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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Autor: 해월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1-01 21:12:02

전송을 마친 뒤 통장 잔액을 확인하자 어머니의 미납 치료비가 떠올랐다.

병원에서 보내온 납부 안내문에는 이미 납부 기한이 지나 있었고, 다음 정산 금액까지 더해지면 지금 가진 돈으로는 일부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강현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병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정거장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어제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다리가 무거웠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버스 요금까지 계산하는 처지가 우스워질 법도 했으나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일한 대가를 받으면 급한 돈부터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돈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

***

원무과 대기실에는 진료비를 정산하려는 보호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던 강현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납부 안내문을 내밀었고, 직원은 컴퓨터 화면을 확인한 뒤 미납 내역을 보여 주었다.

“현재 미납된 금액입니다. 다음 정산 예정분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고요.”

강현은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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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어 가는 자들의 왕이 되었다   19화

    복도에서는 식사 카트가 지나가고 있었고, 보호자들은 물컵이나 세면도구를 들고 병실을 오갔다. 간호사들이 평소처럼 환자의 이름을 부르는 동안 강현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오늘 있었던 일을 기록했다.촬영 중단을 요구한 시각과 보안팀에 연락한 시각, 어머니의 상태가 달라진 순간을 적은 뒤 마지막에는 어머니가 했던 말을 따로 남겼다.*아빠 죽고, 서류 찾으러.*강현은 그 문장을 오래 바라보았다.어머니가 기자들을 보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 이유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오늘의 기자들이 아버지의 연구와 연결돼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기에, 그는 추측 대신 확인해야 할 질문만 남겼다.*서명진 사망 이후 연구자료를 찾으러 온 사람은 누구인가.*휴대전화를 끄려던 순간 새로운 알림이 떴다.*귀하의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내부 사정으로 채용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조금 전 지원한 야간 물품 관리직이었다.강현은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휴대전화를 무릎 위에 놓았다. 오늘만 네 번째 채용 거절이었고, 이제는 병원 물품을 옮기는 일조차 쉽게 구할 수 없었다.어머니의 치료비는 계속 쌓이고 있는데 돈을 벌 수 있는 곳들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다. 자신이 하지 않은 일 때문에,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도 않은 의혹 때문에 생활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강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가 천천히 내렸다.복도 끝 세면대에서 찬물로 얼굴을 씻고 돌아왔을 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모르는 번호였다.“서강현 씨 맞으십니까?”“네.”“백린그룹 측에서 연락드렸습니다. 백태산 명예회장님과 관련해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강현은 병실 문을 돌아보았다.“무슨 일입니까?”“직접 설명드릴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회장님께 도움을 주신 일에 대한 사례와 향후 협력에 관한 내용입니다.”사례라는 말에 강현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어머니의 미납 치료비가 떠올랐고, 방금 받은 채용 거절 문자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돈이 절실한 지금, 그 제안을 아무렇지 않게 거절

  • 죽어 가는 자들의 왕이 되었다   18화

    “제 어머니에게 무슨 질문을 했습니까?”강현의 목소리가 낮아지자 여자가 녹음기를 내렸다.“환자분도 사건 관계자 가족이시니까요. 아드님이 어떤 일을 했는지 알고 계신지 확인하려던 겁니다.”강현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병실 안을 바라보았다.미경이 침대 난간을 붙잡고 있었다. 평소에는 눈을 뜨고 있는 것조차 힘들어하던 사람이 문 쪽으로 몸을 일으킨 채 낯선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입술은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엄마.”강현은 곧장 침대 곁으로 다가가 어머니의 손을 감쌌다.“나 왔어.”“강…… 현아…….”가늘게 갈라진 목소리에 강현은 손을 조금 더 단단히 잡았다. 어머니의 손가락은 차가웠고, 침대 난간을 붙잡느라 손등에 힘줄이 도드라져 있었다.“괜찮아. 아무 일 없어.”그러나 미경의 시선은 자꾸 문 쪽으로 향했다. 밖에서는 기자가 의혹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강현은 어머니의 손을 이불 안에 넣어 준 뒤 다시 문으로 향했다.“환자분의 병실 촬영과 인터뷰에 동의한 적 없습니다. 지금 촬영을 중단하시고 나가십시오.”“공익적인 사안에 대한 취재입니다.”“환자 보호와 취재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병동 책임자와 보안팀에 정식으로 확인 요청하겠습니다.”그는 곁에 있던 간호사에게 보안팀 연락을 부탁하면서 어머니가 크게 놀랐으니 상태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기자들은 강현이 카메라를 밀치거나 거친 말을 하기를 기다리는 듯 렌즈를 내리지 않았지만, 그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병실 출입구를 지켰다.잠시 뒤 안쪽에서 미경의 목소리가 들렸다.“안 돼…….”강현이 돌아보자 어머니는 눈을 크게 뜬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사람들…….”그는 다시 침대 곁으로 다가가 허공을 더듬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다.“괜찮아. 내가 여기 있어.”미경은 아들의 손을 붙잡은 채 한참 동안 입술을 움직였다.“아빠…… 죽고…….”강현의 표정이 굳었다.“아버지 돌아가신 뒤에?”“서류…… 찾으러…….”미경은 문 쪽을 바라

  • 죽어 가는 자들의 왕이 되었다   17화

    전송을 마친 뒤 통장 잔액을 확인하자 어머니의 미납 치료비가 떠올랐다.병원에서 보내온 납부 안내문에는 이미 납부 기한이 지나 있었고, 다음 정산 금액까지 더해지면 지금 가진 돈으로는 일부도 감당하기 어려웠다.강현은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고 병원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몇 정거장 되지 않는 거리였지만 어제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탓인지 다리가 무거웠다.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버스 요금까지 계산하는 처지가 우스워질 법도 했으나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어제까지만 해도 일한 대가를 받으면 급한 돈부터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돈을 언제 받을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었다.***원무과 대기실에는 진료비를 정산하려는 보호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번호표를 뽑아 기다리던 강현은 자신의 차례가 되자 납부 안내문을 내밀었고, 직원은 컴퓨터 화면을 확인한 뒤 미납 내역을 보여 주었다.“현재 미납된 금액입니다. 다음 정산 예정분은 아직 포함되지 않았고요.”강현은 화면에 적힌 숫자를 확인했다. 이미 여러 번 계산한 금액이었지만, 다른 사람의 모니터에서 다시 보니 어제보다 더 커진 것처럼 느껴졌다.“분납 신청은 가능합니까?”“가능합니다. 다만 신청한다고 자동 승인되는 건 아니고, 관련 서류를 제출하셔야 해요.”직원이 신청서를 출력하는 동안 강현은 지갑을 열었다.안쪽에는 어머니가 예전에 건네준 작은 부적이 들어 있었는데, 의대 시험을 앞두고 있던 시절 미경은 아들이 웃으면서 버리라고 해도 끝내 지갑에 넣어 주었다.*잘될 거야. 우리 아들한테는 좋은 날이 올 거야.*그 말을 하던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르자 강현은 부적을 손끝으로 한 번 쓸어 본 뒤 지갑을 닫았다.“필요한 서류는 전부 준비하겠습니다.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치료비 문제로 진료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상담받을 수 있을까요?”직원은 관련 절차와 상담 창구를 안내했고, 강현은 빠뜨리는 내용이 없도록 받아 적었다. 돈이 없다고 당장 치료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미납금은 계속 쌓

  • 죽어 가는 자들의 왕이 되었다   16화

    서강현이 세 번째 채용 거절을 통보받은 것은 오전 아홉 시 십칠 분이었다.버스 정류장 지붕 아래로 밤새 내린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출근 시간이 지나 한산해진 도로에는 간간이 차량이 지나갔고, 강현은 젖은 운동화 끝을 내려다보며 전화기 너머의 대답을 기다렸다.처음 통화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채용 담당자는 세명대병원에서 야간 지원 업무를 했다는 말에 관심을 보였고, 근무 경력이 적합하다며 이번 주 안에 면접을 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그러나 이전 직장의 계약 종료 사유를 확인하는 순간, 상대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워졌다.“서강현 씨, 혹시 현재 근무하셨던 병원에서 조사를 받고 계십니까?”강현은 휴대전화를 고쳐 쥐었다.“내부 소명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다만 제게 제기된 의혹은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어떤 내용인지 여쭤봐도 될까요?”“백태산 회장 응급 상황에서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의혹입니다. 하지만 저는 약물 이상 가능성을 의료진에게 알렸고, 실제 처치는 면허를 가진 의료진이 했습니다.”담당자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멀리서 버스가 다가오자 정류장에 서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도로 쪽으로 움직였지만, 강현은 자리를 지킨 채 상대가 말을 잇기를 기다렸다.“말씀은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병원에서도 채용 전에 확인해야 할 부분이 있어서요.”“그럼 관련 자료를 제출하겠습니다. 당시 제 동선과 소명 요청 내용도 정리해 두었습니다.”“아니요, 지금은 제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부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불과 몇 분 전까지 면접 날짜를 의논하던 사람이었다. 강현은 그 변화를 알아차렸지만 더는 매달리지 않았다.“알겠습니다.”통화를 마치자 버스가 정류장에 멈췄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차례로 올라탔지만, 강현은 교통카드를 꺼내지 않은 채 휴대전화 화면에 남은 채용 결과들을 확인했다.한 곳은 서류 전형 종료, 다른 한 곳은 채용 절차 중단이었다.이제 세 번째 병원까지 사실상 거절한 셈이었지만, 누군가

  • 죽어 가는 자들의 왕이 되었다   15화

    그는 여전히 병원 직원들의 시선이 떠올랐고, 어머니의 손을 잡은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순간이 가슴에 걸렸다.하지만 분노만으로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낼 수 없었다.분노만으로는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증명할 수도 없었다.강현은 기록을 다른 저장 공간에도 복사해 두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진동했다.발신자는 세명대병원 법무팀이었다.문서가 첨부돼 있었다.강현은 화면을 열었다.상단에 병원 이름과 법무팀 명칭이 적혀 있었고, 그 아래에는 굵은 글씨로 제목이 표시돼 있었다.**내부 조사 출석 및 소명 요청서.**강현은 손가락을 멈췄다.문서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조사 대상자: 서강현.*그 아래에는 조사 사유가 이어졌다.*백태산 회장 응급 상황 당시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강현은 그 문장을 천천히 읽었다.어젯밤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오도록 도왔던 사람의 이름이, 오늘은 자신을 의심하는 문서에 적혀 있었다.그는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지정된 절차에 따라 소명 자료를 제출하고 조사에 출석하시기 바랍니다. 소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재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후속 조치 여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강현은 마지막 문장에 시선을 고정했다.후속 조치.짧은 표현이었다.그러나 그 말이 뜻하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다른 병원에서 일자리를 구하는 일도 더 어려워질 수 있었다. 이미 계약 해지와 야간 수당 보류로 막막해진 생활은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질 터였다.무엇보다 어머니가 있었다.강현이 다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어머니의 치료가 기다려 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그는 손에 힘을 주었다.휴대전화 모서리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한동안 움직이지 못하던 강현은 문서를 저장하고 수신 시각을 기록했다.그다음 자신이 작성한 동선 기록과 법무팀 영상의 시각을 다시 나란히 놓았다.상대가 제출한 영상은 강현이 의료진에게 접근하는 장면에서 끝났다.그러나 강현이 기억하는 실제 상황은 거기서 끝나

  • 죽어 가는 자들의 왕이 되었다   14화

    첨부된 CCTV 영상에는 강현이 복도를 달려오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의료진 가까이 다가가는 장면까지 이어지던 영상은 갑자기 끝났다.그는 영상을 다시 재생했다.이번에는 화면 구석의 시각 표시를 확인했다.영상이 시작된 시각과 끝난 시각을 적은 뒤, 자신이 아침에 정리한 동선 기록을 불러왔다.그날 자신은 채원에게 약물 이상 가능성을 알렸고, 의료진이 확인에 들어가자 처치 구역 밖으로 물러났다.그러나 제출된 영상에는 그 과정이 보이지 않았다.강현은 화면을 확대했다.복도 끝에서 의료진이 이동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자신이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판단할 만한 장면은 없었다.이 영상이 원본에서 잘라낸 일부인지, 조사 목적으로 추출한 구간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다만 누군가가 이 자료를 근거로 자신에게 무면허 의료행위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강현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잠시 뒤 다시 화면을 켜고, 법무팀에 보낼 답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그는 분노가 담긴 문장을 몇 차례 지웠다.*왜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갑니까.*그 문장은 지웠다.*저를 범죄자로 만들 생각입니까.*그 문장도 지웠다.대신 확인 가능한 사실만 남겼다.*본인은 백태산 회장의 응급 상황 당시 약물 이상 가능성을 의료진에게 전달했으며, 환자에게 직접 의료행위를 시행하지 않았습니다. 제출된 영상에는 정보 전달 이후의 상황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당시 의료 기록과 전체 영상에 대한 정식 확인을 요청합니다.*강현은 문장을 다시 읽었다.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반박은 상대를 향해 소리치는 일이 아니었다.그들이 의혹이라고 부르는 말 앞에, 실제로 벌어진 일을 하나씩 놓는 일이었다.그는 답변을 전송하고 발송 시각을 기록했다.***오준혁은 법무팀에서 전달받은 강현의 소명 요청 내용을 읽고 서류를 내려놓았다.“전체 영상을 확인하겠다고요?”맞은편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본인이 의료행위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당시 의료 기록과 영상 전체를 확인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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