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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1화

Penulis: 무가
“어떻게 된 거야?”

“삶에 미련이 없나 보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시비야?”

자기 사람이 날아간 걸 보고 황현호가 버럭 화를 냈다.

일부는 테이블에 놓인 술병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걸어갔다.

호텔 매니저는 완전히 넋을 잃고 말았다. 진서준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공격을 펼칠 줄은 몰랐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현호의 친구를 상대로 말이다.

신분이 황현호만큼 귀하지는 않지만 일반인은 아닌 것 같았다.

진서준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매니저를 밀어내더니 먼저 룸으로 들어갔다.

황현호는 싸우던 중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을 발견하고는 살짝 놀랐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오만하기 그지없는 자식 같으니. 하필 찾아도 우리 룸으로 왔어? 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

한 청년이 진서준에게로 달려가더니 손에 든 술병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호통쳤다.

명주시에서 그들은 무서운 것 하나 없이 내키는 대로 살아왔다. 그들이 다른 룸으로 쳐들어간 적은 있어도 누군가 룸으로 쳐들어온 적은 없었다.

여기는 경성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전혀 두렵지 않았다. 황현호가 있는 한 별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황현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앉은 채 차분하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바라봤다. 그 옆으로 아리따운 미녀가 둘이나 기대 있었다.

진서준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과 입씨름하기 싫었다. 죄다 주색에 빠진 재벌 집 망나니였고 무인에도 속하지 못했다.

“꺼져. 너랑은 말도 섞고 싶지 않으니까.”

진서준의 발차기에 술병을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청년의 강냉이가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피투성이가 된 입은 보는 사람을 섬뜩하게 했다.

다른 사람도 이런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진서준의 실력이 이 정도로 뛰어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네가 황현호야?”

진서준이 곧장 황현호에게로 다가가더니 말했다.

“그래. 내가 그 황현호야.”

황현호의 눈빛은 여전히 덤덤했다. 그가 이렇게 차분할 수 있었던 건 경성에 감히 그를 건드릴 자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황현호는 실력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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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그들 중 유일한 중년 남성이 정신을 차렸다. 그는 황현호가 데려온 보디가드였고 2급 대종사였다.실력은 강한 편이 아니었지만 일반인, 그리고 견식이 짧은 재벌 2세를 혼내주기엔 넉넉했다. 진정한 거물을 만나도 황현호가 갑부 황경영의 아들이라는 걸 알고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다. 누가 황현호에게 손이라도 대는 날엔 황경영이 끈질기게 복수했다.하지만 늘 행운스럽기만 하던 황현호는 이번에 재수 없게도 진서준에게 걸리고 말았다.정신을 차린 중년 남자가 진서준을 공격하려 했다.“나한테 손대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안 그러면 후회해요.”진서준이 덤덤하게 말했다.“후회하긴 개뿔. 얼른 해결해.”황현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바닥에서 겨우 일어났다. 할 수만 있다면 진서준의 살을 가르고 뼈를 골라내고 싶었다.중년 남자가 주먹을 날렸다. 그곳엔 선천적인 강기가 모여 있었다.주먹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진서준에게로 날아갔다. 진서준이 꼼짝없이 그 주먹을 맞고 반쯤 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서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속도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광고하기라도 하듯 너무 느렸다.“현호 형 보디가드가 2급 대종사인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떻게 감당해?”“문 앞에 서 있는 여자들은 누구지? 같이 온 사람들인가?”“잘됐네. 이따가 한 사람씩 나눠 가지면 되겠다.”누군가 밖에 서 있는 허사연과 다른 여자 일행을 발견했다. 허사연의 아름다운 미모에 도련님들은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지경이었다.쾅.굉음에 사람들이 시선이 쏠렸다. 황현호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튕겨 나갈 것이라고 믿었던 진서준은 오히려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지만 2급 대종사는 벽에 단단히 박힌 채 기절해 있었다.“어... 어떻게 이런 일이...”“대박. 2급 대종사인데도 이 자식의 상대가 못 된다고?”“괴물 아니야?”놀라운 진서준이 실력에 황현호도 긴장했다. 그도 무인이라 2급 대종사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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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현호는 은범을 본 순간 지금 당장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은범은 경성 4대 가문의 적계 혈통이었기에 실력 좋은 대종사를 불러오는 건 큰 문제 없을 것이다.하지만 황현호는 은범이 진서준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러 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은범 씨, 마침 잘 왔어요.”황현호가 그쪽으로 달려가 은범의 어깨를 와락 끌어안더니 열정적으로 맞이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두 사람이 친한 친구라도 되는 줄 알았겠지만 사실 두 사람은 그저 술친구일 뿐이었다.“얼굴은 왜 그래요?”은범은 황현호의 얼굴에 난 손자국을 보며 살짝 놀랐다. 몰래 진서준을 쳐다봤지만 진서준의 표정은 냉담한게 화난 것 같았다.‘설마 진서준과 황현호가 시비 붙은 건가? 그러면 황현호 얼굴에 난 손자국도 진서준이 때린 거?’“어떤 미친개한테 맞았어요.”은범의 등장에 황현호도 자신감을 되찾았다.진서준을 미친개라고 욕하는 황현호를 보며 은범은 정말 모르는 사이라고 선을 긋고 싶었다.“은범 씨, 우리 친구로 지낸지 몇 년인데 경성에서 친구가 이렇게 맞는 걸 보고 그냥 지나치면 안 되죠.”황현호는 은범에게 감정으로 호소했다.“은범 씨가 전에 명주시에 왔을 때 내가 어떻게 해줬는지 기억하고 있죠?”은범이 명주시로 놀러 갔을 때 황현호가 잘 챙겨준 건 맞았다. 하지만 은범에게 돈은 문제 될 게 없었기에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만약 황현호가 경성으로 온다고 미리 말해줬다면 똑같이 잘 챙겨줬을 것이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는 황현호가 진서준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진서준은 문호동과 대적하고도 이긴 사람이었다. 은범은 진서준에게 무릎 꿇고 사죄도 해야 했다.“기억하죠. 하지만 이건 달라요.”은범이 황현호의 손을 밀쳐냈다.순간 안색이 변한 황현호는 말투가 거칠어졌다.“은범 씨,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은범 씨가 있는 경서에서 내가 이렇게 다쳤는데 보고만 있겠다고요?”은범도 황현호를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멍청한 건 약도 없다고 황현호는 정말 눈치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보고만 있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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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려면 세 번 무릎을 꿇고 한번 꿇을 때마다 세 번씩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정말 그렇게 사과한다면 그보다 더 한 수치는 없었다.저 중요한 건 황현호가 보는 앞에서 그래야 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밤만 지나면 은범이 진서준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했다는 소식이 이 바닥에 도배될 것이다.그러면 앞으로 경성이 아니라 가문 내에서도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게 된다.“진 마스터님, 혹시 사람들 내보내 주실 수 있나요?”은범이 황현호와 다른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안 돼요. 저 사람들과는 아직 해결될 일이 남아서요.”진서준이 얄짤없이 거절했다. 은범은 어떻게든 체면을 지키려 했지만 진서준은 그렇게 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이 모든 건 다 은범이 자초한 일이었다.은범도 진서준이 일부러 그를 모욕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울분을 꾹꾹 삼킬 수밖에 없었다.“나는 시간이 귀한 사람이라 딱 10초밖에 못 줘요.”진서준은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허사연, 그리고 다른 일행과 즐겁게 송년회하고 싶었지만 너무 성가셨다.“그래요. 사과할게요.”은범이 이렇게 말하더니 눈을 질끈 감고 살짝 다리를 굽혔다. 그는 큰 충격을 받은 듯한 사람들의 시선 속에 진서준에게로 다가가 털썩 꿇어앉았다.황연호는 번개라도 맞은 것처럼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었다.은범의 신분은 황현호처럼 귀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4대 가문의 적계 혈통이었다.그런 은범이 지금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청년에게 무릎 꿇고 사고했다 그것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외부에 알려지기라도 하면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게 된다.쾅. 쾅. 쾅.은범은 주먹을 불끈 쥔 채 바닥에 대고 머리를 힘차게 여러 번 박았다. 그러자 이마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빨개졌다.한 번, 두 번, 세 번, 은범은 쉬지 않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 나니 영혼이 쑥 빠져나간 것처럼 서 있기도 힘들었다.황현호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전에 알던 오만방자한 은범이 맞는지 의심했다.“이제 네 차례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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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범과 황현호는 넋을 잃은 채로 터덜터덜 룸에서 빠져나갔다.룸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현우는 은범을 데리고 조용한 구석으로 데려갔다.“은범 씨, 저 사람 누구예요?”황현우는 아직 진서준의 이름과 신분도 몰랐다. 그래도 치욕스러운 건 마찬가지였다.20년을 넘게 살면서 황현호는 처음으로 이런 굴욕을 당했다.은범이 그 말에 대꾸했다.“저 사람이 누군지도 모른다고요?”“당연하죠. 경성에서 만나본 적이 없는 사람인데?”황현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경성 바닥뿐만 아니라 강남, 서남 지역에서도 진서준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혜성처럼 나타난 사람이라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요.”‘혜성처럼 나타난 사람?’황현호는 은범의 말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은범이 물었다.“오늘 봉호전은 불참한 거죠?”“네. 어제 오후에 경성에 도착했는데 이미 늦었더라고요.”황현우가 이렇게 대답했다. 개인기를 타고 왔으니 망정이지 티켓을 끊고 왔다면 봉호전이 끝날 때까지도 도착하지 못했을 것이다.“저 사람 이름은 진서준이에요. 아침에 열린 봉호전에서 우리 가문의 문 종사님과 겨뤄서 이겼어요.”은범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비교하면 할수록 자기가 점점 초라해 보여 진서준의 재능과 실력을 시기 질투했다.은범에게도 이렇게 강력한 힘이 있다면 오늘 같은 수모를 겪을 일도 없었을 것이다.“뭐라고요? 문호동 종사님을 이겼다고요?”황현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문호동의 실력은 들어봐서 알고 있었다. 신분은 5급 절정 횡련 대종사였지만 실력으로 보면 6급 무도 대종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었다.진서준이 문호동을 이겼다는 건 진서준의 능력이 6품 대종사보다 더 무시무시하다는 의미였다.황현호는 그제야 은범이 왜 진서준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는지 알 것 같았다.6급 대종사가 은범을 죽이고 싶어 한다면 천의방에 들어간 괴물 빼고는 보호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왜 제가 무릎을 꿇었는지 이제야 알겠죠?”은범이 허탈하게 웃었다.“점심때 아빠가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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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가요. 나는 그렇게 오래 기다리고 싶지 않아요. 내일 당장 저 자식을 아작낼 거예요.”황현호가 매섭게 말했다.은범은 조언을 해줘도 못 알아듣는 황현호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면 대신 복수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요.”“오늘 저녁에 있었던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 발설하지 말고요.”은범이 황현호에게 초크를 걸었다.“내가 바보도 아니고.”황현호가 은범을 째려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도 진서준에게 무릎 꿇고 사과했으니 얘기가 새 나가지 않게 데려온 졸병들에게 입단속을 잘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누가 입이라도 뻥끗하면 끝장이라는 게 뭔지 톡톡히 보여줄 심산이었다.은범이 가고 황현호는 바로 누나에게 문자했다.[누나, 한 마스터님 집에 계셔?]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안 계셔. 아빠 모시고 외국으로 출장 갔어. 왜? 경성에서 누가 괴롭혀?]한 마스터가 집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황현호는 벽에 주먹을 마구 휘둘렀다. 그러고 아팠는지 손을 꽉 움켜쥐었다.“아, 겁나 아프네.”황현호가 답장하지 않자 누나가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현호야. 경성에서 누가 괴롭혔니?”수화기 너머로 청아하지만 도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그냥 아까 은범 씨랑 밥 먹으면서 자랑하고 싶어서.”황현호가 얼른 설명했다.“너 얌전히 있어. 아빠 몇 달 동안은 외국에 나가서 안 돌아오실 거야. 또 사고 쳤다간 정말 내가 너 죽인다.”“알았어.”전화를 끊은 황현호는 은범이 한 말이 떠올랐다.“3월에 나도 한번 가봐?”...“서준 씨, 아까는 살짝 경솔했어요. 황현호의 신분은 은범보다 훨씬 강력해요.”“황현호는 갑부 황경영의 유일한 아들이라 평소에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단 말이에요.”허사연이 걱정스레 물었다.“괜찮아. 이렇게 쪽팔리는 일은 함부로 나가서 얘기하지 않을 거예요. 집에 알릴 일은 더더욱 없을 거고요.”진서준이 덤덤하게 웃더니 덧붙였다.“그리고 내일이면 바로 경성을 떠나는데 찾으려 해도 절대 못 찾을 걸? 그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07화

    오늘 저녁 허사연을 포함한 다른 여자 일행도 술을 많이 마셨다.진서준이 봉호를 따내는 데 성공했을뿐더러 조금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허사연은 많이 마셨는지 얼굴이 발그레했고 곧 바닥에 넘어질 것처럼 몸을 비틀거렸다.“송년회를 이렇게 많은 사람과 보내게 될 줄은 몰랐네?”허윤진뿐만이 아니라 진서라도 예상하지 못했다.사실 지금까지 그들은 정말 너무 외로웠다.진서라와 유정은 집안이 째지게 가난해 친구로 지내려는 사람이 없었고 허사연과 서지은은 신분이 너무 귀하다 보니 감히 그들과 친구로 지내지 못했다.하여 지금까지 송년회는 혼자 보냈다. 이성 친구는커녕 동성 친구도 매우 적었다.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오는 이성들은 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형부, 고마워요. 형부가 내 인생을 이렇게 다채롭게 바꾼 거예요.”허윤진이 와인을 가득 부은 잔을 들고 진서준 앞으로 내밀었다.“적당히 마셔. 몸 상할라.”진서준이 걱정스레 말했다.“괜찮아요. 오늘처럼 중요한 날은 기분이 좋아서 다 괜찮아요.”허윤진은 진서준이 다리에 올라앉기까지 했다. 술에 취한 허윤진은 지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진서준 옆에 허사연이 앉아 있다는 것도 잊은 것 같았다.진서준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윤진아, 너 취했어. 소파 가서 좀 쉬어.”진서준이 허윤진을 안아 소파에 앉히려고 했다.“싫어요. 여기 앉을래요.”허윤진은 두 팔로 진서준의 목을 옭아맨 채 도망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방안은 히터가 틀어져 있어 조금 더웠기에 여자들은 입고 온 코트를 다 벗은 상태라 허윤진도 옷 한 벌만 걸친 상태였다. 허윤진이 진서준을 꼭 끌어앉자 진서준은 허윤진의 쭉쭉빵빵한 몸매를 살짝 느낄 수 있었다.게다가 허윤진의 몸에서는 잔잔한 향기까지 났다.순간 진서준은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고 피가 그쪽으로 쏠리기 시작했다.“윤진아, 얼른 일어나. 사람들이 보잖아.”진서준이 얼른 이렇게 말했다.만약 허윤진에게 추태를 들키기라도 하면 앞으로 허윤진을 볼 면목이 없을 것이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008화

    허윤진은 자세를 바꾸더니 아예 진서준의 두 다리 위에 앉았다. 하지만 자리를 바꾸자마자 허윤진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빨갛던 얼굴이 더 빨개졌다.진서준은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얼른 허윤진에게 술을 먹여주고 돌아가서 한잠 자고 싶은 생각이었다.갑자기 얌전해진 허윤진은 진서준이 술을 먹여주자 얼른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서준 씨, 나도 먹여줘요.”서지은도 술잔을 들고 걸어왔다. 차별 대우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진서준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다행히 서지은은 허윤진처럼 짓궂지 않고 말을 잘 들었다.유정은 그런 서지은과 허윤진이 부러웠다. 유정도 먹여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진서준이 화날까 봐 무서웠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진서준을 동생으로 삼았다는 것이었다.혈연관계는 아니라 해도 오누이라 너무 친근한 스킨십을 하면 안 되었다.진서라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진서라는 진서준과 피를 나눈 오누이였다.“다 먹었죠? 그럼 일찍 들어가서 쉬는 게 어때요? 내일 아침 일찍 금운으로 돌아가야 하잖아요.”허사연이 이렇게 말하자 진서준은 계산하러 갔지만 매니저가 돈을 받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 황현호도 쥐어팰 수 있는 사람을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진서준은 먹튀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계산했다.별장에 도착하니 허윤진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진서준은 허윤진을 방에 데려다줬고 다른 사람도 다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허사연은 진서준과 동거 중이었기에 진서준의 방에서 샤워하고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에 누워 진서준이 잘 준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참느라 힘들지 않아요?”진서준이 침대에 눕자 허사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허사연의 손이 올라간 곳을 확인한 진서준은 멈칫하더니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됐어요. 탓하려는 것도 아닌데. 정상적인 생리 현상일 뿐이에요.”허사연이 웃으며 말하자 진서준은 그제야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그래도 벌은 받아야죠.”허사연은 실눈을 뜬 채로 이렇게 말했다.“내가 자라고 할 때 자요.”...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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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4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3화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2화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1화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0화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9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8화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7화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6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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