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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수리춘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 유민영이 저택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바로 오늘이 저택에서 월급을 나눠주는 날이었다.

전 어멈이 은자를 세 명의 유모에게 나누어 주며 말했다.

“이게 지난달 월급이다. 한 사람당 세 냥씩이니, 각자 잘 세어 봐라.”

유민영과 청화, 추월이 각자 앞으로 나와 제 몫을 받아 챙겼다.

석 냥짜리 은자를 손에 쥐니 마음이 한결 든든해졌다.

청화와 추월은 은자를 손에 넣었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이 집으로 부쳐야 했다.

추월은 집으로 보낼 몫을 따로 떼어내고 나니 자신에게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고개를 돌리자 마침 유민영이 은자를 모조리 제 주머니에 쑤셔 넣는 모습을 발견했다. 볼록 튀어나온 유소영의 주머니를 본 추월은 부러우면서도 왠지 속이 쓰렸다.

“그래도 유씨 동생은 좋겠어. 버는 족족 자신과 딸아이를 위해 쓸 수 있으니 말이야. 우리처럼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고생해도 서둘러 집으로 보내야 하는 처지와는 다르구나."

유민영이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설마 추월 언니도 저처럼 은자를 맡기거나 안부조차 전할 친정 식구 하나 없는 처지가 되고 싶으신 것입니까? 이런 복을 언니도 누리고 싶으세요?”

그동안 평소에 너무 고분고분하게 대한 모양이다. 감히 말로 은근히 깎아내리려 들다니.

한번 본때를 보여 주지 않으면, 정말 자신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길 터였다.

청화는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침상을 정리했다.

추월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복은 내가 감당할 수 없으니, 너나 많이 누리려무나.”

유민영은 더 이상 추월에게 대꾸하지 않고 방을 나서 전 어멈을 뒤쫓아가, 석 냥의 월급 중 절반을 떼어 그녀에게 쥐여 주었다.

“어멈, 이것은 이전에 제가 약조했던 것입니다. 저택에 들어와 일을 할 수 있게 되면, 월급의 절반을 어멈께 나누어 드리겠다고 했지요.”

은자를 제 발로 들고 찾아오니, 전 어멈 역시 인색하게 굴지 않고 안색을 부드럽게 풀었다.

“제법 은혜를 아는구나. 그런데 방금 보니 저택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솜씨가 꽤 매서워졌더구나.”

유민영이 머쓱하게 웃었다.

“저도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잘했다. 무턱대고 참기만 하면 상대는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 법이니 말이야.”

전 어멈이 사방을 한 번 훑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택은 사람도 많고 물도 깊은 곳이다. 그러니 내가 한마디 일러두마. 하지 말아야 할 짓과 해서는 안 될 말은 뼛속 깊이 새겨두거라. 한 치만 삐끗하는 날에는 저택 밖으로 쫓겨나는 것조차 가벼운 처벌이 될 테니.”

유민영이 표정을 바짝 가다듬었다.

“예, 어멈의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

해가 서쪽으로 기울 무렵, 유민영은 영아를 데리고 샛방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어렴풋이 잠이 든 사이, 누군가 세차게 흔들어 대는 바람에 잠이 깨고 말았다.

추월이 침상 앞에 서서 얼굴 가득 살가운 미소를 띤 채, 한 손에는 기름 종이 봉지를 들고 있었다.

“일어나, 어서 정신 차려봐. 오늘 아침엔 내가 말을 잘못했어.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 방금 사 온 땅콩 과자인데, 이걸로 화 좀 풀어.”

유민영은 제대로 잠이 덜 깨 얼떨떨한 채로, 그녀가 건네는 땅콩 과자 한 조각을 본능적으로 받아 들었다. 하지만 입에 넣지 않고 물었다.

“이 과자는 어디서 난 건가요?”

추월은 참지 못하고 얼른 과자 한 조각을 입에 쓱 집어넣고는 우물거리며 말했다.

“내가 어멈께 허락받아 놨잖아. 소공자님 돌보는 일이 끝나면 집에 월급 좀 보내고 오겠다고.”

추월의 집은 유국공부 바로 뒤쪽 골목에 있어 무척 가까웠는데, 돌아오는 길에 과자 가게 앞을 지나다가 군것질거리로 땅콩 과자 한 뭉치를 샀다는 것이다.

“내 말 한번 믿어 봐. 이 집 땅콩 과자는 재료도 실하고 조청도 아주 잘 고아서, 무조건 맛있을 테니까.”

그래도 유민영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처음 저택에 들어왔을 때 전 어멈이 그들에게 신신당부하지 않았던가.

유모 된 자는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필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이다.

몸에 열을 내기 쉬운 식재료나 아이에게 두드러기 혹은 소화불량을 일으킬 만한 음식은 전부 피해야 했다.

손에 든 땅콩 과자가 갑자기 불덩이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먹자니,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자신이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러나 먹지 않자니, 그건 또 추월의 호의를 무시하는 꼴이 되어 주제넘게 보일까 저어되었다.

이리저리 고심한 끝에, 유민영은 땅콩 과자를 도로 기름 종이 봉지에 넣으며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추월 언니, 호의는 정말 감사하지만, 제가 요 며칠 장이 안 좋아서 오히려 더 탈이 날까 걱정입니다."

말을 마친 그녀는 아무 뜻도 없다는 슬쩍 덧붙였다.

“그나저나 어멈께서 애초에 입에 대는 음식을 가려 먹으라고 알려주지 않으셨나요? 언니께서도 너무 많이 드시는 건 좋지 않을 듯 싶습니다. 소공자님께 영향이 가면 안 되니까요.”

한창 맛있게 먹고 있던 추월은 얼굴에 웃음기가 싹 가셨다. 전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고작 한두 조각 먹는 것인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너도 그렇게 꽉 막혀서야 쓰겠어?”

하물며 그녀는 이미 두 아이를 직접 길러본 터였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먹지 말아야 할지를 고작 이 계집애에게 배워야 한단 말인가?

괜한 유난은. 좋은 것도 몰라보고!

밤이 되어 청화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추월은 다시 기름 종이 봉지를 꺼내 그녀에게 권했다.

청화는 슬쩍 눈길만 주었을 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너나 두고 먹어, 나는 배가 고프지 않네.”

잇따라 두 번이나 퇴짜를 맞은 추월은 찝찝한 얼굴로 손을 거두며, 청화의 뒤통수를 향해 침을 뱉었다.

무슨 유세를 저리 부린단 말인가? 똑같이 종살이하는 처지에 뭐가 그리 잘났다고!

속으로 한바탕 욕을 퍼붓고는 다시 땅콩 과자를 거칠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유민영은 이런 사정을 전혀 모른 채, 예정된 시간에 맞춰 정란원으로 향했다.

이튿날 새벽, 그녀는 추월과 교대하며 아이가 젖 먹은 상황을 몇 가지 일러주고는 방으로 돌아와 잠을 청했다.

오후에는 청화가 추월의 뒤를 이어 교대할 차례였다. 유민영이 막 자리에 누워 낮잠을 청하려던 찰나, 별안간 문을 두드리는 거친 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났다.

전 어멈이 험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너희 둘 당장 정란원으로 가거라!”

유민영과 추월은 영문을 모른 채 시키는 대로 정란원으로 향했고, 안채에 들어서고 나서야 비로소 큰 사달이 났음을 직감했다.

내실 침상 위에서 엽이가 큰 소리로 울부짖고 있었다. 새하얗고 보드라운 얼굴에는 붉은 반점들이 빽빽하게 돋아나 있었다.

의원이 급히 불려 와 진찰을 했고, 잠시 후 결론을 내렸다.

“소공자님의 증상은 두드러기입니다. 다만 두드러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워낙 다양하여, 당장은 무엇 때문인지 특정하기 어렵습니다.”

산후조리를 막 마친 은정서는 몸단장을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얼굴은 분노로 벌겋게 부어올랐다.

“조사해라! 샅샅이 조사하거라! 엽이가 어찌하여 별안간 두드러기가 돋았단 말이냐?”

소공자에게 일이 생겼으니 곁에서 직접 시중든 유모들은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유민영과 추월, 그리고 본래 일을 하고 있어야 할 청화까지 모두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바짝 타들어 갔다.

대부인의 측근 어멈이 직접 나서서 그들의 양손과 손톱 밑, 소맷자락, 심지어 머리카락까지 차례로 세밀하게 검사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다.

원인을 찾지 못하니 증상에 맞는 약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모두가 대책 없이 쩔쩔매고 있을 때 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대부인 마님, 병은 입을 통해 들어오는 법입니다. 소공자님은 아직 어리시어 젖 말고는 따로 드시는 음식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두드러기의 근원은 십중팔구 입으로 들어간 음식에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유모들 중 누군가 발병의 원인이 되는 음식을 섭취했고, 이것이 젖을 통해 소공자님께 전해져 이렇게 반점이 돋아난 것으로 보입니다.”

주방에서 유모들의 음식을 구매하고 조리하는 것을 담당하던 노파 역시 불려 왔다.

그녀는 벌벌 떨며 대답했다.

“유모들에게 제공한 보양식은 저택에 들어온 첫날 정해진 식단표 그대로이며, 이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또한 죄다 성질이 순하고 몸에 좋을 뿐인 평범한 식재료들이지, 절대 탈을 일으킬 만한 것은 없습니다.”

주방에서 올린 음식은 한 달 동안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찌 하필 오늘에서야 이런 일이 터졌단 말인가?

자주가 민첩하게 핵심을 짚어냈다.

“대부인 마님, 주방 음식에 문제가 없다면 이는 필시 누군가 몰래 부정한 음식을 먹어 소공자님께 누를 끼친 것이 틀림없습니다!"

유민영과 청화의 시선이 일제히 가운데 앉은 추월에게 꽂혔다.

이 순간, 추월의 상태 역시 온전치 못했다. 온몸을 체로 치듯 바르르 떨고 있었다.

마침 그때, 유우헌을 샅샅이 뒤졌던 전 어멈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대부인 마님, 이것 좀 보십시오. 유우헌에서 찾아낸 것입니다.”

은정서는 그것을 직접 받지 않았다. 의원이 먼저 기름 종이 봉지를 받아 확인하고 단호히 진단했다.

“소공자님께서는 땅콩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시는 체질입니다. 유모가 다량의 땅콩을 섭취하였고, 그 성분이 젖을 통해 소공자님께 전달되어 병을 일으킨 겁니다.”

은정서가 분노하여 외쳤다.

“말하거라! 이 땅콩 과자를 먹은 자가 대체 누구냐!”

유민영과 청화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추월이 별안간 무릎으로 몇 걸음 기어 나가더니 유민영을 손가락질하며 울부짖었다.

“저 자입니다, 대부인 마님! 바로 저 자가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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