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나는 당황한 마음을 누르며 은빛 마력을 한층 더 짙게 끌어올렸다. 완벽히 모습을 숨겼다고 생각했으나, 라이신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마법사였다.
비록 내 모습이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정적 속에서 묘하게 일그러지는 마력의 미세한 흐름을 귀신같이 감지해내고 있었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도르하르 사람이라면 겁먹지 말아요."
얼마나 따뜻하고 정겨운 음성인지. 순간 당장이라도 모습을 드러내고 그간의 자초지종을 전부 털어놓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제국의 황태자비였고, 내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이자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냥 이대로 숨기는 편이 서로를 위해 나았다.
"혹시 일자리나 잠자리를 아직 못 구한
깊은 밤, 라이신은 묘한 마력의 잔상에 이끌려 대공저 결계 앞으로 걸어 나왔다.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다 스러진 은빛 마력의 색이 너무나도 신경에 걸렸다.'도르하르 사람들은 대개 이런 식의 마력 결을 갖고 있기는 한데······.'할 로드도 그랬고, 세실리에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태껏 저택 주변을 기웃거리던 다른 도르하르 출신 마법사들도 더러 있었지만, 방금 전 느껴졌던 마력은 궤가 달랐다.지독할 정도로 순도가 높으면서도, 기이할 만큼 향취가 배어 있지 않아 도리어 선득한 기운마저 느껴질 정도였다."라이신."한밤중에 대공저 결계 앞에 홀로 서 있는 라이신이 신경 쓰였는지, 바아르가 조용히 다가와 그녀의 곁에 섰다."아, 전하."이제 그는 '각하'가 아닌 '전하'였고, 그가 입은 제복 또한 대공의 것이 아닌 제국 황태자의 것이었다.칠흑처럼 캄캄한 검은 제복 위로 찬란한 금빛 자수가 묵직하게 수놓아져 있었고, 어깨 너머로 늘어진 망토 역시 제국의 권위를 상징하듯 금빛으로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한밤중인데도 홀로 찬란하게 빛나는 남자를 보며, 라이신은 그를 안심시키려는 듯 따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냥, 저택이 안전한지 결계를 조금 살펴보고 있었어요."그러자 바아르가 조금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방금 서아리노가 다녀갔어. 누군가 키요리타 산맥의 '라이칸스로프' 마정석을 들고 상점에 나타났다고 하더군.""어머! 정말인가요?""그래, 참 다행이지. 네 마력을 안정시킬 약을 더 조제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바아르는 안도감이 섞인 숨을 내쉬며 라이신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라이신 역시 한껏 환하게 웃어 보였지
그 무섭도록 밀도 높은 소유욕에 얼떨떨해하던 것도 잠시, 내 발밑에 놓인 바구니에서 피어오른 따스한 음식 냄새가 공기를 타고 코끝을 스쳤다.아처린의 몸이 딱 굳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낮춰 커다란 바구니를 내려다보았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들과 달콤한 향이 가득한 바구니를 보더니, 그 오만하던 이마가 찌푸려졌다."뭐야······.""응?""내가 아까 음식에 입도 대지 않고 자버리니까······ 나 먹이려고 이런 걸 구하러 나갔던 거야?"다행히 바구니 속의 맛있는 냄새가 그의 사나운 경계심을 눈 녹듯 가라앉혀 준 모양이었다.여전히 불안함으로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그의 탄탄한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제국을 호령하고 도르하르 제국민을 학살하던 이 대단하고 오만한 남자가, 오직 나 하나를 기다리며 밤새 어둠 속에서 안달복달했다니."응, 너 먹일 음식 좀 구하느라 늦었어. 미안해, 아린."이러다가 그와 함께 지내는 동안 내 모든 순간이 진실은 하나도 없는 거짓말로 가득 차 버릴 것만 같았다.내 나지막한 거짓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처린의 눈빛이 기이하게 일그러졌다.조금 전까지 미쳐 있던 불안과 소유욕은 어디 가고,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사랑스러운 보물을 바라보는 듯한 짙은 밀도의 열기가 그의 눈동자에 차올랐다.그는 턱 끝을 들어 올린 채, 오만한 군주처럼 나를 내려다보면서도 그 눈빛 속에는 오직 나만을 향한 지독한 애정이 나를 사정없이 매만졌다."사람 미치는 꼴 보고 싶어?"그가 낮게 긁히는 음성으로 속삭이며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뺨을 천천히 문질렀다. 뜨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숨마저 죽여야 했다. 다름 아닌 라이신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나는 당황한 마음을 누르며 은빛 마력을 한층 더 짙게 끌어올렸다. 완벽히 모습을 숨겼다고 생각했으나, 라이신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우수한 마법사였다.비록 내 모습이 시각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정적 속에서 묘하게 일그러지는 마력의 미세한 흐름을 귀신같이 감지해내고 있었다."누구인지 모르지만, 도르하르 사람이라면 겁먹지 말아요."얼마나 따뜻하고 정겨운 음성인지. 순간 당장이라도 모습을 드러내고 그간의 자초지종을 전부 털어놓고 싶다는 충동이 솟구쳤다.하지만 그녀는 이제 제국의 황태자비였고, 내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그녀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이자 위협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냥 이대로 숨기는 편이 서로를 위해 나았다."혹시 일자리나 잠자리를 아직 못 구한 거라면 이곳으로 와요. 아, 잠깐만요."말을 마친 라이신은 갑자기 무지갯빛 마력을 활활 일으켰다. 그리고 허공에 은은한 궤적이 그려지더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다란 바구니 하나가 내 앞에 툭 떨어지듯 나타났다.바구니 너머로 구수한 풍미와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 나왔다. 주방에 있는 음식을 멀리서 소환 마법으로 가져온 모양이었다."이거 가져가서 먹어요. 도르하르 분들은 모두 은밀한 투명화 마법을 잘 쓴다고 들었는데, 정말 이번에는 마력조차 잘 감지되지 않네요. 하지만 난 알아요. 바로 내 앞에 누군가 서 있다는 걸요. 절대로 해치지 않을 테니 가져가서 드세요."이렇게 은밀하고 정교한 소환 마법이라니. 1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고위 마법을 가볍게 구사하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 한구석이 핑 돌며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라이신 님, 우리가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이런 인생을 살 줄 몰랐
그날 밤 우리가 묵게 된 곳은 서아리노 상점의 숙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초라하고 좁다란 여관이었다.방 안에는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 하나와 작은 목재 탁자뿐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시작된 아처린의 발작을 급히 가라앉히는 게 우선이었기에, 그를 부축한 채 더 멀리 이동하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여관 아래층에 딸린 식당의 음식 역시 보잘것없고 가짓수도 몇 되지 않았다. 둔탁한 목재 접시 위에 놓인 것은 미지근하게 식은 삶은 감자 몇 덩이와, 베이컨은커녕 소금에 바짝 절여져 퀴퀴한 냄새가 나는 딱딱한 육포 몇 조각이 전부였다.작은 그릇에 담긴 묽은 수프 역시 고기 한 점 없이 성의 없이 썰어 넣은 당근과 양파 조각만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아처린은 포크를 들고 수프를 몇 번 휘적거리기만 할 뿐, 선뜻 입에 대지도 않더니 숟가락과 포크를 내려놓았다."아린, 괜찮아? 입맛이 안 좋은가 보네."내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으며 그의 얼굴을 살피자, 아처린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여기 음식은 별로야."하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척박한 서민들의 음식을 접해보지 못했을 테니 그의 입맛에 맞을 리가 없었다. 억지로 먹이다간 탈이라도 날 것 같아 마음이 짠해졌다."내일은 서아리노 상점에 다시 가자.""그래, 거기가 차라리 나았어. 마리, 나 좀 잘게."제국 최고의 검사이자 오만했던 황태자가 이토록 무기력하게 피곤해하다니.조금 전에 들었던 '바아르'라는 이름이 그에게 얼마나 커다란 정신적 충격을 주었는지 새삼 실감이 나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게 저려왔다.***식당에서 올라온 뒤, 차라리 키요리타 산맥 오두막에서 가져온 말린 고기와 물을 그에게 주고 난 뒤 대충 씻고 그를 침대에 눕혔다.
내가 캔돔 대공가에서 하녀로 일하던 시절, 나를 가장 많이 찾고 마주쳤던 인물이었다.그곳의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기에 마른침이 저절로 넘어갔다. 나는 그녀가 얼른 이 골목을 스쳐 지나가기만을 간절히 바랐다.캔돔 대공가에서 오랫동안 하녀들을 총괄하며 매섭고 까다롭게 일을 처리하던 마리나 시녀장이었다. 그녀는 여러 명의 어린 하녀들을 이끌고 식솔들의 장을 보러 나온 모양이었다.나는 얼른 아처린의 팔을 붙잡고 그를 그늘진 벽 쪽으로 끌어당겼다. 내 판초 후드 역시 얼굴이 완전히 가려지도록 깊숙이 눌러썼다.귓가에서 심장이 쿵쿵 뛰어대는 소리가 방아질을 하듯 미친 듯이 울려 퍼졌다. 정체가 탄로 나는 순간, 나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이 위험천만한 사내까지 모조리 사지에 몰릴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마리나 시녀장은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그저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 하녀들에게 오늘 사야 할 물품 목록을 까다롭게 지시하며 스르륵 지나쳐 갈 뿐이었다.'어? 판초 덕분인가?'하긴 붉은 머리 아처린도 황태자임을 금방 알겠지만, 모자를 눌러썼기에 다행히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같았다.안도의 긴 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리려던 바로 그 순간, 스쳐 지나가는 하녀들의 나지막한 수다가 내 귓가를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왔다."근데 말이야, 라이신 전하께서는 왜 황궁으로 돌아가지 않으시고 계속 저희 캔돔 저택에 머무르시는 걸까요?"아! 라이신이 다행히 살아 있다니. 그리고 대공비가 아니라 황태자비라고?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딱 멈추며 흠칫했다.라이신은 내 어린 시절 몇 안 되는 소중한 친구이자 예쁘고 당당하고 영특한 하인이었다가 마력도 대단해지고, 여인이라는 것도 드러나 바아르 각하의 눈에 들어 행복한 인생을 살았는데.
"아린, 말을 타고 싶다고?"나는 순간 손에 쥐고 있던 붉은 사과를 바닥에 놓칠 뻔했다.말이라니. 그 지극히 평범한 단어가 그 오만한 붉은 입술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순간, 머릿속에서 아련히 잊고 있던 소문 하나가 벼락처럼 스쳐 지나갔다.과거 끔찍한 낙마 사고로 다리가 썩어들어가는 고통 속에서 평생 은둔해 살아야 했던 여동생, 에스메 황녀의 비극적인 서사가 뇌리를 날카롭게 할퀴었다.그리고 그 불운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인물이 다름 아닌 붉은 머리의 황태자, 아처린 본인이라는 잔혹한 소문까지.물론 작년에 뛰어난 마법력을 지닌 라이신이 에스메의 다리를 깨끗이 고쳐주었다는 사실은 세실리에를 통해 들어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전까지 무려 5년이라는 세월 동안 어린 동생을 참혹한 지옥 속에 살게 한 주범이 바로 아처린이었기에, 순간 등골로 서늘한 소름이 바짝 돋아버렸다.지금 내 앞에 서 있는 이 사내는, 자신이 그런 처참하고 비극적인 과거를 지녔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장난기 가득한 아이처럼 천진하게 말을 타고 싶다 말하고 있었다."그래. 온몸이 근질거려."기억은 깔끔하게 잃었으면서, 몸을 쓰는 야성적인 감각만큼은 제국의 폭군답게 선명하게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떨리는 숨을 은밀히 삼키며, 애써 태연하고 다정한 척 목소리를 가다듬었다."우리, 멀리 이동하려면 말이 필요할 수도 있지. 하지만 말은 먹이도 챙겨야 하고 관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잖아? 편하게 돈을 주고 마차를 타고 다니는 게 어때?""마차?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사실 나도 네 그 순간이동을 빨리 익혀서 마리와 더 많은 곳을 다녀보고도 싶어."아처린이 제법 합리적인 제안이라는 듯 초록빛 눈동자를 반짝였다.그때 아처린이 짙은 눈썹을 슬쩍 올리며 내 허리를 바짝 끌어당겼다. 억센 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