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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Author: 경옥
최성군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다만 최은조는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최성군이 거대한 산처럼 숨 막히게 느껴질 뿐이었다. 그의 숨결은 사방을 에워싸 그녀가 어디로 가든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최은조는 눈을 살짝 내리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 마주 선 마차 쪽으로 다가갔다. 최성군이 손을 내밀어 부축하려 했지만,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고 혼자 마차에 올랐다.

최성군은 조용히 그녀가 피하는 듯한 몸짓을 지켜보다, 그녀가 마차 안에 자리를 잡자 천천히 따라 올라탔다.

마차 안에는 둘만 남았다. 최성군은 조용히 그녀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고, 마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렇게 급하게 날 피하는 것이냐?”

최은조는 대답하지 않고, 옆으로 스치듯 지나가는 차창 발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최성군은 속으로 씁쓸히 생각했다. 그가 제 마음을 드러낸 뒤부터 최은조는 줄곧 이런 식이었다. 대답조차 건성으로 넘긴 채,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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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문춘귀   제881화

    고하운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셨다.알고 있었다. 그녀 역시 처음부터 줄곧 알고 있었다.그저 계연수 앞에서만큼은 어떻게든 자존심을 세우고 싶었다. 자신도 남부럽지 않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어, 그토록 조급하게 제 행복을 떠벌린 것이었다.그러나 계연수는 불과 몇 마디만으로 그녀가 공들여 지켜 온 체면을 무너뜨렸다. 그보다 고하운을 더욱 견디기 힘들게 한 것은, 그 모든 이야기를 대수롭지 않게 흘려듣는 계연수의 무심한 태도였다. 마치 자신이 그토록 애써 자랑한 것들이 애초부터 견줄 만한 가치조차 없다는 듯했다.계연수는 고하운이 누리고 있는 지금의 삶을 굳이 망가뜨릴 생각이 없었다. 창가로 스며든 늦은 햇살이 장부 위에 엷게 내려앉은 가운데, 그녀는 한동안 말없이 고하운을 바라보다가 진심을 담아 입을 열었다.“나는 네가 잘 살기를 바란다. 너와 나를 견주어 본 적도 없고.”나지막한 목소리에는 조롱도 노여움도 묻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나치게 담담해서, 고하운은 더욱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내가 대체 너와 무엇을 비교해야 하느냐? 네가 잘못 산다고 해서 내가 너를 비웃고 조롱하기라도 할 것 같으냐? 내 손으로 처리해야 할 일만 해도 산더미인데, 어디에 그런 일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겠느냐?”계연수는 손끝으로 장부 가장자리를 가볍게 누르며 말을 이었다.“너는 단 한 번도 나를 제대로 알려고 한 적이 없구나. 어려서부터 함께 자랐으면서도 말이다.”방 안에는 향로에서 피어오른 은은한 침수향만이 고요히 감돌았다. 계연수의 목소리는 여전히 평온했으나, 이어지는 한마디 한마디는 고하운의 가슴속 가장 아픈 곳을 어김없이 파고들었다.“처음부터 지금까지 내가 너에게 무슨 잘못을 했느냐? 오히려 네가 내게 한 일을 돌아봐야 하는 것 아니냐? 네 어머니가 예전에 저지른 일들을 네가 정말 하나도 몰랐다고 할 셈이냐?”고하운의 낯빛이 다시 한번 새하얗게 질렸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지만, 그녀는 옷자락을 움켜쥔 채 넋이 나간 듯 계연수만 바라보았

  • 주문춘귀   제880화

    계연수는 용춘에게 물러나 있으라는 눈짓을 보냈다.아이 소식이 없다는 말은 고하운만 꺼낸 것이 아니었다. 심서준과 혼인한 지도 어느덧 일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태 태기가 없으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편이 오히려 이상했다.일전에 태의가 찾아와 진맥한 적도 있었지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러니 계연수 역시 조급해하지 않았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몸을 돌보다 보면 언젠가는 자연스레 소식이 찾아올 터였다.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런 일은 인연이 닿아야 하는 법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소식이 올지도 모르니, 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구나.”지나칠 만큼 평온한 계연수의 얼굴을 바라보던 고하운은 입가의 미소가 잠시 굳었다.지금 자신이 사촌 언니보다 나은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기껏해야 자신이 먼저 아이를 가졌다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정작 계연수는 그 사실을 조금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고하운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저와 사촌 언니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랐잖아요.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언니가 걱정되어서 그래요.”계연수는 할 말이 있으면서도 선뜻 꺼내지 못하는 고하운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우스운 마음이 들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거라.”그러자 고하운이 계연수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요즘 심 후작께서 언니 처소에 잘 들지 않으신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아직 아이가 생기지 않는 거예요?”계연수는 들고 있던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고하운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밖에서 들었어요.”“밖의 누구에게?”계연수의 거듭된 물음에 고하운은 손에 쥔 손수건을 단단히 움켜쥐었다.“잘 기억나지 않아요.”그렇게 대답하면서도 고하운의 시선은 집요하게 계연수의 눈매를 좇았다.사실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고하운이 제멋대로 짐작한 것에 불과했다.계연수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이든, 심서준의 총애를 잃은 것이든, 어느

  • 주문춘귀   제879화

    황후의 말에는 계연수가 섣불리 답을 보탤 수 없었다. 그녀는 그저 황후의 말벗이 되어 한동안 담담히 이야기를 나누었고, 점심 수라까지 함께한 뒤에야 궁을 나섰다.그런데 궁문을 막 나서던 순간, 문밖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서 있는 심서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계연수의 가슴 한구석이 또다시 조용히 흔들렸다.아마 태후가 이 시기에 자신을 노릴까 염려해서였을 것이다. 지난 몇 달 동안은 계연수가 어디를 가든 심서준은 한 번도 빠짐없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이제는 그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되어 있었다.문득 그녀는 생각했다. 언젠가 심서준이 그저 일이 바빠 나오지 못하는 날이 온다면, 이유를 알면서도 마음 한편이 허전하고 서운해질 것 같다고.사람은 결국 익숙함이라는 것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모양이었다.마차에 오르자마자 계연수는 심서준의 품에 몸을 기댔다. 그제야 잔뜩 긴장했던 몸에서 힘이 스르르 풀려나갔다.그녀는 궁에 들어가는 일이 조금도 좋지 않았다.집으로 돌아가면 아무리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도 이미 익숙한 공간이니 차분하게 하나씩 처리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궁은 달랐다. 말 한마디, 걸음 하나까지도 예법을 살펴야 했고,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었다.계연수는 눈을 감은 채 심서준의 품에 더 깊이 몸을 묻었다. 나른한 한숨이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역시 그의 품은 따뜻했다.심서준은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쓸었다. 차갑게 식은 볼이 손끝에 닿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돌아가면 한숨 자거라 아직 못 끝낸 일은 미뤄 두고, 방 어멈과 내가 거둬들인 관사들에게 맡기면 된다.”원래부터 계연수는 부지런한 성정은 아니었다. 다만 자신의 자리에 있는 이상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왔을 뿐이었다. 더구나 겨울만 되면 몸도 마음도 한층 게을러지곤 했기에, 심서준의 말은 오히려 바라던 제안이었다.“알겠습니다.”계연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그 느릿하고도 순한 대답에 심서준은 입가를 살짝 휘어 웃더니,

  • 주문춘귀   제878화

    계연수는 이 시각에 황제가 매원에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 눈발 너머로 선명한 명황색 옷자락이 가까워지자, 그녀는 정여미와 함께 황급히 몸을 낮추어 문안을 올렸다.황제는 두 사람 앞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시선은 계연수 곁에 피어난 원앙매에 잠시 머물렀다. 하나의 꽃받침에서 두 송이가 나란히 피어나는 까닭에 원앙매라 불리는 꽃이었다. 소복이 내려앉은 흰 눈 아래, 맞붙어 핀 두 송이의 매화가 찬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이윽고 황제는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계연수와 정여미를 차례로 훑어본 뒤 일어나라 명했다.“짐은 행매를 가장 좋아하니, 심씨 부인은 행매를 그리면 될 것이다.”계연수는 시선을 내리깔고 공손히 대답했다.“폐하의 분부를 받들겠습니다.”그녀의 눈길은 시종 황제의 얼굴까지 올라가지 못한 채, 눈 위로 길게 드리워진 명황색 옷자락에만 머물렀다.황제가 지닌 기세는 심서준과 견주어도 조금도 뒤지지 않았고, 목소리에도 온화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만백성 위에 군림해 온 자만이 지닐 수 있는 위엄이 말 한마디와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깊이 배어 있었다. 그 앞에 서 있자 차가운 바람과는 또 다른 서늘함이 등줄기를 스치는 듯했다.잠시 후 황제가 다시 물었다.“이곳의 매화가 마음에 드느냐?”계연수는 곧바로 대답했다.“예, 신첩도 무척 좋아합니다.”황제의 입가에 옅은 웃음이 번졌다.“마음에 든다면 몇 가지 꺾어 가져가거라.”계연수가 황은에 감사를 표하려 다시 무릎을 굽히자, 황제는 손을 가볍게 내저어 예를 만류했다. 그러고는 더 말하지 않은 채 두 사람 곁을 지나 눈 내리는 매화 숲 너머로 걸어갔다. 애초에 잠시 들렀을 뿐인 듯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황제의 모습이 눈발 속으로 완전히 멀어지고 나서야 계연수와 정여미의 굳어 있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차갑게 식은 숨이 그제야 길게 흘러나왔다.정여미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오늘은 운이 좋으시네요. 이 시각에 부황을 뵙는 일은 좀처럼 없거든요.”그녀는 황제

  • 주문춘귀   제877화

    마음속에서 타들어 가는 고통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었다. 곁에는 의지할 혈육조차 없었으니, 그 모든 괴로움을 홀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손보경 역시 이 팽팽한 틈바구니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다.그녀는 손안에 힘을 주어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평온하게 대답했다.“태후마마께서는 그저 집안의 소소한 일들을 물으셨을 뿐입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심한율의 눈 깊은 곳에 희미한 실망이 스쳤다. 워낙 짧은 순간이라 손보경은 알아차리지 못했다.심한율은 한때 손보경에게 마음이 움직인 적이 있었다. 만약 그녀가 태후의 속셈을 솔직히 털어놓았다면, 자신도 마음을 열고 이 여인을 받아들이려 노력했을 것이다.어찌 되었든 손보경은 이미 그의 부인이었다. 부부간의 정리로 보나 도리로 보나, 어려서부터 익혀 온 가르침으로 보나 심한율은 그녀를 박대할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손보경은 여전히 태후의 사람이었다.어쩌면 지금도 태후와 함께 심씨 가문을 해칠 계책을 꾸미고 있을지 몰랐다. 그런데도 손보경은 끝내 단 한마디의 진실조차 털어놓지 않았다.심한율은 더 묻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가 곁을 스쳐 지나가자 옷자락이 가볍게 흔들리며 바람을 일으켰다. 몇 걸음 옮기던 그는 잠시 멈춰 선 채 손보경에게 말했다.“일찍 쉬거라. 내일 아침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절에 가서 요양하도록 하고.”손보경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부군께서는 오늘 밤 머물지 않으십니까?”심한율은 끝내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아무런 대답도 없이 처소를 나섰다.차가운 밤바람이 옷자락을 파고들었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문득 발길을 늦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등불이 켜진 처소는 고요했고, 희미한 불빛만이 닫힌 창호 너머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그때 어둠 속에서 호위 하나가 소리 없이 다가왔다.심한율이 목소리를 낮추어 명했다.“내일부터 사람을 붙여 한시도 눈을 떼지 말거라. 그녀가 절 밖으

  • 주문춘귀   제876화

    심서준의 목소리는 느릿하고 차분했다. 나직하게 이어지는 말에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사람 특유의 침착함이 배어 있었다. 계연수는 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는 동안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이 조금씩 풀려나가는 것을 느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음 한구석이 못내 뒤숭숭했지만, 이제는 그의 품에 몸을 맡긴 채 편안히 잠들 수 있을 것 같았다.심서준은 계연수를 품속으로 한층 깊이 끌어안았다. 맞닿은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서늘했던 마음까지 천천히 녹여 주었다. 그는 그녀의 미간에 입을 맞춘 뒤, 눈가와 뺨을 따라 부드럽게 내려가더니 마침내 붉은 입술을 가만히 머금었다.그 다정한 입맞춤에는 말로 다 전하지 못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자신이 언제나 그녀의 앞을 지키고 있을 거라고 속삭이는 듯했다.*한편, 부저로 돌아온 손보경은 처소에 발을 들이자마자 시어머니인 만씨의 부름을 받았다.이미 밤이 깊어 바깥은 적막에 잠겨 있었지만, 만씨는 아직 의관도 풀지 않은 채 방 안의 상석에 앉아 있었다. 탁자 위 촛불이 간간이 흔들릴 때마다 굳게 다문 입매와 어두운 낯빛 위로 짙은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손보경을 기다리는 동안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은 듯, 방 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아 있었다.손보경은 만씨 앞으로 다가가 눈을 내리깔고 공손히 문안을 올렸다.만씨는 그런 며느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고개를 숙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오늘 손보경이 궁에 다녀왔다는 사실은 날카로운 가시 하나가 박힌 듯 줄곧 마음을 찔렀다. 태후를 만나 심씨 가문에 관해 무슨 말이라도 꺼냈을까 염려스러웠다.손보경이 입궁한 뒤, 만씨는 이미 집안의 어른들과 이 일을 의논해 두었다. 대감의 뜻도 분명했다. 지금은 영청 후작부의 사건이 매듭지어지는 중요한 시기였다. 만에 하나라도 뜻밖의 변고가 생기는 일을 막으려면 당분간 손보경을 부저 안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만씨는 한동안 손보경을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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