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82화 배신(2)대검찰청 제1종합조사실.넓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강민우와 서유라가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의 손목에는 여전히 무거운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서로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실내의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는 듯했다.검사가 가운데 앉아 서류를 펼쳤다."양측의 진술이 완전히 엇갈리고 있습니다. 강민우 피의자는 서유라 씨가 주범이라 주장하고, 서유라 피의자는 강민우 씨가 모든 것을 기획했다고 주장하네요. 자, 대면한 자리에서 확실하게 가려봅시다."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유라가 침을 튀기며 기선제압에 나섰다."강민우 이
한편, 취조실 옆에 위치한 비밀 모니터링 룸.매직 미러(한쪽 방향에서만 보이는 유리) 너머로 두 사람이 서로를 물어뜯는 꼴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서지안과 차태경이었다.태경의 인맥 덕분에 검찰청 고위 관계자의 묵인하에 이 추악한 진흙탕 싸움을 직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 나오는 민우와 유라의 악에 받친 고함소리를 들으며, 지안은 와인 대신 준비된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셨다."어쩜 저렇게 한 치의 오차도 없을까."지안이 핏, 하고 차가운 비웃음을 흘렸다."전생에서도 저랬지. 조금만 불리해지
81화 배신(1)대검찰청 반부패수사부 제3조사실.차가운 형광등 불빛이 사방이 막힌 방안을 창백하게 비추고 있었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찌든 담배 냄새와 무거운 정적이 감돌았다.강민우는 수갑을 찬 손을 덜덜 떨며 생수병을 붙잡았다. 물을 마시려 했지만, 손이 너무 떨려 물방울이 그의 죄수복 깃 위로 볼품없이 흘러내렸다.그의 맞은편에 앉은 검사가 차가운 눈빛으로 서류 조사를 검토하며 대포폰 통화 녹취록과 이중 장부 사본을 툭 던졌다.탁."강민우 씨. 서유라 씨와 공모해서 서그룹 자금 1,100억 원을 횡령하고 스위스 페
"크윽…… 젠장, 존나 꽉 조이네. 씨발, 미치겠어."태경의 턱관절이 도드라지며 짐승 같은 신음을 토해냈다.퍽! 퍽! 퍽! 퍽!살과 살이 가차 없이 충돌하는 마찰음이 라운지 안에 폭발적으로 울려 퍼졌다. 태경은 지안의 골반을 꽉 움켜쥐고 미친 듯이 피스톤 질을 가속했다.찌우걱, 찌걱!"아아! 아앗! 너무 커…… 하앗! 태경 씨, 깊어, 너무 깊어요, 흐아앙!"지안의 머리가 소파 쿠션에 깊게 파묻혔다. 흔들리는 반동에 맞춰 젖가슴이 출렁거렸고, 붉은 립스틱은 이미 번질 대로 번져 있었다."하아, 하아…… 넌 평생 내 거야
80화 철창 신세(2)"하아……."두 사람이 강당 밖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지안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몸의 긴장이 탁 풀리며 다리에 힘이 빠졌다.그 순간, 태경의 단단한 팔이 지안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수고했어, 서지안."태경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그제야 지안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끝났네요. 첫 번째 사냥이."한 시간 후, 서그룹 본사 최상층. VIP 전용 라운지.방음벽으로 완벽하게 외부와 차단된 공간. 블라인드가 쳐진 창문 너머로 강남의 화려한 빌딩 숲이 내려다보였다.철컥.태
79화 철창 신세(1)쾅-!!대강당의 거대한 호두나무 양개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경찰입니다! 모두 자리에서 움직이지 마십시오!"주주총회장의 혼란을 단숨에 찢어발기는 거친 고함소리. 수십 명의 강력계 형사들과 제복을 입은 기동대원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그들의 허리춤에는 수갑과 삼단봉이 번쩍거리고 있었다.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뭐야? 경찰이 왜 여기까지 들어와!" "길 비켜주세요! 경찰입니다!"선두에 선 덥수룩한 인상의 강력계 반장이 단상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손에는 법원에서 갓 발부된
산산조각 난 크리스털 위스키 잔의 파편들이 어두운 카펫 위로 흩어져 있었다. 그 파편들 한가운데, 지안이 던진 황갈색 서류 봉투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차태경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은 채, 그 봉투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의 깊고 서늘한 눈동자에는 여전히 비릿한 조소가 걸려 있었다."완벽한 명분이라."태경이 천천히 허리를 굽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사락. 봉투 안에서 하얀 A4 용지 몇 장이 미끄러져 나왔다. 맨 앞장에 적힌 굵은 명조체의 글씨를 확인한 순간, 태경의 움직임이 뚝 멎었다.[혼인 계약서
청담동의 화려한 메인 스트리트를 한 블록 벗어난 이면도로. 낮에는 최고급 맞춤 정장 샵으로 위장해 있지만, 밤이 되면 상위 0.1%만을 위한 비밀스러운 요새로 변모하는 곳.프라이빗 클럽, '블랙 오키드(Black Orchid)'.택시에서 내린 지안은 밤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눈앞의 육중한 검은색 철문을 올려다보았다. 간판조차 없는 그곳은 주변의 어둠과 완벽하게 동화되어, 아는 사람이 아니면 입구조차 찾을 수 없게 설계되어 있었다.지안이 천천히 철문 앞으로 다가가자, 어둠 속에서 거대한 그림자 두 개가 스르르 분리되어 나왔다
지이잉-. 지이잉-.어두운 택시 안. 핸드백 안에서 스마트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고 있었다. 지안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액정에 뜬 이름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강민우]레스토랑에서 밥상을 엎어버리듯 빠져나온 지 30분째. 강민우는 벌써 스무 통이 넘는 전화를 걸어오고 있었다.평소 같았으면 택시를 타고 쫓아오거나 집 앞까지 찾아와 무릎을 꿇고 쇼를 했겠지만, 오늘 지안이 보여준 모습은 그가 감히 섣불리 다가오지 못할 만큼 이질적이고 서늘했을 것이다.지안은 진동이 끊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자마
오후 2시. 지안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과거의 서지안이었다면, 오늘 같은 날에는 강민우가 좋아하는 연한 파스텔 톤의 원피스를 입었을 것이다. 그는 항상 지안에게 '지켜주고 싶은 여자'의 이미지를 원했다.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 옅은 화장, 수줍은 미소. 그것이 강민우가 세팅해 놓은 서그룹 후계자의 '목줄'이었다.하지만 지금 거울 속에 비친 여자는 완전히 달랐다.몸의 실루엣이 날카롭게 떨어지는 짙은 블랙 슈트. 발목을 아슬아슬하게 드러내는 스틸레토 힐. 그리고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와 극명한 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