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새벽바람이 별장의 거대한 유리창을 사납게 뒤흔들었다. 산통은 잔인할 정도로 지독했다. 은진은 땀에 흠뻑 젖은 채 침대 시트를 거칠게 틀어쥐었다. 아이를 잃었던 과거의 상흔과 지독한 임신중독증의 후유증이 마지막 순간까지 은진의 전신을 쥐어짜듯 뒤흔들고 있었다. “은진 씨, 숨 쉬어요. 날 봐요, 제발.” 한준이 은진의 젖은 손을 부서질 듯 감싸 쥐었다. 사내의 눈가는 핏빛으로 충혈되어 있었고, 입술은 바짝 말라 터져 있었다. 주치의의 긴박한 목소리가 처치실 안을 가득 메웠다. “회장님, 조금만 더 힘을 주셔야 합니다! 머리가 보입니다!” 은진은 입술을 깨물며 마지막 비명을 삼켜냈다. 피를 잃고, 영혼을 잃었던 지옥 같았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번에는 결코 빼앗기지 않는다.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도, 어미로서의 무력함도 오늘 이 자리에서 모두 끝낼 터였다. 내가 목숨을 갈아 넣어 낳을, 내 온전한 아이였다. “아아아악-!” 살이 찢겨 나가는 격통의 끝자락, 적막을 가르며 방 안의 모든 숨을 멎게 만드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시후, 의료진들의 탄식과 함께, 서한준이 은진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돌려 밑을 바라보았다. 의사의 손에 들린 핏덩이같은 아기의 모습. 응애-! 응애-! 남해의 거친 파도 소리를 단숨에 집어삼키는, 맑고 우렁찬 생명의 울음소리였다.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도창수의 더러운 저주도, 불치병의 그림자도 전혀 섞이지 않은 지극히 붉고 온전한 핏덩이였다.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합니다!” 주치의의 떨리는 외침과 함께, 갓 태어난 아이가 씻겨져 은진의 가슴팍 위로 조심스럽게 얹어졌다. 작디작은 심장이 은진의 맨살 위에서 거침없이 펄떡거렸다. 그 뜨거운 온기가 닿는 순간, 은진의 메마른 눈동자 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죄책감의 찌꺼기가 거짓말처럼 타올라 사라졌다. 한준은 침대 곁에 무릎을 꿇고 은진과 아이의 이마에 차례로 입을 맞추었다. "수고했
남해의 고립된 별장은 서울의 바쁘고 분주했던 삶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임신 사실을 확인한 직후, 은진은 망설임도 없이 다시 남해로 내려왔다. 권력의 칼날을 휘두르던 회장의 자리도, 피 묻은 제국의 복마전도 지금의 은진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녀의 온 신경은 오직 제 아랫배 속에서 미약하게 숨 쉬는 새 생명을 향해 있었다. 창밖으로 넘실대는 쪽빛 바다를 바라보며 은진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차갑게 식어버렸던 자궁 속에서 작은 온기가 새로운 심장 박동을 키워내고 있었다. 상처투성이였던 몸과 마음이 생명의 온기로 다시 차오르는 나날이었다. 서울 본사는 비상 경영 체제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서한준의 일순위는 항상 은진이었다. 낮 동안은 요동치는 주가를 마주하며 수없이 크고 작은 사안들을 결정해야 하는 기업 대표였다. 그러나 업무가 끝나는 즉시 한준은 어김없이 헬기에 몸을 실었다. 서울과 남해를 오가는 먼 길은 사내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 헬기의 프로펠러 굉음이 별장 옥상에 내려앉았다. 헬기에서 내린 한준의 양손에는 늘 은진을 위한 신선한 과일과 영양식들이 들려 있었다. 기업을 경영하느라 생기는 피로 따위는 은진의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녹아내렸다. 한준은 따뜻한 물을 대야에 받아와 은진의 침대 곁에 꿇어앉았다. 사내는 붓기 시작한 은진의 가느다란 발을 제 커다란 손으로 조심스럽게 씻겨냈다.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정성스레 닦아내고, 오일을 발라 마사지하는 사내의 손길에는 지극한 정성이 묻어 있었다. 밤이 깊어지면 한준은 은진의 부드러운 아랫배에 조용히 뺨을 묻었다. 태아의 규칙적인 맥박에 귀를 기울이는 사내의 얼굴에는 전에 없던 평온과 헌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것은 충성이라는 단어로 다 담아낼 수 없는, 영혼을 통째로 바친 자의 맹목적인 사랑이었다. 노을이 붉게 타오르며 남해 바다를 핏빛과 황금빛으로 물들이던 늦은 오후였다.
한준은 은진을 눕히고 그녀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질척하게 젖어 있는 은진의 다리 사이를 보자 한준의 내면에 감춰져 있던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본능이 잠금 해제되었다. 그는 은진의 몸 위로 자신의 몸을 포개며 돌덩이처럼 딱딱해진 자신의 굵고 긴 페니스를 좁은 틈새로 강하게 밀어 넣었다. 부드럽지만 한 번에 뿌리 끝까지 깊숙하게 밀어 넣는 삽입이었다. 은진의 입에서는 신음조차 흐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준의 페니스가 뿌리 끝까지 삽입되자 은진의 눈에서 생리적 반응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은진의 눈빛에 한동안 눈을 맞추다가 그녀의 양다리를 자신의 어깨 위로 걸쳐 올렸다. 은진의 하체가 자연스럽게 들어 올려지며 한준의 페니스가 더욱 깊이 삽입되었다. "이제 벌 받을 시간입니다. 은진 씨... 이제 면죄부를 받을 시간이에요." 한준의 하체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드럽고 폭이 깊지 않은 움직임이었지만 그 움직임만으로도 은진의 온몸은 전류에 감전된 듯했다. 수축해 있던 좁은 질 내벽이 강압적으로 넓혀지며 들이치는 엄청난 쾌감. 은진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거리며 다리를 떨었다. 하지만 한준은 이제 시작이었다. 그의 허리 움직임이 더욱 깊어지고 빨라졌다. 그리고 점점 더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쾌감이 찾아올 때마다 은진의 입술을 찾고 유방을 머금었다. 손으로 유방을 쥐어짜 젖이 흐르면 입술로 빨았다. 그럴 때마다 은진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에 이어지는 기묘한 쾌감에 몸을 떨었다. 온몸의 피부에 소름이 돋아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메말랐던 하체에서 둑이 터진 듯 맑은 물이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한준이 다리를 내리고 은진의 상체를 양팔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엎드리게 한 뒤 은진
남해의 섬, 고립된 별장에는 파도 소리만이 부서져 내렸다.은진은 며칠째 침대에 누워 창밖의 검푸른 바다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식사는커녕 물 한 모금 제대로 넘기지 못한 몸은 바싹 말라붙어 있었지만, 그녀의 육체는 잔인할 정도로 본능에 충실했다.아이는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어 차디찬 유골함에 갇혔건만, 어미의 몸은 그 죽음을 알지 못했다.시간이 흐를수록 가슴이 뭉치며 젖이 차올랐다.차오른 젖은 가슴을 더욱 부풀어 오르게 했고, 옷감이 스치기만 해도 찌릿하게 아플 정도였다.곧이어 40도에 육박하는 젖몸살 열병이 은진의 온몸을 뜨겁게 달궜다.새하얀 실크 셔츠 앞섶이 차오른 젖으로 둥글게 젖어 들어가며 축축한 얼룩을 만들었다.은진은 이를 악물고 갈라진 신음을 토해내며 침대 시트를 틀어쥐었다.불덩이처럼 달아오른 손으로 부풀어 오른 가슴을 쥐어짜며, 이미 세상에 없는 아이를 찾듯 허공을 더듬었다.“아기야… 엄마가… 젖을 줘야 하는데….”지독한 환각과 죄책감이 깃든 열병이 은진의 숨통을 조여 왔다.자신이 망설여서 아이를 죽였다는 착란이 열병과 함께 은진을 붙들고 놔주지 않았다.차가운 땀방울이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은진의 몸은 불타는 숯덩이처럼 뜨거웠다.자정을 넘긴 시각.별장 옥상으로 헬기의 거친 굉음이 파도 소리를 가르며 내려앉았다.곧이어 별장 복도를 가로지르는 구둣발 소리와 함께 은진이 있는 침실 문이 열렸다.서울 본사에서 비상 경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온 서한준이었다.방 안으로 들어선 한준의 코끝에 비릿하고 달콤한 냄새가 훅 끼쳐 왔다.그리고 침대 위에서 파들파들 떨며 고통스럽게 신음하는 은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은진 씨!”한준이 입고 있던 코트를 바닥에 내던지며 침대 곁으로 달려와 은진의 손을 잡았다.은진의 이마를 짚은 한준의 손끝에 불에 덴 듯한 열기가 전해졌다.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칼 아래, 은진의 입술은 피가 배어 나온 채 바짝 말라 터져 있었다.사내의 시선이 은진의 가슴으로 내려앉았다.모유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울려 퍼진 잔인한 사망 선고의 여운이 처치실 벽을 타고 스며들었다.도상만은 다리를 꼰 채 여전히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아이의 심장이 멎었다는 다급한 외침을 들었음에도, 사내의 얼굴에는 일말의 동요조차 없었다.오히려 자신이 쥐게 될 흑룡그룹의 지분 50%와 왕좌로 복귀할 탐욕만이 그의 눈동자에서 번뜩였다.처치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서한준의 오른손에서는 아직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은진의 자해를 막기 위해 벽에 내던졌던 손이었다.붕대로 대충 감은 손에서 붕대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그러나 한준은 제 몸의 고통 따위는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싸늘한 얼굴이었다.도상만이 피식 비열한 조소를 흘리며 손을 불쑥 내밀었다.“설마 애가 죽은 걸 나한테 뒤집어씌우지는 않겠지? 애가 죽은 건 뭐 안타깝게 됐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내 서류나 내놔.”한준은 대답 없이 품에서 구겨진 종이 뭉치를 꺼냈다.집무실 바닥에서 은진이 눈물을 쏟아내며 힘겹게 서명했던 계약서들이었다.도상만의 눈에 번뜩이는 희열이 스쳤다.그가 손을 뻗어 서류를 낚아채려던 바로 그 찰나, 한준의 피 묻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은진의 서명이 적힌 계약서가 한준의 손에 사정없이 갈라지며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났다.도상만의 얼굴이 사색으로 굳어졌다.한준은 멈추지 않았다.갈라진 종이를 겹쳐 쥐고, 손아귀의 힘으로 사정없이 갈기갈기 찢어발겼다.피 묻은 종이 조각들이 처치실 바닥으로 눈송이처럼 흩날려 떨어졌다.“이, 이 미친 새끼가… 지금 무슨 짓이야!”도상만이 경악하며 자리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한준의 구두가 바닥에 나뒹구는 종이 조각들을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도상만의 멱살을 쥐어잡고 살기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거래는 끝났어.”한준의 낮게 가라앉은 음성은 시체보다 더 차가웠다.“처음부터 너 같은 쓰레기에게 넘겨줄 지분 따위는 세상에 없었다.”“뭐, 뭐야? 너희… 감히 날 속여? 내가 누
“동의고 나발이고 당장 바늘 찔러!”한준이 도상만의 멱살을 틀어쥔 채 핏대를 세우며 발악했다.사내의 손아귀에 짓눌린 도상만의 목덜미에 흉측한 핏줄이 솟아올랐다.그러나 하얗게 질린 의료진은 뒷걸음질만 칠 뿐 누구 하나 장비에 손을 대지 못했다.“부회장님, 제발 진정하십시오! 기증자 본인의 자발적 동의가 없는 채취는 명백한 상해이자 불법입니다! 저희 면허 박탈은 물론이고 법적으로도 책임을…”“닥치고 찌르라고!”침대에 처박힌 도상만이 컥컥거리며 목이 졸린 채로 흉측한 비웃음을 흘렸다.“쳐봐. 어디 한번 쳐보라고. 나 죽으면 너희도 다 끝이야. 끝까지 해봐라. 내가 피 한 방울이라도 내주나.”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은진이 기어가듯 다가가 주임교수의 가운 자락을 부여잡았다.“선생님… 제발요… 내 아이 좀 살려줘요… 제발 골수 채취를 시작해요, 어서….”자존심도, 재벌 회장의 품위도 진작에 사라졌다.눈물로 범벅이 된 어미의 처절한 애원이 처치실을 가득 메웠다.하지만 의사 말대로 법과 규정은 엄연하게 존재했다.본인의 동의 없이는 의사도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었다.그때였다.의사와 간호사들이 차고 있던 페이저가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처치실 벽면의 비상 인터폰에서는 비상 사이렌과 함께 담당 교수를 호출하는 다급한 소리가 이어졌다.[코드 블루. 신생아 중환자실 1구역, 코드 블루 발생. 담당 교수님께서는 속히 신생아 중환자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코드 블루...]스피커 너머로 쏟아지는 다급한 소리에 처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동작이 일순간 멈췄다.은진의 풀린 동공이 두려움으로 크게 커졌다.“아… 아아….”짐승들이나 낼 법한 신음이 은진의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도상만의 멱살을 틀어쥐고 있던 한준의 손에서 스르륵 힘이 빠져나갔다.그 틈을 타 기침을 토해내던 도상만의 입가에 번진 것은, 악마 같은 희열과 비열한 승리감이었다.은진은 바닥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그리고 복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