금없는 남자의 질문에 근식이 반문했다.
쯧. 새끼, 한 번 말할 때 알아들을 것이지. 남자는 불만스러운 듯 혀를 차고는 근식이 내밀고 있는 재떨이에 담배를 눌러 끄고는 다시 말했다.
“여자 패는 새끼 말이다. 개 호로 잡놈 같은 새끼 있냐고.”
“아.”
재떨이를 원래 자리에 집어넣은 근식이 머리를 긁적였다.
“글쎄요. 손버릇 더러운 애들 몇 있기는 합니다만, 여자 패는 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요, 형님. 한번 싹 털어볼까요?”
“알아서 해.”
귀찮은 듯 대답한 남자가 팔짱을 끼고는 머리를 뒤로 기댔다. 조금 전 남자의 손에 머리를 맞고 휘청이던 여자의 모습이 생각났다. 그 위에 겹쳐 떠오르는 비쩍 마르고 볼품없는 중년 여인의 모습. 그는 이를 악물며 눈을 질끈 감았다.
“지 계집한테 손대는 새끼는 죽여 버려야…….”
중얼거리던 남자가 자조적으로 픽 웃었다.
“집 말고 시온으로 가자. 한 잔 더 해야겠다.”
“네, 형님.”
술이, 독한 술이 필요했다.
적거입니다. 저 놈이 남주이지요. 멋있죠? 제가 좀 애낍니다.... 저놈
현식은 굳은 표정으로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눈앞에 엉망이 된 얼굴을 당당하게 들고 앉아있는 젊은 여자가 몹시 껄끄러웠지만 내색할 수 없었다. 그 조폭 같지 않게 생겨먹었던 조폭이 ‘내 여자’라 했었다. 겉으로 봐서는 제 아들인 근태가 그리 집착할만한 점도, 성진이 애지중지할만한 매력도 없어보였다. 그렇다는 건, 저 속에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었다. 만만하게 생각하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근태의 일을 매번 봐주던 경찰 간부가 성진의 구속 소식을 알려준 후, 그는 문득문득 떠오르는 불안함에 잠도 설쳤었다. 매번 성진의 곁에서 무게를 잡던 덩치 큰 험악한 놈이 당장이라도 들이닥쳐서 그를 협박할 것 같기도 했고, 뉴스에 이런 것이 떴다면서 주변 사람들이 그에게 근태의 폭력사건 기사를 내밀 것 같기도 했다. 그에게 좋은 제안을 했던 당대표의 번호가 핸드폰에 뜨면 몸이 굳어서 전화를 제때 받지 못한 것도 여러 번이었다. 이렇게 불안함에 떨 바에는 차라리 성진을 찾아가서 협상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렇게 민서가 찾아와 준 것이 오히려 잘 된 일일지도 몰랐다.“할 얘기가 있다고 했지? 해보게.”민서는 속으로 천천히 다섯을 세었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말들을 머릿속에 정리했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입을 열었다.“먼저 사과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현식의 입술이 비틀어졌다. 네깟 게 뭔데 나한테 그런 걸 요구하냐고, 내 아들과의 일은 그녀석과 해결하라고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럴 입장이 아니었다.“근태와의 일은 유감이네. 변호사를 통해 들었겠지만 충분하게 보상하지.”“유감…….”민서의 표정을 보니, 그의 사과가 마음에 차지 않은 모양이었다. 현식은 내키지 않았지만 말을 더했다.“어쨌거나 미안하게 생각하네. 아가씨 상태를 보니 우리 근태가 좀 심했어.”진심이 담겼다고 느껴지는 사과는 아니었지만 민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잘못을 인
***민서는 택시에서 내려 커다란 대문 앞에 섰다. 등 뒤에서 택시가 떠나는 소리가 들렸다. 당장이라도 돌아서서 그 택시를 멈춰 세우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확신이 들지 않았다. 공연히 벌집을 들쑤시는 꼴이 되지 않을까하는 불안한 생각이 자꾸만 떠올랐다.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할 수 있다, 한민서. 내가 해야 해.”스스로를 다독인 그녀가 손을 내밀어 초인종을 눌렀다. 아무 응답이 없어 한 번 더 눌렀다.-누구세요?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목을 가다듬고 인터폰에 얼굴을 좀 더 가까이 가져갔다.“김근태 씨 댁인가요?”-그런데 누구세요?“김근태 씨에 대해 할 얘기가 있어서 왔는데요.”인터폰 너머에서 잠시 부산한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여사님, 얼른 문 열어줘요. 우리 근태 지금 어디 있는지 알아요?-하지만 사모님.-근태 소식 안다잖아요!전자음이 들리며 대문이 열렸다.-어서 들어와요.“감사합니다.”민서는 들어가 대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안에 넓은 정원을 잠시 둘러보았다. 한숨이 나올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는 예쁜 정원이었다. 근태가 부자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부자동네로 유명한 곳에 이 정도 규모의 저택에서 살 정도라는 건 몰랐었다. 주눅이 들면서 다시 후회라는 감정이 솔솔 피어올라왔다.저 멀리서 현관문이 열리고 중년 여자가 그녀를 마중 나왔다. 효숙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정원의 반도 가로지르지 못한 민서를 보고 안달을 냈다. 기다리지 못하고 민서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민서의 얼굴을 확인하고서는 표정이 굳어졌다. 젊은 여자애 얼굴이 얼룩덜룩 엉망이었다. 그녀의 아들이 무슨 일로 유치장에 수감되었었는지 너무도 잘 아는 효숙이었기에 민서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근태의 행방을 알 수도 있는 사람이 찾아왔다는 반가움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불편함과 껄끄러움이 생겨났다. 그녀의 걸음이 멈췄다.민서는 효숙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먼저 근태가 행방불명이라는 소식부터 전했다. 성진이 근태에게 무슨 짓을 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생략했다. 폭행사건의 피해자인 민서에게 성진의 폭력적인 면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상처가 다 낫지 않은 그녀였다. 공연히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근식은 그저 근태를 찾는 그의 모친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민서와 경찰조사를 받을 때 함께 있었던 성진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경찰에게 잡혔다고만 했다. 곽 경사를 향한 점잖은 욕설이 다소 섞인 설명이었다.민서는 동그란 눈을 깜빡였다. 구속이라니. 그토록 구속되기를 바라마지 않던 근태는 한 번도 구속된 적이 없었는데, 성진이 구속되었다고 하니, 편파적인 공권력에 화가 났다. 그리고 죄책감을 느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성진에게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그…… 김근태는 괜찮은 걸까요?”의외의 질문에 근식이 미간에 힘을 주었다. 형님이 경찰에 잡혀갔는데 김근태를 걱정하는 건가? 그 개차반 씨발놈을? 하지만 이어지는 민서의 중얼거림에 그의 표정이 편안해졌다.“안 괜찮았으면 좋겠네요. 죽어버린 거였으면 좋겠어. 성진 씨가 감옥에 있는데…… 그 개새끼가 편안하게 있는 건 말이 안 돼.”걱정하지 말라고, 그 개새끼는 우리 형님이 아주 지독하게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여 없앴다고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거렸다.“근식 씨. 제가…… 뭘 해야 할까요?”“네?”“제가 어떻게 해야 성진 씨를 도울 수 있을까요?”민서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워 근식은 웃었다.“기다려 주시면 됩니다. 면회도 몇 번 가 주시면 좋고요.”“그런 거 말고요.”“실력 좋은 변호사님이 형님 사건 맡아주실 겁니다. 그 개새끼가 재판 받는 게 무서워 도망간 걸 가지고 그 개좆만도 못한 경찰 새끼가 건수 잡았다 싶어 엮은 겁니다. 증거도 없으니 곧 풀려나실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형수님.”“하지만…… 처음이라 아는 게 하나도 없어서…….”근식은 웃었다.“변호사님한테 얘기 해 놓겠습니다. 변호사 접견은 수시로 가
***“야, 한영호.”성진과 통화를 마친 근식이 심각한 표정으로 영호를 불렀다. 소파에 드러누워 핸드폰 게임을 하고 있던 용호가 고개만 돌려 근식을 쳐다보았다.“왜?”“형님이 김현식 국장이랑 통화할 때 누구 전화로 했냐?”“내꺼.”“강원도 갈 때 네 차도 끌고 갔었나?”“형님 차에 얹혀 가느라 안 가져갔었지.”막힘없는 용호의 대답에 근식은 잠시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머릿속이 정리가 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형님 구속되셨다. 압수수색 나온다고 하니까 너는 당분간 시온으로 출퇴근하는 걸로 하자. 핸드폰은 바꿔야 할 것 같다. 압수 목록에 네 이름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일이 어떻게 풀릴지 모르는 거니까. 너는 그 날 형님이랑 애들 데리고 밤낚시 간 거다.”심드렁한 표정으로 누워있던 용호가 근식의 말에 몸을 벌떡 일으켰다.“씨발 것들. 핸드폰 바꾼 지 얼마 안됐는데.”“증거 될만한 건 없지?”“우리 물고기님들께서 부지런히 그 새끼 뜯어먹어주셨다면 없지. 그 새끼 달아오던 때도 흔적 안 남기려고 별 지랄을 다 떨었는데 증거가 있겠냐?”주섬주섬 소지품을 챙긴 용호가 사무실 출입문을 열다 말고 근식을 돌아보았다. 그는 빨리 안 가고 뭐하냐는 표정으로 눈을 부라리는 근식을 향해 손가락 키스를 날렸다.“고생해, 자기.”“씨발 새끼가, 저 병 또 도졌네.”질색하는 근식을 향해 신나게 웃어준 용호가 갔다. 근식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몸서리를 쳤다. 가장 큰 건더기를 처리했으니 잔잔바리들을 처리할 차례였다. 그는 강릉까지 근태를 실어간 동생들을 불러 잡도리했다. 그들은 성진이 근태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직접 눈으로 지켜봤던지라 기강이 바짝 서 있는 상태였다. CCTV를 잘 피한 건 물론이고 서울을 벗어나는 과정도 여러 단계를 거쳐 조심해 꼬리가 잡힐 일이 없다고 장담했다. 혹시라도 흔적이 남아 걸리게 되더라도 조직에 피해가 가는 일이 없게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근식은 다 같이 술이나 한 잔씩 하라며 지갑에서 오만원권 너댓 장을 꺼
현식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효숙이 마중을 나왔다. 며칠 동안 시커멓게 죽은 낯빛으로 사람이 들어오건 말건 신경도 쓰지 않던 사람이 이렇게 태도가 바뀐 것이었다. 역시 그 깡패새끼의 말이 사실인 모양이었다. 그는 가방을 받아드는 효숙을 노려보았다.“왜요.”가방을 받아주었음에도 꼼짝 않고 서 있는 남편을 향해 효숙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경찰 쪽에 힘을 써 줄 사람이 남편 밖에 없었기에 그의 비위를 맞춰주러 나온 마중이었다. 절대로 남편을 향한 원망이 누그러진 게 아니었기에 목소리가 곱게 나오지 않았다.“당신, 경찰서에 갔었어?”“어떻게 알았어요?”“경찰서에…….”현식은 치밀어오르는 화를 꾹 누르느라 잠깐 말을 멈췄다.“근태 실종 신고 했어?”“네. 했어요.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요.”“도대체 누구 허락을 받고? 왜 쓸 데 없는 짓을 해서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느냐고!”일을 벌려놓고 당당한 효숙의 태도에 근식은 폭발했다. 손가락질을 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효숙이 당황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뒤이어 그녀에게도 분노가 들끓었다.“쓸 데 없는 짓? 쓸 데 없는 지잇? 지금 우리 근태 실종신고 한 게 쓸 데 없는 짓이라고 한 거예요, 당신?”“쓸 데 없는 짓이지, 그럼? 왜 물어보지도 않고 일을 만드냐고!”효숙이 현식의 가방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우리 아들이 사라졌어요! 연락도 안 돼서 불안해하는 나한테 당신, 뭐라 그랬어요? 조용히 반성하면서 공부나 하라고 대전 사찰에 보냈다면서요? 없대요! 대전 그 어느 사찰에도 우리 근태가 없었대요! 그래서 했어요, 실종 신고. 애 아빠라는 사람이 안 찾아주니까 경찰한테 찾아달라고 하려고요!”“내가 보냈댔잖아! 좀 잠잠해지면 어련히 알아서 잘 데리고 올까! 여편네가 겁도 없이 어딜 나서?”“그러게 물어보면 대답을 해주던가! 당신이 먼저 날 불안하게 만들었잖아요! 나라고 뭐, 좋아서 경찰한테까지 찾아간 줄 알아요?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잘못을 빌기는커녕 되레 따지기 시작하는 효숙의
근식은 아직 성진에게 해야 할 말이 남아 있었다.“형수님. 우리 지영이가 칵테일을 한 번도 못 마셔봐서 그런데요. 예전에 그 커피 맛 나는 칵테일 한 번 만들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근식이 던졌고.“어머! 커피 맛 나는 칵테일이요? 그런 게 있어요? 궁금해요, 언니! 아니, 힘드신데 무리하지 마세요.”“아니에요, 지영 씨. 힘들지 않고 어렵지도 않아요. 재료만 있으면…… 여기 주류 코너가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있어요, 주류 코너! 제가 알아요!”지영이 덥석 물었다. 그녀는 다시 민서의 팔짱을 끼고 조잘조잘 떠들면서 걸어갔다.“제가 또 한 커피 하거든요. 언니도 전에 제 커피 맛있다고 하셨죠? 그게 또 기술이 있어야 하거든요.”멀어지는 지영의 목소리를 배경삼아 근식이 말을 꺼냈다.“신경 쓰이는 점이 있습니다, 형님. 그 여자가 시온에 명함을 들고 찾아왔다고 하더라고요.”“명함? 늬들 명함 함부로 뿌리고 다녀?”“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애초에 가지고 다니는 애들도 없고요. 얍실이 말로는 그 여자가 아들 방에서 찾았다고 했답니다.”“귀찮게 됐네. 실종신고 한 경찰서가 어디래?”“그것까지는 안 물어봤지만, 뻔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개주둥이 곽 경사가 냄새 맡고 덤벼들지 않겠습니까?”근식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성진이 피식 웃었다.“건수 잡았다고 신나있겠군.”“직접적인 증거 같은 건 못 찾을 겁니다. 경찰서 앞에서 달아 올 때도 신경 많이 썼고요, 작업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습니다.”“그 새끼가 언제는 증거 가지고 덤비든? 지 꼴리는 대로 잡아들여 족치는 종자인데.”말의 내용과는 다르게 성진은 느긋한 표정이었다.“따로 생각해 두신 게 있습니까? 별로 걱정 안 되시는 거 같은데요.”“글쎄. 힘 써 줄 사람이 있을 듯도 해서.”성진이 말한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하는 사이에 주류 코너에 도착해버렸다. 근식은 생각을 멈췄다. 지영이 여러 병의 술을 들고 오는 게 보였기 때문에 머리가 아파졌기 때문이었다.“형수님. 생각해보니까
***“하아, 하아, 오빠 조금만 천천히.”숨넘어가는 소리로 애원하는 여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성진은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절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과 살이 맞부딪치며 나는 ‘탁탁’ 소리의 박자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밀어붙이는 남자의 힘에 흔들리는 여자는 애타게 오빠를 부르짖었다.“오, 오빠. 잠깐, 아흑, 오빠. 오빠…….”짧은 숨소리와 함께 성진은 여자의 질 안으로 몸을 깊숙이 파묻었다. 절정감에 몸을 움찔거리며 더 깊이 여자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내 사정이 끝나 시들해지는 성
평소보다 손님이 적은 편이었지만, 자정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새 손님이 들어왔다. 안을 한 번 둘러보고는 민서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아는 척을 하는 남자는 제법 낯이 익었다. 일행과 뭐라 말을 주고받으며 테이블이 아닌 바에 자리 잡고 앉았다.“가게도 작고 바텐더도 하나뿐이고…….”남자의 일행은 바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신통찮은 표정이었다.“가게는 작아도 칵테일이 괜찮아. 바텐더 아가씨도 예쁘고 조용하니 좋기만 하구만 괜히 궁시렁거리긴.”남자는 메뉴판을 받아들며 민서에게 슬쩍 윙크를 날렸다. 마주 웃어주는 민서의 얼
다시 요란하게 몸을 떨어대는 휴대폰을 쳐다보며 민서는 계속 망설이고 있었다. 정말 받고싶지 않았다. 언제나 그랬듯 사과부터 할 테지. 너무 사랑해서 그랬다느니, 너 없인 못 산다느니, 앞으로 정말 잘 하겠다느니 온갖 사탕발림을 늘어놓을 게 분명했다. 헤어질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매달릴 것이었다. 알았다고, 용서하겠다고 하기 전까지는 그만두지 않을 사람이었다.어떻게 이런 남자를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남자 보는 눈을 기르라던 손님의 말이 생각났다. 그래, 난 남자 보는 눈이 정말 거지같았던 거야.전화는 잠깐 끊어지는
달그락.글라스의 투명한 얼음 위에 보드카가 흘러내리며 작은 소리가 났다. 2온스. 양을 확인한 민서는 보드카 병을 내려놓고 깔루아를 집어 들었다. 보드카 양의 절반 정도 부어진 검은 커피 리큐어가 투명한 보드카와 잠시 층을 이루는가 싶더니 떨어지며 녹아내렸다. 보통 블랙러시안을 만들 때에는 한두 번 저어주는 법이지만, 이 손님은 늘 젓지 않은 블랙러시안을 주문했기에, 그녀는 그 상태 그대로 잔을 밀어 손님 앞으로 가져다 주었다.“주문하신 블랙러시안입니다.”보드카에 섞여가는 깔루아를 가만히 지켜보던 남자가 눈을 들어 그녀를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