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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수리춘
추월은 사태를 모면할 수 없음을 직감하자, 다급한 나머지 모든 죄를 유민영에게 뒤집어씌웠다.

의지할 데 없는 그녀가 가장 만만했기 때문이었다.

누명을 쓴 유민영도 입이 막힌 호리병이 아니었다. 막 해명하려는데, 갑자기 상좌에서 은정서의 서늘한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정녕 본 부인을 바보로 아는 게냐?”

“유민영이 저택에 들어온 까닭은 내가 훤히 알고 있다. 내가 저들 모녀에게 살길을 열어준 것인데, 그 누구보다 이 일자리가 절실한 그녀가 어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짓을 하겠느냐?”

“오히려 너야말로 눈빛이 흔들리고 거짓 변명을 늘어놓는 꼴을 내가 보지 못할 줄 알았더냐!”

유민영은 대부인께서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는 분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훤히 꿰뚫어 보고 계실 줄은 미처 몰랐다.

계속 침묵하던 청화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대부인 마님, 소인이 저 땅콩 과자를 추월이 먹었다는 것을 증언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저택에 들어온 이래 단 한 걸음도 문밖을 나선 적이 없습니다.”

“오직 추월만이 어제 집에 월급을 갖다준다는 이유로 전 어멈께 허락을 얻어 저택 밖으로 나갔으며, 땅콩 과자 역시 그녀가 밖에서 사온 것입니다.”

“혼자 먹는 것으로 모자라 소인에게까지 먹기를 권했으나, 소인은 받지 않았습니다.”

유민영은 평소 청화와 사이가 가깝다고 할 수 없었고, 심지어 아이가 밤에 울던 일로 갈등을 빚은 적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의 발언은 추월의 죄를 완전히 못 박아 버림과 동시에, 유민영의 혐의를 깨끗이 씻어주는 격이 되었다.

은정서가 전 어멈에게 매서운 눈길을 내리꽂자, 전 어멈은 즉각 허리를 굽혔다.

“대부인 마님, 소인이 추월에게 가벼운 휴가를 허락한 것은 사실이오나, 밖에서 부정한 음식을 함부로 주워 먹었을 줄은 소인 역시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증인과 물증이 모두 갖춰져 증거가 확실해지자, 추월에게는 더는 물러설 길이 없었다.

그녀는 계속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다.

“대부인 마님,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 소인이 입이 짧아 탐욕을 부렸습니다. 소공자님께서 땅콩에 두드러기 반응을 보이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잘못을 알았으니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온몸에 붉은 발진이 난 아들을 꼭 껴안은 은정서는 당장이라도 추월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발기고 싶은 심정이었다.

“살려달라고? 네년이 음식을 함부로 먹은 탓에 엽이가 이토록 고초를 겪고 있거늘! 네 그 젖도 이미 땅콩에 오염되었으니 결코 다시는 엽이의 입에 물릴 수 없다. 저택에서 너 같은 년을 더 두어 어디에 쓰겠느냐?”

그녀는 엄하게 명을 내렸다.

“끌어내라! 곤장 스무 대를 쳐서 저택 밖으로 내쳐라! 다시는 쓰지 말거라!”

뚱뚱한 몸집의 두 하녀가 앞으로 나와, 통곡하며 몸부림치는 추월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죽은 개를 끌어 가듯 그녀를 억세게 붙들어 메고 가 버렸다.

처절한 통곡 소리가 점차 멀어지자 내실은 이내 고요를 되찾았고, 의원은 소공자에게 쓸 약재를 처방하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대부인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기에 유민영과 청화는 여전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등 줄기는 이미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추월을 처분하고 엽이에게 약을 달여 먹이고 나서야 은정서의 가슴속 분노가 겨우 한풀 꺾였다. 그러나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에 꿇어앉은 이들을 바라보았다.

“전 어멈, 너는 아랫사람들을 단속하는 소임을 소홀히 하였으니 석 달 치 월급을 몰수하겠다!”

전 어멈은 조금의 불평도 감히 내뱉지 못했다.

“소인 형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대부인 마님의 은덕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너희 두 유모 역시, 비록 직접적인 과오를 범하지는 않았으나 한 처소에 살면서도 이를 막지 못했으니 살피지 못한 책임이 있다. 각기 한 달 치 월급을 몰수하겠다!”

유민영과 청화는 한목소리로 아뢰었다.

"형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그들 역시 당연히 한 달 동안 고생해서 번 월급을 잃게 되어 가슴이 아팠지만, 이것이 가벼운 처분임을 잘 알고 있었다.

살아남으면 언젠가 기회가 오는 법, 소공자님을 지극정성으로 보필하기만 하면 향후 상을 받게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모두 물러가거라.”

세 사람은 큰 사면을 받은 듯 몸을 숙이며 방에서 물러나왔다.

처소로 돌아가는 길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 어멈은 관사 어멈으로서 가장 큰 벌을 받았기에 얼굴빛이 좋지 않았고, 아무 말 없이 앞장서 걸어갔다.

유민영과 청화는 묵묵히 그 뒤를 따랐다.

유우헌에 도착하자 전 어멈은 곧장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마당에는 오직 두 사람만이 남게 되었다. 그제야 청화가 유민영을 돌아보며 말을 건넸다.

“청화 언니?”

청화가 평소보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오늘 일로 네가 정말 성실하고 바른 마음씨를 지녔다는 걸 알았어.”

유민영은 조금 뜻밖이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그녀의 뒷말을 기다렸다.

“나도 빙빙 돌려 말하지 않을게. 추월은 이미 쫓겨났고, 저택에 남은 유모는 이제 우리 둘뿐이잖아. 앞으로 소공자님 쪽 일은 예전보다 훨씬 많아질 거야.”

“그러니까…… 청화 언니는 앞으로 저희가 서로 도우며 지내자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상대방이 먼저 호의를 베풀어 오는데 유민영 역시 모질게 굴 이유가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청화는 그녀의 사람됨이 나쁘지 않음을 확인하자 솔직하게 말했다.

“네가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다는 거 알고 있어. 앞으로 네가 일하러 갈 때면 잠시 아이를 돌봐줄게.”

이 한마디는 실로 유민영의 가슴속 가장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격이었다. 그녀가 가장 염려했던 바가 바로 일을 하는 동안 영아를 돌봐줄 손길이 없다는 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억지로 버텨왔으나, 이제 청화 언니가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더욱이 이번 두드러기 사건을 겪으면서 유민영은 청화의 본성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단지 친해지기까지 오래 걸리고,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은 깊은 사람이었다.

유민영은 연신 감사를 표했다.

청화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고마울 게 뭐야, 생각해 보니 네 딸아이도 이미 내 젖을 문 적이 있잖아.”

유민영이 어리둥절해 물었다.

“그것이 무슨 말씀이신가요?”

그녀의 기억 속에는 전혀 없는 일이었다.

“우리가 처음 왔던 날을 기억하나? 네가 밤에 소공자님을 보필하러 간 사이 아이가 어찌나 자지러지게 울어 대던지, 추월 저년이 시끄럽다며 아이를 마당 밖에 내다 버려 기세를 꺾어놓아야 한다고 했었지. 한겨울 밤바람이 이리 차가운데, 어린것이 얼어 죽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말이야."

그런 일이 있었다니!

청화가 이어 말했다.

“내가 어찌 저년이 함부로 하게내버려 둘 수 있었겠어. 그 자리에서 대판 싸우며, 똑같이 자식을 기르는 어미 처지에 남의 자식은 자식도 아니냐며 어찌 이리 독살스럽냐고 화를 좀 냈지. 결국 내가 네 딸아이를 품에 안고 내 젖을 조금 물려 달래고 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어.”

유민영은 순간 기가 막혀 실소가 터져 나왔다.

“당시 저에게는 전혀 다르게 말했습니다. 청화 언니가 영아가 시끄럽다고 타박하기에 자기가 가여워서 대신 젖을 물려 재웠다고 했지요.”

청화가 코방귀를 뀌었다.

“저년의 주둥이야말로 흑백을 전도하는 데 선수지. 그날 밤 나랑 대판 싸울 때 그 표독스러운 낯짝을 직접 보지 않았더라면, 나 역시 깜빡 속아 넘어갔을 거야.”

유민영은 추월을 고작 저렇게 내쫓은 것만으로는 도리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곤장을 들고 가 직접 열댓 대는 더 후려쳐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너도 마음에 담지 마. 저택에 오래 있다 보면 별의별 인간을 다 보게 마련이니, 앞으로 좀 더 조심하고 경계하면 그만이야.”

유민영은 깊은 숨을 들이쉬며 가슴속 심란함을 억눌렀다.

그녀는 자신이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예전 직장에서도 별의별 사람을 다 만났었다. 끈질기게 괴롭히는 자도 있었고, 터무니없이 막무가내인 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자신이 모든 것을 가진 자들이 사람 목숨을 파리 잡듯 처단할 수 있는 잔혹한 시대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인들도 입엔 꿀, 뱃속엔 칼을 품고 있어 방심할 수 없었다.

유민영은 이번 일을 마음 깊이 새겼다.

“어찌 되었든 모두 청화 언니의 어진 마음씨 덕분입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무슨 말을 그리 거창하게 해.”

청화가 손을 휘저으며 웃었다.

유민영은 샛방으로 돌아와 영아를 품에 안고는 절로 깊은 감회에 젖어들었다.

이 깊고 깊은 저택 안에서는 과연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헤아릴 수 없는 법이었다.

겉으로 화사하고 친절해 보이는 자가 도리어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었다니......

반면 겉은 차갑고 냉철해 보여 어울리기 어려웠던 이가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에 거듭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던가.

유민영은 이 험난한 곳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자신이 배워야 할 도리가 아직 태산처럼 남아 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먼 훗날, 기필코 자신과 영아를 위한 따스하고 안락한 보금자리를 스스로의 힘으로 일구어 내고야 말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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