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아침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나는 아처린의 손등 위에 내 손을 살며시 얹은 순간, 멎어버린 심장 소리가 내 귀를 거칠게 때렸다.'이미 아처린은 지하 미궁에서 마력이 증폭된 상황이었을 거야······. 그것을 이제 각성했고.'그의 피부를 타고 넘실거리는 마력의 잔향. 그것은 방금 전 세이바로 수색대를 무릎 꿇린 황금빛 오러의 파동이었다.결계 안에서 멀찍이 바라보았을 때도 엄청나다고 생각했지만, 직접 살을 대고 느낀 마력의 질감은 차원이 달랐다.지독할 정도로 촘촘하고 순수한 마력의 결. 그 밀도와 농도는 이미 고위 공간 마법사인 나를 한참, 까마득하게 뛰어넘어 있었다.그래도 말이 되지 않았다. 단 하루 만에, 이 정도까지 사람 자체가 변화를 겪다니.아처린의 마력은 마치 오랫동안 굳어 있던 거대한 둑이 터진 것처럼 폭발적으로 솟구치고 있었다.제국을 호령하면서 도르하르 제국민을 학살하던 황태자 본연의 괴물 같은 잠재력이 육체의 기억을 타고 깨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털썩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웃는 그의 옆모습은 여전히 눈이 부실 만큼 근사했고, 나를 향한 애정이 가득한 건 변함없었다.나를 지켜내고, 나를 방해한 자들에게 당당히 경고를 날리던 나의 남자. 너무나 찬란하고 압도적인 모습이었기에 온몸의 피가 뜨거워질 만큼 설렜다.'아침에 순간이동으로 먹거리를 사 온 사람이야. 나를 위해······.'서아리노 길드 상점의 샌드위치가 제일 고급스럽고 맛있으니까 말이다.하지만 내 가슴 한구석을 찌르는 서늘한 불안감은 감출 수가 없었다.쿵, 쿵, 심장이 절벽 아래로 떨어지듯 사정없이 요동쳤다.진짜 아처린으로 돌아가 그를
콰아아아앙-!마치 해변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천둥이 울려 퍼진 듯했다.아처린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분출된 찬란한 황금빛 오러는 잔잔하던 해풍을 사정없이 찢어발겼다.거대한 오러의 소용돌이가 해변가의 은빛 모래를 광풍처럼 사방으로 흩뿌렸고, 부서지던 파도마저 그 짓눌리는 위압감에 밀려 바다 저편으로 역류하듯 갈라져 나갔다."크, 윽······?!""이런! 읏!"아처린을 반원형으로 촘촘히 둘러싸고 있던 수십 명의 정예 수색 기사들이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사실 아처린 자신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마력이 폭발적으로 증폭되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놀라울 따름이었다.'세이바로 덕분에 막혔던 마력의 맥이 뚫린 게 분명해!'기억은 없어도 육체와 영혼에 아로새겨진 본능은 완벽히 남아 있는 그였다.아니나 다를까. 세이바로와 서아리노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사방을 둘러싸고 있던 기사들도 뒷걸음질 치며 자신을 경외와 공포가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챙그랑-! 챙강!아처린이 뿜어내는 황금빛 오러의 중압감을 견디지 못한 약한 기사들이 손에서 맥없이 검을 떨어뜨리기 시작했다."이, 이 말도 안 되는 마력의 농도는 대체······!"서아리노는 막강한 오러에 경악하며 검을 쥐고 있던 손을 부르르 떨었다.그리고 아처린의 정면에 서 있던 세이바로 역시 동공이 찢어질 듯 크게 확장되었다."아······ 아린 경. 어제는 능력을 숨기고 있었던 겁니까?"세이바로의 입술이 바르르 떨리며 억눌린 탄성이 새어 나왔다
간밤에 아처린이 야외 해변가 모포 위에서 워낙 열정적이고 지독하게 관계를 맺어댄 탓이었을까.온몸의 마디마디가 나른하게 풀리고 노곤해진 나는 계속해서 깊은 단잠을 청하고 있었다.살갗에 닿는 바닷바람은 한없이 시원했고, 내가 직접 온 신경을 집중해 쳐놓은 고위 공간 차단 결계 덕분에 마음도 한결 놓였다. 위험천만한 제국의 눈을 피해 그와 나누는 이 아슬아슬한 관계가 도리어 내 안의 묘한 흥분을 자극하고 있던 참이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추격을 받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척추를 따라 냉기가 퍼지듯 기분이 지독하게 나쁘고 소름이 돋아났다.'윽! 세이바로 경과 서아리노 길드장이 왜 저기에 있는 거지? 아처린을 잡으러 왔나?'결계 너머 해변 모래사장을 서성이며 수색망을 서서히 조여오는 익숙하고도 거친 무리들을 지켜보는데, 내 가슴이 사정없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분명히 은밀하게 기척을 숨기고 있는 황궁의 정예 수색대와 그들을 이끄는 자들의 이질적인 마력 파동도 느껴져 알 수 없는 공포가 가시처럼 돋아났다.하지만 내 옆에 서 있던 아처린은 너무나 무심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결계 밖의 그들을 내려다보며 어깨를 슬며시 으쓱거릴 뿐이었다."마리, 안에 숨어 있어. 절대 나오지 마.""어······?"나는 너무 놀라 숨을 멈춘 채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저 기세등등하게 다가온 추적자들을 향해, 아처린 본인이 직접 발을 내딛겠다는 건가.나의 얼어붙은 시선 속에서, 그는 모포 옆에 두었던 검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숨에 잡아 쥐었다. 그러고는 옷자락을 털어내며 가벼운 동작으로 자리에서 훌쩍 일어났다."아린! 숨어 있으면 저들도 결코 우릴 찾아내지 못할 거야!"절박함에 젖은 내 목
이른 새벽, 바다 저편에서 희부스름한 여명이 트기 시작할 무렵. 아처린은 기묘할 정도로 개운한 감각에 눈을 떴다.그는 무심결에 옆자리를 살피다가, 밤새 제 열기에 젖어 무방비하게 누워있는 마리의 자태를 눈에 담았다.'레이디를 바닷가에서 자게 만들다니······.'스스로 생각해도 무모하고 대책 없는 노숙이었으나, 마리와 함께 단둘이 친 야전 천막은 생각보다 그럴듯했고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체온을 나누던 밤은 나름대로 지독하게 아름다운 운치가 있었다."그래도 풍경은 좋군."낮게 중얼거린 아처린은 자리에서 몸을 조심스럽게 일으켰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단잠에 빠져 있는 마리의 하얀 몸 위로, 그는 부드럽고 따스한 이불을 가만히 정성껏 덮어주었다.마리의 공간 마법 아공간 안에는 지난 오두막에서 알뜰하게 챙겨온 포근한 이불과 온갖 생필품이 가득했기에, 야외 노숙이라 한들 그다지 큰 불편함이 없었다.낮에는 모포 위에서 단둘이 몸을 포갠 채 뜨거운 열기를 태웠다면, 밤에는 마리가 꺼내준 푹신한 이불을 덮고 잤으니 이보다 쾌적할 수는 없었다.그리고 또 하나. 불과 며칠 사이에 감각이 비약적으로 벼려진 아처린은, 마리의 압도적인 마법력 덕에 이 천막 주변에 투명한 차단 결계가 넓게 둘러쳐져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차렸다.밖에서는 내부의 모습도, 소리도 전혀 감지할 수 없지만, 안에서는 밖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완벽한 공간 차단 결계라니.참으로 대단하고 신기한 마법이었다. 나중에 마리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생각하며, 아처린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팔을 휘두르며 기지개를 켰다.굳어있던 근육이 기분 좋게 이완되며 전신의 마력이 오장육부를 부드럽게 감쌌다.그는 문득 어제
그날 밤. 아처린은 나를 은빛 달빛이 사정없이 쏟아지는 해변가 모포 위로 밀어뜨렸다."어머, 너무 야하잖아······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내가 시선을 회피하며 나지막하게 웅얼거리자, 아처린은 낮게 핫 소리를 내어 웃으며 내 옷가지의 끈을 하나씩 단정하면서도 집요한 손길로 풀어내렸다.그윽하게 내려앉은 그의 눈빛이 밤바람보다 뜨겁게 피부를 훑었다."이 야심한 밤중에? 설령 누군가 다가온다고 해도 내가 알아차릴 텐데, 무슨 걱정이야?"스스로의 감각을 아주 자신하는 아처린이었다. 그의 마력 감지 능력이 불과 며칠 사이에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지금 얼마나 남성으로서의 직관에 충실한지 숨기지 않는 눈빛이었다.서늘한 밤바람과 달콤하게 조여오는 야외라는 생소함 때문에 내 가슴은 미친 듯이 울렁이고 열기가 올랐다. 그가 내 목덜미에서부터 쇄골 라인을 따라 진득하게 입을 맞추며 온몸의 감각을 깨워갈 때마다 차마 참지 못한 탄성이 새어 나왔다."하읏······ 아린!" "예뻐, 마리. 차갑게 빛나는 달빛 아래 널 이렇게 둔 채로 내가 어떻게 참겠어. 터질 것처럼 안고 싶은데."이 남자는 정말이지 본능에 지독하리만치 솔직했다. 눈을 감자 감각이 몇 배는 더 예민해졌다.온몸의 긴장이 나른하게 풀리며, 그저 나를 부드럽게 지배하는 그의 뜨거운 손길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은빛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속에서, 나는 그의 단단한 품 안에 부드럽게 녹아들었다.내 몸에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전부 드러내자, 그 역시 거추장스러운 옷가지를 단숨에 던져버렸다. 달빛을 받아 드러난 그의 잘게 쪼개진 단단한 어깨와 상체 근육이 내 위를 묵직하게 덮쳐왔다. 숨이 막힐 만큼 아찔하고 뜨거운 압박감이었다.그가 내 허벅지를 슬며시 끌어올려 제 묵직하고 뜨거운 온기를 내
섀도우 루타스 캔돔 백작가의 가주이자, 라이신의 양오라버니인 사내.바아르의 어두운 지령을 받아 제국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은밀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자가 지금 왜 여기에 있는 것일까.섀도우는 마법과 검술, 그리고 살수로서의 모든 능력에 통달하여 제국 황실의 그림자로 불리는 살아있는 병기였다.바로 그자가 내 눈앞에서 피어오른 짙은 검은 연기 속에서 정적을 깨고 존재를 드러내려 하였다.나는 순식간에 온몸의 피가 밑바닥으로 싹 빠져나가는 충격에 사로잡혀, 전신이 단단히 굳어버린 채 섀도우를 마주했다. 손에 쥐고 있던 레이피어의 자루를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꽉 감싸 쥐었지만, 그와 나의 사이에는 넘어설 수 없는 절대적인 실력의 격차가 존재했다.등줄기를 타고 얼음물 같은 식은땀이 차갑게 흘러내렸다.나의 지독한 경계심을 읽었는지, 섀도우는 나지막하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걱정 마라. 투명화 및 차단 마법을 겹겹이 둘러두었으니, 저 멀리선 우리의 모습도, 소리도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다."섀도우는 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알고 이곳까지 찾아온 것일까. 그의 정보망이 어디까지 미치고 있었던 건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만약 바아르의 명을 받고 나를 당장 처단하거나, 제국의 위협이라 판단했다면, 이미 내 목숨은 끊어놓았을 터였다. 현재 본래의 마력과 오러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채 무방비하게 누워있는 아처린을 제거하는 것 역시, 섀도우라는 사내에게는 그저 손쉬운 시간문제일 뿐이었다.나는 바짝 졸아붙은 목구멍을 가까스로 가다듬으며, 떨림을 숨긴 채 나지막하게 질문을 건넸다."섀도우 경······ 저에게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나의 질문에 섀도우는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검은 연기의 기운을 두른 그가 천천히 고개를 저어 보이더니, 서늘하면서도 지친 눈빛으로 나를 지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