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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Author: 루니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6 19:19:34

[그 남자를 믿지 마세요.]

강서하는 6년 전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먼저 확대했다.

강해진 옆에는 분명 윤태오가 있었다. 문제는 사진이 너무 깨끗하다는 거였다. 날짜도, 호텔 로비도, 언니가 실종 당일 입었던 베이지 코트도 맞았다. 너무 맞아서 오히려 걸렸다.

서하는 사진을 저장한 뒤 답장을 보냈다.

[당신 누구예요.]

바로 읽혔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강해진 알아요?]

이번에도 읽음만 떴다.

“사람 성질 긁는 건 다들 한 학원에서 배웠나.”

휴대전화를 내려놓은 서하는 노트북에 메모리카드를 꽂았다. 믿으라느니 믿지 말라느니 하는 말보다 원본이 먼저였다. 1807호 사진을 시간순으로 늘어놓자 방금까지 보이지 않던 게 하나씩 튀어나왔다.

침대였다.

22시 17분.

22시 21분.

22시 28분.

하얀 이불은 같은 모양으로 접혀 있었고 베개도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와 윤태오가 40분 가까이 같은 객실에 있었는데 침대에는 주름 하나 늘지 않았다.

서하는 다음 컷으로 넘겼다.

“그럼 둘이 뭘 한 건데.”

테이블 위에는 와인잔 2개가 있었다.

첫 사진에서는 서로 붙어 있었고, 4분 뒤에는 하나가 창가 끝으로 옮겨졌다. 그다음 사진에서는 다시 반대쪽. 마시는 사람의 손보다 잔의 위치가 더 자주 바뀌었다.

누군가 시간을 재며 일부러 옮긴 것처럼.

서하는 사진 12장을 한 화면에 띄웠다. 침대는 그대로인데 잔만 움직였다. 여자도, 윤태오도 프레임에 들어왔다 나갔고 매번 유리잔의 위치가 달라졌다.

전화가 울렸다.

윤태오였다.

“왜요.”

“그 여자한테 연락 왔죠.”

서하가 의자에서 등을 뗐다.

“내 폰도 봐요?”

“그 정도면 당신이 먼저 경찰 부를걸요.”

“그럼 어떻게 알아.”

“내 고객이니까.”

“고객 관리가 개판이네. 당신 믿지 말라는데.”

“그건 맞는 말이고.”

“뻔뻔한 것도 재능이네.”

“사진은 봤습니까?”

“어떤 사진.”

“당신 언니.”

서하는 마우스를 멈췄다.

“그 여자한테 시켰어요?”

“아니.”

“그럼 왜 그 여자한테 언니 사진이 있어.”

“그래서 만나지 말라고 하는 겁니다.”

“명령하지 마.”

“명령 아니고 경고.”

“둘 다 싫어.”

태오가 잠깐 말을 멈췄다가 물었다.

“지금 뭐 보고 있어요?”

“당신이 여자 데리고 호텔 가서 침대도 못 쓴 사진.”

“침대까지 찍혔습니까?”

서하가 헛웃음을 냈다.

“안 쓴 것도 찍혔어요.”

“아쉽네.”

“뭐가.”

“기왕 그렇게 열심히 찍었으면 쓸 때 찍혔어야 했는데.”

“상대가 나였으면 카메라부터 부쉈을걸.”

“카메라만?”

“당신 입도.”

“그건 가까이 와야 가능한데.”

“원하면 다음에 해줄게.”

“녹음해둬야겠네.”

서하는 통화를 끊을까 하다가 노트북 화면을 다시 봤다.

“윤태오.”

“네.”

“객실에서 시간 맞췄죠?”

이번에는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침대는 한 번도 안 썼고, 잔 위치만 계속 바뀌었어. 여자 손목엔 VANTA 밴드. 연인 연기하면서 접촉은 없고. 누군가 특정 시각마다 그림을 만들어낸 거잖아.”

“계속.”

“내가 그 장면을 찍게 만들었고.”

“맞아요.”

“왜?”

“아직은 말 못 해.”

“씨발, 그럼 전화 왜 했어.”

“당신이 어디까지 봤는지 궁금해서.”

“변태 인증 그만하고.”

“침대까지 봤다며.”

“침대 밑까지도 볼까?”

태오가 대답하기 전에 서하는 장난처럼 확대 배율을 올렸다.

그리고 손이 멈췄다.

침대 아래.

정확히는 바닥과 베드 프레임 사이의 좁은 틈.

검은 형체 하나가 있었다.

처음에는 가방인 줄 알았다. 그런데 22시 17분 사진에는 없었고 22시 21분부터 생겼다. 다음 컷에서는 조금 오른쪽으로 움직여 있었다.

서하는 확대 배율을 한 번 낮췄다가 다시 올렸다. 착시라면 사라져야 했지만 검은 형체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사진을 더 확대했다.

사람 다리처럼 보였다.

“윤태오.”

“왜.”

“그날 방에 몇 명 있었어요?”

“2명.”

“거짓말하지 마.”

“왜 갑자기.”

“침대 밑에 누가 있었어.”

전화 너머에서 대답이 끊겼다.

서하는 곧바로 다음 사진을 열었다.

22시 28분.

검은 그림자가 더 길어져 있었다.

22시 30분.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테이블 위 잔 하나의 위치가 바뀌었다.

서하는 원본을 다시 불러와 노출만 조정했다. 그림자가 침대 아래에서 시작된 게 아니었다. 벽 쪽, 프레임 뒤로 끊겼다가 바닥을 타고 나와 있었다.

이상했다.

사람이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갔다면 남아야 할 방향이 아니었다.

“윤태오, 지금부터 질문 하나만 할게.”

“말해요.”

“1807호 침대 뒤에 뭐가 있어요?”

이번에는 3초가 지나도 답이 없었다.

서하는 확대 화면을 옆으로 밀었다.

그리고 처음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던 선 하나를 발견했다.

벽과 바닥 사이에 너무 반듯하게 끊긴 검은 틈.

그 틈 바로 앞에 사람 하나가 웅크린 것처럼 길쭉한 그림자가 걸려 있었다.

태오가 뒤늦게 말했다.

“그 사진, 누구한테도 보내지 마.”

“왜.”

“당신이 사람이라고 생각한 게 거기서 나온 거라면.”

그가 말을 끊었다.

서하는 더 확대했다.

침대 밑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분명 사람 그림자는 있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침대 아래가 아니라,

벽 안쪽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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