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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1화

Autor: 금붕어
그녀는 주예린의 앞에 쪼그려 앉아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손끝으로 살며시 쓰다듬었다.

“예린아, 여기는... 아빠네 집인데 아마 한동안은 여기서 지내게 될 것 같아.”

주예린의 손에 든 인형은 어찌나 꽉 움켜쥐었는지 모양이 일그러져 있었고 고개를 들어 올린 아이의 맑은 눈에는 혼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아빠네 집?’

그 말은 주예린에게 있어 동화책 속 성과도 같이 너무나 멀게 느껴졌다.

언제나 말끔한 정장 차림에 눈빛은 차갑기만 했던 남자, 매번 언급할 때면 엄마가 한참을 침묵하게 만들던 그 남자, 멀리서 몇 번 몰래 바라본 적은 있지만 ‘아빠’라는 두 글자를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두려웠던 그 남자에게 이렇게 예쁜 집이 있다는 사실이 낯설기만 했다.

작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마음속에서는 두 개의 목소리가 공존했는데 한 목소리는 잔뜩 설레어하는 기색이었고 또 다른 목소리는 겁을 먹은 것이었다.

아빠는 자신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유치원에서는 다른 아이들이 아빠의 손을 잡고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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Último capítulo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61화

    끝없이 펼쳐진 하얀 세계, 주민혁은 텅 빈 묘지 한가운데 서 있었다. 손에는 종이 두 장이 쥐어져 있었는데 하나는 화장 통지서, 다른 하나는 이혼 합의서였다.종이 위의 글씨는 눈이 시릴 만큼 또렷했고 맨 아래에는 그가 직접 적은 사인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왜 그걸 썼는지는 떠오르지 않았다.그저 최수빈이 없고, 율이도 없다는 사실만 분명했다.품 안에는 두 개의 유골함이 안겨 있었다. 작고 가벼운 그것들이 이상하게도 불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가슴을 짓누르며 타들어 가듯 시린 통증까지 남겼다.그는 한 걸음씩 앞으로 걸었다.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귓가에는 거칠게 몰아치는 바닷바람 소리가 들렸고 짠내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숨이 막힐 듯 목이 조여왔다.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녀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아무도 찾지 못할 곳까지, 그곳에서 함께 머물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파도가 거세게 밀려왔다.철썩, 철썩하며 끊임없이 해변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건 마치 최수빈이 꾹꾹 눌러 참고 있던 울음 같기도 했고, 또는 율이의 부드럽고 어린 목소리 같기도 했다.“아빠...”“아빠, 나 좀 안아줘요.”“민혁 씨... 나 좀 봐줘요.”그 목소리들은 수없이 많은 바늘이 되어 주민혁의 심장을 찔러댔다. 숨이 막힐 듯 아파서 그는 몸을 웅크렸다.그 순간, 사방에서 바닷물이 한꺼번에 밀려왔다.차갑고 짠 물이 입과 코를 통해 들이닥쳤고 앞다투듯 밀려 들어와 숨통을 죄어왔다.결국 숨이 완전히 막혀버렸다.“컥!”거친 기침이 목을 찢듯 터져 나왔다.비릿하면서 달큰한 액체가 혀끝으로 차올라 입술 사이로 흘러내리자 하얀 베개 커버가 이내 붉게 물들였다.주민혁은 번쩍 눈을 떴다.동공이 급격히 수축하더니 눈에는 아직 공포가 가시지 않아 붉은 실핏줄이 가득 번져 있었다.가슴이 크게 들썩였다. 숨을 쉴 때마다 폐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따라왔다.조금 전까지의 악몽이 머릿속을 미친 듯이 맴돌며 좀처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60화

    장병욱은 그녀가 끝내 뜻을 굽히지 않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최수빈은 그렇게 아주 오랜 시간 주민혁의 곁을 지켰다.병상 옆에 앉아서는 차가운 물수건을 손에 쥔 채 그의 이마에 밴 식은땀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었는데 손길이 아주 조심스러웠다.해 질 무렵, 장병욱이 한 번 더 찾아와 조심스럽게 말했다.“수빈 씨, 이틀 밤낮을 꼬박 지키셨습니다. 이러다가는 수빈 씨의 몸이 먼저 버티지 못하겠어요. 대표님 쪽은 저희가 보고 있으니, 정말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하지만 최수빈은 대답 대신 시선을 내리깔고 주민혁의 손만 바라보고 있었다.그 손은 한때 정교한 기계를 다루던 손이었다. 수백억 원짜리 계약서에 서명하던 손이기도 하고, 서툴지만 정성스럽게 율이의 머리를 묶어 주던 손이기도 했다.그런데 지금은 얼음장처럼 차가운 것이 온기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장병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더 말을 보태지 않고 죽 그릇을 침대 머리맡에 조용히 내려놓은 뒤, 발소리마저 죽인 채 문을 닫고 나갔다.방 안은 다시 적막에 잠겼다.남은 건 두 사람의 숨소리와 창밖으로 눈발이 흩날리며 부딪히는 자잘한 소리뿐이었다.깊은 밤이 되자 스며드는 한기는 바늘처럼 옷깃 사이를 파고들어 뼛속까지 시리게 했다.최수빈은 몸에 걸친 커다란 방한복을 더 꼭 끌어당겼다.이는 주민혁의 옷이었다. 어쩐지 아직도 그에게서 나던 서늘하고 맑은 체취가 희미하게 남아 있는 것 같았다.그녀의 시선은 한순간도 주민혁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잔뜩 찌푸린 미간, 미세하게 떨리는 속눈썹, 시간이 갈수록 더 맺혀 오는 이마의 식은땀까지...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눌어붙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그러다 최수빈은 문득 송미연과 육민성이 떠올랐다.한참 전, 카페에 마주 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날.그때의 그녀는 율이를 데리고 은산시에 막 돌아온 직후였다.주민혁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본능적으로 표정이 굳힐 만큼 그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상태였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59화

    “수빈 씨, 일어나셨습니까?”문가에서 장병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손에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들고 들어왔는데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눈빛에도 놀라고 불안한 기색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최수빈은 그를 똑바로 노려보며 쉰 목소리로 물었다.“민혁 씨는요? 어디 있어요?”죽을 들고 있던 장병욱의 손이 잠시 멈칫했다.표정이 묘하게 굳었다가 그는 이내 그릇을 내려놓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주 대표님은... 아직 의식을 못 찾으셨습니다. 지금 옆방에 계세요.”그 말을 듣는 순간, 최수빈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몸이 제대로 가누어지지도 않는 상태였지만 이불을 걷어차듯 밀어내고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비틀거리는 걸음에 침대 옆 의자에 걸려 넘어질 뻔했으나 다행히 장병욱이 급히 다가와 그녀를 붙잡아주었다.“수빈 씨, 이제 막 열이 내리셨습니다. 좀 천천히...”하지만 최수빈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거의 뛰다시피 옆방으로 향했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가슴속 불안함이 점점 더 커져 갔다.그렇게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주민혁은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얼굴은 핏기가 전혀 없는 것이 거의 투명해 보일 정도였다. 원래도 마른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더 야위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입술은 갈라져 있었고 눈을 감은 채 미간을 깊이 찌푸리고 있었다. 잠든 와중에도 고통을 견디고 있는 듯했다.다친 손에는 깔끔하게 붕대가 감겨 있었지만 그 사이로 희미하게 배어 나온 피가 눈에 들어왔다.최수빈은 그 자리에서 발이 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목이 꽉 막힌 것처럼 숨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천천히 침대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손을 들어 주민혁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했다.하지만 괜히 그를 깨울까 두려워 손을 공중에 멈춘 채 미세하게 떨기만 했다.“여기 오는 길이 눈보라 때문에 완전히 막혔습니다. 외부 차량은 아예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에요.”등 뒤에서 장병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짙은 무력감이 묻어 있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58화

    주민혁은 최수빈을 업은 채 끝없이 펼쳐진 빙원을 한 걸음씩 옮겨 갔다. 걸음을 뗄 때마다 몸이 더 무거워지는 듯했다.발밑에는 눈이 두껍게 쌓여 있어 한 발은 깊이 빠지고 한 발은 미끄러졌다. 잠깐만 방심해도 그대로 넘어질 것 같았다.손은 이미 상처투성이인 데다 동상까지 와서 퍼렇게 질린 채 감각도 무뎌져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최수빈의 다리를 단단히 받치고 있었다. 혹시라도 그녀가 등에서 미끄러질까 봐서였다.최수빈은 점점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의식은 두꺼운 솜에 싸인 것처럼 흐릿하고 멀어져 갔다.귓가에서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으며 몸 아래로는 남자의 체온이 전해졌다. 그리고 점점 거칠어지는 그의 숨소리도 또렷하게 들려왔다.그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는 물론 최수빈도 알고 있었다.“민혁 씨...”그녀는 온 힘을 쥐어짜듯 입을 열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하도 약해 거의 바람에 묻혀 버릴 정도였다.“고마워요...”‘나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이 눈밭을 끝까지 나를 업고 걸어 줘서. 아직도 내 곁에 있어 줘서...’주민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말하지 말고 힘 아껴. 곧 도착해.”하지만 정작 주민혁 자신도 그 ‘곧’이 언제인지는 알지 못했다.눈보라가 온 사방을 뒤덮고 있어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은 전방 10미터도 채 되지 않았다.주변 건물도, 방향을 가늠할 기준도 죄다 눈에 파묻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웠다.그래서 오직 기억과 감각에만 의지한 채, 대충 짐작한 방향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얼마나 걸었을까, 온몸의 기운은 이미 다 빠져나간 것 같았고 팔다리는 꽁꽁 얼어 감각이 사라질 지경이었다.어깨 위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데 등에 업힌 사람의 체온은 오히려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그 열이 전해질 때마다 가슴이 욱신거리듯 아팠다.입술은 갈라져 피가 배어 나왔고 목구멍은 불덩이가 걸린 것처럼 타들어 가 숨을 쉬는 게 고통스러웠다.그럼에도 주민혁은 한 걸음도 멈춰 설 수 없었다.멈추는 순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57화

    동굴 밖의 눈보라는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주민혁의 품에 웅크린 최수빈은 내내 몽롱한 의식 속을 떠다니고 있었다.뜨겁게 달아오른 이마는 그의 서늘한 목덜미에 닿아 있었고 뜨거운 숨결은 내쉴 때마다 열기를 품고 흩어졌다.본능적으로 따뜻한 곳을 찾아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온몸을 주민혁의 품속에 묻은 채 가느다란 팔로 그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이 마지막 온기마저 사라질까 두려운 사람처럼 말이다.주민혁은 차가운 바위벽에 등을 기댄 채 허리를 곧게 세우고 앉아 최수빈을 단단히 품에 감싸 안았다.그의 손은 몇 번이고 그녀의 뜨거운 이마를 쓸어내렸다. 손끝에 닿는 열기가 너무 뜨거워 가슴 한복판까지 조여 오는 듯했다. 주민혁의 눈빛도 점점 더 어두워졌다.품에 안긴 사람은 깃털처럼 가벼웠지만 정작 그의 마음은 무겁기 그지없어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다.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봤다.창백한 얼굴, 축축이 젖어 눈가에 달라붙은 긴 속눈썹, 고통스러운 듯 잔뜩 찌푸린 미간까지...최수빈이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휴대폰 화면에는 여전히 ‘신호 없음’ 표시만 떠 있었다.푸른 불빛이 주민혁의 굳게 다문 턱선을 비추었는데 표정이 보기 드물게 굳어 있었다.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눈보라는 멈출 기미가 전혀 없었다.때문에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최수빈의 고열만 더 심해질 뿐이었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사실 주민혁에게 이 빙원은 그리 낯선 곳이 아니었다.출발 전 직접 팀을 이끌고 주변 지형을 살펴본 적이 있었고 이 동굴이 기지의 남서쪽에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중간에 빙하와 설원이 가로막고 있었지만 직선거리로 따지면 아주 먼 편은 아니었다.하지만 문제는 눈보라였다. 사방이 하얗게 뒤덮이면 방향을 잃기가 너무 쉬웠다.밤이 짙어질수록 빙원의 기온은 영하 40도 아래로 곤두박질쳤다.주민혁은 최수빈을 자신의 방한복 안쪽 깊숙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56화

    눈 녹은 물이 서서히 녹아내리며 가느다란 김을 피워 올렸다.동굴 안의 온도도 조금씩 올라가 따뜻한 기운이 두 사람을 감싸며 잠시나마 바깥의 눈보라를 막아 주고 있었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물에 최수빈은 조심스럽게 주민혁의 손을 잡아넣었다.손끝은 이미 동상으로 인해 검게 변해 있었고 따뜻한 물에 닿자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지만, 주민혁은 그저 미간만 살짝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작이 얼마 안 남았어요.”최수빈은 깨끗한 천으로 그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 주며 낮게 말했다. 시선은 점점 줄어드는 나뭇가지 더미를 향해 있었다.“밖이랑 연락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리고... 이 눈보라도 빨리 그쳤으면 좋겠고요.”주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고개를 숙인 채 상처를 닦고 있는 최수빈을 조용히 바라봤다.불꽃이 흔들리며 그녀의 얼굴 위로 어른어른 빛을 드리웠고 평소의 고집스러운 인상도 한층 부드러워 보였다.문득 그는 어쩌면 이 절망적인 상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동굴 밖에서는 여전히 눈보라가 끝이 없을 것처럼 거세게 울부짖고 있었다. 주황빛 불꽃은 점점 약해졌고 마른 가지가 모두 타고 나자 어둡게 식어 가는 재만 남았다.동굴 안의 온도도 서서히 내려가더니 다시금 차가운 기운이 두 사람을 파고들었다.최수빈은 바위벽에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의식이 흐릿해지고 얼굴은 비정상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몸을 웅크렸음에도 떨림을 참을 수 없었는지 가느다란 어깨가 작게 흔들렸다. 호흡도 점점 가빠졌다.이 이상함을 가장 먼저 눈치챈 건 주민혁이었다.주민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댔다. 그러자 곧 손끝에 전해진 뜨거운 열기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는 급히 몸에 남아 있던 마지막 보온 내피를 벗어 최수빈을 감싸 주고 그녀를 더 깊이 끌어안았다. 자신의 체온으로 얼어붙은 그녀의 몸을 녹이려는 듯 말이다.“최수빈... 최수빈, 정신 차려.”그러다 주민혁은 가방을 뒤져 남아 있던 해열제를 꺼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932화

    주민혁은 잠시 숨을 고르듯 멈춰 섰다가 눈을 감고 밀려오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눌렀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강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강지안.”그의 목소리는 이전과 달리 단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제대로 된 치료 스케줄 잡아줘.”휴대폰 너머의 강지안이 잠깐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왜, 이제 머리 굴리지 말고 좀 쉬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야?”그녀는 주민혁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주민혁은 늘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성격인지라 모든 일에 대해 미리 대비하고, 끝까지 계산하며 단 한 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919화

    ‘이번 출장 장소는 극비로 관리돼 항공우주 연구원의 핵심 인원들만 알고 있는 건데...’주선웅은 입꼬리를 차갑게 끌어올리며 말했다.“나랑 가자, 수빈아. 널 해칠 생각은 없어.”목소리는 놀라울 만큼 낮고 부드러웠다.“왜 내가 선웅 씨를 따라가야 하죠?”최수빈은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그의 뒤에 선 사람들을 경계했다.“강민 씨는요? 그 사람한테 무슨 짓을 한 거죠?”“멀쩡해. 그냥 잠들었을 뿐이야.”주선웅은 담담하게 말했다.“다시 말할게. 나랑 가자. 더는 나를 움직이게 만들지 마.”최수빈이 거절하려는 순간, 머릿속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918화

    국을 다 마시자 육강민이 비스킷 한 봉지를 더 내밀었다.“이것도 좀 먹어요. 배라도 채워야죠. 이따 같이 텐트 한 번 더 점검하고 방수포도 단단히 고정해요. 비가 꽤 세게 올 것 같아요.”최수빈은 비스킷을 받아 들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고마워요.”두 사람은 손전등을 들고 설치해 둔 텐트를 하나씩 확인했다.육강민은 방수포를 고정하며 당부했다.“밤에 텐트에서 이상한 소리 나거나 물 새면 바로 불러요. 혼자 버티려고 하지 말고. 산속은 도시랑 달라요. 무슨 일 있으면 서로 바로 대응해야 해요.”“알겠어요. 정말 고마워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916화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휴대폰을 접은 뒤, 억지로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에 집중하려 했다.그 시각, 주민혁은 혼자 호텔 침실에 머물러 있었다.어젯밤 그는 해온시를 떠나지 않고 최수빈의 집에서 멀지 않은 호텔에 묵었다.가까이에 있고 싶으면서도, 다시 그녀를 찾아가 방해할 용기는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침대 머리에 기대 눈을 감자 어느새 그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꿈속에서, 최수빈이 차갑게 굳은 얼굴로 그에게 서류 두 장을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그는 늘 그렇듯 그녀를 믿고 내용도 보지 않은 채 그대로 사인했다.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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