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심서준은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그러다 방 안에서 누군가 계연수를 불러 가운데로 이끌어 세우는 모습을 보았다. 계연수는 여전히 태연하고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그는 옅게 웃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방 안에서 고하운은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명문가 출신 규수들이 계연수를 둘러싸고 있었고 그녀는 그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가고 있었다.하지만 고하운 자신은 가장자리에서 서 있을 뿐이었다. 한마디도 끼어들 수 없었고 그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그 순간, 문득 후회가 밀려왔다.계연수를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다.*심소연이 계연수 앞에 서서 물었다.“언니께서 보셨다는 필사본 말입니다. 그 안의 글이 지금 전해지는 판본과 다른 부분이 있었나요?”계연수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몇 군데 차이가 있었습니다. 허사의 쓰임이 조금 다르고 그로 인해 전체의 분위기도 미묘하게 달라지더군요.”잠시 생각하듯 말을 이었다.“다만 제가 깊이 연구한 것은 아닙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몇 번 본 것이 전부라 지금은 기억이 희미한 부분도 많습니다. 아는 범위 안에서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그 대화는 점점 더 깊어졌고 고하운이 듣기에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어느새 이야기는 ‘교감’과 ‘훈고학’ 같은 학문 이야기로 넘어가 있었다.고하운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그리고 마음 깊은 곳에서 차마 감당하기 힘든 수치심이 올라왔다.*한편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즈음 심소연이 다시 제안을 했다.“그럼 이번에는 파초와 대나무 그림자를 주제로 시를 지어 보는 건 어떨까요? 한 사람씩 한 구절씩 이어 가는 방식으로요.”몇몇 아가씨들이 곧장 동의했다.계연수는 그 말을 듣고 고하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희미하게 창백해져 있었다.계연수는 조용히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그리고 사람들이 없는 구석으로 이끌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이
계연수는 천천히 눈을 들어 올렸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여기 계신 분들께서 이미 고전과 전고를 깊이 살펴 정밀하게 풀이해 주셨습니다. 말씀도 충분히 두루 갖추어져 있어 저는 그저 듣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을 뿐입니다. 그러니 더 보탤 만한 의견은 없습니다.”그녀의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이어졌다.“다만 문득 옛일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아버지와 함께 서재를 정리하던 중, 남강의 유서를 필사해 둔 사본 한 권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 금곡의 연회와 유람을 언급한 시구가 있었는데 표현이 매우 소박해 다른 글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잠시 말을 멈췄다가 계연수는 담담히 덧붙였다.“아마 시대의 풍조가 무엇을 숭상하느냐, 또 문장을 가려 뽑는 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이 자리에 있는 분들께서 말씀하신 것 역시 모두 훌륭한 의견이라 생각합니다.”말이 끝나자, 방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특히 ‘시대의 풍조가 무엇을 숭상하느냐, 또 문장을 가려 뽑는 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느냐’라는 말은 마치 핵심을 찌르는 한마디처럼 울렸다.게다가 남강의 유서 같은 것은 극히 드문 학문이었다. 평범한 과거 응시자들조차 알기 어려운 것이니 규방의 아가씨들이라면 더더욱 접하기 힘든 것이었다.그만큼 계연수의 학문이 얼마나 폭넓은지 짐작할 수 있었다.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계연수에게로 모였다.방 한쪽 가장 구석에 앉아 있던, 수수한 차림의 그 여인.마치 깊은 골짜기에 홀로 피어난 난초 같았고 먼지가 덮여 있던 진주가 빛을 드러낸 듯, 사람들로 하여금 새삼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자세히 보면 그녀의 차림새는 평범한 치마저고리에 가까웠고 장신구도 간소했다.그런데도 묘하게 서로 어울려 몸가짐에서는 단정한 기품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가느다란 몸선은 균형이 잡혀 있었고 눈썹과 눈매는 그림처럼 또렷했다. 꾸미지 않아도 타고난 아름다움이었다.그 가운데 임태부의 손녀 임장월은 계연수를 알아보았다.예
최씨는 곧바로 고하운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그녀는 시어머니가 왜 고하운을 초대했는지 알고 있었다. 노부인이 눈여겨본 아가씨라 했다.솔직히 말해 그녀 눈에는 특별히 다른 점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런 인물과 친하게 지내 두는 것은 결코 나쁠 일이 아니었다.최씨는 고하운을 데리고 한쪽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방 안에 있는 아가씨들을 하나씩 소개해 주었다.태부의 손녀가 있고 한림학사의 외동딸이 있으며 후작부의 규수도 있고 자신의 친정 여동생도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가 귀한 집안 출신들이었다.고하운은 멍하니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집안의 규수들을 평생 어디서 만나 보겠는가? 자연스레 기가 죽지 않을 수 없었다.한편 계연수는 최씨가 먼저 고하운을 데리고 가 버리는 모습을 보았지만 딱히 마음에 담아 두지는 않았다. 그녀도 뒤따라 들어가 조용히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방 안에서는 이미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아가씨들은 금곡주수의 고사를 두고 이야기하며 한창 흥이 올라 있었다.녹색 옷을 입은 한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세설신어’에 보면 사안이 금곡을 난정에 비유한 옛이야기가 나오지요. 아마 벌주 규칙과 관련된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그러자 단정한 자태의 분홍 옷을 입은 아가씨가 웃으며 덧붙였다.“저도 들은 적은 있어요. 다만 ‘진서’에 나오는 금곡의 이야기는 난정에서 곡수에 잔을 띄우던 풍류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지요.”방 안의 아가씨들은 저마다 생각을 덧붙이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그러나 고하운은 옆에서 듣다가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그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그녀가 전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심지어 한 번도 들어 본 적조차 없었다.이것이 바로 심가 규수들의 학식인가.가슴이 점점 조여 들었다.고하운 옆에 앉아 있던 최씨가 웃으며 말했다.“고씨 셋째 아가씨도 한 번 의견을 말씀해 보시겠어요?”고하운의 속은 이미 떨리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괜히 입을 열어 웃음거리가 될 용기는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이미 가시방석에
계연수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다. 부드럽고 나긋한 음색이 마치 사람을 홀리는 주문처럼 은근히 스며들었다.심서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걱정이 담긴, 맑고 투명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분홍빛 원령의 안쪽으로 보이는 흰 교령 아래의 피부는 눈처럼 희었고 벚꽃빛 입술 위에는 아직 희미한 이 자국이 남아 있었다.눈매는 물처럼 부드러웠다. 장식이라곤 거의 없는 단정한 머리 모양은 그녀를 더욱 연약해 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누군가 쉽게 괴롭힐 수 있을 것처럼.심서준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계연수의 뺨을 만지고 싶었다.그러나 손은 중간에서 멈추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계연수 앞에서는 언제나 스스로를 억누르기 어렵다는 것을.만약 지금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해 온 얼굴에 손을 대는 순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그 자신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심서준은 눈을 가라앉혔다. 계연수 곁에 짚고 있던 손을 천천히 거두어 옆으로 내렸다. 그리고 쉰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괜찮습니다. 이쪽 작은 길로 곧장 나가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곳에는 사람이 오지 않습니다.”계연수는 그의 말을 듣고도 바로 떠나지 못하고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헌데 대인께서는…”심서준의 얼굴이 어딘가 괴로워 보였기 때문이다.그는 그녀를 한 번 바라보고 낮게 말했다.“괜찮습니다. 먼저 가세요.”그 말을 듣는 순간, 계연수의 가슴이 살짝 조여 들었다. 하지만 결국 아무 말 없이 그의 앞을 지나 조심스럽게 몸을 빼냈다. 작은 발걸음이 서둘러 길 위를 지나갔다.심서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분홍빛 옷자락이 양옆의 목련나무 사이로 점점 멀어졌다. 그 모습이 희미해질 때쯤에서야 그는 시선을 거두고 반대편 길로 걸음을 옮겼다.*계연수가 작은 길을 빠져나오자마자 길잡이 어멈이 그녀를 발견하고 급히 다가왔다.“아이고, 이제야 찾았습니다! 방금 어디로 가셨던 겁니까?”계연수는 차분히 대답했다.“뒤에서 걷다가 일행을 놓쳐서 그만 길을 조금 헤맸다.
심서준은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계연수의 말을 들었다.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녀의 눈은 맑고 투명했다. 그 눈동자에는 거짓이라곤 조금도 섞여 있지 않은 듯했다. 정말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그런데도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그녀는 심정우를 향해 여러 번 웃어 보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자신에게는 그런 웃음을 지어 준 적이 없었다. 조금 전에도 심정우를 바라보며 잠시 넋을 놓고 있었지 않았던가.설마 그녀의 눈에는, 자신보다 심정우가 더 잘생겨 보이는 것일까.심서준은 고개를 숙인 채 계연수를 똑바로 내려다보았다.그 시선이 너무 깊고 무거워 계연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의 시선이 천천히 아래로 떨어지자 계연수의 희고 가느다란 목이 눈에 들어왔다.어젯밤, 그는 그곳을 살짝 물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그는 정말로 힘껏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그녀가 자신의 사람이라는 표시처럼.하지만 끝내 그러지 않았다. 아직 그녀는 아무것도 승낙하지 않았으니까.만약 그녀가 정말로 승낙한다면 그는 그 자리에 깊게 입을 맞추었을 것이다.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자 심서준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몸도 모르게 그녀 쪽으로 조금 더 기울어졌다. 그녀에게서 풍겨오는 부드러운 향기를 맡으며 단정한 눈썹을 바라보다가 낮게 쉰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시회에 그대의 셋째 여동생을 부른 것은 제 넷째 형수의 독단적 행동입니다. 심가의 뜻은 아니니 괜히 다른 생각 하지 마세요.”계연수는 원래 이 일을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다만 다른 의미로 오해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을 뿐이었다.입을 열어 말을 하려던 순간, 심서준이 가까이 내려다보는 시선에 가슴이 다시 철렁 내려앉았다.지금 그의 얼굴은 너무 가까웠다. 뒤로 물러나고 싶어도 벽에 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소매 끝을 꼭 쥐며 말했다.“지난번에 심씨 노부인께서 제 큰 외숙모와 셋째 여동생을 부르셨잖아요. 그때 보니 노부인께서 제 셋째 여동생을 꽤 좋아하시는 것 같아서요
지금은 여전히 바깥이었다. 심서준이 이렇게 그녀를 벽에 몰아세운 채 서 있으니 계연수는 더더욱 쓸데없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어젯밤의 일이 자꾸 떠올랐다.그녀는 감히 심서준의 눈을 마주하지 못했다. 콧등에는 어느새 얇은 땀이 맺혀 있었다.심서준은 눈을 내려 제 앞에 붙들려 있는 계연수를 바라보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살짝 비켜 두고 있었다. 몸에는 분홍빛 절지화 문양의 원령의를 입고 있었고 귀에는 점취 장식에 진주가 박힌 푸른 귀걸이가 달려 있었다. 그 귀걸이는 희고 살짝 분홍빛이 도는 귓불 위에서 가볍게 흔들렸다.가늘게 그린 눈썹에는 봄날의 풍월이 스며 있는 듯했고 고개를 숙인 눈가에는 안개 낀 물빛 같은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 마치 가늘게 내리는 봄비처럼 잔잔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녀의 도톰한 입술 위에는 옅은 이 자국이 남아 있었고 뺨에는 희미한 홍조가 번져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심서준의 목이 조여 들었다.그러나 그의 눈빛은 여전히 깊고 냉정했다. 쉰 목소리에는 은근한 엄숙함이 담겨 있었다.“그대와 심정우는 따로 왕래하고 있는 것입니까?”계연수는 왜 그 질문이 나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제 겨우 두 번째 만남일 뿐이지 않은가.그녀는 큰 소리를 낼 수도 없어 고개를 들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심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마치 무언가 숨기듯 부인하는 모습에 입가에는 저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그의 눈은 원래도 위엄 있는 봉황눈이었는데 지금처럼 가늘게 뜨니 계연수의 눈에는 그저 무섭게만 보였다. 그 시선은 사람 속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계연수는 정말로 그 눈빛에 겁이 났다. 얼굴이 조금 창백해지고 어깨도 무의식적으로 뒤로 움츠러들었다.심서준은 잠시 멈칫했다.그는 원래부터 계연수가 자신을 약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겁을 낼 줄은 몰랐다.그저 한마디 물었을 뿐인데 그녀
사금희는 계연수와 사옥현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계연수는 더 이상 사금희와 의미 없는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옥현은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며 여인들끼리 입씨름을 벌이는 것을 극도로 혐오했다. 그러니 이제 그에게 이 집안에서 대체 누가 입씨름을 좋아하는지 알게 할 때도 되었다.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은 후, 계연수는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고 사금희를 바라보며 말했다.“형님, 계속 이렇게 근거도 없는 말을 하실 거면, 저는 더 이상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나으리는 대리시의 시정이면서 한쪽 말만
“조금 전 했던 말은 내 실수였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우리 사이는 이 지경에 이를 정도로 최악은 아니지 않았느냐.”“내일이 할머니 생신이니 그전까지 잘 생각해 보거라.”“연수야, 나는 너와 여생을 함께 보내자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말을 마친 사옥현은 고개를 숙인 채로 서 있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한참이 지났지만 그녀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의 몸싸움 덕분에 머리에 하고 있던 비녀가 빠지며 바닥에 떨어졌고 머리카락 몇 가닥이 어깨를 타고 내려와 얼굴에 드리워져 있었다.아련한 옆모습은 여전히
계연수는 그저 이 상황이 불편할 뿐이었다.그녀는 더 이상 그가 가까이 다가오거나 신체적 접촉이 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히고 사옥현의 눈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나으리, 저는 한 번도 예전의 나날들을 좋아한 적 없습니다. 해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도 않아요.”“우린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제 마음이 변했다고 이해하셔도 좋습니다.”마음이 변했다는 말은 비수가 되어 사옥현의 가슴을 찔렀다. 그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계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연수야, 홧김에라도 그런 말은 하는 게
계연수는 고개를 돌려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대체 사옥현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이유야 어찌 됐건 노부인의 뜻은 명확했다. 노부인은 여전히 그녀와 사옥현의 사이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모양이었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내뱉었다. 가슴에 묻어둔 말을 이제는 꺼낼 때가 온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들고 노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3년 전 나으리와 혼례를 올리고 그분의 부인이 된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한 번도 그분을 원망한 적 없습니다. 애초에 제가 혼서를 들고 찾아왔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