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기는 유턴해서 박민정 앞에 왔다.“타요.”박민정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차에 탔다.“앞으로 잘 부탁해요.”...정민기를 만난 후, 유남준은 사람을 보내 그를 조사하게 했다.정민기가 원래 연지석의 경호원이었다가 박민정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또 정민기가 박민정을 따라 진주로 왔다는 것을 알게 된 유남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그래서 지금 같이 살아?”유남준은 정민기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다. 날렵한 선을 갖고 있었고 굳센 의지를 가진 것이 그냥 경호원 같지는 않았다.“사모님은 조하랑 씨 집에서 살고 정민기는 차에서 삽니다.”부하가 대답했다.유남준은 그제야 미간에 힘을 풀었다.“알았으니 계속 지켜봐.”“네.”박민정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몰랐다. 아는 사람도 이 사실을 터뜨릴 수 없었다. 아무래도 이건 유남준과 유앤케이 그룹을 건드리는 것이니까.하지만 법정 소송 전날, [죽은 줄 알았던 부잣집 며느리가 이혼 소송을 제기. 수조의 자산은 누구의 손으로]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기사는 그 며느리가 박씨 가문 출신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부잣집이라고 한 것도 유앤케이 그룹을 겨냥한 것이었다.게다가 박민정의 사진도 기사에 넣었다.기사의 내용은 대충 박민정이 부잣집 며느리로 들어갔으나 남편과 시어머니의 홀대를 받고 큰 병에 걸려 죽은 척하고 해외로 나갔다는 것이다.지금은 다 치유되어 국내로 돌아와 유남준과 이혼 소송을 해서 재산 분할을 하려고 한다는 뜻이다.그 기사가 나오자마자 유앤케이 그룹의 주가는 확 내려갔다. 인터넷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많은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유남준이 이지원이랑 사귀는 줄 알았는데 아내가 있었어?][그 아내가 장애인인 것도 다들 모르나 봐...?][정말 개쓰레기네.][여자도 마찬가지야. 재산 분할 때문에 돌아오다니.]“...”인터넷에는 여러 가지 댓글이 있었다.조하랑은 그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어떤 양심 없
박민정은 자기를 약간 원망했다. 유씨 가문에 시집와서 그동안 뭐 하나 바란 것이 없으니까 말이다.오히려 그녀는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유남준에게 주었다.하지만 유씨 가문의 사람은 박민정이 재산을 가져갈까 봐 걱정한다.웃기지 않은가!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고영란에게 얘기했다.“그건 법원의 뜻을 따라야죠.”그녀는 돈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영란의 기분을 더럽게 만들고 싶었다.그 말을 들은 고영란은 두려워서 박민정의 뒷모습을 보면서 유남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박민정과 유남준의 결혼 생활은 이미 8년이나 지속되었다.8년 동안 유앤케이 그룹의 발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국내 기업에서 상장하고 또 세계에서 손꼽히는 기업이 되기까지.8년 동안 이뤄낸 것들을 절반 떼어서 박민정에게 준다고 하면 그 수치는 몇십조가 될 것이다.“남준아, 너 지금 어디야?”전화를 받은 유남준에게 고영란이 바로 물었다.“회사요.”유남준도 기사를 보고 누가 올린 것인지 찾게 했다.“내가 아까 민정이를 만났는데 기사의 말이 맞아. 민정이는 유씨 가문을 원하는 거야! 탐욕스러운 년...”고영란의 목소리는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유남준은 고영란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더 얘기할 마음이 없는 유남준이 대답했다.“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번 일은 제가 잘 처리할 테니까요.”그는 박민정과 절대로 이혼하지 않을 것이다.유남준은 전화를 끊고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맞춤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차가운 인상을 갖고 있었다.“강 변호사, 이 기사, 강 변호사가 쓴 건 아니겠죠?”강연우가 대답했다.“아닙니다.”유남준은 시선을 돌려 천천히 입을 열었다.“여기에 온 지 두 주일이 되어가는데 전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유남준은 박민정과 이렇게 대치하고 싶지 않았다.그런 곳에서 박민정을 만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하지만 또 박민정이 아주 보고 싶었다.총명한 강연우는 유남준의 말을 알아듣고 바로 얘기했다.“
재판 개정 전, 진주의 사람들은 유남준과 박민정의 이혼 사실을 알게 되었다.김인우와 방성원 등 사람들은 누가 이혼 소송에서 이기겠는가 내기하고 있었다.“당연히 남준이 형이 이기지.”한 사람이 얘기했다.그들은 거의 유남준의 팬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방성원이 웃으면서 얘기했다.“난 박민정이 이길 것 같아.”“성원이는 항상 질 확률이 높은 곳에 건다니까?”사람들은 놀라워하지도 않았다.그리고 다들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려있는 김인우를 보면서 얘기했다.“인우야, 넌 누구한테 걸래?”“물을 필요 있어? 당연히 남준이지. 인우는 저 귀머거리를 싫어하잖아.”한 사람이 대답했다.김인우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면서 얘기했다.“앞으로 귀머거리라고 부르지 마.”유남준이 없으니 그도 더는 숨기지 않았다.진지한 김인우를 보며 다른 사람들은 다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방성원은 술을 들이키고 좋게좋게 얘기했다.“맞는 말이지. 아무래도 유남준 법적 아내잖아.”다들 맞다고 고개를 끄덕였다.다들 술을 마실 때, 방성원이 김인우 옆에 앉았다.“인우야, 너 왜 그래? 전에 예찬의 일 때문에 그래?”박예찬을 정말 아들로 생각한 일을 떠올린 김인우는 겨우 웃으면서 술잔을 들었다.“그럴 리가. 그저 이상해서 그래. 박민정이 왜 유남준과 이혼하려고 들까.”몇 년간, 그는 계속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박민정에게 보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래서 그는 다시 수술대에 서서 박민정의 귓병을 고쳐주기 위해 애썼다.하지만 여전히 좋은 방법은 없었고 박민정은 곧 유남준과 이혼한다. 둘이 이혼한다면 박민정은 어떻게 되는 건가.“세상일이 다 그렇지. 박민정도 정신을 차린 거야.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산다는 건 어려운 일이거든.”방성원이 의미심장하게 얘기했다.김인우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와 술을 마셨다.진주 법원.재판 개정 때, 조하랑은 모든 예복을 다 갖추어 입고 박민정 옆에 섰다. 하지만 유남준 곁의 변호사가 강연우인 것을 보고
인터넷에서 유남준과 박민정의 이혼 소송 기사가 멀리 퍼져나가고 있었다.각 매체 기자들은 다 법원 밖에서 기다리면서 속보를 쓰려고 기다리고 있었다.재판에서, 조하랑은 겨우 진정한 후 두 사람의 관계가 끝이 났다는 자료들을 재판에 건네두었다.이윽고 그녀는 유남준에게 질문했다.“유남준 씨, 유남준 씨는 원고와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성관계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맞습니까?”유남준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네.”“유남준 씨는 결혼 후 일부러 원고를 무시하고 차갑게 대했습니다. 맞습니까?”조하랑이 또 물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을 보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네.”“유남준 씨. 이 사진을 봐 주십쇼. 이건 유남준 씨의 첫사랑인 이지원 씨가 돌아온 후 유남준 씨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조하랑이 유남준과 이지원이 클럽에서 찍힌 사진을 꺼내 들고 얘기했다.그녀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아무리 상대방이 강연우라고 해도 그녀는 박민정이 이 재판에서 패소하게 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유남준이 저녁 내내 이지원과 같이 있었던 것이 확실한지 잘 알지 못했기에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라는 얘기를 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은 유남준이 이지원과 함께 밤을 보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유남준은 전혀 머뭇거리지 않았다.“네.”조하랑은 유남준이 이 사진을 승인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계속 물었다.“원고와 유남준 씨는 상업적 이유로 결혼한 것이죠. 원고의 부친이 사망하고 약속했던 재산을 받지 못해서 화가 나서 원고를 괴롭히고 바움 그룹을 쓰러뜨렸으며 바움 그룹을 사오기까지 했죠, 맞습니까?”“네.”유남준은 계속해서 박민정을 바라보았다.그가 한 일은 확실히 잘못된 일이다. 그도 알고 있다.한수민과 박민호의 일 때문에 박민정에게 화풀이하지 말았어야 했다.“유남준 씨, 원고는 이미 유남준 씨와 5년 동안 떨어져 살았습니다. 맞습니까?”유남준은 침묵하다가 대답했다.“네.”조하랑은 모든 질문을 끝마쳤다.“존경하는 재판장님, 제 심
박민정은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먼 곳에 있는 사진들을 보았다. 사진에 뭐가 찍혔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강연우는 일부 사진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모두 예전의 일들이었다. 그녀가 임신하기 위해 유남준을 꼬시는 장면을 찍은 사진들이었다.박민정은 머릿속이 하얘져서 축 처진 손을 꼭 쥐었다.그녀는 이 일이 자신에게 이렇게 영향을 미칠 줄도, 유남준에게 이런 사진이 있을 줄도 몰랐다.조하랑은 그녀에게 이 사진들은 기껏해야 법원에서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이 있었다는 것밖에 인정할 수 없으니 안심하라는 눈빛을 보냈다.이혼 조건 중 하나는 가정폭력과 유남준의 정신적 폭력이었기에 이 조건으로 충분했다.하지만 강연우는 그녀가 말하는 정신적 폭력에 대해 전부 부인했다.“재판장님, 상대방 변호사가 제 당사자가 정신적 폭력을 가했다고 하는데, 여기 계신 분들은 정신적 폭력에 대해서 어떻게 규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의학적으로 판정할 수 있어요?”그는 마치 낯선 사람을 보는 것처럼 말하면서 조하랑을 바라보았다.조하랑이 그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강연우는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조 변호사님, 혹시 병원 진단 결과를 받으셨나요?”그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자 조하랑은 호흡이 가빠졌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중증 우울증이 가장 좋은 증거 아닙니까?그러자 강연우는 시선을 돌려 계속 말을 이어갔다.“제가 알기로는 우울증의 주요 원인은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는 가족 유전, 둘째는 질병 및 건강 문제, 셋째는 약물 및 알코올, 넷째는 성적인 요소, 마지막 다섯 번째는 사회적 및 외부적 요인입니다. 조 변호사님, 당신의 당사자가 우울증에 걸린 원인이 왜서 제 당사자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겁니까?”강연우는 증거를 제출하며 계속 말했다.“이건 제가 조사한 자료입니다. 박민정 씨는 결혼 2년 만에 술을 많이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박민정 씨의 어머니는 유명한 무용학자인 한수민 씨입니다. 한수민 씨는 정신과 감정을 받은 결과 가
휴게실 안.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강연우에게 물었다.“그 사진들은 어디서 난 거예요?”예전에 박민정과 함께 있을 때도 그는 아무나 마음대로 앞에서 사진을 찍게 하지 않았다.강연우도 더 이상 숨기려고 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CCTV에서 따온 거예요.”지난번의 소송에서 진 이후로 그는 다시 자신 없는 변호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유남준은 살짝 놀라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렇게 많은 사진을 CCTV에서 얻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한 큰 작업이었다.“죄송하지만 조 변호사님은 안에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내가 안 들어갈 테니 강연우를 나오라고 전해주세요. 할 말이 있어요.”밖에서 조하랑과 경호원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그러자 강연우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제가 가서 처리하고 오겠습니다.”“네.”유남준은 그를 말리지 않았다.그는 강연우의 야망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여자를 위해 자기가 출세할 기회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이번 이혼 소송에서 양측 변호사는 대중의 시야에 많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팍!”복도에서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연우는 제자리에 서서 반격을 하지 않았다.조하랑은 떨리는 손을 천천히 내렸다.“이러면 됐지 이젠?”강연우가 차갑게 물었다.그러자 조하랑은 눈시울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넌 유남준의 변호사로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넌 내 친구가 과거에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는지 알아? 유남준은 민정이를 다치지도 않았어. 하지만 유남준의 엄마는 민정이를 임신시키려고 많은 한약을 민정이에게 먹이면서 여러 가지 검사도 받게 강요했지. 그것도 모자라 민정이가 그를 진심으로 좋아했는데도 그는 계속 다른 여자 생각만 했어. 그리고 민정이 아버지가 세운 회사를 직접 망쳐버렸어... 유남준은 민정이를 때린 적이 없는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가 한 일은 여자를 때리는 것보다 더 악랄하고 파렴치해!”조하랑은 유남준이 했던 일을 하나하나씩 말했다. 그녀는 강연우가 예전처럼 정의를 수호하기를 바랐
다시 재판이 시작되었을 때 조하랑은 이미 눈물을 닦았다. 그녀는 강연우에게 얕보이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법정에 박민정과 유남준 사이의 감정이 없어진 것과 유남준이 어떻게 박민정에게 정신적 폭력을 했는지에 관한 모든 증언을 다시 한번 진술했다...하지만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없는 것을 본 판사는 판결하려고 할 때 갑자기 박민정이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그러자 판사는 그녀를 바라보며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박민정은 유남준을 한번 바라보고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제가 바람을 피웠어요.”이 말에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갑자기 조용해졌다.유남준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박민정은 하던 말을 멈추지 않고 계속했다.“사실 저와 유남준 씨는 원래 사랑하는 감정이 없었어요. 강 변호사님이 제가 돌아온 반년에 그와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고 했어요. 인정합니다.”“하지만 저는 단지 복수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예전에 유남준 씨는 저를 널려있는 헌신짝 취급을 했어요. 남편이 아내에 관한 관심은 하나도 없었기에 속으로 많이 원망했어요. 진수시를 떠난 4, 5년 동안 매 한 순간이 전부 악몽이었어요. 악몽마다 유남준 씨가 나타났고 꿈에서 다른 여자를 위해 한 번 또 한 번 저를 버렸어요. 제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건 알코올만이 저를 마비시키고 잠시나마 고통을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강연우는 박민정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다.그는 그녀의 말을 끊었다.“그건 박민정 씨가 아직 유남준 씨를 사랑한다는 증거입니다.”그러자 박민정은 웃으며 물었다.“사랑, 강 변호사님은 사랑을 아세요?”강연우는 말문이 막혔다.“사랑은 갑자기 분비되는 호르몬과도 같아요. 호르몬이 사라지면 사랑도 사라져요.”박민정은 말하며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제가 예전에 유남준 씨를 사랑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가 몇 번이고 저에게 상처를 줄 때, 사랑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그는 제가 얼마나 나쁜 사람인지 알게 해줬어요. 이번에
강연우는 직업이 변호사였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세심했다.수상한 외국인 몇 명이 차를 몰고 떠나자 그는 조용히 뒤를 따랐다....반면 유남준은 직접 차를 몰았고 박민정은 조수석에 탔다.법정에서 박민정이 했던 말이 생각난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정말 이혼하고 싶어?”결과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전히 다시 묻고 싶었다.“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당신이 이혼을 해준다면 저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그냥 자유로워지고 싶어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에 목이 살짝 메어왔다.그는 더 이상 화제를 이어가지 않고 물었다.“법정에서 했던 말은 전부 사실이야?”그러자 박민정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요.”그녀는 유남준을 바라보면서 말을 이어갔다.“만약 남준 씨가 이혼을 여전히 원치 않으신다면 정말 제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대중들에게 알릴 거예요.”박민정도 이건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유남준은 무엇보다 자신의 체면을 중히 여겼고 힘겹게 일으켜 세운 회사가 이런 일 때문에 영향을 받는 건 더더욱 지켜볼 수가 없었다.“날 위협하는 자들은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알아?”유남준은 심각한 어조로 천천히 그녀에게 물었다.그러자 박민정은 얇은 입술을 오므렸다.그는 계속하여 말했다.“갑자기 생각난 일인데, 몇 년 전에 어떤 부동산 회사 회장이 나보고 자기 땅으로 우리 회사의 1,000억 원이 되는 프로젝트를 바꾸자고 했어. 내가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를 망가뜨린다고 했지. 결국에 며칠 뒤에 사람들은 그를 강에서 건져냈어.”박민정도 생각이 났다. 두 사람이 결혼했을 때 한동안 그는 매우 기분이 나빴고 자주 화를 냈다.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그녀는 누군가가 강에 빠졌다는 뉴스를 보았고 유남준은 그제야 기분이 좋아졌다.박민정은 충격을 받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는 가까스로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저는 단지 이혼만 하고 싶을 뿐이에요.”“하지만 난 싫단 말이야!”유남준은 차
“엄마, 아빠랑 이혼 잘하셨어요.”유남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유남준 앞을 지나치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내가 능력이 없어서 이번에도 졌네.”유남준은 그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째려봤다.유남우는 사실 그가 어떻게 반격할지 걱정되기보다 이번에도 졌다는 게 더 분통했다.밖으로 나온 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라도 걸고 싶었지만 딱히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연락처를 훑어보다가 홍주영에서 멈칫하더니 결국에는 통화버튼을 누르지도 못한 채 핸드폰을 다시 꺼야 했다.실내 안.거실은 유난히 조용했고 유지욱은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남우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모르겠어. 예전에는 말도 잘 듣고 착한 아이였는데.”고영란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그가 말하는 ‘예전’이 정확하게 언제인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고영란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모습에 유지욱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에요.”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시 말을 이었다.“이번 달은 될수록 어디 가지 말고 집에 있어요. 그리고 이혼 숙려기간이 끝나는 대로 다시 가서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요.”고영란은 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은데 지금 이혼하려면 한 달씩이나 기다려야 했다.그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그리고 이 한 달 동안에 아버지로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좀 생각해 보고요.”말을 마친 뒤 유지욱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한편.박씨 가문의 옛 저택.박민정은 유남준이 너무 걱정되어 한걸음에 집으로 돌아왔다.비록 서다희가 괜찮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이때,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에 박민정이 다급히 차창 밖을 내다보니 유남준의 차도 마침 도착해 있었다.박민정은 빠르게 차에서 내린 뒤 유남준에게 달려가 그의 품에 와락 안겼다.“괜찮아요?”그러자 유남준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당연하지, 다희가 나 괜찮을 거라고 알려줬잖아.”박민정은 그저 가볍게 고개를 끄
유석진의 입에서 갑자기 자기 둘째 아들의 이름이 거론되자 고영란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또한 왜 두 아들 사이에 지금 저런 모순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유남준도 괜히 고영란이 중간에서 난처하게 된 것 같아 일부러 유남우를 빤히 바라보며 유석진에게 말했다.“이번 일은 사과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에요. 큰아빠가 아무리 남우랑 같이 벌인 일이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가만있지 않겠습니다.”별로 무겁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이상하게 위협감이 느껴졌다.순간 유석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때, 그의 며느리인 최현아가 앞으로 한 발짝 나서며 끼어들었다.“남준 씨, 그래도 한 가족인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될까요?”그러자 유성혁도 한마디 거들었다.“남준아, 우리도 잘못했단 걸 알고 있어. 아버지가 이제 연세도 많아서 상황판단이 안 될 때가 많아.”유석진도 사실 지금 자존심을 부려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게 뭔데? 말해주면 내가 다 들어줄게.”사실 유남준은 이 말만을 기다렸다.“금방 인수한 시내 중심에 있는 그 건물을 저한테 넘겨주세요.”그 땅은 유명훈의 땅이고 죽기 전 유석진에게 물려준 유산인데 지금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값이 올랐다.유석진이 이 땅의 주인이 됨으로써 그곳의 상권을 손에 쥔 거나 다름없었는데 나중에 아무 건축물을 세워 올려도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건 안되지!”역시나 유석진이 단번에 거절했다.그가 오랫동안 눈독 들였던 땅이었는데 유명훈이 죽어도 물려주지 않으려 해서 여태껏 애를 먹고 있었다가 이제 겨우 손에 들어온 땅이고 또 자기만의 계획이 따로 있었다.“그러면 조만간 IM 그룹의 변호사를 만나셔야겠네요.”유남준은 더 이상 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았고 유석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안 도우미에게 외쳤다.“모셔다드려!”그렇게 도우미들은 그들을 전부 밖으로 내보냈고 거실에는 유남준 가족들만이 남게 되었다.유지욱과 고영란은 눈앞의 두 아들에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유남준이 잡혀갔다는 소식에 유석진 가족들은 조용히 자축하고 있었다.최현아도 너무 기뻐했지만 유독 유성혁만 우울한 얼굴로 그들에게 물었다.“아빠, 그래도 한 가족이나 마찬가지인데 꼭 이래야 할까요? 남준이가 잡혀가도 우리한테 아무런 이득도 없잖아요. 그리고 만약 다시 풀려나서 우리가 한 짓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분명 가만히 있지 않을 거라고요.”그러자 유석진이 미간을 찌푸리고 답했다.“왜 쓸데없는 일을 벌써 걱정하고 그래? 간이 그리도 콩알만 해서 큰일 하겠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유성혁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다만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유지훈은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저는 할아버지가 한 행동이 맞다고 봐요. 사람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그러자 유석진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껄껄거리며 웃었다.“하하, 역시 우리 손자가 똑똑하다니까. 네 말이 맞아. 사람은 무조건 자기가 일 순위여야 해. 절대 네 바보 같은 아빠를 닮아서는 안 된다.”그러자 유지훈이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지, 저도 알고 있어요.”그리고 유석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그러나 그들은 너무 일찍 기뻐했던 게 오후가 되자마자 유남준은 바로 풀려났다.그길로 옛 저택으로 오게 되었고 동시에 유석진네 식구들과 유남우를 전부 집으로 불러 모았다.이 시각, 유지욱도 마침 그곳에 있다가 눈앞의 상황에 어리둥절해서 물었다.“남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아빠, 제가 지금부터 저 사람들의 실체에 대해 다 밝히려고요.”그리고 서다희가 한 무더기의 자료와 증명서를 건네주자마자 그는 유석진네 식구들에게 뿌려줬다.종이들이 공중에서 흩날리다가 전부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유석진은 그중 한 장을 주워 읽어보고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코웃음을 치며 그에게 말했다.“남준아, 다 오해야. 우리가 왜 그런 짓을 하겠니?”그러자 유남준이 눈살을 찌푸리고 그에게 되물었다.“우리 회사에 심어둔 사람들을 제가 다 데려올까
유남준은 사실 진작에 유남우와 유석진 쪽에 사람들을 붙여서 그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파악하고 있었지만 도대체 무얼 하려는지 궁금해서 일단 내버려두고 있었다.이튿날, IM 그룹으로 세무국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러자 서다희가 눈살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대표님을 감옥에 보내려고 아주 별짓을 다 하네요. 이런다고 그 사람들한테 득이 되는 게 뭔지 정말 모르겠어요.”특히 유남우는 왜 자기 친형을 왜 이렇게까지 괴롭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조사해 보니 역시나 회사 장부에 문제가 있었고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돌렸다는 증거들이 발견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다 그들이 일부러 만들어낸 가짜 장부들이었다.그렇다고 해도 유남준은 회사 법인으로서 조사를 받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연행되었다.가면서도 서다희에게 당부했다.“민정이한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서다희는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뉴스에서 하루 종일 보도될 예정이라 아마 얼마 안 돼서 알게 될 것이다.역시나 박민정은 출근길에 그에 관한 뉴스 기사를 보게 되었다.“어떻게 이럴 수가?”이때, 고영란도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민정아, 남준이한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그러나 박민정도 아직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있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저도 방금 기사를 봐서 잘 모르겠어요. 제가 지금 당장 다희 씨한테 전화해 볼 테니까 어머님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그래.”고영란은 착잡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유지욱과 이혼하겠다고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들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서다희는 빠르게 박민정에게 전화해서 유남준이 시킨 대로 알려줬고 모든 일은 다 대비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박민정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이때 서다희가 한마디 더 했다.“그런데 이 일은 절대 고영란 사모님한테 말하지 말아 주세요.”“알겠어요.”어쩌면 유남우 귀에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나이니까 더 이혼하자는 거예요. 굳이 남은 인생을 당신한테 낭비하고 싶지 않거든요!”고영란은 말을 마치자마자 안방에 들어갔다.그러나 유지욱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아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그러다가 문득 여태껏 이혼에 대해 거론조차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심술부리는 원인이 분명 아버지 재산 때문인 것 같았고 며칠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이튿날.유명훈의 장례식은 계속 진행되었고 박민정의 친구들도 모두 오게 되었다.“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손연서의 말에 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다른 손님들도 하나둘씩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었는데 장례식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최현아는 눈웃음을 살살 지으며 한쪽에서 사람들과 유명훈의 유언장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그러나 유지욱과 고영란 두 사람 사이는 여전히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그렇게 유명훈의 장례는 총 3일 동안 진행 후 끝났다.고영란은 담담한 얼굴로 박민정과 유남준, 그리고 유남우에게 말했다.“나랑 네 아버지는 이만 갈라서려고 해.” 순간 모든 사람이 의아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옆에 서 있던 유지욱의 안색도 좋지 못했다.그는 원래 유명훈의 장례가 끝나면 계속해서 여행이나 다니려고 했었는데 뜬금없이 고영란한테서 이혼 통보를 받게 되었다.어제까지만 해도 분명 일시적으로 심술부리는 거라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지금 보니 진심인 것 같았다.“지금 애들 앞에서 솔직하게 말해, 진짜 이혼하려고?”“네.”고영란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고 지금처럼 사는 게 저는 너무 괴로워요. 지금 당장 법원에 갑시다.”고영란은 지금 그들의 의견을 구하려는 게 아니다.유지욱도 자존심이 꽤 센 사람이라 단번에 그러자고 하더니 두 사람은 법원으로 출발했고 두 아들은 굳이 말리지 않았다.자식들도 이미 다 컸고 자기 혼인에 대해 결정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같이 돌아가는 차 안
고영란도 유석진의 고함에 깜짝 놀라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리고 여태껏 모든 집안일을 아내한테 떠넘긴 채, 홀로 밖에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유지욱이 원망스럽기만 했다.한 사람에 대한 단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라 이런 실망감이 천천히 쌓이면서 식어가는 것이다.보아하니 오늘 저녁에도 잠들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유지욱이 도착해보니 유씨 가문의 모든 친척이 다 모여있었다.그리고 이미 상복으로 갈아입은 고영란을 보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왜 진작에 나한테 말해주지 않았어?”그의 물음에 고영란은 실망 가득한 얼굴로 답했다.“제가 말해주지 않았다고요? 한 달 전에 전 분명히 아버님 건강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으니까 와서 회사 일 좀 도와드리라고 귀띔해 줬어요.”“난 네가 우리 아버지 재산 때문에 나더러 오라는 줄 알았지.”유지욱의 말에 고영란은 큰 충격을 받고 잠깐 멍해졌다가 다시 두 주먹을 꼭 쥐고 말했다.“유지욱 씨, 정말 어이없네요. 맞아요, 제가 빨리 돌아오라고 했던 원인이 아버님의 재산이 조금이라도 공평하게 지욱 씨한테도 나눠줬으면 했어요. 그런데 그 재산이 전부 아주버님한테 넘어갔네요?” 그러나 유지욱은 여전히 시큰둥한 얼굴이었다.“그깟 돈 몇 푼 가지고 왜 그래? 우리가 모두 한 식구인데 주면 줬지.”유지욱은 말을 마치자마자 손님들을 맞이하러 떠났다.그리고 유석진과도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에 고영란은 제대로 마음이 상했다.박민정도 손자며느리로서 유남준과 같이 손님들을 맞이하다가 우연히 시부모님이 서로 말다툼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그녀는 사실 유씨 가문에 시집온 이후로 시아버지인 유지욱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유지욱은 젊었을 때부터 고집불통에 집안 사업에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매일 여행이나 다니면서 자유롭게 사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여 유지욱과 고영란은 1년 중에도 만날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살짝 다가가 그에게 말했다.“남준 씨, 가서 어머님 좀 위로해 주세요.”여자
유남준의 아버지, 유지욱은 계속 외국에서 살다보니 이 자리에 없었다.그러자 고영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지욱 씨는 지금 당장 오는 게 불가능한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방금 비행기 탔다고 했으니 적어도 두 시간은 걸릴 거예요.”그러자 유석진이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그러면 지욱이가 도착하고 나서 다시 말할 테니까 외부인은 참견하지 말아요.”순간 고영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이를 악물고 말했다.“이 집에 들어와서 아이를 둘씩이나 낳아줬는데도 제가 아직 외부인인가요? 저는 오늘 아버님께서는 왜 그리도 자식들을 편애하시지 꼭 물어봐야겠어요!”“제 아들들이 능력이 뛰어나면 이런 불공평한 대우도 다 받아들여야 하나요?”여태껏 유명훈은 많은 주식을 갖고 있었다.비록 유남준이 현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유명훈의 지분이 그대로 유석진네로 넘어가게 되면 유남준의 자리가 위태로워진다.더구나 유남우도 그의 재산이 필요한데 말이다!게다가 유명훈은 오랜 세월 동안 주식 말고도 분명 많은 재산을 모았을 텐데 그 돈마저 전부 저 사람들에게 넘어가는 모습을 고영란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유석진은 유명훈의 앞을 가로막으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여태껏 지욱이를 잘 붙잡아 두지 못한 제수 씨를 탓해야죠! 지욱이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소용없어요!” 고영란이 뭐라고 대꾸하려는데 유남준이 그녀를 말렸다.“엄마, 그만해요.”여태껏 유명훈이 유석진네만 편애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그이기에 지금 아무리 그와 말싸움해도 아무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유남우도 불쾌했지만 애써 덤덤한 척 그녀에게 말했다.“엄마, 형 말이 맞아요. 할아버지께서 결정하신 대로 받아들이면 되니까 싸울 필요 없어요.”이 시각, 침대에 누워있던 유명훈은 호흡이 점점 더 가빠져 헐떡거리기 시작했다.그런데도 눈앞에서 자식들이 자기 재산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씁쓸하기만 했다.“지욱이...”그는 힘겹게 유지욱을 불렀다.유지욱은 평소에도 그의 말을
최현아는 손까지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지만 박민정은 그저 냉담한 얼굴로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그러자 그녀는 뻘쭘해진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일은 무슨, 윤소현이 드디어 판결받았다고 해서 축하해주려고 왔지.”박민정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고 생각했다.지금 최현아와 그의 시아버지는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지내고 있었는데 왠지 그럴수록 더 수상했다.“감사합니다. 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일 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마자 박민정이 뒤돌아서니 역시나 최현아가 빠르게 그녀의 팔을 부여잡았다.“민정아, 아무리 그래도 우리는 한 식구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까지 딱딱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박민정은 이제 와서 한 식구라는 그녀의 말이 그저 가소로웠다.“도대체 할 말이 뭔가요?”그리고 슬슬 짜증 나기 시작했다.“최근에 할아버지 건강이 점점 악화하면서 동서랑 남준 씨가 그립기도 하고 우리가 서로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도 보고 싶은가 봐. 혹시 오늘 밤 할아버지 뵈러 같이 가지 않을래?”최현아는 최대한 상냥하게 물었다.사실 박민정도 할아버지의 건강이 여태껏 좋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오늘 두 사람을 부른 이유도 아마 자신이 얼마 버티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네, 알겠어요.” 최현아는 그제야 박민정의 팔을 놓아줬지만 그녀가 떠나가자마자 눈빛이 순식간에 돌변했다.그리고 차에 올라타자마자 한껏 불쾌한 얼굴로 중얼거렸다.“재수 없는 것, 운발로 지금 자리에 올라앉은 주제에.” 차에는 낯선 남자 한 명이 더 있었다.“박민정한테 화낼 필요 없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무조건 할아버지가 살아있을 때 할아버지의 주식이랑 모든 돈을 너한테 넘길 수 있도록 잘 구슬리는 거야.”그러자 최현아가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나도 알아, 저번에 이미 할아버지랑 말해봤다니까? 유남준 씨랑 민정이는 괜히 고고한 척하면서 아무것도 받지 않겠다고 말한 상황이라 우리 쪽에 전부 몰리게 되어있긴 한데, 난 지금 성혁 씨 얼굴만 봐도 짜
조하랑은 그제야 화가 사그라지는 것 같았다.“그러면 왜 저 여자한테 찾아갔어요?”“당연히 지금은 어떤 상태인지 확인하러 갔죠. 그리고 이지원에 대해 정신감정도 의뢰했거든요. 만약 진짜로 정신에 이상이 있는 거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모든 게 다 쇼하는 거면 절대로 가만두지 않으려고 했어요.”김인우는 진지한 얼굴로 말하다가 조하랑을 보고 다시 말을 이었다.“예전에 제가 지원이한테 어떻게 가스라이팅 당했는지 하랑 씨도 잘 알잖아요. 만약 저를 구해줬던 사람이 형수님이었단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절대 그 애를 도와주지도 않았을 겁니다.”“지금은 그저 마땅히 받아야 할 벌만 받았으면 좋겠고요.”조하랑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제가 오해했네요. 정말 미안해요. 저는 인우 씨가 또 그새를 못 참고 다른 여자한테 찝쩍거린다고만 생각했어요.”그녀의 말에 김인우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못 참고 되물었다.“하랑 씨, 혹시 지금 질투하는 거예요?”순간 조하랑의 얼굴이 새빨개졌다.“누, 누가 질투한다는 거예요? 그저 저를 배신한 인우 씨한테 화나고 그런 사람을 좋아했던 나한테 실망했을 뿐이라고요!”“알겠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리고 의사도 임산부가 흥분하면 아이한테 안 좋다고 말했잖아요.”말을 마치자마자 김인우는 다정하게 조하랑을 품에 안았는데 순간 그녀는 얼굴이 더욱 빨개진 채 온몸이 굳어버렸다.당연히 김인우도 눈치채고는 빠르게 물었다.“왜요, 부끄러워요?”“그, 그럴 리가요...”조하랑은 말까지 더듬으며 애써 덤덤한 척했다.“저도 안을 줄 알거든요?”그리고 똑같이 김인우를 꼭 안아줬는데 이번에는 김인우가 속으로 움찔했다.추운 밤, 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서로를 꼭 껴안아 줬는데 거리를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 그들에게 멈춰졌다 가곤 했다.조하랑도 어느새 그걸 느꼈는지 재빨리 김인우를 밀쳐냈다.“됐어요. 이제 병실로 돌아가 봐야 하니까 인우 씨도 그만 돌아가요.”“저랑 같이 안 가고요?”김인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