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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2화

작가: 경옥
고요한 밤길에 마차 한 대가 안평교 뒤쪽에 살며시 멈춰 섰다. 심서준은 손을 뻗어 가림막을 열었다. 무심한 눈빛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자그마한 인영에 닿았다.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마치 울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곳은 번화가와는 조금 떨어진 성 외곽의 외딴곳이었다. 경치만 유독 운치가 있을 뿐, 평소에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었다.

사옥현이 첩을 들인 것 때문에 슬퍼하는 것일까. 이런 사람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가치가 없었다.

계연수는 돌상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그녀는 기나긴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아버지가 그녀를 안고 장터에서 어떤 간식을 먹고 싶은지 묻고 있었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서 웃고 있는 어머니를 보았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히며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차가운 바람이 그녀의 옷깃에 스며들고 머리카락이 뺨을 스치며 흩날렸지만, 그녀는 전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단지 모든 것이 예전 그대로 돌아갔으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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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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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mi kim
이명유 여전히 살아있네 심서준은 어찌할생각인지...이것드링 쫓아낼꺼면 빨리하지 이명유 명줄이 드럽게 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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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329화

    계연수는 지금 당장 어머니를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득하지 못해도 상관없었다.어머니는 때로는 고집을 부렸으나 딸이 끝까지 밀어붙이는 일이라면 결국은 따라주곤 했으니 말이다.먼저 집을 구해버리면 된다. 일이 이미 굳어버린 뒤라면 어머니도 더는 어쩌지 못하실 것이다.계연수는 눈을 내리깔았다. 말없이 잠시 서 있다가 점점 여위어 가는 어머니의 몸을 바라보니 가슴이 저려왔다.“이 일은 나중에 다시 말씀드릴게요. 어머니, 오늘은 일찍 쉬세요.”고씨는 딸의 손을 꼭 잡았다. 더 이야기하고 싶었으나 계연수의 얼굴에 스친 피곤을 보고는 많은 말을 삼켰다.“그래….”계연수가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밤바람이 복도를 스쳤다. 그녀는 숨을 내쉬며 목소리를 낮추어 춘화에게 물었다.“큰 외숙모가 또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춘화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작은 소리로 답했다.“큰 부인께서… 아가씨는 이제 큰 방에 기대어 사는 처지라 하시며, 은혜를 모른다 하셨습니다.”계연수는 밤빛 속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한층 옅어졌다.얼굴에 스친 기색은 비웃음 같았으나 실은 깊은 씁쓸함이 더 짙었다.춘화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과거 아버지가 계실 적, 고씨는 고가를 위해 아끼지 않았다. 두 외숙을 돕자고 늘 설득했던 이도 어머니였다.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냉대가 돌아왔다. 은혜를 모른다니, 그 말이야말로 아이러니였다.이 집안 두 사내의 입학에 힘쓴 이가 누구였던가? 계연수가 사옥현의 집에서 고단한 날을 보내면서도 명절마다 값비싼 물건을 보내왔던 일은 또 무엇이던가?그녀는 단 한 번도 계산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더 무엇을 바라란 말인가?초봄의 밤은 유난히 차가웠다. 계연수는 생각을 접고 다시 물었다.“오늘 새로 온 두 아이는 어떠느냐?”춘화가 재빨리 답했다.“훨씬 부지런합니다. 노부인 쪽에서 보낸 아이들입니다.”계연수는 비로소 안도했다.그러다 문득 오늘 밤 심서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마차 안에서 그가 단독으로 묻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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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41화

    벌써 혼인한 지 삼 년이 다 되어 가니 자식 문제를 걱정해 일부러 처방까지 써서 가져다주었건만, 문전에서 사람을 만나주지도 않고 체면만 차리다니.사금희는 한 번 더 냉소를 흘렸다.이대로 가다가는 사옥현이나 시어머니의 심기를 건드리게 될 텐데 그때 가서 울며불며 찾아와 애원해 봐야 소용없을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소매를 여미고는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은 채 그대로 돌아섰다.방 안의 시녀는 이 광경을 보고 사금희가 노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러나 대놓고 나으리 앞에 가서 작은 마님의 흉을 볼 수도 없어 마음속으로만 근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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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원이 물러난 뒤, 심서준은 고개를 들었는데, 높이 걸린 현판 위에 ‘숙기정강’ 네 글자가 창밖에서 스며든 빛에 걸려 먼지처럼 흩날리고 있었다.심서준은 그 아래에 한동안 서 있었는데, 그가 무엇을 생각하는지는 누구도 쉽게 읽어낼 수 없었다.그러나 방금까지 병풍 너머에 서 있던 문하는 달랐다. 늘 곁에서 심서준을 보좌해 온 그는 방금 대인께서 로원에게 던진 마지막 한마디에서 미묘한 기류를 느꼈다.대인은 사람을 칭찬하지 않는다. 더구나 국자감의 하찮은 감생 하나를 눈에 담을 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방금 그가 한 말은 분명 로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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