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것도 찍고 있었네.”
강서하는 영상을 3번 돌려봤다.
윤태오는 정면 카메라가 아니라 장식장 틈에 숨겨둔 보조 카메라를 정확히 보고 있었다. 더 웃긴 건 그다음이었다. 1204호 옆 벽이 열렸고, 회색 코트 남자가 안으로 들어간 뒤 태오까지 사라졌다.
호텔 도면에는 없는 통로였다.
“호텔들이 왜 다 벽에 사람을 숨겨.”
서하는 영상을 복사한 뒤 화장실을 나왔다. 이미 태오와 남자는 보이지 않았고, 12층 복도에는 객실 정리 카트만 서 있었다.
그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직원용 구역으로 들어가지 않고 라운지에서 보이는 범위만 다시 확인하던 중, 1204호 옆 장식장 아래에서 검은색 물체 하나가 눈에 걸렸다.
카드였다.
신용카드보다 조금 작고 두꺼웠다. 호텔 로고도, 이름도 없었다. 앞면에는 숫자만 양각되어 있었다.
18-07.
“1807?”
손을 뻗는 순간 다른 손이 먼저 카드를 집었다.
“남의 물건 잘 줍네요.”
윤태오였다.
“벽에서 튀어나오는 취미도 있어요?”
“봤습니까?”
“뭘.”
“내가 벽에서 나오는 거.”
“그걸 말하면 재미없잖아.”
아까 그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자 태오가 카드를 들어 보였다.
“카메라 2대 쓸 줄은 몰랐네.”
“당신 허락받고 일해야 돼?”
“아니. 그래서 마음에 든다고.”
“작업 걸지 마. 존나 안 어울려.”
“아까는 벗어도 안 찍는다며.”
“지금 벗어봐. 증거물 훼손으로 신고하게.”
“그건 촬영보다 재미없겠는데.”
서하는 카드를 가리켰다.
“줘요.”
“왜.”
“당신 고객이 떨어뜨린 거잖아.”
“그걸 어떻게 압니까?”
“회색 코트 오른쪽 주머니. 방 들어가기 전엔 모서리가 보였고, 나올 땐 없었어.”
태오가 서하를 봤다.
“그것까지 찍었어요?”
“당신 셔츠 안쪽만 찍는 줄 알았나.”
“그건 계속 기억나서.”
“변태 새끼.”
“칭찬으로 들을게.”
태오가 카드를 내밀었다.
서하가 낚아채려는 순간 손끝이 스쳤다.
피할 수 있었다.
둘 다 안 피했다.
태오는 카드를 놓지 않았고, 서하도 손을 거두지 않았다. 얇은 카드 한 장을 사이에 두고 손가락이 겹쳤다.
“놓으라고.”
“싫으면 손부터 빼요.”
“내가 왜.”
“그러니까.”
태오가 먼저 손을 폈다.
카드가 서하 손에 남았다.
서하는 바로 앞면을 찍었다.
18-07.
“이 숫자 알아요?”
“짐작만.”
“1807호?”
“가능성은 있죠.”
“저 카드로 아까 그 벽 열었어요?”
“아니.”
“그럼 어떻게 열었는데.”
“그건 아직 비밀.”
“당신은 입만 열면 아직이네.”
“당신도 보조 카메라 숨긴 건 말 안 했잖아.”
“그걸 알면서 놔뒀고?”
“당신이 뭘 찍는지 보고 싶었으니까.”
서하가 헛웃음을 냈다.
“사람 가지고 노는 게 취미야?”
“내가 당신 카메라 앞에 일부러 들어가준 거면?”
“그걸 배려라고 우기게?”
“아니. 유혹.”
서하는 카드 모서리로 그의 가슴을 툭 밀었다.
“그 단어 한 번만 더 쓰면 진짜 긁는다.”
“얼굴은 피하네.”
“그 얼굴이 밥벌이잖아.”
“당신한텐 꽤 잘 먹히는 것 같고.”
“개소리.”
서하는 문재경에게 카드 사진을 보냈다.
[이 카드 규격 좀 찾아봐. 호텔 키 같은데.]
답은 7분 만에 왔다.
[요즘 호텔키는 아님. 마그네틱도 NFC도 안 보여. 오래된 보안 출입카드나 전용 리더키 쪽이 더 비슷해.]
[18-07은?]
[구역-문번호 같은 표기일 수도 있고. 실물 봐야 정확해.]
서하는 메시지를 태오에게 보여줬다.
“오래된 출입키래.”
“그럴 줄 알았어요.”
“처음 보는 것치고 침착하네.”
“이런 카드가 있다는 건 알았으니까.”
“누가 쓰는데.”
“내 고객보다 더 오래된 사람들이.”
“또 존나 수상한 소리 한다.”
태오는 대꾸하지 않았다.
서하는 카드 앞면을 엄지로 문질렀다. 18-07의 홈 사이에 먼지가 끼어 있었다. 오늘 급히 만든 물건은 아니었다.
“그 회색 코트, 진짜 고객 맞아요?”
“맞아.”
“그런데 당신도 처음 보는 카드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문제가 된 거고.”
“그 사람 어디 갔어.”
“보냈습니다.”
“어디로.”
“안전한 데.”
“당신이 말하는 안전한 데가 벽 안쪽은 아니지?”
태오가 웃지 않았다.
“그 사람 얼굴 찍었습니까?”
“찍었지.”
“원본 따로 빼놔요.”
“왜.”
“혹시 오늘 안에 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돼도 확인할 수 있게.”
서하가 그를 봤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1807호에서 이미 봤잖아. 사람 하나 지우는 사진.”
서하는 카드를 뒤집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줄 알았다. 검은 표면에 검은 글자가 눌려 있어 조명을 비껴야만 보였다.
태오가 옆으로 다가왔다.
“빛에 세워봐요.”
“붙지 마.”
“카드는 보고 싶고?”
“카드만.”
“아까부터 그 말 별로 안 믿기는데.”
서하는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밀어냈다.
“한 번만 더 지랄하면 카드로 목 긁어버린다.”
“성격 진짜 좋네.”
조명을 비스듬히 받자 뒷면의 음각이 드러났다.
짧은 영문 6자.
서하의 손이 멎었다.
MIRROR.
태오도 이번에는 아무 말이 없었다.
서하가 카드를 들어 그의 얼굴 앞에 댔다.
“이게 뭐야.”
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이미 이 이름을 알고 있었다.
“강해진 씨를 3일 전에 봤어요.”여자의 말이 끝난 뒤에도 강서하는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어디서요.”“SERIN LAB 건물 뒤편.”“혼자였어요?”“차에 타는 것까지만 봤어요. 얼굴은 확실해요.”사진만으로는 부족했다.6년 동안 너무 많은 가짜를 봤다.서하는 사진을 복제해 보관한 뒤 여자에게 더 묻지 않았다.대신 문재경에게 연락했다.“1812호 송출 다시 살릴 수 있어?”“왜.”“우리가 미끼가 될 거야.”“또?”“이번에는 저쪽이 보고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해.”재경이 욕을 삼켰다.“뭘 흘리려고.”“윤태오가 MIRROR 원본을 나한테 넘긴다는 소문.”맞은편에 있던 태오가 말했다.“그리고 우리가 다시 호텔에 들어간다?”“응.”“밀회처럼?”“그래야 물겠지.”태오가 잠깐 서하를 봤다.“어디까지 연기할 건데.”“카메라가 붙을 만큼.”“그게 어디까지냐고.”서하는 가방을 닫았다.“현장에서 내가 정해.”“당신 혼자?”“싫어?”“아니. 중간에 나한테도 물어봐.”그 말에 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그날 밤 11시 20분.둘은 다시 루멘 호텔에 들어갔다.이번 객실은 1815호.박유진이 과거 비인가 카메라 점검 기록이 있던 방으로 골라줬다.문이 닫히자 재경의 음성이 이어폰으로 들어왔다.―신호 아직 없음.서하는 가방을 소파에 던지고 태오에게 다가갔다.“재킷 벗어.”“명령입니까.”“연기.”“둘이 차이가 점점 없어지는데.”“입 닥치고.”태오가 재킷을 벗었다.서하는 일부러 그의 셔츠 깃을 정리했다. 카메라가 있다면 둘이 가까워졌다는 장면부터 물어야 했다.―신호 하나 잡힘.재경 목소리가 들렸다.서하는 태오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갔다.“오른쪽 천장.”“봤어.”“보지 마.”“당신만 보고 있잖아.”“그 말도 연기지?”“그건 아닌데.”서하가 그의 가슴을 손끝으로 밀었다.침대 가장자리까지.태오가 앉자 서하는 바로 앞에 섰다.“지금부터 좀 더 붙을 거야.”“괜찮아.”“허리 잡아.”태오
강해진의 마스터키.그걸로 접속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끝내 잡히지 않았다.강서하는 서버 로그를 3개로 복제해 따로 보관한 뒤 노트북을 닫았다.“살아 있는 사람처럼 움직이네.”윤태오가 맞은편에서 말했다.“계정이 움직이는 거지 사람이 움직인다는 증거는 아니야.”“알아.”“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얼굴은 아닌데.”서하가 쏘아봤다.“내 얼굴 분석하지 말라니까.”“미안.”순순히 물러나는 게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여전히 이상했다.그때 NOCK 현관 벨이 울렸다.문재경은 아직 사무실에 돌아오지 않았다.서하가 인터폰을 확인하다가 멈췄다.“왜.”태오가 화면을 보려 하자 서하가 손으로 가렸다.“아는 여자.”“누군데.”“당신이랑 처음 1807 들어갔던 여자.”태오의 얼굴이 달라졌다.서하는 문을 열었다.여자는 6화에서 봤던 모습보다 수척했다. 검은 보안 밴드는 없었고 모자도 쓰지 않았다.“들어오세요.”여자는 태오를 발견하자 발을 멈췄다.“윤 대표님도 계시네요.”“왜 왔습니까.”“강 대표님한테 할 말이 있어서요.”서하가 의자를 내줬다.“그때는 당신이 윤태오 믿지 말라고 했죠.”“네.”“지금도 그래요?”여자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휴대전화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화면에는 오래된 영상이 떠 있었다.호텔 객실.침대 맞은편 벽.그리고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여자.서하가 화면을 멈췄다.“본인이에요?”“네.”“몰래 찍힌 거고?”“3년 전부터.”여자가 두 손을 맞잡았다.“처음에는 전 남자친구가 찍은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른 장소 영상까지 나왔어요. 호텔, 회사 휴게실, 아파트 주차장.”“MIRROR.”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이름을 알게 된 건 윤 대표님 덕분이에요.”서하가 태오를 봤다.“당신이?”태오는 대답하지 않았다.여자가 먼저 말했다.“저 사람 없었으면 전 아직도 협박당하고 있었을 거예요.”“어떻게 구했는데요.”“돈 내지 말라고 했어요.”서하의 눈썹이 움직였다.“협
KANG HAE JIN.개발자 이름을 확인한 순간 강서하는 노트북을 닫고 싶었다.그런데 손은 반대로 움직였다.“재경아. HJ-Restore 개발 이력 전부 찾아.”문재경이 원격 화면을 열었다.“이미 뒤지고 있어. 이거 단순 복원툴 아니야.”“뭐가 더 있는데.”“후기 버전에 합성 탐지 모듈이 붙었어.”서하가 화면 가까이 몸을 기울였다.[HJ-Restore v2.4]손상 프레임 복원.[v3.1]영상 간 얼굴 일치도 분석.[v3.6]합성 프레임 탐지.[v3.8]원본 추정값과 생성값 분리 표시.윤태오가 말했다.“그러면 강해진은 가짜 영상을 만드는 모델을 만든 게 아니라.”“가짜를 찾는 모델을 만든 거네.”재경이 맞장구쳤다.“원래 목적은 거의 확실히 그쪽이야. 깨진 영상을 복원하면서 새로 생성한 픽셀이 원본처럼 취급되면 증거 가치가 박살 나니까.”서하는 50화 딥페이크 영상을 다시 띄웠다.누군가는 그 기능을 반대로 사용했다.가짜를 찾기 위한 알고리즘을 뜯어내서, 탐지하기 어려운 가짜를 만드는 데 써먹었다.“언니 코드 훔쳐간 거야?”재경이 대답을 미뤘다.“그럴 수도 있고.”“다른 가능성은.”“직접 넘겼을 수도 있어.”서하의 손이 키보드에서 떨어졌다.태오가 재경을 봤다.“확정 아닌 말은 조심하죠.”“나도 확정이라고 안 했습니다.”“둘 다 그만.”서하는 소스 주석을 열었다.오래된 개발 메모가 수십 개 남아 있었다.[복원은 사실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추정 프레임은 반드시 원본과 분리할 것.][탐지값 90% 이상이어도 사람이 최종 판단.]언니다운 문장이었다.화면을 고치되 화면을 믿지 않는 사람.그런데 조금 아래에는 다른 메모가 있었다.[특정 얼굴은 탐지 대상에서 제외 가능.]서하가 멈췄다.“이게 뭐야.”재경이 코드를 확인했다.“화이트리스트 비슷한 거야.”“특정 사람 얼굴은 합성돼도 경고 안 뜨게?”“기능상으론 가능해.”서하의 속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왜 이런 걸 만들었어.”“테
[강서하 × 윤태오, 어젯밤 원본.]공개까지 58분.강서하는 화면을 캡처해 문재경에게 링크를 보냈다.“올라오기 전에 서버 흔적 잡아.”재경이 바로 답했다.“예약 파일이면 캐시 남을 수 있어. 근데 제목 꼬라지 보니까 일부러 네가 보게 만든 것 같은데.”“알아.”현관 밖에 있던 윤태오가 말했다.“내려가 있을게.”“왜.”“영상 뜨면 당신 혼자 보는 게 나을 수도 있으니까.”서하가 문을 더 열었다.“도망가려고?”“선택권 주는 중.”“들어와.”태오는 잠깐 그녀를 봤다.“확실해?”“영상에 당신도 나온다며. 같이 봐.”그제야 안으로 들어왔다.둘은 노트북 2대를 펼쳤다.52분.41분.23분.조회수는 계속 올라갔다. 아직 영상도 없는데 댓글부터 붙었다.[몰카업자답네.][호텔 다음엔 집이냐.][둘이 짜고 친 거 아니냐.]서하는 전부 저장했다.태오가 물었다.“안 봐도 돼.”“봐야 가짜인지 깨지.”“가짜인 건 이미 알잖아.”“어디가 가짜인지 증명해야지.”정각.페이지가 새로고침됐다.영상이 떴다.첫 장면은 진짜였다.전날 밤 서하의 집 복도 CCTV. 둘이 함께 현관으로 들어가는 장면.그다음부터는 없었던 일이었다.침실과 닮은 공간.서하와 태오를 닮은 두 사람이 가까이 붙어 있었고, 얼굴은 소름 끼칠 만큼 자연스러웠다. 조명 방향도, 체형도, 전날 입었던 옷까지 같았다.서하는 영상의 소리를 껐다.그래도 손끝이 굳었다.“씨발.”태오가 멈췄다.“그만 봐.”“놔.”서하가 다시 재생했다.노골적인 장면은 교묘하게 프레임 밖으로 밀어놓고 얼굴과 대화만 또렷했다.그게 더 악질이었다.진짜라고 믿게 만들기 충분했다.영상 속 서하가 말했다.―오늘 찍은 건 다 지워.영상 속 태오가 대답했다.―돈은 받았잖아.서하가 바로 멈췄다.“내 목소리까지.”재경에게서 전화가 왔다.“봤어?”“응.”“합성이야. 확실해.”“근거.”“입 주변 프레임 4군데 튀고 호흡 잡음 반복돼. 음성도 예전 샘플 섞었어.”“얼굴
메모리카드 1개가 사라져 있었다.강서하는 곧바로 현관부터 확인했다.도어락 파손 없음.창문 잠금 정상.베란다도 이상 없음.그런데 현관 센서 로그에 낯선 기록 하나가 남아 있었다.04시 17분.문은 열리지 않았는데 도어락 관리 모드가 14초 동안 활성화돼 있었다.“마스터키.”윤태오가 화면을 보며 말했다.서하는 바로 건물 관리실에 전화했다.20분 뒤 CCTV 원본을 받았다.새벽 4시 16분.관리업체 작업복을 입은 남자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공구가방 하나.마스크.모자.서하는 영상을 멈췄다.“정기점검 일정 있었어요?”관리소장이 고개를 저었다.“없었습니다.”“이 사람 직원 맞아요?”“외주업체 쪽인데… 잠깐만요.”명단을 뒤지던 관리소장의 얼굴이 굳었다.“지난달까지만 일했던 사람입니다. 김형준.”“퇴사했는데 마스터 권한은?”“반납 처리됐어야 하는데.”서하가 웃지도 못했다.“됐어야 한다는 말 제일 싫은데.”김형준의 출입카드는 이미 폐기된 번호였다.그런데 새벽 기록상 정상 인증으로 찍혀 있었다.문재경에게 출입 로그를 넘기자 10분도 안 돼 답이 왔다.[복제카드 쓴 흔적.][원본 권한값 그대로 베꼈어.]서하는 김형준 계좌와 최근 행적을 합법적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부터 추적했다.결국 하나가 걸렸다.건물 관리업체가 외주비를 지급하던 계좌에 2주 전 별도 입금 800만 원.송금자는 차명법인.그리고 그 법인의 실질 관리처가 한 번 더 꺾인 뒤 연결된 곳.MIRROR 관련 업체였다.태오가 말했다.“매수된 거네.”“내 집 들어오는데 800이면 생각보다 싸게 팔렸네.”“그 말 하지 마.”“왜.”“당신 집 주소랑 생활 동선이 돈으로 거래됐다는 얘기잖아.”서하는 그를 봤다.“갑자기 보호자 모드 하지 마.”“내 집으로 가.”“싫어.”“서하야.”“싫다고.”태오는 바로 입을 다물었다.서하는 카메라 가방을 다시 열었다.“여기서 나가면 저쪽이 원하는 대로 되는 거야. 겁먹고 생활 바꾸고, 숨어버리는 거.”
영상 속 강해진은 카메라 위치를 알고 있었다.그 사실이 가장 끔찍했다.강서하는 재생을 멈춘 채 노트북을 닫았다.“오늘은 더 못 보겠다.”윤태오도 다시 열라고 하지 않았다.“집에 데려다줄게.”“혼자 갈 수 있어.”“알아.”“그럼 왜.”“나도 더 보기 싫어서.”서하는 잠깐 그를 봤다.피해 영상 안에 자기 언니가 있었다. 언니가 가해자인지, 구하려던 사람인지조차 아직 모른다.그런데 지금 옆에 있는 남자는 그 영상 속 피해자였다.“우리 집 가.”태오가 움직임을 멈췄다.“확실해?”“그 질문 오늘 몇 번 하게.”“필요하면 계속.”“가자고.”이번에는 그가 더 묻지 않았다.서하의 집에 도착한 건 새벽 4시 가까이였다.현관문이 닫히자 서하는 가장 먼저 카메라 가방을 침실 옆에 내려놨다.태오가 그걸 봤다.“오늘은 안 찍어?”“안 찍어.”“왜.”“감정 섞였으니까.”“당신 규칙?”“응.”서하는 카메라 전원을 완전히 껐다.“오늘은 기록 안 남길 거야.”태오가 재킷을 벗다가 멈췄다.“그럼 난 왜 여기 있어.”“몰라서 왔겠어?”“그걸 당신 입으로 듣고 싶은데.”“진짜 피곤하게 산다.”“중요하니까.”서하는 한 걸음 다가갔다.“당신이랑 있고 싶어서.”“사건 때문에?”“아니.”“강해진 영상 봐서 흔들린 거 아니고?”“아니.”“내가 피해자라서 불쌍해서도?”“그 말 한 번만 더 하면 쫓아낸다.”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뭐가.”“이유.”서하는 그의 셔츠를 잡았다가 멈췄다.“잡아도 돼?”이번엔 태오가 웃지 않았다.“응.”손가락이 셔츠에 닿았다.“키스해도?”“응.”“내가 먼저?”“그건 더 좋고.”“말 많아.”서하가 먼저 입을 맞췄다.이번에는 호텔에서처럼 카메라를 의식할 필요도, 누군가 보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태오의 손이 허리에 닿았다가 그대로 멈췄다.“더 가까이 와도 돼?”서하가 대답 대신 그의 셔츠를 당겼다.“이 정도면 대답 됐어?”“확실하네.”다시 입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