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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유월냥이
“어머니, 숙모님을 괴롭히지 마세요!”

그날 밤.

날이 저물 무렵, 산이가 씩씩대며 방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두 손을 허리에 떡 얹은 채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씩씩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어머니가 숙모님께 아우를 낳지 못하게 하니까, 숙모님이 호수에 뛰어드신 거잖아요.”

“숙모님께 혹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산이는 더는 어머니를 미워할 겁니다.”

윤홍주는 목숨을 걸고 낳은 아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이제는 김영란의 편에 서서 자신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너무도 허망해 그녀는 도리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산이는 어려서부터 강현우를 닮아 그녀를 유난히 따랐다.

맛있는 것이 생기면 가장 먼저 달려와 그녀에게 내밀었고, 재미난 장난감을 얻어도 가장 먼저 보여 주었다.

하루 종일 그녀의 곁을 졸졸 따라다니며 동생은 싫다, 어머니는 산이만 있으면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김영란이 나타난 뒤부터는, 그 아이마저 변해 버렸다.

윤홍주의 웃음은 점점 더 창백해졌다.

잠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던 산이는 그제야 겁이 난 듯 다급히 달려와 그녀의 다리를 끌어안았다.

“어머니... 산이는 정말 어머니를 미워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놀라게 하려고 한 말이었어요. 숙모님은 좋은 분이에요. 어머니께 이걸 전해 드리면 좋아하실 거라고 하셨어요.”

산이는 보물이라도 꺼내듯 품속에서 작은 비단 상자를 꺼냈다.

상자를 열자 정교하게 접힌 손수건 한 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손수건을 보자, 윤홍주의 몸이 크게 떨렸다.

그녀는 손수건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수놓인 그림을 보는 순간, 눈빛이 서서히 얼어붙었다.

그것은 김영란이 직접 수놓은 자수였다.

인물들의 눈빛과 표정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을 옮겨 놓은 듯 섬세하고 생생했다.

자수 속에는 강현우와 김영란이 서로를 깊이 끌어안은 채 마주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강현우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웃음이 어려 있었고, 욕망이 스민 눈빛과 옅게 올라간 입꼬리까지 빠짐없이 수놓아져 있어, 보는 이의 숨마저 막히게 했다.

“어머니... 혹 마음에 안 드십니까?”

윤홍주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었다.

눈앞에는 강현우와 김영란이 서로 몸을 포개고 정을 나누는 모습만 아른거렸다.

이윽고 산이는 손수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윤홍주가 화가 나 자신을 외면한다고 생각한 아이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강현우가 급히 방으로 들어왔다.

그는 곧장 산이를 끌어당기며 나무랐다.

“산이, 또 어머니를 속상하게 했느냐?”

“내가 늘 말하지 않았느냐. 아무도 어머니를 괴롭혀서는 안 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윤홍주의 마음이 잠시 흔들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두 뺨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강현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자초지종도 묻지 않은 채 먼저 그녀를 감싸 주었다.

허나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녀를 가장 깊이 상처 입힌 사람 또한, 다름 아닌 그였다.

윤홍주의 붉어진 눈시울을 본 강현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는 곧장 한쪽 무릎을 꿇고 다급히 물었다.

“어찌하여 우는 것이냐? 산이가 잘못하였다면 꾸짖으면 될 터. 네가 속앓이를 하다 몸이라도 상하면, 내 마음이 어찌 편하겠느냐.”

윤홍주는 말없이 손수건을 움켜쥔 채 소맷속으로 감추었다.

그리고 담담히 말했다.

“산이가 그러더군요. 서방님과 동서 사이에 동생을 보게 해 드리라고요. 제가 허락하지 않았더니, 이제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더군요.”

윤홍주의 말을 들은 강현우의 얼굴에 순간 당혹스러움이 스쳐 지나갔다.

“산아! 당장 어머니께 사죄드리고 사당에 가 무릎을 꿇고 반성하거라!”

산이는 얼른 윤홍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 산이가 잘못했습니다. 산이를 벌해도 좋습니다!”

평소 강현우에게서 보고 배운 덕분인지, 산이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데는 익숙했다.

그리고 이내 머뭇거리며 말을 이었다.

“하오나 어머니... 숙모님은 정말 불쌍하단 말입니다...”

“산아!”

강현우의 호통이 방 안을 울렸다.

“당장 사당으로 가거라!”

이번에는 윤홍주도 말리지 않았다.

강현우는 산이가 그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속이 뒤집혔다. 당장이라도 아이를 호되게 매질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붉게 충혈된 윤홍주의 눈을 바라보는 그의 가슴은 저릿하게 아팠다.

강현우는 한참 동안 윤홍주를 달래고 또 달랬다.

그는 한순간도 윤홍주의 곁을 떠지 않았다.

저녁상마저 처소로 들이라 일렀지만, 윤홍주는 입맛이 없어 몇 술 뜨는 둥 마는 둥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잠시 뒤 강현우는 빈 식함을 내다주겠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온 그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기쁨이 어려 있었다.

“홍주야,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소.”

강현우는 미소 지으며 윤홍주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윤홍주는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거두며 흐트러진 머리카락만 매만졌다.

“저 좀 피곤합니다, 쉬고 싶네요.”

윤홍주는 단호히 거절했다.

그러나 강현우는 웃으며 말했다.

“허면 내가 안고 가면 되지.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강현우는 그녀가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번쩍 안아 들었다. 밖으로 나가기 전에는 혹여 밤공기가 찰까 싶어 직접 망토까지 여며 주었다.

강현우는 윤홍주를 안은 채 뒷마당으로 걸어가 그네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홍주야, 하늘을 보아라.”

윤홍주는 영문도 모른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먹빛처럼 짙은 밤하늘에 불꽃이 터져 올랐다.

눈부시게 찬란한 불꽃은 마치 밤하늘의 별들이 한순간 눈앞으로 쏟아져 내린 듯 눈을 압도했다.

이윽고 푸른 배꽃 한 송이가 찬란하게 피어올랐다.

모두 윤홍주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변방에서 자란 그녀는 지금껏 불꽃놀이를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영안후부 상공을 가득 메운 불꽃에 사람들은 연신 감탄을 쏟아 냈다.

“세자 나리께서 마님을 얼마나 귀히 여기시면 저런 것까지 마련하셨을까! 나도 저런 서방님을 만날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어.”

“마님이 정말 부럽다. 듣자 하니 저 불꽃도 세자 나리께서 손수 만드셨다지.”

“대운 왕조에서 마님을 부러워하지 않는 여인이 어디 있겠느냐. 저토록 지아비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여인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구나.”

“참으로 아름답구나... 불꽃도 아름답고, 두 분의 정 또한 이리도 애틋하다니...”

강현우는 활짝 웃으며 윤홍주를 바라보았다.

“부인, 마음에 드는가?”

윤홍주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부시게 피어나는 불꽃은 분명 아름다웠다.

“예. 마음에 듭니다.”

윤홍주의 눈동자에 잠시 놀라움이 스쳤다.

하지만 그녀를 사로잡은 것은 강현우의 마음이 아니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불꽃이었다.

그때 강현우의 표정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홍주야, 어머니께서 나를 찾으시는 듯하니 잠시 다녀오겠다. 그대는 여기서 불꽃을 구경하고 있으려무나. 곧 돌아와 너를 처소까지 데려다주겠다.”

윤홍주는 그의 달라진 기색을 눈치챘으나,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예.”

이윽고 강현우의 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윤홍주의 마음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현우는 밤이면 그녀의 눈과 귀가 남들보다 훨씬 예민하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듯했다.

그녀는 처음 이곳에 들어섰을 때부터 김영란도 이미 와 있음을 알고 있었다.

담장 모퉁이에서, 김영란은 윤홍주가 지켜보는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강현우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녀는 그의 목을 두 팔로 감싼 채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아주버님, 고맙습니다. 어릴 적 하신 약조를 아직도 기억하고 계셨군요. 밤하늘 가득 메운 불꽃, 아주 마음에 들어요.”

“아주버님께서 영란을 이토록 아껴 주시니, 영란도 마땅히 아주버님께 보답해야지요.”

김영란은 발끝을 세워 강현우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고는, 이마로 그의 목덜미를 비볐다.

“아주버님... 지금 영란이를 원하십니까?”

강현우의 몸이 흠칫 떨렸다. 욕망이 치밀어 오르자,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흐려졌다.

“장난치지 말거라. 홍주도 여기 있지 않느냐. 정 그러고 싶어도... 방으로 돌아가야지”

그러나 김영란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작정하고 온 사람처럼 강현우의 손을 이끌어 제 치맛자락 안으로 가져갔다.

그 안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비어 있었다.

“영란이, 너...”

강현우의 목울대가 크게 꿈틀거렸다. 간신히 붙들고 있던 마지막 그 순간 거센 욕망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아주버님, 마음에 드십니까?”

“그래, 아주 마음에 드네.”

“허면 앞으로는 속적삼도 입지 않겠습니다. 날마다 이렇게 아주버님을 기쁘게 해 드리겠습니다!”

윤홍주는 서로 포개진 두 사람의 그림자를 바라보다가,

다시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으로 시선을 옮겼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아름답기만 했던 불꽃이, 이제는 눈을 찌를 만큼 따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는 그곳에 머물 수 없었다. 이곳의 공기마저 그녀에게는 역겨웠다.

반 시진 뒤, 강현우가 돌아왔을 때 윤홍주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반면 밤하늘에는 여전히 불꽃만이 끊임없이 터지고 있었다.

순간 강현우는 이유 모를 불안에 휩싸였다.

윤홍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순간, 마치 그녀를 잃어버린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강현우는 황급히 방으로 돌아갔다.

윤홍주가 이미 누워 잠든 것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아직 곁에 있구나, 홍주야. 나는 그대 없이는 살 수 없느니라.”

그는 윤홍주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이불자락을 여며 주었다.

이내 사당에서 산이를 데려온 뒤, 부자는 그녀의 양옆에 누워 꼭 감싸 안은 채 잠들었다.

자시(子時)가 막 지나자 강현우는 조용히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산이도 번쩍 눈을 떴다.

“아버지, 혹 숙모님께 가시려는 겁니까?”

“쉿.”

강현우가 얼른 산이의 입을 막았다.

“어머니 깨시겠다. 네 어머니는 잠귀가 밝으시니 조용히 하거라.”

산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아버님과 함께 갈래요. 숙모님이 걱정됩니다.”

“무릎은 이제 괜찮으냐?”

“아파도 숙모님을 뵈어야 합니다. 허나 어머니께는 비밀입니다!”

강현우는 산이를 데리고 조심조심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방 안이 다시 고요해지자, 윤홍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텅 빈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끝까지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이런 지아비와 아들이라면... 이제 더는 필요 없었다.

이튿날 묘시가 되자, 윤홍주는 침상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평소처럼 부엌으로 향하지 않았다.

그리고 중궁전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인헌황후가 기침하기를 기다렸다.

“홍주야, 어인 일로 이리 급히 찾아온 것이냐?”

윤홍주는 머리를 깊이 조아렸다.

“황후마마께 한 가지 청을 올리고자 하옵니다. 마마, 부디 윤허하여 주시옵소서.”

“본궁은 네 어머니와 오랜 세월을 함께한 벗이었다. 네 어머니가 일찍이 본궁을 구해 준 은혜가 있으니, 본궁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다. 허니 본궁을 네 어미라 생각하고, 무슨 일인지 말해 보거라.”

이윽고 윤홍주는 인헌황후에게 머리를 조아려 감사의 예를 올린 뒤, 조용히 입을 열었다.

“황후마마, 부디 은혜를 베푸시어, 저와 강현우의 화리(和離)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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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현우는 방 안에 갇힌 채 윤홍주를 만나게 해 달라며 계속 소란을 피웠고, 이현은 문밖에 서서 그만 포기하라고 타일렀다.“강현우, 그렇게 매달릴수록 홍주만 더 괴로워질 뿐이다. 지난번 내가 했던 말은 한마디도 귀에 담지 않았구나.”“왕야의 속셈쯤은 다 압니다. 왕야는 제게서 홍주를 빼앗고 싶으신 거겠지요. 하지만 잘 들으십시오.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홍주를 왕야에게 넘겨줄 일도 없습니다.” 강현우는 문을 향해 주먹을 거세게 내리쳤다. 그는 이성을 잃은 채 문을 마구 흔들며 소리쳤다. “문 여십시오! 홍주를 만나야 합니다. 산이가 아픕니다. 나와 홍주가 함께 돌봐야 합니다!”문밖에서 이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 강현우는 의자를 집어 문을 향해 내던졌고, 문은 산산조각이 났다. 의자는 이현의 발 앞에 떨어졌다.강현우는 눈이 충혈되고 광대뼈는 앙상하게 튀어나와 사람인지 귀신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몰골이었다.그는 앞뒤 가리지 않고 이현에게 달려들었다.“홍주를 돌려주십시오!”하지만 이현은 가볍게 몸을 피했고, 강현우는 그대로 허공을 향해 달려들다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 이현을 공격했다.몇 차례나 덤벼들었지만 끝내 기력만 모두 소진했다.그러다 그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여 예를 올리며 윤홍주를 돌려달라고 애원했다. 그녀만 돌려준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거듭 빌었다.화가 치민 이현은 그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홍주는 사람이지 물건이 아니다! 그녀에게도 그녀만의 생각이 있어. 그녀의 선택을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너도, 나도 마찬가지다.” 이현은 윤홍주를 떠올리며 가슴이 뜨거워졌다. “진정한 연모는 소유가 아니다. 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강현우, 너는 애정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홍주를 사랑한다고 말할 자격도 없느니라.”“나는 너보다 먼저 그 아이를 만났지만, 단 한 번도 내 뜻을 강요한 적이 없었다. 너는 이미 그녀를 얻고도 끝내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나는 절

  • 천 번 후회해도 늦은 사랑   제20화

    “절 보내 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저희 부자는 여기서 함께 죽겠습니다.” 강현우의 칼끝이 산이의 목을 스치며 피부를 베자, 아픔을 느낀 산이는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영안후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강현우는 이번에는 자신의 목에 칼날을 가져다 댔다. “아버지, 제발 허락해 주십시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도 홍주를 데려오지 못하면 깨끗이 포기하겠습니다.”“업보로구나!” 영안후는 흐려진 눈으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산이는 네 아들이다!”하지만 강현우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 영안후가 끝내 막지 않자 그는 산이를 안고 마차에 올라탔다.“아버지, 이 불효자식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반드시 홍주와 함께하겠습니다.”강현우는 마차를 몰고 떠났다. 산이는 겁에 질려 계속 울었고, 몇 번이나 울다가 정신을 잃었다. 이제는 강현우의 얼굴만 봐도 아이는 두려움에 몸을 떨 지경이었다....대군이 관문 안으로 철수한 뒤 윤홍주와 이현은 나장군부에 머물게 되었다.나장군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윤홍주가 어린 시절 살던 집이 있었다.하지만 그곳은 이미 모든 것이 변해 버린 뒤였다.홍주는 대문 앞에 오래도록 서 있을 뿐, 차마 문을 밀고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의 기억 속 마당에는 늘 병장기와 말뚝이 가득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틈만 나면 무예를 겨뤘고, 어머니는 그녀에게 바느질을 가르치려 애썼지만, 그녀는 끝내 칼과 창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배신을 당해 목숨을 잃었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말했다.어머니는 그녀를 경성으로 보낸 뒤 반드시 혼인해 아이를 낳고 살아가겠다고 맹세하게 했다.그리고 그녀가 떠난 뒤, 어머니는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그날 이후 윤홍주에게는 더 이상 돌아갈 집이 없었다.“홍주야?” 이현이 조용히 그녀를 불렀다.그녀는 뒤돌아 미소를 지은 뒤 천천히 대문을 밀었다.윤홍주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집은 조금도 황폐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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