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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ผู้เขียน: 금붕어
최수빈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담담하고도 조용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하린 씨가 그런 결과를 맞은 게, 내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박하린이 떠나자 행사장에는 더 많은 수군거림이 퍼져나갔다.

주기훈은 그녀를 쫓아냈고 주민혁은 말리지도 않았으며 그 누구 하나 박하린을 두둔하는 사람이 없었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였다.

박하린이 뻔뻔하게 보기 흉할 정도로 들이댔다는 것.

주민혁은 지금껏 그녀와 함께하기 위해 그토록 치밀하게 판을 짜왔고 명분 있게 이어지기 위해 기회를 만들어왔다.

그런데 박하린이 오늘 그 모든 걸 한순간에 망쳐버린 것이다.

주민혁은 어두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최수빈은 그런 주민혁의 시선을 보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느낄 수 있었다.

‘속으로는 박하린이 얼마나 억울했을지, 안쓰럽게 생각하고 있겠지.’

그녀는 차갑게 웃어 보였다.

“그냥 어이가 없어요. 그동안 몰랐거든요, 주 대표님 취향이 그렇게... 멍청한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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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64화

    아침을 먹은 뒤, 최수빈은 율이의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학교 앞에는 이미 학부모와 아이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차들이 오가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활기가 넘쳤다.최수빈이 율이의 손을 잡고 교문 앞에 다다랐을 때, 익숙한 뒷모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지규원이었다.그는 캐주얼한 정장 차림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한 손에는 어린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있었다. 바로 그의 아들 지민준이었다.민준이와 율이는 같은 반 친구였는지라 평소에도 꽤 친하게 지냈다.곧 지규원도 최수빈을 발견하고는 웃으며 다가왔다.“좋은 아침이에요, 수빈 씨.”“좋은 아침이에요.”최수빈도 미소로 인사한 뒤, 민준이에게 시선을 내렸다.“민준이 오늘 아주 멋지게 입었네.”민준이는 율이를 보자마자 활짝 웃었다. 웃을 때 드러나는 작은 덧니가 유난히 귀여웠다.“율이야, 오늘 우리 같이 미끄럼틀 탈래?”율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좋아!”두 아이는 손을 꼭 잡고 재잘거리며 한쪽으로 달려갔다.지규원은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그러고는 다시 최수빈을 바라봤다.“참, 천공이랑 주상 그룹이 협력하는 해외 프로젝트 말인데요. 어제 보내주신 기획안을 봤는데, 몇 가지 세부 사항은 다시 논의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더라고요.”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저도 몇 군데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특히 공급망 쪽 리스크 평가는 더 세분화해야 할 것 같아요.”“맞아요.”지규원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해외 세력 쪽이 일단은 눌리긴 했지만 잔당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니까요. 가능한 모든 위험 요소를 다 고려해야 합니다. 조금의 틈도 줘서는 안 돼요.”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십여 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프로젝트 세부 내용부터 이후 배치 계획까지, 대화는 온통 일 이야기뿐이었다.업무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지규원은 손목시계를 흘끗 보고 말했다.“시간이 거의 다 됐네요. 저는 민준이 들여보내야겠습니다.”“저도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63화

    “하지만 이런 일은 정말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진서령이 다시 뭐라 말을 꺼내려던 순간, 주민혁이 손을 들어 조용히 말을 막았다.그는 진서령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재혼 문제는 저랑 수빈이가 알아서 잘 결정할게요.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저희도 다 생각이 있으니까.”진서령은 그의 표정을 보더니 더 말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깨달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고개를 저으며 다시 젓가락을 들었지만 이미 입맛은 떨어진 뒤였다.그렇게 식사는 어딘가 미묘한 분위기 속에서 끝이 났다.식사 후 진서령은 주시후에게 내일 짐 잘 챙겨두라고 몇 번이고 당부했다. 그렇게 직접 저택으로 데리러 오겠다는 말까지 남긴 뒤에야 빈 도시락통을 들고 돌아갔다.현관문이 조용히 닫히자 거실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내려앉았다.주민혁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 눈을 감은 채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최수빈은 식탁을 정리한 뒤, 국화차 한 잔을 타서 그의 옆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두 사람 모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참 뒤에야 주민혁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옆에 앉은 최수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재혼은... 전부 네 뜻대로 할게.”잠시 말을 고른 그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그때는 내가 잘못했어. 너무 독선적이었고 내 생각만 옳다고 믿었지. 그래서 결국 네 마음에 상처를 줬어. 그런데도 다시 너랑 함께할 수 있게 됐고 율이랑 네 곁을 지킬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난 이미 충분해. 혼인신고서는 나한테 있어서 있으면 더 좋은 거지, 꼭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야. 네가 원하면 하러 가는 거고, 원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살아도 난 괜찮아.”최수빈의 마음이 조용히 흔들렸다.가슴 한쪽을 무언가가 살짝 건드린 것처럼 잔잔한 파문이 번져갔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주민혁을 바라봤다. 눈가에 서린 피로와,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최수빈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의 손을 가만히 감쌌다. 손끝에 닿은 그의 손바닥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62화

    거기에 최수빈이 나중에 따로 만든 담백한 반찬 몇 가지까지 더해져 식탁이 제법 푸짐했다.주민혁은 최수빈에게 등 떠밀리듯 서재에서 끌려 나왔다.막 해외 화상회의를 끝낸 참인지, 이마에는 옅게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반듯하게 다려진 실내복 차림이었지만 눈가에 밴 피로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그는 식탁에 앉아 최수빈이 건네준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제야 목 안쪽의 메마른 기운이 조금 가시는 듯했다.상석에 앉아 있던 진서령은 그런 주민혁을 보며 못마땅하다는 듯 한마디했다.“일이 아무리 바빠도 몸은 챙겨야지.”“진짜 쓰러지기라도 하면 수빈이랑 애들은 어떡하려고 그래?”주민혁은 별말 없이 고개만 한 번 끄덕였다. 그리고 젓가락을 들어 나물을 한입 집어 먹었다.최수빈은 그의 옆에 앉아 보양탕 한 그릇 떠주며 조용히 말했다.“천천히 먹어요. 오후 내내 푹 고아서 국물이 진해요.”옆자리에는 주시후와 율이가 앉아 있었다. 두 아이는 쉴 새 없이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주시후는 저택에 있는 토끼가 얼마나 귀여운지 이야기했고, 율이는 학교에서의 블록놀이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신나게 떠들어댔다.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집 안에 감돌던 묵직한 분위기를 한결 부드럽게 풀어주고 있었다.진서령은 눈앞의 평화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젓가락을 내려놓고 맞은편의 주민혁과 최수빈을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어느새 진중한 기색이 담겨 있었다.“참, 나 할 말이 하나 있는데.”주민혁은 아무 말 없이 반찬을 집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최수빈 역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는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너희 둘, 재혼은 언제 할 거니?”진서령의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또렷하게 두 사람에게 닿았다.“지금이야 같이 살고 있고 누가 보면 그냥 한 가족 같긴 하지. 그래도 결국 혼인신고 하나 없는 건 사실이잖아. 그 종이 한 장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막상 중요한 순간엔 큰 힘이 되는 법이야.”잠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61화

    “수빈아, 너희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 시후는 출생 배경이 워낙 복잡한 아이잖아. 너희는 그 아이가 계속 율이랑 붙어 지내다가 나중에 혹시라도 진실을 알게 됐을 때 둘 사이에 앙금이 생길까 봐 걱정하는 거지.”최수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진서령이 이렇게까지 훤히 꿰뚫고 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동안 최수빈과 주민혁도 그런 걱정을 안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주시후가 워낙 착하고 의젓하게 구는 모습을 보면 차마 내칠 수가 없을 뿐이었다.진서령은 망설이는 최수빈의 눈빛을 보고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아이, 정말 안됐잖니. 심종연이 저지른 죄를 그 아이가 짊어질 필요는 없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시후를 데려다 키우면 어떨까 싶구나. 나는 따로 지내고 있으니 조용하기도 하고 그 아이도 잘 돌볼 수 있어. 보고 싶으면 언제든 와서 봐도 되고. 그렇게 하면 아이도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고 너희 걱정도 덜 수 있으니 서로에게 좋은 일 아니겠니?”최수빈의 마음이 완전히 흔들렸다.진서령의 말은 하나하나가 그녀의 마음을 정확히 겨냥한 말이었으니 말이다.창밖을 내다보니 율이와 주시후가 정원에서 서로를 쫓아다니며 장난치고 있었다. 두 아이의 맑은 웃음소리가 봄날의 풍경처럼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한참을 침묵하던 최수빈이 겨우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망설이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이 일은 저 혼자 결정할 수 없어요. 시후 본인에게도 물어봐야죠.”진서령은 눈빛이 밝아지더니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지, 당연히 그래야지. 아이 본인의 의사도 중요하지.”두 사람이 서재를 나섰을 때, 마침 율이가 주시후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며 밖에서 들어오고 있었다.진서령은 앞으로 다가가 몸을 낮추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주시후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시후야, 할머니가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주시후는 발걸음을 멈추고 진서령을 바라보더니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말씀하세요.”“할머니랑 저택에 가서 한동안 지내볼래?”진서령의 목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60화

    “안 돼.”주민혁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해외 세력의 잔당도 아직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고 도씨 가문 쪽 뒷수습도 남았어. 천공의 해외 협력 프로젝트도 오늘 오후에 국제회의가 있어. 내가 빠질 순 없어.”주민혁은 최수빈의 손을 조심히 뿌리치고 벽을 짚은 채 몸을 일으켰다.걸음은 아직 조금 휘청거렸지만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끝내 중심을 잡아가며 문 쪽으로 향했다.최수빈은 꼿꼿하지만 어딘가 야위어 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속에서 무력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말려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이 남자는 늘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채 조금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이었다.하는 수 없이 최수빈은 주민혁을 따라가 깨끗한 실내복을 챙겨 주었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옷을 갈아입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주민혁의 움직임은 느렸다. 팔을 들고 허리를 숙이는 작은 동작 하나에도 피곤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그는 여전히 흐트러짐 없이 단정했다.옷을 갈아입은 뒤에는 다시 침실로 돌아가 눕지 않고 곧장 서재로 향했다.서재 문이 조용히 열렸다.이윽고 주민혁은 책상 뒤에 앉아 손끝을 키보드 위에 올렸다. 그러나 몇 글자를 치기도 전에 머리가 핑 도는 듯한 어지럼이 몰려오는 탓에 급히 이마를 짚고 눈을 감은 채 잠시 숨을 골랐다.최수빈은 따뜻한 물 한 잔을 들고 들어오다가 그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다.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말 없이 주민혁의 손이 닿는 곳에 물컵을 내려놓았다.“천천히 해요. 서두르지 말고.”주민혁은 눈을 뜨고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바짝 마른 목이 조금은 나아지는 듯했다.그가 최수빈을 바라보았다.“또 걱정시켰네.”최수빈은 고개를 저으며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의자를 하나 끌어와 그의 곁에 앉아 조용히 함께 있어 주었다.서재 안에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맑은소리만이 낮게 이어졌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현관 쪽에서 초인종 소리가 들려와 최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러 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59화

    최수빈의 목소리는 조금 쉬어 있었다. 눈에는 밤새 한숨도 못 잔 흔적처럼 붉은 핏기가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주민혁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가슴 한쪽이 세게 조여 오는 걸 느꼈다.그는 낮게 말했다.“걱정시켜서 미안해.”하지만 대답 대신 최수빈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주민혁을 부축해 앉혔다. 그리고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그의 입가로 가져다주었다.그렇게 주민혁이 천천히 물을 마시는 모습을 지켜본 뒤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지안 씨가 그랬어요. 당신 몸 상태가 이미 한계까지 망가졌다고. 이대로 계속 버티면 정말 무너질 수도 있대요.”물컵을 쥔 주민혁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그는 천천히 시선을 들어 최수빈을 바라봤다. 피로가 짙게 깔린 눈빛이었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담담했다.“나도 알아.”알고 있었다. 모를 리가 없었다.최근 들어 그는 자주 어지러움을 느꼈고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오는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늘 억지로 버틴 것이었다.최수빈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고 자신을 노리는 사람들에게 빈틈을 보이고 싶지도 않아서 말이다.최수빈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주민혁의 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었으나 그의 몸은 정말 더는 이렇게 버틸 수 없는 상태였다.“지금 상황이 어떤지 너도 잘 알잖아.”주민혁은 물컵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해외 세력은 계속 움직이고 있고 심종연의 잔당도 아직 숨어서 날뛰고 있어. 천공 쪽 해외 프로젝트도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고. 이 상황에서 난 쓰러질 수 없어.”최수빈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가 틀린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저 몸으로 대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단 말인가.그녀는 창백한 주민혁의 얼굴과 아직 핏발이 가시지 않은 그의 눈을 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한 걸음 다가갔다.이윽고 그대로 주민혁을 꽉 끌어안더니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민혁 씨... 당신 너무 힘들잖아요. 정말 너무 힘들어 보여요.”그녀의 품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916화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접은 뒤,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에 집중하려 했다.그 시각, 주민혁은 혼자 호텔 침실에 머물러 있었다.어젯밤 그는 해온시를 떠나지 않고 최수빈의 집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묵었다.가까이에 있고 싶으면서도, 다시 그녀를 찾아가 방해할 용기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침대 머리에 기대 눈을 감자 어느새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 최수빈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서류 두 장을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그는 늘 그렇듯 그녀를 믿고 내용도 보지 않은 채 그대로 사인했다.그리고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917화

    숲속, 이곳은 지질과 기후가 모두 특이한 지역이었다.최수빈은 장비 옆에 쪼그려 앉아 기록판을 들고 무인기가 전송해 오는 온도와 습도 데이터를 하나하나 꼼꼼히 적고 있었다.곁에서는 육강민이 기상 관측 장비를 조정하며 수치를 맞추고 있었고 두 사람은 간간이 수치와 설정값을 확인하며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췄다.“마지막 데이터까지 다 받았어요. 이제 마무리해도 되겠네요.”육강민이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웃었다.“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움직였더니 해도 거의 지고 있어요. 먼저 텐트부터 치죠. 어두워지면 더 힘들어져요.”최수빈은 고개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9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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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861화

    너무도 갑작스러운 그의 사과에 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 목이 무언가에 꽉 막힌 듯 숨이 걸리는 느낌이 들었다.그러다 그녀는 주민혁의 눈을 바라봤다. 깊고 짙은 그 눈빛 속에서 복잡한 감정들이 겹겹이 뒤엉켜 요동치고 있었다.우울증은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병이 아니고 심지어 강지원 같은 전문의가 봐도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고 말할 정도였다.최수빈은 입술을 살짝 움직이다가 깊게 숨을 들이켰다.“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요. 그때 민혁 씨가 어떤 선택을 했든 출발점은 항상 나랑 예린이를 위한 거였잖아요. 민혁 씨는 민혁 씨가 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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