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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9:15:08

“그러니까 원본만은 절대 지우지 마.”

윤태오가 돌아선 뒤에도 강서하는 한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진 2장은 같은 시각, 같은 각도였다. 하나에는 태오가 있었고, 다른 하나에는 없었다. 합성이라면 흔적이 남아야 했지만 휴대전화로 받은 파일만 봐서는 판단이 어려웠다.

서하는 노트북을 닫다가 멈췄다.

1807호에 같이 들어갔던 여자.

처음부터 그쪽이 더 이상했다.

그녀는 40분 만에 혼자 나왔고,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태오와 붙어 있는 장면도 없었다. 불륜 사진을 만들려 했다면 오히려 너무 성의가 없었다.

서하는 첫날 촬영본을 다시 열었다.

22시 21분 08초.

여자가 와인잔을 받을 때 오른쪽 손목이 드러났다.

검은 밴드 하나.

장식이라기엔 두꺼웠고, 시계도 아니었다.

화면을 확대하자 작은 사각칩이 보였다.

“출입밴드?”

다음 컷에서도 같았다. 여자는 방 안에서도 그 밴드를 풀지 않았고, 태오가 건넨 건 와인이 아니라 얇은 카드였다. 카드 한쪽에는 희미하게 VANTA 로고가 찍혀 있었다.

서하는 바로 문재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은 보안밴드 사진 보내줄게. 어디서 쓰는지 확인해.”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알면 자겠냐.”

“하, 씨발. 보내.”

5분 뒤 재경에게 답이 왔다.

[VANTA 위기관리 고객용 임시 출입밴드랑 형태가 거의 같아. 정확한 모델은 확인 더 해야 돼.]

서하는 의자 등받이에서 몸을 뗐다.

불륜 상대가 아니었다.

최소한 호텔에서 만난 목적은 달랐다.

그 순간 태오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이제 알아냈어요?]

서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당신 지금 나 보고 있어?”

“아니.”

“그런데 타이밍이 왜 이래.”

“당신이면 슬슬 손목까지 봤을 것 같아서.”

“재수 없네.”

“틀렸습니까?”

“그 여자, 당신 고객이죠.”

잠깐 뜸이 생겼다.

“맞아요.”

“씨발, 그럼 처음부터 말하지.”

“당신이 직접 확인하는 게 빠르니까.”

“나 시험했어?”

“조금.”

“좆같은 취미네.”

“아까는 내 셔츠 안쪽까지 보던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서하는 헛웃음을 쳤다.

“그 얘기 진짜 좋아하네.”

“당신이 계속 반응하잖아.”

“다음에 만나면 진짜 더 아래 찍어줄까?”

“허락받고.”

“누구한테?”

“나한테.”

“미쳤네.”

“그 말도 벌써 3번째예요.”

서하는 통화가 끝나기 전에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그 여자랑 잤어요?”

“궁금해요?”

“업무 확인.”

“침대 시트 한 번도 안 구겨진 거 당신 카메라에 찍혔을 텐데.”

“그게 안 잤다는 증거는 아니지.”

“확인하고 싶으면 다음엔 방 안까지 들어와요.”

“누가 들어간대.”

“밖에서 그렇게 오래 봐놓고.”

“윤태오 씨.”

“네.”

“한 번만 더 그딴 식으로 말하면 카메라로 얼굴 찍어버려.”

“그건 좀 아깝네. 찍히는 건 좋아하는데 부서지는 건 싫어서.”

“진짜 끝까지 재수 없어.”

“그래도 전화는 안 끊네요.”

서하는 그대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

말로는 가볍게 받아쳤지만 머릿속에서는 첫날 동선이 다시 조립되고 있었다. 여자가 들어온 시각, 태오가 창가로 나온 시각, 의뢰인이 얼굴을 요구한 시각까지 지나치게 촘촘하게 맞아떨어졌다.

우연이면 편했다.

문제는 그중 하나도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거였다.

서하는 검은 밴드가 찍힌 사진을 별도 폴더에 복사했다. 그 여자가 위기관리 고객이라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때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

[강서하 씨 맞죠?]

서하는 답하지 않았다.

번호를 역검색했지만 등록 정보는 없었다. 발신번호는 몇 분 전까지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깨끗했다.

그래서 더 찜찜했다.

곧 사진 1장이 도착했다.

1807호에서 봤던 검은 원피스 여자였다. 같은 옷, 같은 귀걸이. 셀카처럼 찍힌 얼굴 옆으로 검은 밴드가 선명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문장.

[저 윤태오 씨 고객 맞아요.]

서하가 화면을 응시했다.

3번째 메시지가 왔다.

[그날 일부러 불륜처럼 보이게 한 것도 맞고요.]

여기까지는 태오의 말과 일치했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은 달랐다.

[그런데 강서하 씨.]

[그 남자를 믿지 마세요.]

1초 뒤 사진이 하나 더 도착했다.

6년 전 강해진과 윤태오가 호텔 루멘에 들어가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사진 아래 날짜는,

언니가 실종된 바로 그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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