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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8화

Author: 경옥
임씨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몸을 억지로 일으켜 사옥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제 아들의 눈 속에 서린 노골적인 혐오를 똑똑히 마주한 순간, 심장이 칼로 저며지는 듯 아파 왔다.

그녀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어미가 정말 무슨 잘못을 했다 한들… 그래도 나는 네 어머니인데…”

사옥현이 참지 못하고 울부짖듯 외쳤다.

“차라리 당신이 내 어머니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씨는 넋이 나간 얼굴로 사옥현을 바라보았다. 예전엔 단 한 번도 그녀의 속을 썩인 적 없던 아들이었다. 늘 믿음직하고 걱정할 일 없던 아이였는데, 어느새 이렇게 피폐하고 낯선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곧이어 사옥현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머니는 예전에 연수를 그렇게 몰아붙였잖습니까. 그렇게까지 괴롭혔잖아요. 이제 만족하십니까? 우리 모두 이렇게 망가졌는데, 이제 속이 시원하십니까!”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임씨 앞에 내던졌다.

“이건 조모님께서 어머니께 전하라고 하신 겁니다. 이제 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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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697화

    계연수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어디도 가고 싶지 않아요.”그녀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이제 막 주방 일을 맡았잖아요. 저희가 자리를 비우면 아무래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요.”심서준은 계연수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말에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곧장 결론을 내렸다.“성동에 새로 문을 연 주루가 하나 있다. 거기엔 네가 아직 먹어 보지 못한 음식도 있을 것이다. 오늘 저녁은 내가 함께 가 주마.”계연수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다음에 가면 안 될까요?”심서준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다음에는 내가 시간이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계연수를 안아 들고 일어섰다.심서준은 창밖을 한 번 바라본 뒤 덧붙였다.“지금 나가면 딱 좋겠군.”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계연수를 바라보았다.“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오늘 함께 사 주마. 준비하고 나오거라. 나는 밖에서 기다리겠다.”계연수는 멍하니 심서준이 그대로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곧이어 용춘이 안으로 들어왔다.계연수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피어올랐다.심서준은 늘 그랬다.그녀의 생각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그가 결정을 내리면 다른 사람은 그저 따를 뿐이었다.그러면서도 그녀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한 일로 예민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각하지 말자고.설령 심서준이 자신의 의견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 해도, 조금만 참으면 지나갈 일이었다. 무슨 큰일도 아니지 않은가.게다가 심서준은 어려서부터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 자기 뜻을 굽히는 법이 없는 사람이었다.그러니 이런 일 하나 때문에 그와 다툴 수도 없었다.일이 커지면 심씨 노부인 쪽도 상대하기 어려워질 테니까.계연수는 간단히 몸단장을 마친 뒤 밖으로 나갔다.심서준은 복도 아래에 두 손을 뒤로 한 채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말없이 서 있는 뒷모습은 크고 곧았지만, 어딘가 서늘한 기운도 함께 풍겼다.

  • 주문춘귀   제696화

    계연수는 요즘 심서준이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유독 자신에게 변덕을 부려서가 아니었다. 애초에 계연수는 늘 그의 감정을 읽어 내지 못했다. 분명 화가 났을 것이라 생각하면 정작 그의 태도는 그렇지 않았고, 반대로 아무렇지 않을 거라 여긴 순간에는 눈가와 미간에 알 수 없는 불쾌함이 어려 있는 듯했다.심서준은 원래도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이 아니었다.기뻐하는 모습조차 좀처럼 보기 어려웠고, 계연수는 지금까지 그가 크게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계연수의 눈에 심서준의 표정은 늘 두 가지뿐이었다.하나는 왠지 기분이 나빠 보이는 얼굴. 다른 하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얼굴.지금도 마찬가지였다.어딘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지만, 왜 그런지는 전혀 알 수 없었다.심지어 자신이 잘못 본 것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계연수는 고개를 들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일은 다 끝나셨나요?”심서준은 낮게 응답했다.그러고는 그녀 곁에 앉아 계연수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왜 서재로 들어오지 않았느냐?”계연수는 솔직하게 답했다.“후작께서 너무 바빠 보이셔서요. 괜히 방해가 될까 봐…”그러다 문득 생각난 듯 말을 이었다.“마침 옆채에 비어 있는 방이 하나 있잖아요. 그곳을 제 서재로 꾸미고 싶어요. 그러면 후작께서 공무를 보실 때 방해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심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계연수를 바라보았다.계연수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눈빛도 밝았다. 진심으로 그곳을 자신의 서재로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생각해 보면 저렇게 말한 것 자체가 이미 그녀의 뜻을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심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계연수는 언제나 적당한 선을 잘 지켰다. 마치 자신과 부부라는 관계에서조차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사람 같았다.그는 손을 뻗어 계연수의 손을 가볍게 쥐었다.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시선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내 거처에 남는 방이 있긴

  • 주문춘귀   제695화

    방 안에 남은 백씨는 계연수와 최씨가 함께 멀어져 가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얼굴에 걸려 있던 옅은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그녀는 아직 김이 오르는 찻잔을 내려다보며 미간을 가볍게 눌렀다.그때, 장 어멈이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부인께서는 정말 주방 일을 둘째 부인께 맡기실 생각이십니까? 그 안에 걸린 이권이 적지 않은데요…”백씨는 입가를 아주 살짝 올렸다. 하지만 눈에는 조금의 웃음기조차 없었다.“노부인께서 이미 말씀하셨는데 내어주지 않을 수도 없지.”그녀는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주방이라는 곳은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기름이 둥둥 뜬 물 같지만, 그 밑에는 사람 하나쯤은 빠져 죽을 진창이 깔려 있다. 아랫사람들을 다루는 건 어렵지 않다. 헌데 사람 마음까지 다스릴 수는 없지. 욕심까지 막을 수는 더더욱 없고. 남의 돈줄을 끊어 버리면 그때부터는 통제가 쉽지 않다. 권위를 세우려면 먼저 사람들이 따라야 한다. 헌데 지나치게 엄하게 굴면 오히려 불만만 사서 역효과가 나지. 눈은 두 개뿐인데 언제까지고 모든 걸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느냐? 아랫것들 가운데는 아첨에 능한 자도 있고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자도 있다. 그런 부류가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법이지.”백씨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나조차도 이 일을 맡으며 힘에 부친다고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는 계연수가 이 흐린 물을 정말 휘저을 수 있을지 한번 지켜보려 한다.”*한편, 계연수는 돌아온 뒤에야 심서준이 집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는 지금 서재에 있었다.요즘 심서준은 아침 일찍 나갔다가 늦은 밤에야 돌아오는 날이 많았다.어떤 날은 아예 밤에도 돌아오지 않고 사람만 보내 소식을 전하곤 했다.계연수는 장부를 안고 서재로 들어갔다.안에는 심서준이 앉아 있었다.그녀가 들어서자 심서준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 번 바라보았다가 다시 시선을 내렸다.그 한 번의 눈길은 차갑고 담담했다. 마치 지금 들어온 것이 그의 일을 방해한 것처럼 느껴졌

  • 주문춘귀   제694화

    백씨의 말은 빈틈이 없었고, 계연수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 역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그녀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 눈매에는 옅은 웃음이 어려 있었고, 온화하고 단아한 모습 그대로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형수님께서는 너무 치켜세우지 마세요. 저는 예전부터 집안 살림을 맡아 본 적이 없습니다. 그 사실은 형수님께서도 잘 아실 텐데요. 앞으로는 오히려 제가 자주 형수님을 찾아와 귀찮게 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백씨는 계연수를 바라보았다.곱게, 귀하게 자란 티가 나는 사람이었지만 차림은 의외로 수수했다. 그녀는 연노란색 입깃 달린 비단 옷을 입고 있었고, 목에는 장신구 하나 걸치지 않았다. 귀에는 푸른 옥 귀걸이 한 쌍이 드리워져 있었고, 머리에는 옥비녀 두 개만 꽂혀 있었다.그런데도 이상하리만치 모든 것이 잘 어울려 눈길을 끌었다.게다가 계연수는 언제나처럼 온화한 태도로 말했다. 손에는 상아 부채를 쥐고 있었고, 가늘게 휘어진 눈썹 아래로는 성품 좋고 말하기 편한 기색이 묻어났다.하지만 그동안 심씨 노부인이 여러 차례 계연수를 곤란하게 했음에도, 정작 계연수는 한 번도 마음에 담아 두는 법이 없었다.오히려 최근 들어 심씨 노부인이 그녀를 두 차례나 칭찬하기까지 했다.첫 번째는 칠팔 일 전이었다.계연수의 그림이 황제의 눈에 들어 총애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심서준이 전해 왔고, 심씨 노부인도 크게 기뻐하며 집안 아가씨들에게 계연수를 본받아 재능을 배우라고 말했었다.또 한 번은 사흘 전이었다.계연수가 심씨 노부인을 모시고 꽃구경을 나갔을 때였는데, 뜻밖에도 꽃차를 달이는 솜씨까지 뛰어나 다시 한 번 칭찬을 받았다.백씨는 자신이 수십 년 동안 심씨 노부인 곁에서 지내며 이미 그 성정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부인을 상대하는 일이라면 누구보다 능숙했다. 하지만 노부인의 칭찬을 받는 일은 의외로 드물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심씨 노부인 앞에서 계연수를 헐뜯고 있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노부인이 다시 계연수를 칭찬

  • 주문춘귀   제693화

    이 방에는 심서준의 명이 없으면 시녀들도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했다.심서준은 그대로 그녀를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두 사람이 서로의 몸을 본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번에는 심서준의 심기가 분명 좋지 않아 보였다.그는 욕조 가장자리에 기대 앉아 있는 계연수를 바라보았다.조금 전의 나른함이 사라진 목소리에는 서늘한 기색이 배어 있었다.“그렇게까지 나와 가까워지는 게 싫은 것이냐?”계연수는 잠시 멈칫했다.그의 말 속에 담긴 불쾌함을 알아차리고는 작게 대답했다.“아니에요.”심서준의 입가에는 옅은 비웃음이 걸렸다.그는 계연수를 제 앞으로 끌어당겼다.계연수가 몸을 물속으로 더 깊이 숨기려는 모습을 바라보며, 심서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직이 말했다.“혼인도 했으니 넌 이미 내 사람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게 매달려 있었으면서 이제 와서는 내가 보는 것도 싫은 것이냐?”계연수는 놀란 듯 고개를 들어 심서준을 바라보았다.가늘게 접힌 그의 눈은 깊고도 어두웠다.그 시선을 마주하자 가슴이 괜히 조여 왔다.그녀는 멍하니 그를 바라볼 뿐 무어라 답하지 못했다.심서준은 젖은 손으로 다시 그녀의 뺨을 쓸어내렸다.그 얼굴에는 거절을 허락하지 않는 강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은 것이냐?”그는 다시 몸을 숙여 계연수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사적인 자리에서는 날 부군이라 부르라고 하지 않았더냐. 방금 전 침상에서 했던 말도 벌써 잊은 것이냐?”주변은 하얀 수증기로 가득했다. 그 속에서 심서준의 눈빛은 위험할 만큼 날카로웠다.그의 존재감은 너무도 강했다. 마치 빈틈없이 스며들 듯 계연수의 모든 영역을 파고들었는데, 계연수로서는 도저히 그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감정조차 그의 손아귀 안에 놓인 듯했다.반박하고 싶어도 심서준이 주는 압박감 앞에서는 결국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턱을 붙들린 채 다시 고개를 들게 된 계연수는 순순히 그의 깊고도 다정한 입맞춤을 받아들였다.계연수는 오늘만큼은 심서준이 밖에 나가지 않을 줄 알았다

  • 주문춘귀   제692화

    계연수는 심서준의 질문에 순간 숨이 턱 막혔다.그런 걸 어찌 자신에게 묻는단 말인가.계연수는 고개를 돌린 채 못 들은 척하려 했지만, 심서준은 그녀의 턱을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결국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시간이 늦어지면 문안드리는 데 지장이 생길까 봐요.”심서준은 점점 붉게 물드는 계연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옅고 담담하던 눈빛에도 어느새 짙은 기색이 스며들었다. 그의 손은 이미 계연수의 옷자락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어젯밤에 이미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오늘 아침에는 문안을 가지 않는다고.”계연수는 심서준이 미리 그런 이야기까지 해 두었을 줄은 몰랐다. 그녀는 시선을 돌렸지만 굳이 피하지는 않았다.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이미 여러 날 가까이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는 심서준을 한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두 팔을 들어 그의 목을 감쌌다.심서준은 붉어진 얼굴의 계연수를 내려다보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러자 손길도 한층 더 거침없어졌다.그날은 유난히도 길었다.모든 것이 끝났을 때는 이미 정오가 훌쩍 지나 있었다.심서준이 최근 들어 지나치게 바빴던 탓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하지 못했다.하지만 계연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심서준의 품을 그리워하긴 했지만 탐욕스러운 성정은 아니었으니, 적당한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반면, 심서준은 달랐다. 계연수는 그만하면 됐다고 생각했지만, 심서준에게는 아직 시작 단계일 뿐이었다.침상 휘장이 걷혔을 때, 계연수는 몸을 일으킬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심서준은 흰 바지를 입은 채 몸을 일으켜 침상 위를 내려다보았다.계연수는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적잖은 불만이 담겨 있는 듯했다.하지만 그 모습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았다.지친 탓인지 젖은 얼굴과 붉어진 눈가, 코끝이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그저 한없이 사랑스럽고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심서준은 그녀가 왜 자신을 노려보는지 알고 있었다.처음에는 분명 그의 품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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