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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1화

Author: 윤지
다행히 차를 조금 더 앞으로 몰고 갔던 연지석 덕에 부딪히는 사고가 나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운전기사도 적잖이 놀란 모양이었다.

그는 자신의 대표에게 사과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이미 차에서 내린 방성원이 연지석의 차로 다가오고 있었다.

설인하는 그를 발견하자마자 자신을 계속 따라오던 사람이 바로 방성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연지석도 그런 방성원에게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히 차에서 내렸다.

손을 위로 높이 추켜든 방성원이 연지석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던 그때였다.

반응속도가 빨랐던 연지석은 재빨리 방성원의 공격을 피했다.

깜짝 놀란 설인하가 다급히 차에서 내려 방성원을 가로막았다.

“방성원, 너 미쳤어? 이 사람은 내 상사야!”

“상사?”

방성원은 분노에 찬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어떤 상사가 이 야심한 밤에 여직원을 집까지 데려다주는데?”

“네가 이런 식으로 날 미행하고 다녔으니까, 혹시라도 나한테 스토커가 생긴 건 아닐까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그 말에 방성원이 순간적으로 말을 멈췄다.

매서운 눈길로 그는 노려보던 설인하는 이내 고개를 돌려 미안한 듯한 눈빛으로 연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부사장님.”

부사장님이라고?

방성원은 조금 전 차에서 내릴 때 봤던 연지석의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설인하가 그를 부사장이라고 부르는 순간, 방성원은 순식간에 그를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그쪽이 연지석 씨입니까?”

연지석은 담담한 얼굴로 대답했다.

“네, 접니다.”

방성원의 눈빛이 한순간에 차가워졌다.

“민정 씨한테는 손도 못 대더니, 이제 내 와이프한테 손대려고요? 역시 떠도는 소문이 정확했나 봅니다, 연지석 씨. 취향 참 독특하시네요. 유부녀만 좋아하신다면서요?”

그 말에 연지석이 천천히 손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다. 설인하를 봐서라도 방성원에게 직접적으로 손을 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분노에 찬 설인하의 얼굴은 이미 열을 받아 빨개져 있었다.

“방성원, 말조심해. 나랑 부사장님은 아무 사이 아니니까.”

연지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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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2화

    그럼에도 오랜만에 자신의 딸을 만난 방성원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가 마침 베이비시터에게 무어라 말을 꺼내려던 그때, 딸이 입을 열어 방성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연지석 일행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방성원은 재빨리 표정을 굳힌 채 연지석에게 불편하다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하지만 자신이 있는 이곳이 박민정의 집이었던 탓에 더 말을 얹을 수는 없었다.설인하는 곧장 방성원에게 다가가 말했다.“이제 다 봤지? 그럼 돌아가. 더는 내 딸 찾아와서 방해하지 마.”방성원은 방은정을 더욱 힘껏 끌어안았다.“네 딸이라고 했어? 애는 너 혼자 낳니?”설인하의 말문이 다시 막혀버렸다.“말 들어. 애 데리고 나랑 돌아가자, 이제.”방성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그로서도 설인하에게 이렇게나 오랜 시간 동안 자유를 주었다.하지만 설인하는 여전히 고집스레 말했다.“내가 말했지? 너랑은 더 이상 같이 못 산다고. 이럴 시간 있으면 차라리 이혼 서류나 준비해.”또 이혼 얘기였다.두 사람 사이에 스파크가 튀기자 유남준이 다가와 말했다.“성원아.”방성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했다. 남의 집에서 싸우는 것은 결코 좋은 행동이 아니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방은정을 다시 설인하에게 돌려주었다.“며칠 뒤에 또 올 거야.”그 말만 남긴 채,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방성원은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을 수십 번이고 후회했다.연지석과 설인하의 모습으로 미루어봤을 때, 자신이 괜한 오해를 한 것이 분명해 보였다.원래대로였다면 그 역시 김인우의 조언대로 설인하를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지만 그의 계획은 이런 식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늦은 시간에 퇴근한 연지석과 설인하는 미처 못한 식사를 한 레스토랑 안에서 함께 하기로 했다.박윤우 역시 연지석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만나려고 일부러 자리에 함께했다.“지석 아저씨, 왜 이렇게 늦게 퇴근하세요? 다음부터는 일찍 퇴근해서 식사도 일찍 하는 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3화

    “감히 정씨 가문에서 거짓말을 해요? 그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는 그래요?”윤소현이 순간적으로 욱하며 화를 냈다.하지만 이지원은 조금도 겁내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 역시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저도 더는 방법이 없어요. 김인우는 저를 죽지 못해 살아가게 만들었고, 유남준은 저를 완전히 헌신짝 버리듯 버렸죠. 저에게도 피난처가 필요해요.”이지원은 윤소현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제발 저 좀 도와주세요. 친자확인결과 조작만 해주시면 제가 소현 씨의 노예가 되어드릴게요. 뭘 시키든지 다 해낼 수 있어요.”“박민정의 목숨은 물론이고, 그 여자 아이까지 없애 달라고 한다면 기꺼이 하겠습니다.”이지원은 진심을 다해 윤소현에게 맹세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었던 윤소현도 이지원의 말을 듣는 순간 깊은 생각이 잠겼다.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이 동했다.일전, 함미현이 가짜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그녀는 함미현을 제대로 이용하려 했다.하지만 함미현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고, 이제 윤소현에게는 자신의 말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그리고 그런 사람이 타이밍 좋게 자신의 앞에 나타났다. 게다가 그 사람 역시 자신처럼 박민정을 죽도록 증오하고 있었다.“예전에 저는 같은 이유로 함미현을 도왔던 적이 있어요. 하지만 걔는 결국 제 목숨을 노렸죠. 지원 씨는 안 그런다고 하겠지만, 제가 그걸 어떻게 믿죠?”윤소현이 일부러 시험하듯 물었다.그녀의 말에 이지원이 손을 들어 맹세했다.“제가 소현 씨를 배신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겁니다.”아직도 믿지 못하는 것 같은 윤소현에 이지원이 곧장 말을 덧붙였다.“저는 함미현처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에요. 제가 정수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만 알려준다면, 소현 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저도 무사하지 못할 테니 굳이 배신할 이유가 없죠.”윤소현은 이지원의 말에 더 의심을 품지 않았다.“좋아요. 그 말 잊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4화

    이지원이 친자 확인 검사 결과를 받은 그 날, 정수미는 곧장 그녀를 병원으로 보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정수미는 이지원의 몸에 남겨진 수많은 상처들과 뼈밖에 남지 않은 앙상한 몸을 보며 물었다“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정수미의 눈에는 안타까움만 잔뜩 묻어 있었다.이지원은 다정한 눈길로 정수미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괜찮아요, 하나도 아프지 않을걸요. 다 제가 너무 어리고 철이 없어서, 사람들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던 탓이에요.”이지원은 함미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그 말을 들은 정수미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졌다.“미안하구나, 널 더 일찍 찾지 못했던 내 탓이야.”왜인지는 몰라도 이지원을 마주한 정수미의 마음이 아려왔다. 상처 많은 딸이 안타깝긴 했지만 함미현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그 감동은 느껴지지 않았다.아마 이미 한 번 데인 탓에 트라우마가 남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엄마, 그런 말씀 하세요. 제가 보육원에 보내진 건 절대 엄마 탓이 아니에요. 언니한테서 들었는데, 엄마는 저를 찾는 걸 포기한 적 없다고 그랬거든요. 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 받고 치유 받았어요.”이지원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정수미는 이지원에게서 엄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눈에 띄게 멍한 기색을 보였지만 이내 다시 정신을 차렸다.“일단 쉬고 있어. 곧 있으면 의사가 올 거야. 난 잠깐 나갔다가 올게.”“네.”정수미는 병실을 나서자마자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녀의 뒤를 따라 나오던 비서가 말을 걸었다.“대표님, 잠깐 쉬시는 게 어때요?”그 말에 정수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왜 이렇게 마음이 불편하지? 분명 내 친딸을 찾았는데도 가슴에 돌덩이가 얹힌 것처럼 답답해.”“아마도 함미현 때문일 겁니다. 그 여자가 너무도 뻔뻔하게 대표님을 속여왔으니까요.”정수미는 한숨을 푹 내쉬며 대답했다.“그럴지도 모르지. 가자, 그 애 보러 가야지.”“네.”함미현의 병실은 일반 병실이었다.정수미와 그녀의 비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5화

    김인우 역시 그 뉴스를 보게 되었다.“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이지원 같은 거짓말쟁이가 어떻게 정수미의 친딸이라는 걸까?조하랑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맞장구쳐주었다.“내 말이, 저렇게 못돼먹은 인간인데. 거짓말이 아니라는 증거가 어딨어?”김인우는 미간은 꾹꾹 눌렀다.만약 저게 사실이라면 자신도 꽤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기 때문이다.혼자서 정씨 가문을 척치고 살 수는 없었다.“인우 아저씨, 할아버지가 들어오라고 하시던데요.”박예찬이 김훈의 방에서 나오며 말했다.진지한 김인우의 표정으로 미루어봤을 때, 안 좋은 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무슨 일인지 얘기해 줄래?”박예찬이 대답했다.“이지원이랑 관련된 일이에요.”김인우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마지 못해 김훈의 방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김훈에게서 떨어질 불호령을 각오하고 안으로 들어섰지만 김인우의 예상과는 다른 말이 김훈의 입에서 나왔다.“내가 뭐라고 했어? 이지원 같은 인간은 절대 믿어서도, 상대해서도 안 되는 쓰레기라고!”평소 부드럽기만 하던 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화를 내가 김인우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정수미에게서 오늘 연락이 왔어. 예전 일은 다 없던 일로 해줄 테니, 앞으로는 이지원에게서 신경 끄라고 하더구나.”그 말에 김인우가 성가시다는 듯 대답했다.“네.”그러자 김훈은 휠체어를 돌려 김인우를 노려보았다.“너는 줏대도 없냐, 이 자식아? 남이 그렇게 하라고 하면, 바로 수긍할 거야?”할아버지의 알 수 없는 태도에 김인우도 답답해졌다.“그럼 할아버지 생각은 어떠신데요?”“아직까지는 우리가 직접적으로 정씨 가문과 맞설 수 없을 거야. 하지만 막상 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 아니냐?”김훈이 천천히 말했다.갑자기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할아버지가 김인우로서는 놀랍기 그지없었다. 자신의 마음에 드는 답변을 받아낸 김인우는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이지원이 먼저 저를 속였으니 그에 맞는 대가는 꼭 치르게 할 겁니다. 정씨 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6화

    가정부가 그런 이지원에게 설명했다.“아가씨, 여기는 정씨 가문의 임시 거처예요. 서울에 있는 저희 가문 본가는 정말 말도 안 되게 으리으리하거든요.”이지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정말 가 보고 싶네요.”“몸 다시 좋아지시면 그때 가 보세요.”가정부가 대답했다.이지원은 함미현에 전에 살던 방에 머물게 되었다.예전 같았으면 이런 방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그녀는 호화롭고도 사치스러운 침대 위에 눕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예전의 연락처 목록을 훑다가 하예솔이라는 두 글자에서 스크롤을 멈췄다.“하예솔! 예솔아! 너도 예상 못 했겠지? 세상은 원래 돌고 도는 법이야.”과거, 이지원이 자신을 배신하고 자신의 약혼남이었던 권씨 가문의 셋째 아들이었던 권진하와 사귄다는 것을 알게 된 하예솔은 이지원을 제호 클럽의 최하위층으로 내몰았었다.이지원은 그곳에서 우연히 김인우를 만나게 되었다.그리고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각종 비인간적인 대우였다.이지원은 아직 자신이 김인우나 박민정 같은 사람들과 맞설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우선 가장 만만한 상대부터 처리해야 했다....하예솔은 권진하와 결혼을 했다.과거, 유남준을 해치려 했던 권진하의 둘째 형은 그 이후로 행방이 묘연해졌다.그렇게 지금 권씨 가문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권진하였지만 학력도, 기술도 없었던 그는 매일 놀고 마시는 것에만 빠져 여자들과 어울려 지냈다.하지만 정략결혼이었던 데다가 이미 권진하에게 한 번 배신까지 당해봤던 하예솔은 권진하가 어떻게 살든 애써 모른 척하며 살아왔다.그녀 역시 이지원이 정수미의 친딸이라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했다.술에 잔뜩 취한 채 집으로 들어온 권진하가 냅다 웃옷을 벗어 던지며 외쳤다.“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잘 봐. 자금 우리 권씨 가문이 너 때문에 정씨 가문이랑 완전한 적이 되어버렸어!”하예솔 역시 이번 일만큼은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았던 탓에 그저 고개만 푹 숙였다.“당장 이혼하러 가자.”형과는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7화

    “정말 상상도 못 할 일이네. 이제 부잣집 딸들도 이렇게 위험할 수가 있다니.”민수아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뉴스 속보를 보던 박민정은 어딘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불안한 마음에 정신이 멍해진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하예솔은 내 동창이었어. 그 아이의 죽음이 단순하지만은 않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배에 손을 얹었다.박민정의 말을 들은 민수아와 다른 사람들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뉴스에까지 나온 피해자가 박민정과 아는 사이일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으니 말이다.유남준도 뉴스를 보자마자 요 며칠 동안은 더욱더 신경을 써서 박민정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다음 달이면 박민정은 출산을 할 예정이었고 더 지나서는 박윤우의 수술도 준비해야 했다.그날 밤, 불안함에 박민정은 침대에서 한참이나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메시지 알림음이 울리자 그녀는 곧장 휴대폰을 들어 확인해 보았다. 낯선 번호로 온 문자였다.[민정 씨, 오랜만이네. 우리 만나서 얘기 좀 할까요? 나 지원이에요.]박민정에게 온 문자 메시지는 유남준도 곁에서 함께 확인했다. 하지만 그는 미간을 짙게 찌푸린 채 말했다.“잠이나 자자.”박민정도 휴대폰을 끄고 다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다시 한번 이지원에게서 문자가 왔다.[예전 일은 제가 다 잘못했어요. 다 민정 씨가 질투 나서 그랬던 거예요. 이제는 저도 친엄마를 찾았으니 이제 화해하면 안 될까요? 저 지금 민정 씨 집 근처인데.]그 메시지를 확인한 박민정은 이지원이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최대한 문자를 무시하고 싶었다.하지만 이지원에게서 또 한 번 문자가 왔다.[미현 씨가 사실대로 다 얘기해줬어요. 그러니까 저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민정 씨가 그 사실을 부정한다는 거겠죠.]그 문자에 박민정의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녀는 곧장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유남준에게 말했다.“한 번 가 봐야겠어요.”그녀는 이지원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해서 미칠 것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8화

    이지원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죄송해요, 엄마. 민정 씨는 아직도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더라고요. 오히려 엄마 소원을 이뤄줬다면서 우기고 있었어요.”그 말에 정수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참, 그 여자도 정말 보통 여자가 아니야. 네가 그동안 괜히 그런 수모를 겪은 게 아니었어. 시간도 늦었으니 이제 그만 쉬러 가 봐.”“네.”이지원은 공손한 자세로 인사를 건넨 후 자리를 떴다.이지원이 밖으로 나가자 정수미의 얼굴에 번졌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예전과는 다르게 그녀는 훨씬 더 차분해졌고 자신의 친딸이라며 나타난 여인을 함부로 믿지도 않았다.그런 정수미를 비서도 눈치챈 듯 물었다.“대표님, 왜 이렇게까지 지원 아가씨를 차갑게 대하시는 겁니까?”“저 아이가 나타난 시기가 너무 절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들진 않아?”정수미가 되물었다.말을 마친 그녀가 서류들을 꺼내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이것들 좀 봐. 저 아이가 겪었던 일들이 너무 많아.”정수미는 ‘많다’라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게다가, 지금 저 아이의 착하고 얌전한 모습도 전부 연기 같다는 생각이 들어.”지금, 정수미는 맑은 정신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상태였다.비서는 정수미가 내민 서류들을 펼쳐보며 이지원이 예전에 저질렀던 일들을 발견했다.“이래서 김씨 가문과 유씨 가문이 아가씨를 적으로 돌렸던 거군요.”정수미가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저 아이가 정말 내 딸이 맞다면, 이참에 제대로 가르쳐야겠어.”정수미는 그다지 좋은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악인도 아니었다.“박민정이 새로 세운 회사가 요즘 잘 되고 있다던데.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지?”정수미는 이제 자신의 딸을 들먹이며 자신을 속여온 박민정 역시 마냥 좋은 인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게다가 자신의 두 딸인 윤소현과 이지원 모두 그녀에게 괴롭힘을 당한 전적이 있으니 언제 한 번 박민정에게 제대로 된 복수를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359화

    왜인지는 몰라도 유남준에게 이런 식으로 한바탕 굴려지고 나니 박민정도 더는 조급해지지 않았고 오히려 차분해지기 시작했다.회사에 도착한 후로도 난장판 속에서 침착하게 모든 것을 차근차근 처리해 나가기 시작했다.곧이어 진서연과 민수아도 회사에 도착했다.진서연은 곧장 설인하와 함께 조사를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한껏 화난 표정으로 돌아왔다.“조사 해봤는데 회사 직원이 한 짓이랍니다. 기밀문서를 팔아서 돈을 벌려고 했대요.”“단순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었다면서 왜 회사까지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걸까요?”박민정이 물었다.회사까지 오는 도중에도 박민정은 회사 내부 직원을 의심해 왔었다. 보안도 철저한 데다 감시카메라까지 있는 회사에 외부인이 침입하긴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단순히 화풀이를 하고 싶었대요. 회사에서 매일 힘들게 출근하고 근무하는 게 너무 짜증 나서 그런 짓을 했다고 하던데요.”하지만 진서연은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우리 회사는 다른 회사보다 사내 복지가 훨씬 좋은 곳이에요 그런데 힘들다고 이런 짓을 한다고요? 분명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게 분명해요.”진서연도 다 눈치챌 정도였으니 박민정이 눈치채는 것쯤은 시간문제였다.“우선 진정하고, 사라진 기밀문서들이 어떤 건지부터 확인해 보자.”“알겠어요.”진서연은 박민정과 유남준을 데리고 대표실로 향했다.사무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박민정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조금이라도 중요하다 싶은 문서들은 전부 사라진 상태이었다.도대체 누가 그녀를 이 지경으로 만들려 한 걸까?박민정의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 그리고 하필 지금, XS 그룹의 기밀문서가 사라졌다는 기사가 외부로 알려지고 있었다.10분도 채 지나지 않아 관련 업체에서 전화가 걸려오더니 박민정에게 책임을 물으며 계약 파기를 요구했다.유남준은 그런 박민정이 순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 걱정되어 직접 사태 수습에 나섰다.그리고 진서연은 이 모든 것을 그저 안타깝게 지켜봐야만 했다

Pinakabagong kabanata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90화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9화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8화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7화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6화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5화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4화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3화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 죽기 전엔 못 놔줘   제1882화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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