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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50화

مؤلف: 금붕어
시간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갔다.

송미연은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위치 표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한편으로는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

처음에는 육민성도 약속한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상황을 전해왔다.

“외곽 안전 지점에 도착했어.”

“무인 지역에 진입했다. 도로 상황은 문제없어.”

“3번 관측소까지 3킬로미터 남았어.”

“곧 도착한다. 샘플 채취 준비할게.”

그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송미연의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도 조금씩 가라앉았다.

화면 속 위치 표시도 3번 관측소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송미연은 화면을 바라보며 속으로 시간을 헤아렸다. 샘플 채취를 마치고 관측소를 빠져나와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마지막 위치 보고를 받은 지 거의 3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통신기에서 갑자기 거센 잡음이 터져 나왔다.

“지지직.”

귀를 찌르는 소음 사이로 멀리서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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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50화

    시간은 한없이 더디게 흘러갔다.송미연은 컴퓨터 앞에 앉아 화면 위에서 움직이는 위치 표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한편으로는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계속 귀를 기울였다.처음에는 육민성도 약속한 시간에 맞춰 꼬박꼬박 상황을 전해왔다.“외곽 안전 지점에 도착했어.”“무인 지역에 진입했다. 도로 상황은 문제없어.”“3번 관측소까지 3킬로미터 남았어.”“곧 도착한다. 샘플 채취 준비할게.”그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송미연의 가슴을 짓누르던 불안도 조금씩 가라앉았다.화면 속 위치 표시도 3번 관측소에서 안정적으로 움직임을 멈췄다. 송미연은 화면을 바라보며 속으로 시간을 헤아렸다. 샘플 채취를 마치고 관측소를 빠져나와 무사히 돌아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 계산하면서 말이다.그런데 마지막 위치 보고를 받은 지 거의 30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통신기에서 갑자기 거센 잡음이 터져 나왔다.“지지직.”귀를 찌르는 소음 사이로 멀리서 폭발하는 듯한 굉음이 희미하게 섞여 들렸다. 소리는 끊어지고 뭉개진 채 이어지다가 이내 모든 것이 완전히 잠잠해졌다. 그 후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화면에서 움직이던 위치 표시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다.최수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위치 추적 시스템에 다시 연결을 시도했다. 몇 번이고 통신기를 붙잡고 육민성을 불렀다.“선배, 들리면 대답해요.”“민성 선배!”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숨 막히는 정적이 밀려들어 순식간에 연구실을 집어삼켰다.송미연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화면 앞으로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래? 위치가 왜 사라졌어? 통신은 또 왜 끊긴 거야?”최수빈은 미간을 굳게 찌푸린 채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였다. 현지의 실시간 전황 정보를 불러온 뒤, 잠시 화면을 확인하던 그녀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북부 3번 관측소 일대가... 방금 대규모 폭격을 당했어.”폭격.그 두 글자가 송미연의 가슴 한복판에 포탄처럼 떨어졌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49화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번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송미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육민성을 바라보았다.위험 분담 원칙상, 육민성이 먼저 나서리라는 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세 사람 중 경험이 가장 많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났다. 현지 사정 역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두 여자를 위험천만한 전면에 세울 사람이 아니었다.아니나 다를까, 육민성이 몸을 돌려 최수빈과 송미연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두 사람은 여기에 남아. 연구실 밖으로 나가지 말고 연락은 항상 받을 수 있게 해 두고. 나 혼자 다녀올게.”송미연이 곧바로 반대했다.“안 돼요. 너무 위험하잖아요. 갈 거면 같이 가요.”“같이 가면 위험만 더 커져.”육민성의 태도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인원이 적을수록 움직이기도 쉽고 상황이 틀어졌을 때 빠져나오기도 빨라. 나 혼자 가는 게 훨씬 나아. 두 사람은 여기 남아서 데이터를 지키고 안전을 확보해. 날 신경 쓰이게 만들지 마.”“그래도...”“안 돼.”육민성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송미연을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 다정해졌지만 어조는 여전히 강경했다.“말 들어. 호텔에서 나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그는 위기 상황이 오면 언제나 모두를 제 뒤로 숨기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최수빈을 향한 보호는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로서의 책임감에 가까웠다.하지만 송미연에게 느끼는 감정은 그와 달랐다. 걱정과 보호하려는 마음 너머에, 자신도 미처 외면할 수 없는 더 깊은 감정이 자리하고 있었다.그는 송미연을 그런 위험한 곳에 데려갈 수는 없었다.언제 어디서 총알과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전장이었다. 일단 휘말리고 나면 그녀를 완벽하게 지켜주리라 장담할 수 없었다. 셋이 다 함께 위험을 무릅쓰느니 차라리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는 게 나았다.그때 최수빈도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나도 선배 의견에 동의해. 우리는 여기 남아서 지원과 데이터 접수를 준비하고 현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48화

    파견 후 업무 일상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바쁘게 돌아갔다.현지 정세는 원래부터 불안정했다. 세력 간의 이권이 복잡하게 얽힌 데다가 국경지대의 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간간이 멀리서 들려오는 포성은 하늘을 가르는 둔탁한 뇌성처럼 귓가를 울렸는데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를 끊임없이 일깨워 주었다.최수빈 일행이 머무는 호텔은 겉보기에는 평온해 보였으나 사실상 겹겹이 쌓인 경호망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대외적인 신분 역시 철저히 위장된 상태였다.국제 공동 연구팀이라는 명목하에 신형 항공 소재의 성능 테스트와 데이터 정리를 지원하는 것이 이들의 대외적 임무였다.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연구 지원이었으나 그 이면에는 지역 안보와 전략적 균형이라는 무거운 사안이 걸려 있었다.이 신형 항공 소재는 비행체의 운항 거리, 구조적 강도, 극단적인 환경에서의 적응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었다. 만에 하나 불순한 세력의 손에 넘어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게 뻔했다.따라서 세 사람의 진짜 임무는 정밀한 데이터를 보완하는 한편, 이 기술이 불순한 세력에게 유출되지 않도록 물밑에서 감시하는 것이었다.처음 며칠 동안은 숙소 뒤편에 마련된 연구실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비교적 안전한 곳이었고 절차도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었다. 세 사람은 각자 맡은 일을 분담해 손발을 맞췄다.최수빈은 대외 교섭과 데이터 총괄을 맡았고 송미연은 소재의 미세 구조 분석과 연구 기록을 담당했다. 육민성은 세부 실행안 작성, 리스크 평가, 그리고 현지 경호팀과의 소통을 총괄했다.하지만 밤만 되면 창문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탐조등 불빛과 멀리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들었다.송미연은 이곳의 일상에 조금씩 적응해 가면서도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지는 못했다.육민성은 여전히 세심하게 그녀를 챙겼다. 아침이면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기억해 챙겨 주었고 연구 중간에는 따뜻한 물을 건네곤 했다. 그리고 밤에 잠을 설칠 때면 그녀를 깨우지 않으려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였다.“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47화

    갑작스럽지도, 힘이 들어간 포옹도 아니었다. 그저 차분하게 다가가 그의 가슴에 조용히 안겼을 뿐이었다.송미연은 팔을 둘러 육민성의 허리를 감싸 안았고 뺨을 그 어깨에 가만히 내맡겼다.육민성의 몸이 순간 굳어버렸다. 숨조차 멎은 듯 허공에 어정쩡하게 떠 있는 그의 두 손은 갈 곳을 잃고 헤맸다.방 안에는 두 사람의 심장 소리만 울릴 정도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송미연이 입을 열었다. 낯선 타국에서의 깊은 밤 탓인지 목소리에는 평소보다 조금 더 여린 기색이 묻어 있었다.“오빠, 가끔 보면 참 좋은 사람이에요.”나직한 한마디가 육민성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한참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얼마나 오래 정적이 흘렀는지, 송미연이 민망함에 손을 거두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육민성이 천천히, 아주 조심스럽게 팔을 올려 그녀의 등을 살짝 토닥였다.바짝 끌어안지도 못하고, 그저 마음을 가라앉혀 주려는 듯한 다독임이었다.“일단 뭐라도 좀 먹어.”육민성의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먹고 일찍 자.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송미연은 차분하게 응수하면서도 곧바로 품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간 안겨 있다가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크래커 하나를 집어 들고 오물오물 입에 넣었다.실내에는 침대 곁 스탠드 조명 하나만 은은하게 켜져 있었다.송미연은 침대 끝자락에 가만히 기대앉아 육민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그는 잠자리에 들지도, 그렇다고 그녀를 신경 쓰며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저 창가 쪽 자그마한 책상에 바른 자세로 앉아 있을 뿐이었다. 곧게 뻗은 어깨선에서는 평소 임무를 수행할 때 보였던 서슬 퍼런 날 선 기운이 사라지고 어딘가 한결 편안하고 다정한 기운이 감돌았다.그의 앞에는 얇은 외국어 자료집 한 권이 펼쳐져 있었다. 아마 내일 연구실에 들어가기 전 미리 숙지해야 할 내용인 듯했다. 손가락 끝으로 펜을 가볍게 쥔 채 여백에 한두 줄씩 그어 내려가는 손길은 조용하고도 침착했다. 자료에 집중한 얼굴이었지만 심각하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46화

    최수빈이 카드를 찍고 엘리베이터에 타는 모습을 배웅하고 나서야, 육민성은 송미연을 돌아보며 다정한 어조로 말했다.“우리도 올라가자.”방은 같은 층 복도 안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적막하고 은밀했다.카드를 찍고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편의 시설이 잘 갖춰진 아늑한 분위기의 룸이었지만 벽 하나를 사이에 둔 밖은 낯선 타국이자 앞을 알 수 없는 임무가 기다리는 곳이었다. 공기 중에는 여전히 불안함이 맴돌았다.송미연은 백팩을 내려놓고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살짝 젖힌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거리는 한산했고, 가로등은 희미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멀리서 간간이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귀를 찌르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괜히 마음 한구석이 조여 왔다.송미연은 이곳에 도착한 뒤로 줄곧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비행기 안에서도 멀미 때문에 한 번 토했다. 원래 몸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익숙한 곳을 갑작스럽게 떠나온 탓인지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 남겨둔 모든 미련을 뒤로하고 정세조차 불안정한 곳에 떨어지니 육체적인 고통보다 심리적인 불안감이 더 크게 밀려왔다.육민성이 간단히 짐을 정리한 뒤 돌아보았다.송미연은 창가에 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가만히 서 있는 뒷모습에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속 안 좋아?”그가 조심스럽게 묻자 송미연은 돌아보지도 않고 짧게 대답했다.“아니요.”“여기가 낯설어서 그래?”그녀는 흠칫하다가 이내 인정했다.“조금요.”낯선 타국에서 익숙한 말 한마디 들리지 않으니 밤을 스치는 바람 소리마저 생경하게만 느껴졌다.게다가 다음 날 아침부터 곧바로 연구실에 들어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는 중압감까지 더해져 긴장의 끈을 도무지 놓을 수가 없었다.육민성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돌아서서 테이블로 향했다. 가방을 열더니 그 안에서 몇 가지를 챙겨 꺼냈다.크래커 한 박스, 견과류 한 봉지, 그리고 허브티 티백 몇 개였다.“비행기에서 먹은 것도 없는데 멀미까지 했으니 빈속이면 더 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45화

    비행기가 착륙했을 때, 현지 시간은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잿빛이 도는 푸른 하늘이 낮게 내려앉아 있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는 짭조름한 습기와 서늘함이 묻어 있었다.눈에 들어오는 글자도, 들려오는 말도 전부 낯설었다. 공기마저 고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사람들을 따라 공항 도착장을 빠져나온 최수빈 일행은 곧 간단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마중 나온 사람을 발견했다.상대는 눈에 띄지 않는 차림에 군더더기 없이 단정한 인상으로 가볍게 고개만 숙여 인사할 뿐, 별다른 말을 붙이지 않았다.그는 세 사람의 간단한 짐을 받아 든 뒤, 바로 옆에 세워진 검은색 승합차로 안내했다.차 문이 닫히자 공항의 소음이 단숨에 차단되며 차 안에는 차분하고 절제된 분위기만 남았다.차는 낯선 도시의 거리를 달렸다.하나둘 켜지는 네온사인, 익숙하지 않은 건물들, 서로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까지...그제야 세 사람은 새삼 정말 고국에서 한참 떨어진 이국땅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우선 호텔로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쉬시고 내일 아침에 차량을 준비해서 연구소로 이동할 예정이에요.”앞좌석에 앉은 현지 담당자가 차분하게 말했다.“이쪽은 사정이 좀 복잡합니다. 밤에는 되도록 외출하지 마시고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제게 연락해 주세요.”세 사람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그 뒤로는 별다른 대화 없이 차가 계속해서 달렸다.얼마 후 차량은 비교적 조용한 도심 지역으로 들어섰고 평범해 보이는 건물 앞에 멈췄다.겉모습은 여느 호텔과 다를 바 없었지만 보안은 상당히 철저했다.카드를 찍고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도 간결하고 차분했다. 한가롭게 오가는 일반 투숙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해외 파견 인력이나 관계자들이 주로 머무는 지정 숙소인 듯했다. 일반 호텔보다 보안 면에서는 훨씬 믿을 만해 보였다.담당자가 체크인 절차를 마친 뒤 객실 카드를 건넸다.“원래는 세 객실을 예약해 뒀는데, 최근 이쪽 객실 사정이 좋지 않아서 시스템상 두 객실로 조정됐습니다. 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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