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거대 조폭 조직 백호파의 본거지인 거대한 저택 응접실.
묵직한 대리석 테이블 위로
깨진 유리잔과 피 묻은 점퍼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
방 안의 공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짓눌려 있었고,
그 중심에 앉아 있는 백호파 보스 백 현의 얼굴은 사정없이 구겨져 있었다.
그의 앞에 엉망진창이 된 꼴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이들은
다름 아닌 백 현의 백호파 부하들이었다.
진혁의 등하교를 멀찍이서 호위하라고 붙여두었던
덩치 큰 조직원 다섯 명이었다.
얼굴은 부어 터졌고, 어깨와 팔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지 덜덜 떨고 있었다.
"보스……."
부하 중 하나가 억울하다는 듯 핏발 선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 여자…… 그냥 학부모가 아닙니다..
절대 평범한 아줌마일 수가 없었어요.
눈빛부터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무슨 작전 수행 중인 특수부대 요원 같았습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뼈를 못 쓰게 만드는, 아주 완벽한 인간 병기였다고요!"
"뭣이라? 평범한 애 엄마가 아니었어?"
백 현의 눈썹이 날카롭게 꺾였다.
"그 아줌마 청원경찰이라고 했어요...."
구석에서 힘없이 서 있던 백진혁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겨우 한마디를 얹었다.
조직원 중 서열이 높은 간부 하나가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쯧쯧 차며 한마디를 얹었다.
"시끄럽다, 이 한심한 놈들! 아무리 그 아줌마가 대단하다고 한들
겨우 청원경찰이나 아는 애엄마를 상대로....
백호파 이름 달고 다니는 덩치들이 그런 여자 하나를 상대로 어쩌지 못하고
이 꼴로 기어들어 와서 지금 뭐라고 떠드는 거냐?
내가 너희 놈들 때문에 얼굴을 들고 어디 다니겠냐?
궁상맞은 변명 따위는 집어치워라, 이놈들아!!"
"아닙니다, 간부님! 정말 당해본 사람만 압니다.
그 여자, 그냥 단순한 경찰 나부랭이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구요!!
우리가 뭐 경찰하고는 안 붙어 봤습니까? 그런 실력이 아니었어요, 정말...
우리 손으로 뼈를 부러뜨린 적은 수없이 많아도,
말도 안되게 그런 아줌마한테 당한 건……
엑스레이를 찍어도 부러진 뼈는 하나도 안 나올 만큼
교묘히 신경을 마비시키는 괴상한 기술이었다니까요!"
당한 조직원들은 억울하다는 듯 얼굴을 구기며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응접실 한켠에 서 있던 백진혁 역시
아버지 백 현의 눈치를 보며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평소 자기를 따르던 삼촌들이 단 몇 분 만에
바람앞에 촛불처럼 맥없이 쓰러졌던
그 골목길의 공포가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방 안의 분위기가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은 그때,
백 현이 드디어 무겁게 입을 열었다.
탁—!
백 현이 커다란 손바닥으로 대리석 테이블을 내리쳤다.
순식간에 응접실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백 현은 자신의 아들 진혁을 힐끗 바라보았다.
피멍이 들고 퉁퉁 부은 얼굴로 주눅 들어 있는 아들의 몰골을 보니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물론 백 현은 진혁을 오냐오냐 키우지 않았다.
조폭 보스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에,
자신의 밑에서 비뚤어지게 자라지 않도록 때로는 엄하게 대했고
그럼에도 녀석의 성품에 모난 부분이 있다는 것,
사춘기에 접어 들면서 삐딱해져서는
동네 양아치처럼 구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부자(父子) 사이의 일이었다.
"내가 진혁이를 잘 키우지 못한 것은 안다."
백 현의 낮고 묵직한 저음이 응접실을 울렸다.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부하들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 속에는 서늘한 살기와 함께,
자신의 식구들을 건드린 자를 향한 거대한 응징의 의지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내가 그 녀석을 오냐오냐 키우지는 않았지만……
감히 백호파 수장인 내 아들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내 수하의 부하들까지 겁도 없이 짓밟은 자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백 현이 코트 자락을 툭툭 털며 단호하게 명령을 내렸다.
"보통내기가 아닌 여자다. 평범한 아줌마가 그런 무공을 익혔을 리 없어.
대체 내 식구와 내 자존심을 이렇게 난도질한 자가 누구인지,
뒷조사를 서둘러 완벽하게 밝혀내라."
"알겠습니다, 보스! 당장 신상 털어오겠습니다!"
부하들이 바쁘게 움직이려던 그때,
백현의 오른팔인 태현이 태블릿을 들고 다급하게 다가왔다.
"보스, 조사할 것도 없습니다. 벌써 신상 파악 끝났습니다.
그 여자 이름은 차수아.
나이는 서른아홉,
현재 공공기관에서 청원경찰로 근무 중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백현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태현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져 있었다.
"특이하게도 과거 국가안보국에서 활동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국가 안보로 암호화 되서 볼 수는 없지만,
실력으로 보나 비밀 암호화된 과거로 보아
아마도 요원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쩐지... 그래서 실력이 보통이 아니었던거군요."
"……뭐? 안보국 요원 출신 청경?"
백 현의 입꼬리가 흥미롭다는 듯 묘하게 말려 올라갔다.
피식- 새어나온 웃음 속에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거대한 호기심이 서려 있었다.
평범한 애 엄마인 줄 알았더니, 칼을 씹어 먹던 전직 요원이라니.
너무 멋진 여자가 아닌가...
"좋아. 얌전하게 아들 키우며 사는 아줌마인 줄 알았더니,
알고보니 아주 물건이였네."
백 현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구두 소리를 울렸다.
"네 놈들이 그렇게 당하고도 코를 못 깰 판이니,
이 일은 내가 직접 움직여야겠다. 당장 차 준비해라.
그 대단하다는 전직 안보국 요원 아줌마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
그 면상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가야겠으니까."
보스의 엄포와 함께 응접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백호파의 보스 백 현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끝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단순한 보복일까,
아니면 운명의 장난 같은 강렬한 끌림일까.
순식간에 차수아의 직장을 알아낸 백호파의
검은 세단 수십 대의 그림자가 공공기관의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섰다.
그들의 그림자가 서서히 수아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백 현은 어떻게든 차수아의 오해를 풀고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려 했다.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혹은 머릿속이 복잡했던 탓인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큼 엉뚱하고 잘못되어 있었다."그…… 나는 정말 대화를 하려고 온 거였는데……."백 현이 험악한 인상을 조금 풀고 목소리를 낮추려 했지만, 이미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한 수아의 귀에는 그저 비열한 협박으로 들릴 뿐이었다."당신, 당신이 정말... 내 아들을 팼나?"아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자신의 아들이 수아의 아들을 다치게 한 것을 사과하려던 백 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은, 수아를 더욱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해의 파도는 이미 수아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완전히 집어삼키고도 남았다.백현이 '아차!' 하고 속으로 경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아……!대화 좀 하자더니, 결국 이거였군!! 당신 아들이 맞아서 지금 나한테 복수라는 걸 하러 온 모양이지?"수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비틀렸다. 그녀는 손목에 남아 있는 붉은 핏자국을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곧바로 전투 태세로 자세를 낮췄다."그래, 어디 한 번 실력 발휘해 보시지? 대신 내가 이기면 다신 우리 모자 앞에 얼씬도 하지 마. 당신의 그 거창한 조직의 깡패들까지 다 끌고 와도 상관없으니까.""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백 현은 당황하여 손을 내저았지만,수아는 이미 대화로 풀 단계가 지났다고 판단했다.눈앞의 남자는 조폭 보스였고,자신은 아들을 지켜야 하는 엄마이자 전직 요원이었다.당장 말이 통하지 않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백 현은 일단 이 무모한 난동을 멈추기 위해살짝 기선만 제압하려는 의도로수아의 두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며 앞으로 확 밀어붙였다.으득—."크윽……!"수아는 벽 쪽으로 밀려났다.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묵직한 조폭 보스의 압박에,조금 전, 간부들과 싸우다 칼에 베였던 수아의 손목 상처 부위가
다음 날 이른 저녁,공공기관의 업무가 끝나고 퇴근 시각을 알리는 종이 울릴 무렵이었다.정문 앞 너른 도로변에는 눈에 띌 정도로 위압적인 광채를 내뿜는검은 세단 두 대가 엔진 시동을 켠 채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지나가는 시민들과 동료 청경들조차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차를 보며저마다 힐끔거리며 발걸음을 재촉했다.건물 안에서 정복 차림의 모자를 단정하게 고쳐 쓰며 걸어 나오던 차수아의 눈에도그 검은 세단이 들어왔다. 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그러졌다.시이익—.수아가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앞 차량의 뒷좌석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그 안에는 얼굴에 옅은 상처 자국이 남은,험악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백호파의 수장, 백 현이었다.백 현은 사뭇 진중하고 무거운 눈빛으로 수아를 응시하며나지막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차수아 씨."수아는 멈춰 서서 차 안의 남자를 싸늘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어제 골목길에서 부하들을 보내 자신을 시험하려 들었던조폭 무리의 우두머리라는 것이 한눈에 느껴졌다."……?""차수아 씨, 저는 백진혁의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잠시 대화하고 싶은데, 차에 좀 타시겠습니까?"정중한 척 격식을 차리려 하지만,그 기저에 깔린 오만함과 압박감은 감추어지지 않았다.수아의 입꼬리가 차갑게 비틀렸다.그녀는 조폭이라는 존재 자체를 치를 떨 정도로 경멸했다.남편을 앗아간 세상의 부조리와 맞닿아 있는 어둠의 세력들이,어디서 감히 애 아빠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며 자신을 가르치려 드는 것인가."아…… 그 깡패 무리 우두머리.....!"수아가 팔짱을 낀 채 차창을 내려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왜 그 차에 타야 하죠? 그리고…… 적어도 사람을 불러내어 그런 무례한 부탁을 하실 때는 차에서 내려서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 아닌가요?내가 당신, 그 깡패조직의 똘마니라도 됩니까?"백 현과 수아의 첫 대면.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공기 중에 날카로운 번개처럼 스파크가 튀었다
거대 조직 백호파의 수장, 백 현이 직접 움직인다는 것은곧 그 지역 일대의 공기가 얼어붙는 것을 의미했다.조직의 이권이 걸린 거대한 이권 다툼이나숙적 조직과의 피튀기는 세력 싸움 때나 볼 수 있던 검은 세단 수십 대의 행렬.그 위압적인 차들이 공공기관 청사 앞 도로를 길게 메우며장관을 연출했고 사람들은 슬금슬금 차들을 피해 도망치듯 걸었다.조폭 보스의 자존심과 내 핏줄을 건드린 자를 향한응징의 의지가 도로 위를 짓누르는 듯했다.하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예상을 비껴가는 법이었다."보스……."앞좌석에 앉아 있던 오른팔 태현이 룸미러를 힐끗 바라보며난처하다는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동 준비는 완벽하게 마쳤고…… 차수아의 직장도 이 곳이 맞지만.....그게.... 정작 당사자인 그 차수아는 이미 퇴근하고 자리에 없다고 합니다.오늘 근무가 일찍 끝났 모양입니다.""……뭐?"백 현은 뒤로 젖혀진 가죽 시트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
거대 조폭 조직 백호파의 본거지인 거대한 저택 응접실.묵직한 대리석 테이블 위로깨진 유리잔과 피 묻은 점퍼 조각이 나뒹굴고 있었다.방 안의 공기는 살얼음판 위를 걷듯 팽팽한 긴장감으로 짓눌려 있었고,그 중심에 앉아 있는 백호파 보스 백 현의 얼굴은 사정없이 구겨져 있었다.그의 앞에 엉망진창이 된 꼴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이들은다름 아닌 백 현의 백호파 부하들이었다.진혁의 등하교를 멀찍이서 호위하라고 붙여두었던덩치 큰 조직원 다섯 명이었다.얼굴은 부어 터졌고, 어깨와 팔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지 덜덜 떨고 있었다."보스……."부하 중 하나가 억울하다는 듯 핏발 선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그 여자…… 그냥 학부모가 아닙니다..절대 평범한 아줌마일 수가 없었어요.눈빛부터 움직임 하나하나까지, 무슨 작전 수행 중인 특수부대 요원 같았습니다.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뼈를 못 쓰게 만드는, 아주 완벽한 인간 병기였다고요!"
며칠 후,차수아는 민우의 중학교 일진들의 동태도 살필겸일진애들 명단도 받을 겸 퇴근하자마자 민우의 중학교 앞에서 백진혁을 기다리고 있었다.일진 우두머리 백진혁이 다가왔다.수아는 나머지 패거리들의 명단을 주리라 생각하며진혁에게 손을 내밀었다."아줌마, 지금 나랑 화해하자는 거야? 어제 그렇게 신나게 몸 풀어 놓고? 그런데 어쩌지? 난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데...?""뭐라고? 네가 아직 정신을 덜 차렸구나..하.."수아는 누군가 말릴세도 없이 단숨에백진혁의 멱살을 잡고 바로 옆 골목 깊숙히 까지 끌고 들어갔다."정신을 못 차린 건 아줌마 같은데....?""뭐라고..?""내가 누군줄 알고....""하아, 너야 아직 솜털 보송한 중학생 일진이지.. 아, 그래 ... 그 일진 우두머리.. 그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자리라고... 지난 번에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일진 대빵 타령이야?""하아.... 이 아줌마가 몰라도 뭘 한 참 모르시네...""내가 누군지, 우리 아빠가 누군지, 전혀 감도 못 잡으시네...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면 아줌마 기절할 텐데 이를 어쩐다... 알아보니 민우는 아빠가 없던데... 아줌만 대체 뭘 입고 그렇게 설치나 몰라..""뭐.... 뭐라고?"그때였다. 며칠전 일로 백호와 보스가 백진혁의 등하교 시간에 맞추어 붙여둔백호파 일당 대 여섯 명이 일진 아이들에 손에 이끌리어골목으로 들어온 것은."이건 또 뭔 그림이지?""아. 내 삼촌들이시지... "삼촌들...? 혹시 어깨들...?""눈치는 있으신데, 우리 삼촌들 그냥 그렇고 그런 시시한 어깨 아니시거든.""아... 깡패놈 자식이었어? 그래서 싹이 이렇게 노란 거였구나.. 깡패새끼들이 자식 교육을 제대로 시켰을리가 없으니...""뭣이라...?""지금 우리더러 깡패 놈, 깡패 새끼라고 한 거야?"얼굴과 팔에 문신을 한 덩치 큰 남정네 다섯이 수아를 향해분노한 얼굴로 입김을 내뿜으며 다가왔다.제법 싸움과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의
일진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학생이-교복 가슴에 새겨진 이름이 백진혁인-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바닥에 침을 뱉고는썩은 미소를 날렸다."하, 동네 아줌마인줄 알고 우리가 너무 방심했구만. 민우 그 자식, 엄마가 청원경찰이라더니... 사실이었나보네.. 아줌마 뭐 운동 좀 한 모양이지? 태권도라도 했나봐! 하지만 어림없지, 우리가 누군데... 내가 누군데...."그 우두머리의 말을 들은 다른 아이들도 금방겁먹던 표정을 지우고 비열하게 웃으며 모두 먹잇감을 보듯수아를 바라보았다."애들아, 다 덤벼! 오늘 저 아줌마 걸어서 집에 못가게 만들어.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건드려? 하! 아줌마 이제 큰 일 났어. 각오해.""하, 요 밤톨만한게, 정말. 해보자는 거야? 진짜로? 후회할 텐데..."수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올라갔다.겁을 먹기는커녕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수아의 태도에백진혁의 얼굴에 일그러진 독기가 서렸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 애들아, 다리 병신 만들어서 기어 다니게 해버려!"진혁의 고함과 동시에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일진 무리 중체격이 가장 큰 녀석이 고함을 지르며 쇠파이프를 치켜들고 돌진해 왔다.단순 무식하고 다혈질적인 정면 공격.수아의 눈빛이 순식간에 매조지어지듯 가라앉았다.일반적인 눈높이가 아니다.국가안보국 블랙 요원 시절,수많은 무장 테러범들과 생사를 오가며 다져진 살기(殺氣)가골목길의 공기를 짓눌렀다.퍼억—!돌진해 오던 덩치 큰 남학생이 쇠파이프를 내리치려는 찰나,수아의 몸이 한 마리 유연한 맹수처럼 파고들었다.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근접 스텝.덩치의 오른팔 관절 안쪽, 급소를 정확히 가격하는 손날 치기가 들어갔다."크윽……!"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나지 않았다.하지만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총과 인대 깊숙한 곳으로 전해진 충격파는뇌를 강타하는 듯한 극심한 마비감을 불러일으켰다.덩치는 자신의 팔이 부러졌다고 착각할 만큼엄청난 고통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그대로 고목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