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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당신이 내 아들을 팼나?

Author: yey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30 21:06:20

백 현은 어떻게든 차수아의 오해를 풀고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려 했다.

하지만 긴장한 탓인지, 혹은 머릿속이 복잡했던 탓인지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상황을 수습하기는커녕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큼

엉뚱하고 잘못되어 있었다.

"그…… 나는 정말 대화를 하려고 온 거였는데……."

백 현이 험악한 인상을 조금 풀고 목소리를 낮추려 했지만,

이미 경계심이 최고조에 달한 수아의 귀에는

그저 비열한 협박으로 들릴 뿐이었다.

"당신, 당신이 정말... 내 아들을 팼나?"

아들을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자신의 아들이

수아의 아들을 다치게 한 것을 사과하려던 백 현의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은,

수아를 더욱 분노의 화신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오해의 파도는 이미 수아의 이성적인 판단력을 완전히 집어삼키고도 남았다.

백현이 '아차!' 하고 속으로 경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아……!대화 좀 하자더니, 결국 이거였군!!

 당신 아들이 맞아서 지금 나한테 복수라는 걸 하러 온 모양이지?"

수아의 입꼬리가 싸늘하게 비틀렸다.

그녀는 손목에 남아 있는 붉은 핏자국을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곧바로 전투 태세로 자세를 낮췄다.

"그래, 어디 한 번 실력 발휘해 보시지?

 대신 내가 이기면 다신 우리 모자 앞에 얼씬도 하지 마.

당신의 그 거창한 조직의  깡패들까지 다 끌고 와도 상관없으니까."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내 말 좀 들어봐!"

백 현은 당황하여 손을 내저았지만,

수아는 이미 대화로 풀 단계가 지났다고 판단했다.

눈앞의 남자는 조폭 보스였고,

자신은 아들을 지켜야 하는 엄마이자 전직 요원이었다.

당장 말이 통하지 않고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백 현은 일단 이 무모한 난동을 멈추기 위해

살짝 기선만 제압하려는 의도로

수아의 두 손목을 단단히 움켜쥐며 앞으로 확 밀어붙였다.

으득—.

"크윽……!"

수아는 벽 쪽으로 밀려났다.

생각보다 훨씬 강하고 묵직한 조폭 보스의 압박에,

조금 전, 간부들과 싸우다 칼에 베였던 수아의 손목 상처 부위가

찢어질 듯한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짜릿한 고통이 전신을 스쳤지만,

수아는 전직 블랙 요원으로 다져진 몸이였다.

수아는 고통에도  눈썹 하나 까릿하지 않은 채 이를 악물었다.

백 현은 수아의 반항을 제압하기 위해

체중을 실어 그녀를 벽 쪽으로 몰아붙였고,

수아의 등이 백 현의 힘에 밀려 벽에 가 닿았다.

그 바람에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숨결이 닿을 만큼 아찔하게 가까워졌다.

순간, 백 현의 시선에 수아의 서늘하고도 아름다운 눈동자가 가깝게 박혔다.

사납게 치켜올린 눈매, 분노로 잘게 떨리는 붉은 입술,

그리고 코끝을 스치는 은은한 비누 향기.

평생 어둠의 세계에서 거친 사내들만 보아온 백 현의 가슴속에서,

쿵— 하고 평생 느껴본 적 없는 낯선 충격이 울렸다.

당황스러울 만큼 선명한 심장박동이 귓가를 때렸다.

‘뭐지…… 이 여자, 그저 싸움 잘하는 아줌마인데……

 살인병기인 사람이다, 그런데, 왜... 왜 갑자기……?’

백 현은 저도 모르게 숨을 멈춘 채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그 로맨틱한 기류는 수아에게는 치떨리는 혐오 그 자체였다.

"그 눈깔 안 치워? 이 파렴치한 깡패 새끼야!"

수아의 얼굴은 불쾌함과 혐오감으로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남편을 잃은 이후 세상의 모든 어둠과 폭력을 저주해 온 그녀에게,

이 거칠고 무례한 조폭 보스가

코앞까지 다가와 치근덕거리는(것처럼 보이는) 이 상황은

역겨움을 넘어 구역질이 날 지경이었다.

"당장 이 더러운 당신 손 안 치워?

 당신이 내 아들에게 저지른 짓만큼,

 지금 당신의 그 눈을 뽑아버리고 싶으니까."

수아의 목소리에는 일점의 흔들림도 없는 극도의 혐오와 살기가 묻어났다.

정신을 차린 백 현은 그녀의 눈빛에 담긴 진정한 경멸을 읽고는

흠칫 놀라며 코앞까지 들이밀었던 얼굴을 뒤로 물렸다.

"아…… 이 아줌마야, 내 말 좀 들으라니까!"

수아는 어떻게 해도 빠져나오지 않는 자신의 두 손 대신

반사적으로 눈빛을 번뜩이며 무게중심을 낮췄다.

퍽—!

자신의 다리를 순간적으로 굽혀,

빈틈을 노린 예리한 무릎치기로 백 현의 하복부 급소를 정확히 가격했다.

"윽……!"

백 현이 짧은 신음과 함께 순간적으로 허리가 움찔거렸지만,

수십 년 동안 산전수전을 겪으며 온갖 고통에 단련된 그의 손은

여전히 수아의 손목을 놓치지 않고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얼굴로는 고통을 삼키면서도,

그의 머릿속은 온통 아까 그 찰나에 마주친 수아의 강렬한 눈빛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복수 따위 하러 온 게 아니다. 진혁이 그 녀석이 잘못한 것을……."

백 현이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짓씹듯 내뱉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팽팽한 대치 속에서

오해의 장막은 더욱 두껍게 내려앉고 있었다.

서로를 향한 경계와 엇갈린 시선 속에서,

이 골목길의 공기는 터지기 직전의 폭탄처럼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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