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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착한 아내는 오늘부터 그만둡니다
Penulis: 숲속의사슴

제1화

Penulis: 숲속의사슴
“여보, 우리 아기 오늘 태어난 지 한 달 됐잖아. 나랑 아기 데리러 올 수 있어?”

임시유는 속싸개에 싸인 딸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조심스러운 기대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부여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들려왔다.

감정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갑자기 일정이 생겼어. 기사한테 당신이랑 아기 태우고 집까지 오라고 할게.]

출산할 때도, 산후조리 기간 내내 여준은 회사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시유와 아기의 곁에 없었다.

이제 아기가 태어난 지 한 달이 되어 조리원에서 퇴원하는 날인데도, 여준은 끝내 오지 못한다고 했다.

가슴이 쓰리게 조여 왔다. 시유는 눈물이 떨어지지 않도록 이를 악물었다.

“그래. 알았어.”

[우리 여보는 원래 혼자서도 잘하잖아. 나는 믿어. 출산 정도는 당신 혼자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었을 거야. 힘내. 여보는 최고의 엄마니까.]

여준은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하 직원을 격려하는 듯한 말투가 시유의 가슴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 같았다.

그때, 여준의 친구 진주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제수씨, 오늘 저녁에 갑자기 일이 생겨서 미안해요. 별온호텔 생후 한 달 축하 자리에는 못 갈 것 같아요. 두 분 아들 얻으신 거 정말 축하드립니다!]

‘생후 한 달 축하 자리?’

‘아들?’

시유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더 물어보려던 때, 주찬은 이미 전화를 끊어 버렸다.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주찬이 축의금으로 100만 원을 보냈다. 그런데 1분도 지나지 않아 황급히 송금을 취소했다.

[죄송해요, 제수씨. 제가 착각했어요. 아이 낳은 사람이 제수씨가 아니었네요.]

주찬은 곧장 음성 메시지로 사과했다.

이어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이모티콘을 열 개도 넘게 연달아 보냈다.

하지만 시유는 그 연이은 저자세의 이모티콘들 사이에서 이상한 낌새를 읽었다.

불길한 짐작이 시유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전 11시, 시유는 검은 롱패딩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H시 별온호텔 최고급 연회장 입구에 정확히 도착했다.

연회장 앞은 떠들썩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다.

입구에는 커다란 아기 포스터가 세워져 있었다.

포스터에는 ‘강리오 아기 생후 한 달 축하연’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가는 하객 중 시유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유는 자신이 괜한 오해를 한 줄 알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떠나려던 바로 그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산후조리 끝난 지 얼마 안 됐잖아. 말 들어. 리오는 내가 안을게. 조금 있다가 리오한테 엄청 근사한 선물도 줄 거야.”

시유의 발걸음이 그대로 멎었다.

이어 급히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서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서 희고 통통한 아기를 받아 안고 있었다.

그 남자는 한 달 내내 시유 앞에 나타나지 않던 남편, 부여준이었다.

시유의 온몸에서 피가 얼어붙는 듯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오빠는 나랑 리오한테 정말 잘해 줘. 임신한 내내 내 옆에 있어 줬고, 맛있는 것도 매번 만들어 줬잖아.”

“내가 아이 낳을 때도 분만실 밖에서 끝까지 기다려 줬고, 산후조리까지 살뜰하게 챙겨 줬고. 영우 씨가 귀국하면 오빠가 나랑 아기 돌봐 준 거 정말 고마워할 거야.”

“네가 내 사촌동생이고, 영우는 내 가장 친한 친구잖아. 영우가 국내에 없는데 내가 너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야.”

누군가 시유의 심장에 총을 쏜 것 같았다.

시유는 제자리에 선 채, 심장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온몸은 얼음 창고에 갇힌 것처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갑게 식어 갔다.

그러니까... 지난 거의 1년 동안 여준은 회사 일로 바쁜 것이 아니었다.

친구의 아내이자 사촌동생인 소새나를 돌보느라 바빴던 것이었다.

여준과 새나는 아이를 안고 웃으며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시유의 핸드폰에서 카카오톡 알림음이 울렸다.

시유는 멍한 손길로 핸드폰을 열었다. 여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힘내! 강한 엄마가 되어야지. 오늘 일만 끝내고, 내일은 꼭 집에 들어갈게.]

그 문장을 보자, 조금 전 새나에게 다정하게 굴던 여준의 모습이 겹쳤다.

시유는 거대한 조롱을 정면으로 맞은 기분으로 손끝을 화면에 갖다 댔다.

대화창이 저절로 위로 밀려 올라가며, 예전에 여준이 보냈던 메시지들이 하나씩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임신 8개월인데도 H시 세오름타워 설계안을 기한에 맞춰 끝내다니, 당신 정말 대단해. 충분히 칭찬받을 만해.]

[벌써 5개월이야? 당신은 임신도 참 수월하네. 다른 여자들처럼 예민하게 굴지도 않고. 당신이 자랑스러워.]

[매일 씩씩하게 잘 걸어 다니고, 입덧도 심하지 않아 보이니까 업무량 조금 늘어도 괜찮겠지. 힘내. 설계안은 당신이 봐 줘야 내 마음이 놓여.]

[...]

사실 임신 기간 내내 시유는 대부분의 임산부가 겪는 증상들을 전부 겪었다.

입덧, 다리 부종, 혈압과 혈당 상승, 어지럼증까지.

이 모든 증상이 시유를 거쳐 갔다.

그럼에도 시유를 버티게 한 것은 여준의 격려와 인정이었다.

시유는 여준의 말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쉬는 날은 이틀을 넘긴 적이 없었다.

시유 역시 마음속으로 작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었다.

‘우리 남편은 왜 나를 아내가 아니라 부하 직원처럼 대할까?’

‘남편이라면 보여 줘야 할 다정함과 배려가 왜 이렇게 없을까?’

하지만 그것이 시유와 여준 사이의 오랜 방식이었다.

시유는 그 방식에 익숙했다.

여준은 누구에게나 그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시유는 여준이 원래 그런 남자라고 믿었다.

방금 전까지는...

시유는 직접 보았다.

여준이 다른 여자 손에서 아이를 조심스레 받아 안는 모습을.

여준이 세상 부드러운 목소리로 안부를 묻는 것을.

여준이 새나가 넘어질까 봐 가느다란 허리를 조심스레 받쳐 주는 것을.

그제야 시유는 뒤늦게 깨달았다.

여준도 누군가를 아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다만 여준이 아끼는 사람은 시유가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자, 시유의 가슴은 맨손으로 커다랗게 뜯겨 나가는 듯했다.

통증은 살을 찢고 피를 흘리듯 선연했다.

자신도 모르게 발을 내디뎠다.

오가는 사람들 틈에 섞여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남편이 자신 몰래... 다른 여자의 아이를 위해 어떤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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