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친어머니가 내 남편이 바람을 피웠으니 빨리 이혼하라고 했다. 나는 사실 확인부터 하고 내 권리를 지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3년간 준비한 그림 전시회를 망쳐놓고, 날 된장녀 취급했다. “남자 돈으로 전시회를 여는 게 몸 파는 거랑 뭐가 달라? 내가 이 꼴을 보려고 널 낳고 키운 줄 아니? 너 때문에 내가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그녀는 수십억이 되는 내 그림을 미친 듯이 칼로 그었다. 그러고는 다 나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나는 칼에 베여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멀쩡한 남편이랑 땡전 한 푼 받지 못하고 이혼해서 애 딸린 45살 이혼남이랑 재혼하는 게, 나를 위해 하는 일이에요? 월급이 50만 원도 안 되는 남자를 내가 먹여 살려야겠냐고요!”
View More“아니, 난 얘 엄마라니까요! 내가 내 자식한테 뭘 하든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내가 낳은 자식이에요! 내가 기술학교에 가라면 가고, 내가 선택한 남자랑 결혼하라면 해야 해요! 내가 이 따위 인생을 살고 있는데 쟤가 왜 누려야 하죠? 내 남편은 도망갔는데, 쟤는 왜 잘 살아야 하냐고요! 내 딸이면 나랑 같이 구렁텅이에 있어야 해요! 내 말만 들어야 해요!”나는 이 순간에 이르러서야 강은주가 ‘나를 위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리고 또 이제야 내 아버지는 돌아가신 것이 아닌 강은주가 임신했을 때 다른 여자와 도망간 것을 알았다.그녀는 내 아버지를 증오했다. 그래서 나에게 복수하는 것으로 몰래 만족하고 있었다. 내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릴 작정이었던 것이다.그러므로...나는 그녀에게 한 번도 딸이었던 적이 없다. 그저 감정을 분출할 도구에 불과했다.날개 꺾여서 손가락질받는 내 모습이 그녀는 아주 보기 좋았을 것이다. 얼마나 고생스럽게 나를 낳았는지 같은 건 잊은 듯했다. 내가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녀와도 혈연관계가 있다는 것도 잊은 모양이다.“울지 마, 서윤아.”윤미정이 나를 꼭 끌어안았다.“자, 얼른 집에 돌아가자. 내가 갈비찜 해줄게.”윤미정은 내 손을 잡고 법정을 나섰다.오늘은 날씨가 아주 좋았다. 따듯한 햇살이 몸을 비추자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강은주는 감옥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고 했다. 딸을 모함하려고 했다가 감옥에 들어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살인자도 그녀를 경멸했다. 짐승만도 못하다고 말이다.대놓고 따돌림당하는 인생이 드디어 그녀에게 돌아갔다. 규칙상 구타는 할 수 없으니 그녀는 부정적인 말만 듣고 살아야 했다.반년도 채 되지 않아서 그녀는 완전히 미쳐버렸다. 그녀는 밤낮 없이 나와 내 아버지를 욕한다고 했다. 감옥에서는 심리 검사를 하고 그녀를 정신병원으로 보냈다.정신병원에서도 그녀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부작용이 가득한 약을 먹는 건 물론 전기 치료도 받아야 했다.임신한 다음 나는 장유건과 함께 그녀를 보러 간 적 있었
확인 결과, 장유건은 집과 회사만 오갔다. 그 시간도 전부 게임 개발에만 썼다. 바람피우는 것도 그에게는 귀찮은 일에 해당할 것 같았다.나는 금방 저장한 CCTV 영상의 캡처본을 강은주에게 보내서 입장을 밝혔다. 이걸로 당분간은 잠잠할 줄 알았다. CCTV의 위협이 3일도 안 갈 줄은 누가 알았는가?미술관은 3일 간의 정돈을 거친 후 다시 열었다. 망가진 그림은 버리지 않고 특수 처리를 거친 후 잠시 창고에 보관했다.오늘은 온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내가 윤미정이 준비해 준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50대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 두 명이 대뜸 쳐들어왔다.그들은 핸드폰을 들고 미술관의 모습을 대조해 봤다. 그리고 이곳이 맞다는 걸 확인한 후에는 오만하게 외쳤다.“여기 사장 어디 있어?”내가 몸을 일으켰다.“저예요. 무슨 일로...”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여자가 외쳤다.“불효막심한 년! 자기 혼자 잘 살겠다고 어머니를 버려? 네가 그러고 인간이냐?”나는 순간 넋이 나가면서 무의식적으로 귀를 후볐다.“뭐라고요?”그 중 한 사람이 대뜸 달려들더니 내 옷을 찢으려고 했다.“독한 년! 마음 약한 네 엄마 대신 내가 정신 차리게 해줄게. 너 같은 된장녀는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야, 내가!”왼손의 상처가 낫지 않았던 나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다행히 지난번의 경험이 있어서 경비들이 금방 말리러 왔다.험한 말을 들으며 나는 손이 다 덜덜 떨렸다.“신고해요.”그들의 뒤에 누가 있는지는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경찰서는 미술관 근처에 있었다. 경찰들도 금방 출동했다.나는 참고인 조사를 하며 의심 가는 바를 말했다. 그리고 핸드폰에 저장하고 있던 영상도 증거로 제출했다.세상 정의롭게 미술관에 쳐들어왔던 여자들은 당당하게 사실을 말했다. 그들은 인터넷에서 나를 욕하는 영상을 보고 마침 근처에 있던 참에 왔다고 했다. 경찰서에서도 정의의 화신이라도 된 것 같이 으스대는 모습이었다.나도 그들이 말하는 영상을 확인했다. 강은주는
주변 사람들은 진작 입장을 바라봤다. 강은주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 내가 당하던 것을 드디어 강은주도 당해보게 된 것이다.“너, 너...”강은주는 떨리는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넌 내가 이런 꼴을 당하는 데도 가만히 있을 거니?”“서윤이한테 말 섞지 마요!”윤미정은 나를 자신의 뒤로 이끌었다. 나보다 작은 키가 이토록 커 보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망가진 그림들을 바라보며 미술관 경비에게 말했다.“증거를 모아서 경찰에 신고해요. 내가 고소할 거니까요.”경찰이라는 말에 강은주는 넋이 나갔다.“나나나... 나는 서윤이 친어머니예요!”“그래서 뭐요? 죄를 지었으면 책임을 져야죠.”“이서윤! 네가 말해 봐! 넌 내가 감옥에 가도 괜찮아?”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윤미정의 뒤에서 나왔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 파동도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저는 20년이나 인형으로 살았어요. 이제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나는 신고하는 윤미정을 말리지 않았다. 사실상 경비가 신고하기도 전에 강은주는 미친 듯이 도망쳤다. 윤미정도 그녀를 말리지 않았고 계속 신고하라는 말도 안 했다.그녀는 내 손을 잡고 사람들에게 말했다.“놀라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제가 서윤이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이렇게 말하며 그녀는 꾸벅 인사했다.“작가님 탓 아니에요.”“맞아요. 저희야말로 상황도 모르고 함부로 말해서 죄송하네요...”윤미정은 나 대신 사람들은 보냈다. 그리고 경비와 함께 현장을 정리하며 증거를 보관했다.그다음에는 곧장 나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상처를 처치할 때 그녀는 나보다도 긴장한 표정으로 눈을 가려줬다. 그 모습에 의사가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어머니들은 보편적으로 자식 나이를 망각하시는 것 같아요.”“제 눈에는 나이가 얼마 됐든 다 애예요!”나는 그녀의 품에 안겨서 아까 먹여준 레몬 사탕을 빨았다.집에 돌아가는 길 그녀는 나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CCTV랑 증거 자료는 네가 남겨 놓고 있어. 이제 겁줄 때 유용
“우주 테크의 장 대표? 제가 밥도 같이 먹은 적 있는데 일 얘기 반, 와이프 얘기 반 했었어요.”“저도 만난 적 있어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와이프 준다고 케이크도 사 가던데요.”“제 초대장은 장 대표님한테서 받은 거예요. 꼭 친구랑 같이 가달라고 하셔서요.”“그렇게 좋은 남자를 두고 왜 이상한 사람이랑 결혼하겠어요?”내 말에도 변하지 않았던 강은주의 안색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확 변했다. 그녀의 연기가 통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첫 번째였다.그녀는 미친 듯이 손을 허우적대며 말했다.“함부로 말하지 마요! 대성이가 얼마나 참한데요! 올 때 지방 특산물도 가져다줬어요! 그때 받은 감자를 아직도 채 못 먹었다니까요!”“풉...”누군가 웃음을 터뜨렸다.“저기요. 장 대표는 20억을 주고 이 미술관을 샀어요. 근데 지금 감자랑 비교하는 거예요?”강은주는 오만하게 머리를 쳐들었다.“사랑은 돈으로 계산하는 게 아니에요! 대성이가 내 딸이 마음에 든다고 했으니까 당연히 시집가야죠!”그녀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내 학교, 내 진로를 망친 거로 모자라서 이제는 내 혼인까지 짓밟으려고 했다.내 일생이 그녀에게 잡혀 사는 꼴은 절대 못 본다. 내가 왜 그녀의 말만 따라야 하겠는가? 어머니가 신이라도 된다는 말인가?내가 절망에 휩싸여 있을 때 다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나는 따듯한 품으로 빨려 들어갔다.“서윤아! 이게 무슨 일이니? 손 좀 봐봐. 어쩌다가 이렇게 다쳤어?”나는 고개를 들어서 걱정하고 있는 시어머니 윤미정을 바라봤다. 그 순간 지금껏 참아온 눈물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주르륵 흘러내렸다.“어머니!”나는 밖에서 서러운 일이라도 당한 아이처럼 윤미정의 품에 안겨서 울었다.장유건과 연애하면서 결혼을 망설일 때였다. 나는 그의 집에 가서 밥 한 끼 먹은 다음 바로 망설임을 멈췄다. 장유건도 좋지만 윤미정이 너무 다정했기 때문이다.그녀는 미리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알아봐서 준비해 줬다. 그리고 내 일도 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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