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화

작가: 손유신
소준연은 그녀의 말에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철이 없구나!”

그는 답답하다는 듯 소운금을 바라보았다.

“태자 전하께서는 너를 아끼셨다. 네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려 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곧장 사람들을 데리고 구하러 가셨고, 네가 뛰어내리지 않았다고 생각했음에도 직접 너를 안고 돌아오셨다. 게다가 태자비의 자리도 끝까지 네게 남겨 두셨지. 그런데 너는 너무도 철이 없어, 그분이 네게 베푼 모든 것을 단 몇 마디 말로 부정해 버리는구나! 그리고 셋째도 그렇다. 밖에서 온갖 고생을 겪다가 겨우 돌아왔는데, 너는 사사건건 그 아이와 비교하려 들지 않느냐? 그런데 그 아이는 언제 너를 먼저 괴롭힌 적이 있었더냐? 네가 도화과자를 좋아하는 걸 알고는 날마다 사람을 시켜 만들어 보내 주었고, 또 네 처소에 시종이 적을까 봐…”

“할 말은 다 끝나셨어요?”

소운금이 짜증스럽게 그의 말을 끊었다.

“안 가시겠는 거죠? 기어코 저랑 끝까지 얘기하겠다는 거죠? 좋아요. 그럼 오늘 여기서 전부 확실히 해 두죠.”

소운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오라버니는 입만 열면 태자 전하께서 저를 아끼셨다고 하시는데, 그럼 왜 굳이 소명월을 들이려 하셨죠? 앞뒤가 안 맞는다는 생각은 안 드세요? 제가 진실이 뭔지 알려 드릴게요.”

“진실은 태자 전하께서 한 번도 저를 아낀 적이 없었다는 거예요.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저를 막은 것도 소명월이 괴로워할까 봐 그랬던 거죠. 저를 구하러 온 것도 결국 소명월 때문이었고요. 그게 아니었다면 어째서 제가 정말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숨겼겠어요?”

소준연이 입을 열려 하자 소운금은 곧바로 양쪽 소매를 걷어 올렸다.

소매가 올라가는 순간, 팔 가득한 상처가 눈앞에 드러났다.

소준연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남녀유별만 아니었다면 몸에 난 다른 상처들도 보여 드리고 싶네요. 물론 알아요.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오라버니는 믿지 않으시겠죠. 그런데 오라버니도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승상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오라버니께서 조금만 제대로 알아보려 하셨어도, 단 한 번이라도 제 말을 믿어 주셨어도, 얘기는 달랐을 겁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준연을 보며 그녀는 다시 말했다.

“그리고 뜰 안의 그 시녀들 말이에요. 제가 오라버니 앞에서 몇 번 혼낸 적은 있죠. 그런데 오라버니는 제가 혼낸 것만 보셨잖아요. 걔들이 뒤에서 저를 어떻게 비웃고 험담했는지는 들어 보신 적 있으세요? 걔들은 소명월이 보낸 사람들이에요. 제가 감히 자기들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믿고 있는 거죠! 예전의 저는 정말 돼지처럼 어리석었어요. 불만이 있어도 한 번도 제대로 맞서지 못했으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깨달았어요. 한 발 물러난다고 세상이 넓어지는 게 아니라는 걸요. 저를 해치는 사람들은 오히려 점점 더 선을 넘을 뿐이라는 것도요!”

소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셋째를 모함하려고, 네 몸을 이렇게까지 상하게 만들었다는 말이냐?”

소운금은 차갑게 웃었다.

애초부터 그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한참 동안 소 귀에 경 읽기만 한 셈이었다.

참으로 비참했다.

이런 집안에서 살아왔으니 원래의 소운금이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싶어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말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때 소준연이 마침내 목소리를 누그러뜨렸다.

“네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결국 내 마음을 얻고 싶어서라는 걸 안다. 지금 아버지께서 안 계시니 큰오라버니가 아버지와 다름없는 존재 아니겠느냐.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 너를 감싸 줄 수만은 없구나. 어제 사당에서 벌을 받으라 했는데 무릎 꿇지 않은 일은...”

“됐어요.”

소운금이 혐오 어린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

“오라버니가 자꾸 저를 괴롭히는 이유도 결국 제가 소명월과 태자 전하를 두고 다투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잖아요? 어제 저는 이미 태자 전하와 파혼서를 썼어요. 다음 달 태자 전하에게 시집가는 사람은 소명월 한 명뿐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는 제가 태자비 자리를 빼앗았다는 소리도 하지 마세요. 그 둘의 이야기에서 저는 빠질 테니까요.”

말을 마친 소운금은 방 안으로 들어가 파혼서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것을 소준연의 손에 던졌다.

소준연은 단 한 번 훑어본 뒤 그대로 눈을 크게 떴다.

분명 초현진의 필체였다.

“정말로 혼약을 파기한 것이냐?”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자 소운금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제 만족하시겠어요? 만족하셨으면 돌아가세요.”

“말도 안 된다. 태자 전하는 네 집념이나 다름없었는데, 네가 어떻게 포기할 수 있단 말이냐?”

“아쉽든 아쉽지 않든 이미 내려놓은 사람입니다. 집념이라니, 그건 너무 과한 말이고요. 물론 예전에는 사람을 잘못 보고 그를 좋아한 적도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 사람이 제게 아무런 마음도 없다는 걸 똑똑히 알게 됐죠. 오라버니를 비롯한 모두가 그 두 사람만이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잖아요. 그렇다면 제가 왜 굳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계속 모욕당해야 하죠?”

소준연은 다급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이 파혼서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어서 말해라. 이 일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

소운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효력이 없을 거였으면 제가 왜 썼겠어요?”

“파혼당한 여인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하물며 태자 전하에게 파혼당하면 평생 혼처도 구하지 못할 것이다!”

소운금은 차갑게 웃었다.

“흥, 아무도 안 데려가면 오히려 편하겠네요. 게다가 이게 바로 당신들이 바라던 일 아닌가요? 제가 빠져줬는데도 왜 그렇게 못마땅해하세요?”

소준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나는 네 오라버니다! 어떻게 널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겠느냐!”

소운금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지금의 저는 이미 경성 최고의 웃음거리예요. 그리고 그 모든 일을 만든 건 그 둘뿐만이 아니지요.”

그녀는 소준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라버니도 그 공범이고요.”

말을 마친 소운금은 소매를 휘날리며 돌아섰다.

“오라버니께서 나가지 않겠다면, 제가 나가죠.”

정말이지, 저런 사람과는 한마디도 더 섞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 괜히 속만 상하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 바람이나 쐬는 편이 나았다.

그러나 소운금이 떠난 뒤에도, 그 자리에 남은 소준연은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는 멍하니 손에 들린 파혼서를 바라보았다. 귓가에는 조금 전 소운금이 했던 말들이 계속 맴돌았다.

만약 그녀가 지금껏 해 온 모든 일이 태자에게 시집가기 위해서였고, 소명월을 줄곧 적대한 것도 태자를 독차지하기 위해서였다면, 이제 와서 제 손으로 태자와의 혼약을 끊어 버린 까닭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그녀가 했던 모든 행동은 대체 무슨 의미였던 걸까?

설마 그녀가 했던 말이 사실인 걸까?

소준연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스스로도 놀라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태자는 소운금을 태자비로 여기고 있는데, 그녀를 아끼는 마음이 거짓일 리가.

게다가 소명월은 순수하고 선량한 사람이니 소운금이 말한 그런 사람일 리도 없었다.

분명 모두가 소운금에게 잘해 주고 있는데, 그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 터.

그녀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야 소준연은 모든 것이 비로소 납득되는 듯했다.

하지만 손안의 파혼서를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오라버니.”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소준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예상대로 소명월이 문가에 서 있었다.

연분홍빛 장옷을 걸친 그녀는 흰 피부가 더욱 맑고 곱게 빛났다. 검은 머리는 높이 틀어 올려 단아하게 정돈했고, 정성껏 매만진 화장은 본래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오라버니께서 둘째 언니를 찾아오셨다는 말을 듣고 저도 따라와 봤어요.”

말을 하며 소명월은 천천히 걸어와 소준연의 곁에 섰다.

조금 전까지 마음이 어지럽던 소준연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또 그 아이를 위해 변호하러 온 것이냐? 걱정하지 말거라. 나는 그 아이를 벌하지 않았다.”

물론 그 아이가 벌을 받으려 하지 않았을 뿐이지만.

그 생각이 떠오르자 소준연은 다시금 안쓰러운 눈길로 소명월을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그렇게까지 너를 괴롭히는데도 넌 늘 그 아이부터 걱정하는구나.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네 진심을 한 번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말이다.”

소명월은 그저 옅게 미소 지었다.

“저희는 친자매잖아요. 언니를 생각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 오라버니께서도 언제나 저희를 위해 마음 써 주시는 것처럼요.”

그러고는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둘째 언니는요? 아직도 저 때문에 많이 화가 나신 걸까요?”

이 작품을 무료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최신 챕터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30화

    소운금은 들으면 들을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원래의 소운금이 나약한 성격이었던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곁에서 모시는 시녀까지 이렇게 겁 많고 눈치만 보는 사람일 줄은 몰랐다.정작 온갖 억울함을 감내한 사람은 자신인데, 입만 열면 참고 양보하라는 말뿐이었다.대체 얼마나 순해 빠졌으면 이 지경이란 말인가.“앞으로 그런 말은 하지 마.”소운금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저도 아가씨의 뜻은 알아요. 태자 전하께서 아가씨와 셋째 아가씨를 함께 들이겠다고 한 일은 분명 아가씨께 큰 모욕이었겠죠. 마음이 아프신 것도 당연하고요. 그런데 이미 이렇게 된 이상, 아가씨께서 절벽에서 뛰어내리기까지 했는데도 태자 전하의 마음을 바꾸지 못했잖아요. 이제 와서 달리 방법이 있겠어요…”소운금은 말없이 그녀를 노려봤다.원래의 소운금은 대체 동이를 얼마나 봐준 걸까? 어쩜 저렇게 말이 많을 수가 있지?그러자 문득 동이와 관련된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그랬다. 비록 주종 관계였지만,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 왔다.십수 년 동안 함께 지내며 정이 쌓인 탓에 이미 친자매나 다름없는 사이가 되어 있었다.게다가 원래의 소운금은 성품이 온화하고 사람을 부드럽게 대했다.그래서 부중의 시종들조차 그녀를 크게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하물며 곁에서 자란 동이가 그녀를 무서워할 리 있겠는가.그 기억들을 떠올린 소운금은 끝내 동이를 나무라지 못하고 그저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가치관이 시대에 뒤떨어지고 사고방식이 답답한 건 사실이지만, 결국 자신을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 그냥 곁에 두기로 했다.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오른 소운금이 다시 동이를 바라봤다.“얼굴은 왜 그래?”아까는 미처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동이의 뺨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보기에도 방금 맞은 듯한 자국이었다.동이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아, 아무것도 아닙니다.”“누가 때렸어?”동이는 머뭇거렸다.“아가씨, 저는 괜찮아요. 이건...”“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누가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29화

    그것도 이전보다 훨씬 심각할 가능성이 높았다.예전에는 비록 두 다리를 쓰지 못했지만 감각만은 남아 있었고, 치료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두 다리가 망가진다면, 그때는 정말 손쓸 방법조차 없게 될 것이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소운금은 더 이상 화가 나지 않았다.어차피 그 쓰레기 같은 태자는 소명월을 그렇게 좋아하니, 차라리 둘이 하루빨리 맺어지는 편이 나았다.다만 그날이 정말 오고 나서도, 지금처럼 변치 않는 사랑을 맹세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아가씨, 아가씨…”귓가에 들려온 목소리에 소운금은 생각에서 깨어났다.고개를 돌리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동이가 보였다.“네가 왜 여기 있지?”동이는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께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찾아왔습니다. 다만 아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고, 계속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어요. 아가씨께서 너무 빨리 걸으셔서 하마터면 놓칠 뻔했습니다.”소운금은 걸음을 조금 늦췄다.“방에 얌전히 있지 않고 날 찾아와서 뭐 하려고?”“아가씨, 저는 아가씨를 모시는 몸입니다. 원래 언제 어디서나 곁에서 시중들어야 하는데, 오늘은 제 불찰이었습니다.”“난 누가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아. 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 굳이 나한테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소운금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특별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동이는 그녀의 심기가 좋지 않음을 눈치챈 듯,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아가씨, 정말 태자비 자리를 포기하실 생각이신가요?”소운금은 그런 질문에 답할 생각이 없었다.그러자 동이는 다시 말했다.“저도 알아요. 태자 전하께서 줄곧 아가씨를 오해하셨고, 그 때문에 아가씨께서 많이 억울하셨다는 걸요. 그런데 그분은 어디까지나 태자 전하이십니다. 만인 위에서 군림하시는 분이잖아요. 누구든 그분 앞에서는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 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예전에도 아가씨께서 늘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만약 아가씨께서 태자비가 되신다면 훗날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28화

    소준연 역시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정말 갈수록 도가 지나치는구나! 우리 눈앞에서도 감히 네게 손찌검을 하다니. 앞으로는 더 이상 그 아이와 가까이 지내지 말거라.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겠다.”소명월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애처로운 목소리로 물었다.“태자 오라버니, 정말 파혼하신 건가요?”초현진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듯 말했다.“물론이다! 파혼서는 그녀가 직접 쓴 것이다. 그렇게 제멋대로 굴었으니, 본 태자도 그녀의 뜻대로 해 준 것뿐이야!”소명월의 눈빛 깊은 곳에 계산이 스쳐 지나갔다.하지만 입으로는 조심스럽게 말했다.“태자 오라버니, 그 결정을 거두실 수는 없나요? 태자 오라버니께서 파혼서에 서명하신 뒤로 언니가 이렇게까지 변했잖아요. 그걸 보면 언니는 사실 태자 오라버니와 파혼하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지금도…”말을 하던 그녀는 또다시 조심스레 자신의 뺨을 만졌다.마치 파혼이 정말 성사되기라도 하면, 앞으로 소운금이 자신을 더욱 심하게 괴롭힐 것이라 두려워하는 듯한 모습이었다.눈앞의 사랑하는 여인이 이토록 가련한 모습을 보이는데, 초현진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그는 곧장 소명월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다급히 달랬다.“명월아, 두려워하지 말거라. 이 파혼서는 그녀가 직접 쓴 것이고, 본 태자 또한 이미 마음을 정했다! 본래는 지난 정을 생각해 차마 완전히 끊어 내지 못하고 있었지. 그녀가 파혼서만 찢어 버린다면 다시 받아 줄 생각도 있었다. 허나 지금 보니, 그녀는 갈수록 도를 넘고 있다. 본 태자와의 옛 정을 믿고 제멋대로 구는 것도 모자라, 번번이 너를 괴롭히니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그는 목소리를 높여 단호하게 말했다.“본 태자는 이미 결심했다. 오늘 밤 돌아가는 즉시 모후께 아뢰어, 모후께서 폐하께 청을 올려 너를 태자비로 책봉해 주시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는 소운금이 너를 마주하기만 해도 무릎을 꿇어 예를 올려야 할 터. 그때 가서도 감히 너를 괴롭힐 수 있는지 두고 보겠다!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27화

    소운금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이 인간들은 머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제가 침 몇 대 놓지 않았으면 지금쯤 저 사람은 이미 저승길에 올랐을 텐데요. 본인들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나 알고 계세요?”소준연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넌 줄곧 규방에만 있었는데 언제 의술을 익혔다는 것이냐? 셋째는 신의의 제자다. 태자 전하를 구한 사람도 분명 셋째였고. 셋째의 약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넌 수습조차 하지 못했을 거라는 걸 모르느냐? 그런데 아직도 여기서 억지를 부리는 것이냐? 대체 왜 그렇게 셋째와 겨루려 드는 거냐?”그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원래는 말하지 않으려 했다. 네가 셋째를 질투할까 봐서 말이다. 너는 셋째가 이미 천명각의 양 노인장의 눈에 들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 셋째의 의술은 이미 인정받았다. 천명각 사람들조차 직접 셋째를 초청해 함께 병자를 구하고 사람을 살리려 하고 있다. 그런데 네가 무슨 수로 셋째와 비교할 수 있겠느냐?”소준연의 말을 들은 소운금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천명각에서 소명월을 초청했다고요? 하하하. 어쩐지 죄다 돌팔이뿐이라 했더니. 천명각도 오래가진 못하겠네요.”“정말 구제불능이구나!”소준연은 화를 참지 못했다.“넌 늘 내가 편애한다고만 하지. 그래, 인정하마. 어쩌면 나는 너보다 셋째에게 더 마음을 쏟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너도 네 자신을 한 번 돌아봐야 하지 않겠느냐.”“예, 예. 제가 반성할게요. 태자 전하는 소명월이 구한 걸로 하죠. 이런 시시한 일로 굳이 다툴 생각도 없습니다. 그런데 한마디는 해 두겠습니다. 태자 몸에 남은 잔독은 아직 깨끗이 제거되지 않았어요. 계속 방치하면 내력까지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때도 그 무슨 단약인지가 또다시 사람을 살릴 수 있기를 바라죠.”소운금은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렸다.“공은 다 가져가도 좋으니, 나중에 일이 생겼다고 제게 매달리지만 마세요!”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준연은 고개를 저었다.얼굴에는 깊은 실망이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26화

    초현진이 쓰러진 뒤, 승상부 전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누군가는 황급히 태의를 부르러 달려 나갔고, 누군가는 허둥지둥 의원을 끌고 왔다.모두가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진심으로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태자의 안위는 곧 이들 모두의 목숨과 직결된 문제였기 때문이다.어느새 초현진의 상처 주변에는 은침이 빼곡하게 꽂혀 있었다.소준연은 옆에서 지켜보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뻣뻣하게 굳어 있던 초현진의 몸이 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듯했다.심지어 새까맣게 변했던 상처 부위의 색도 꽤 옅어져 있었다.바로 그때였다. 소명월이 작은 함 하나를 들고 허겁지겁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오라버니! 해독제를 가져왔어요!”소준연은 그 말을 듣자마자 곧장 다가갔다.“해독제를 알고 있었단 말이냐?”소명월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제게 은단환이 있어요. 이 약은 열 가지가 넘는 맹독을 해독할 수 있어요. 아직 태자 오라버니께서 어떤 독에 중독되신 건지는 모르지만, 이 약은 먹어도 몸에 해가 없으니 우선 써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소준연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영약은 귀하기 그지없는 물건이다. 몸에 해도 없으니, 일단 써 보자.”말을 마친 그는 약환을 받아 곧장 초현진의 입에 넣어 주었다.그와 동시에 소운금도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마지막 은침을 거두어들였다.다행히 손이 빨랐다.조금만 늦었어도 오늘은 사람을 살려 내지 못했을지도 몰랐다.다만 아까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초현진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사실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조금만 더 일찍 독을 해독했더라면 지금처럼 체내에 잔독이 남지는 않았을 텐데.다행히 그 정도 독은 치명적이지 않았다.한 번만 더 침술을 시행하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소명월이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언니가 태자 오라버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알아요. 또 걱정되는 마음에 여기서 이런 일을 벌인 것도 이해하고요. 그런데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25화

    소운금은 화가 치밀어 오른 나머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소명월 앞으로 다가가 손을 들어 뺨을 후려쳤다.짝!선명한 소리와 함께 소명월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소운금은 손목을 한 번 가볍게 돌리며 말했다.“이제야 좀 속이 시원하네.”진작부터 한 대 치고 싶었다.잠시 뒤, 귓가를 찢을 듯한 소명월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아악! 언니, 어떻게 절 때릴 수가 있어요?”소운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예전엔 손끝 하나 댄 적 없는데도, 너는 늘 내가 때렸다고 떠들고 다녔지. 그런데 이번엔 정말 한 대 맞으니 바로 소리를 지르는구나. 왜? 억울하니?”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다시 손을 들어 뺨을 후려쳤다.짝!또 한 번의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눈을 크게 뜬 채 멍하니 굳어 버렸다.소명월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언니, 어떻게…”“그래도 내가 언니인 건 알고 있구나. 지금은 아버지도 안 계시는데, 언니가 동생 좀 훈계하는 게 뭐 어때서? 오라버니께서 날 혼낼 땐 다들 그게 옳다고 했잖아.”말을 마친 소운금은 소명월을 지나쳐 곧장 대청 안으로 들어갔다.솔직히 저 인간이 죽든 말든 그다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다.하지만 소명월의 말 중 한 가지는 맞았다.태자는 절대 승상부에서 무슨 일을 당해선 안 됐다.자신의 목숨을 위해서라도 지금 이 시점에 태자가 죽게 둘 수는 없었다.그때, 소준연은 여전히 허둥지둥 초현진의 팔에 난 상처를 감싸고 있었다.“팔 전체가 시커멓게 변했다. 태자 전하를 다치게 한 무기에 독이 묻어 있었던 모양이야. 젠장, 우린 이제야 그걸 알아차리다니…”그는 말하면서도 밖을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의원은 아직도 안 왔느냐? 태자 전하의 숨결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소운금은 앞으로 다가가 은침을 꺼내 들었다.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초현진의 목 뒤 혈자리에 침을 놓았다.소준연은 즉시 그녀를 밀쳐 냈다.“너는 또 왜 돌아온 것이냐? 아까는 그리 성을 내며 나가더니!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20화

    그곳은 다실이었다.본래 떠나려던 소준연은 갑작스럽게 불려 왔음에도 조금도 불쾌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양 노인장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양 노인장께서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양 노인장이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경성 절반이 자네 여동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 않소. 설마 자네만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소준연의 안색이 순간 변했다.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소운금이 또 밖에서 망신을 샀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양성이 먼저 말을 이었다.“평소에는 자네 여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19화

    소명월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다가 푸르게 질렸다.“언니, 여기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요. 어떻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 수 있어요? 이제 그만하고 저희와 함께 돌아가요. 괜히 남들 웃음거리 되지 말고요. 태자 오라버니가 저를 맞아들이려 한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성격까지 이렇게 변한 거겠죠. 그런데...”“그 쓰레기 같은 남자는 진작 너한테 양보했거든? 이제 그만 좀 물고 늘어질 수는 없어?”소운금이 질렸다는 듯 소명월의 말을 끊었다.소명월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소운금은 그녀의 양어깨를 단단히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18화

    소운금은 들으면 들을수록 답답해졌다.이왕부라니? 설마 조금 전 그 두 사람이 이왕부의 사람이었던 건가?어쩐지 둘 다 지나치게 잘생긴데다 성격까지 오만하다 했다.그러고 보니 그들도 아까 분명 아침부터 자신을 기다렸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이 남매는 대체 왜 그 초대가 소명월을 향한 것이라 단정했던 걸까?심지어 시종이 말을 잘못 전한 것이라며 우기기까지 했다.그 순간, 소운금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어째서 아무도 자신에게 그 일을 알려 주지 않았는지.이왕부 사람이 자신을 초대했을 때부터, 이 남매는 이미 제멋대로 판단해

  • 지옥에서 돌아온 독비   제17화

    “그렇게 오래나 걸린다고요?”소운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청묵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소운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럼요. 정말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당신들도 이렇게 몇 해씩이나 끌지는 않았겠죠.”청묵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정말 말 한마디도 지지 않는 여자였다.반면, 초군혁은 의외로 차분했다.“해독만 할 수 있다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그러다 문득 덧붙였다.“그런데 끝내 해독하지 못한다면, 그 대가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겠지?”소운금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좋은 마음으로 독을 풀어 주겠다는 건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작품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