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673화

Author: 무가
황영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유강이 인승민 등 세 사람의 상대가 안 될까 봐 조금 걱정됐었다.

인승민 등 세 사람도 이름을 날린 지 꽤 된 사람들이라 실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보니 민머리 유강의 실력이 더욱 강한 듯했다.

“한서강 씨, 지금 당장 진서준에게 죽으러 오라고 연락하지 않는다면 이 세 사람부터 죽일 줄 알아요. 그리고 당신 가족들도 한 명씩 죽일 거예요.”

황영산은 앞으로 나서면서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한서강은 황영산이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란 걸 알았다. 황영산은 정말로 짐승만도 못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요. 기다려요. 지금 당장 진 마스터님께 연락하겠어요.”

한서강은 허성태와 달리 진서준과의 관계가 그리 깊은 편은 아니었다.

휴대전화를 꺼낸 한서강은 진서준에게 연락하는 대신 먼저 한제성에게 연락했다.

그는 진서준이 일을 보러 외출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진서준에게 연락하면 그의 일을 방해하게 될까 봐 두려웠다.

“아빠, 무슨 일이세요?”

한제성은 본인이 직접 운전해서 진서준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진 마스터님은? 어디 계셔?”

“차에 타고 계시는데요.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에요.”

한제성은 아버지의 말투에서 이상함을 눈치챘다.

“아빠,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아주 조급한 것처럼 느껴지네요.”

한제성이 황급히 물었다.

“황영산 씨가 민머리 남자와 같이 찾아왔어. 인승민 등 종사들도 그 민머리 남자의 상대가 되지 않았어.”

한서강이 말했다.

“뭐라고요? 황영산 그 자식이 사람을 데리고 복수하러 왔다고요?”

한제성은 깜짝 놀랐다.

당시 황영산이 진서준 앞에서 무릎을 꿇고 얼마나 애절하게 빌었었는지 한제성은 직접 두 눈으로 보았었다.

그런데 겨우 며칠 지났다고 황영산은 사람을 데리고 와서 진서준에게 복수하려고 했다.

“빨리 갈게요. 십 분 내로 도착할 거예요.”

전화를 끊은 뒤 한제성은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진서준 씨, 황영산 씨가 진서준 씨에게 복수하려고 민머리 남자를 데리고 왔대요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74화

    한서강은 아직 멀쩡했다. 그의 몸에는 다친 흔적이 없었고 한제성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한씨 일가 가주 자리에 앉아 있는 유강을 본 진서준은 눈빛이 싸늘해졌다.역시 그자였다.“둘 중에 누가 진서준이지?”두 젊은이를 본 유강은 느긋하게 포도를 입에 넣었다. 그는 진서준이 안중에도 없었다.황영산은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을 가리켰다.“저놈이다. 바로 저놈이 진서준이야!”유강은 진서준을 보더니 경멸에 찬 미소를 지었다.“겨우 2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어요? 황씨 일가가 왜 저놈을 이기지 못했는지 알겠네요. 황씨 일가의 종사들도 저 쓸모없는 세 사람처럼 전부 쓰레기였던 거겠죠.”유강이 비웃자 한서강과 황영산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그러나 두 사람은 반박할 수가 없었다. 유강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진서준, 넌 오늘 틀림없이 죽을 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 와도 널 구할 수 없어!”황영산은 표독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난 네 뼈를 전부 부러뜨리고 널 조금씩 괴롭혀서 죽일 거야. 너에게 죽는 것보다 괴로운 기분이 어떤 건지 똑똑히 알려주겠어!”진서준은 덤덤한 표정으로 평온하게 말했다.“내가 얘기했을 텐데. 또 한 번 고양시에 온다면 반드시 죽일 거라고.”“우습네. 유 종사가 있는데 내가 너 같은 놈을 두려워하겠어?”황영산은 같잖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전 유강이 인승민 등 사람들을 이겼을 때 황영산은 자신감이 생겼다.말을 마치자마자 진서준의 모습이 사라졌다.사람들은 당황했고 곧 황영산은 죽음의 기운이 자신을 향해 다가옴을 느꼈다.황영산은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진서준은 이미 그의 앞에 나타나서 그의 하체를 찼다.퍽...황영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두 다리를 힘껏 오므린 채로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아!”괴로워하는 황영산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남자들 모두 하체가 서늘해져서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중요 부위를 가렸다.유강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75화

    바닥에 누워있던 황영산은 진서준이 유강의 주먹에 맞아서 날아갈 줄 알았다.그런데 갑작스러운 반전에 아파서 기절할 뻔했던 황영산은 넋이 나갔다.한씨 일가의 세 종사는 유강의 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그런데 진서준은 왜 멀쩡한 걸까?설마 유강이 진서준을 봐준 걸까?“이게 힘의 반을 쓴 거라고? 너무 약한데.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진서준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차갑게 웃었다.그의 거만한 말에 유강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건방 떨지 마. 이제 곧 웃음이 나오지 않게 해주지!”유강은 잡힌 주먹에 몰래 힘을 꽉 주었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마치 그의 주먹을 쥐고 있는 것이 손이 아니라 펜치 같았다.전력을 다한 유강은 얼굴이 빨갛게 되었다.“유강, 어떻게 된 거야?”황영산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강을 바라보았다.“전... 전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았어요. 제가 전력을 다한다면 이 집은 무너질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당신은 도망치지 못할 거예요.”유강은 서둘러 거짓말했다.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숨기기 위해서 말이다.황영산은 유강이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조금 전 유강이 보여준 힘은 확실히 대단했기 때문이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짓궂은 표정으로 유강을 바라보았다.“그래. 내가 기회를 한 번 주겠어. 우리 나가서 싸우자고!”말을 마친 뒤 진서준이 먼저 몸을 돌려 거실을 나갔다.유강은 안색이 또 한 번 달라지더니 어두운 표정으로 같이 나갔다.황영산은 의자를 지팡이로 삼아서 절뚝거리며 밖으로 나갔다.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죽고 싶어질 정도로 엄청난 통증이 따랐다. 한제성 부자도 서둘러 따라 나갔다. 그들은 진서준이 어떻게 유강을 혼내주는지 보고 싶었다.별장 거실을 나가 앞마당에 있는 풀밭에 도착한 뒤, 진서준은 유강을 바라보면서 같잖다는 듯이 말했다.“나는 당신이 이 기회를 틈타서 도망칠 줄 알았는데.”“우습네. 내가 도망칠 리가 있겠어? 너야말로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그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76화

    한제성은 조금 불안해졌다.“진서준 씨, 그의 주먹에 맞아줄 필요는 없잖아요. 그의 주먹에 바닥에 균열이 생길 정도잖아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었다.“그의 주먹에 담긴 힘은 나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 다름없어요. 두려워할 필요가 없죠.”한씨 일가 부자는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유강의 주먹 한 방에 바닥에 균열이 갈 정도인데, 이렇게 무시무시한 힘을 간지러운 곳을 긁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하다니...이때 황영산이 절뚝거리면서 걸어왔다. 그는 온몸의 피가 빠진 듯 안색이 무척 창백했다. “한 주먹에 저 자식을 죽여버리도록 해. 허풍 떠는 걸 좋아하는 놈이니 말이야!”황영산의 머릿속에는 진서준을 때려죽여서 허풍을 떤 것을 후회하게 해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황영산이 말하지 않아도 유강은 절대 봐줄 생각이 없었다.“죽어!”유강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의 주먹은 공기를 가르며 진서준의 심장 쪽으로 날아들었다.심장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급소이자 가장 약한 기관이었다사람은 심장이 망가진다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쿵...굉음이 들려옴과 동시에 마치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사방에서 먼지가 일어 진서준과 유강의 모습을 가렸다.먼지가 사라진 뒤 둘이 있던 곳을 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진서준은 마치 산처럼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고 우뚝 서 있었다.그리고 유강은, 진서준을 때렸던 그 손이 축 늘어져 있었다. 손뼈가 전부 부러졌기 때문이다.이때 유강의 두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고 입은 떡 벌어졌다.그는 자신이 전력을 다해 휘두른 주먹이 무엇 때문에 진서준을 다치게 할 수 없었는지, 왜 오히려 자신이 다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의 유강을 본 진서준은 차갑게 웃었다.“학교 다녀본 적 없어? 힘의 상호 작용 원리 몰라?”유강이 주먹을 뻗은 순간, 그의 힘은 그의 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벗어났다.만약 그보다 약한 사람을 때렸다면 그 힘이 전부 유강에게 되돌아가지 않고 그중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77화

    진서준이 손쉽게 유강을 처단하자 한씨 일가 부자는 그를 더욱 우러러보았다.당시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한씨 일가는 확실히 줄을 잘 섰다.한제성은 곧바로 사람을 시켜 황영산과 유강의 시체를 처리했다.“진서준 씨, 저 민머리 남자의 머리는 어디에 쓰실 건가요?”한제성은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물었다.그는 진서준이 민머리 남자와 원한이 있어서 그의 시체를 훼손하는 건 줄로 알았다.그런데 진서준은 민머리 남자의 머리를 박스 안에 넣으라고 했다. 머리를 공으로 쓸 생각은 아닐 텐데 말이다.“쓸 데가 있어요. 제 짐작이 맞는지 확인해 보려고요.”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머리를 박스에 담아둔 뒤 얘기 드릴게요!”곧 한제성은 나무 상자 하나를 들고 와서 진서준을 찾았다.“진서준 씨, 민머리 남자의 머리는 여기 있습니다.”나무 상자에 담겨 있는데도 피비린내가 심하게 났다.한제성은 진서준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마워요.”진서준은 나무 상자를 받아 든 뒤 몸을 돌려 별장에서 나갔다.“진서준 씨, 어디로 가세요? 제가 차로 모셔다드릴게요!”한제성이 서둘러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직접 운전하면 돼요.”진서준은 차에 탄 뒤 곧 떠났다.진서준이 떠난 뒤 한서강은 서둘러 한제성에게 말했다.“아들아, 우리 가문이 앞으로 백 년 동안 편안히 지낼 수 있을지는 진 마스터님께 달려 있어. 너랑 보영이는 꼭 진 마스터님의 말을 잘 따라야 한다. 알겠지?”“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저랑 누나는 진 마스터님 말을 잘 따를 테니까요!”한제성이 가슴을 치면서 장담했다.“그래. 하지만 아쉽구나. 진 마스터님께 여자 친구가 없었다면 보영이에게 기회가 왔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한서강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이런 말 해도 되는지 모르겠는데요.”“말해 봐. 우리 부자 사이에 못 할 말이 뭐가 있어?”“진서준 씨처럼 대단한 사람의 곁에는 여자가 한둘이 아닐 거예요. 만약 저희 누나가 그중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78화

    “이게 뭐야?”유지수는 피비린내를 맡고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열어보면 알게 될 거야.”진서준은 평온하게 대답했다.유지수는 손을 뻗어 상자를 열었다.상자 안에 사람 머리가 들어있는 걸 본 유지수는 눈빛이 흔들렸다.“어때? 아는 사람이야?”진서주은 유지수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고 차갑게 웃으며 물었다.유지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몰라. 갑자기 사람 머리를 가져오다니.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지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야.”진서준은 유지수의 헛소리를 믿지 않고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이 민머리 남자가 다 얘기했어. 너 서북 유씨 일가의 사람이라며. 맞지?”유지수는 동공이 살짝 떨리더니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면서 웃었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서북 유씨 가문?”“모르는 척하지 마. 무도 대회 날 너도 있었잖아. 이 민머리 남자는 네가 사람을 시켜 구한 거지?”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네가 황씨 일가에 시집갈 수 있었던 것도 유씨 일가 때문이잖아. 그리고 옥선화는 유씨 일가로부터 수련에 관한 일을 알게 되어서 나더러 찾으라고 한 거잖아. 그렇지 않으면 네 정도 안목과 지식으로 어떻게 옥선화를 알겠어?”진서준의 말에 유지수는 한참을 침묵했다.몇 분 뒤 유지수는 고개를 들어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너 점점 더 무서워지는구나.”“너도 마찬가지야. 너도 발전했는데 내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있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진서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난 서북 유씨 일가의 사람이야. 하지만 나도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유지수는 자조하듯 웃어 보였다.“예전 부모님은 내게 잘해주지 않았어. 난 그저 부모님이 아들만 좋아하고 딸은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건 줄로 알았지. 그런데 알고 보니까 난 부모님의 친딸이 아니었던 거야! 내 친부모님은 나도 아직 만나 뵙지 못했어. 유씨 일가 사람 중에서 유강만 만난 적 있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전화로 연락했었어.”유지수의 말을 들은 진서준이 물었다.“황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79화

    대종사는 95%의 무인들이 평생을 노력해도 될 수 없는 경지였다.대종사가 되려면 우선 종사가 되어야 했다.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종사가 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40세 이상이었다.유강처럼 30대에 종사가 된 사람들은 아주 대단한 편이었다. 그와 같은 사람들은 재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큰 가문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하지만 유지수는 무도를 배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재능이 어느 정도인지도 알 수 없었다.더욱 중요한 건 약재를 살 돈이 없다는 점이었다.진서준이 지금 그녀에게 옥선화를 하나 준다고 해도 그녀는 기껏해야 내공 초기 수준이 될 것이다.내공 초기는 종사가 되려면 두 개의 경지를 뛰어넘어야 했다.그 두 개의 경지를 뛰어넘으려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이 필요했다.진서준은 유지수를 그렇게 오랫동안 기다려줄 생각이 없었다.“내 말 좀 다 듣고 얘기할래?”유지수는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진서라를 먼저 돌려줄 수는 있어. 하지만 진서라의 몸에는 내가 심어둔 독이 있어서 매달 이곳에 와서 해독약을 마셔야 해. 그렇지 않으면 죽게 될 거야. 내가 대종사가 되는 날 진서라의 몸에 있는 독을 완전히 해독해 줄게!”진서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유지수를 바라보았다.유지수는 정말로 간악했다.그가 알고 있는 유지수가 아닌 것 같았다.“왜 날 그렇게 보는 거야? 네가 원한다면 나는 언제든 할 수 있어!”유지수는 눈을 접어 웃으면서 자기 속옷을 내렸다.진서준은 정신을 차린 뒤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서라부터 만나게 해줘!”“문제없어. 잠깐 옷 좀 갈아입을 테니까 기다려.”유지수는 진서준의 앞에서 대놓고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진서준이 고개를 돌렸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광경에 피가 한곳으로 쏠렸을 것이다.“자, 가자!”유지수는 옷을 입은 뒤 문가를 향해 걸어갔다.진서준은 유지수가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내 동생은 어디 있어?”차에 오른 뒤 진서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80화

    노인은 대문 쪽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그 순간 잠금장치가 마치 마술처럼 덜컥 열렸다.진서준은 서둘러 문을 열고 노인의 뒤를 따랐다.“제 동생은요?”진서준이 물었다.노인은 진서준을 힐끗 보더니 덤덤히 말했다.“시주님에게 곧 재앙이 닥쳐오겠군요.”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화들짝 놀랐다.‘재앙이 닥쳐오다니? 설마 유강을 죽여서? 아니면 서진 사람들을 죽여서?’유지수가 이때 입을 열었다.“도사님은 관상을 볼 줄 아셔. 게다가 아주 잘 맞추시지.”진서준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갑게 웃었다.“너랑 같은 편일 텐데 내가 이 말을 믿으면 바보지.”도사는 그 말을 듣더니 화를 내지도 않고 진서준을 바라보며 말했다.“관상이 아주 희한하시네요.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대충 예상은 갑니다. 더 자세히 보려면 당신의 정혈 한 방울이 필요합니다.”“필요 없습니다. 전 운명 같은 걸 믿지 않거든요.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여동생을 데려가기 위해서예요.”진서준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오빠!”이때 진서준이 꿈에도 그리워하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그리고 곧 나무통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몸을 돌린 진서준은 진서라가 방문 앞에 서 있는 걸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물이 가득 담긴 나무통이 있었다.“서라야, 서라야!”진서준은 미친 사람처럼 진서라의 앞으로 달려가서 그녀를 꼭 안았다.“오빠...”진서라는 두 눈이 촉촉해져서 진서준을 꽉 끌어안았다.두 남매는 보름 만에 만나는 것이었다.진서라가 유지수에게 잡혀간 뒤로 진서준은 항상 안절부절못했고 매일 밤 악몽을 꾸었다.진서라가 무사한 걸 본 진서준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놓였다.‘아니지... 서라의 몸에는 독이 있어!’“서라야, 맥 좀 짚어 보자!”진서준은 곧바로 진서라의 맥을 짚어 보았다.“소용없어, 진서준. 넌 이 독을 해독할 수 없어. 나한테만 해독약이 있거든.”유지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유지수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진서준은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영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681화

    진서라는 불안한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서라야, 일단 둘이 나가 있어. 난 괜찮을 거야.”진서준은 미소 띤 얼굴로 그녀를 달랬다.“응, 그러면 밖에서 기다릴게.”진서라와 유지수는 방에서 나간 뒤 방문을 닫았다.유지수와 진서라가 떠난 뒤 왕우림은 진서준이 허리춤에 찬 옥패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옥패를 한 번 봐도 되겠습니까?”진서준은 구창욱이 그에게 줬던 옥패를 왕우림에게 건넸다.왕우림은 그것을 자세히 살피더니 곧 폭발적인 살기를 내뿜었다.“이런! 감히 우리 각주님의 옥패를 훔친 겁니까?”왕우림이 갑자기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진서준은 멈칫하더니 서둘러 말했다.“이 옥패는 제 사부님이 주신 겁니다!”“사부님이요?”“네. 저와 사부님은 감옥에서 알게 된 사이입니다. 제가 출소하기 직전에 사부님께서 이 옥패를 주셨습니다.”진서준이 설명했다.“말도 안 돼요! 전 반년 전에 이 옥패를 본 적이 있어요!”왕우림은 곧바로 부정했고 진서준은 당황했다.그는 감옥에서 나온 지 겨우 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누구에게서 이 옥패를 본 겁니까?”진서준이 서둘러 물었다.“당연히 현임 각주님이시죠!”“현임 각주요?”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구창욱 어르신이요?”진서준은 미간을 찡그렸다.“당연히 아닙니다. 구창욱 어르신은 전대 각주님이시죠. 그는 이 옥패를 한 중년 남성에게 주었습니다.”왕우림이 말했다.진서준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구창욱은 이 옥패가 하나뿐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이것은 천기각 각주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이 옥패를 가진 사람이 바로 천기각의 각주였다.그러므로 이 옥패가 하나 더 존재할 리는 없었다.구창욱이 정말로 중년 남성에게 준 적이 있거나 누군가 이 옥패를 모방해서 하나를 만들었을 것이다.“당신이 말한 중년 남성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옥패는 확실히 구창욱 어르신께서 주신 겁니다. 구창욱 어르신은 제 사부님이에요.”진서준은 말을 마친 뒤 체내의 영기를 운용했고 그 순간 엄청난 힘이 진서준의 몸

Latest chapter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4화

    “뭐라고? 불법적인 일이 우리 가게에서 일어난다고? 말도 안 돼.”성현도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넌 전신전 소속이잖아. 그런데 네 오빠인 내가 어떻게 법률을 어기는 일을 하겠어?”“그럼 이 사람들은 왜 부른 거야? 집단 폭력도 불법이거든.”성미영은 차가운 시선을 보이며 성현도와 따졌다.“미영아, 이건 내가 싸우려던 게 아니야. 저 녀석이 일부러 시비 걸러 온 거라고.”성현도는 진서준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이놈이 일부러 우리 찻집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고 상철을 두들겨 패서 머리에 혹이 다 나버렸어. 난 단순히 정당방위를 위해 부른 거라고.”성미영이 등장하자 성현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솔직히 실력만 놓고 보면 성현도는 성미영보다 한참 부족했다.게다가 성미영은 전신전 소속인지라 저 남녀가 군부 조직인 전신전을 적으로 돌릴 리 없었다.군대를 건드리는 순간, 무조건 좋은 결과는 있을 수 없었다.“진서준, 도대체 무슨 일이야?”성미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라? 너희 둘이 아는 사이야?”성현도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방금 내려놨던 마음이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난 사람을 찾으러 왔어. 하씨 가문 하경범이 이 위층에 있다고 들었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진서준이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그리고 또 하나, 저 위에서 불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하더군.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이 말에 성현도의 표정이 단숨에 험악해졌고 즉시 반박에 나섰다.“헛소리 마. 우리 가게는 단순한 찻집이야. 불법적인 일 따윈 없어. 근거없는 소문을 왜 털어놓고 난리야?”“미영아, 저 녀석한테 속지 마. 난 네 사촌 오빠야. 내가 그런 불법적인 짓을 할 사람이겠어?”성미영이 곧바로 진서준에게 물었다.“진서준, 너 증거 있어?”“직접 올라가 보면 다 알게 될 거잖아?”진서준이 가볍게 말했다.“오빠, 위층으로 가자.”성미영이 단호하게 말했다.“그, 그건 좀 곤란해. 위층엔 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3화

    순간, 장내는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모든 시선이 진서준에게 쏠렸고 사람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다들 진서준을 그냥 얼굴만 반반한 남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진짜 고수였다.성현도의 부하 중 최고 실력자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성현도의 얼굴은 시퍼렇게 질렸고 상철을 향해서 욕설을 날렸다.“쓰레기 자식, 이런 애송이 하나도 못 이겨?”부하가 지면 망신당하는 건 결국 성현도 자신이었다.이대로 체면을 구긴 채 끝낼 수는 없었다.이대로 넘어가면 앞으로 르벨 재벌 2세들 사이에서 조롱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봐, 네 실력이 괜찮은 건 인정할게.”성현도가 싸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근데 너 혼자서 백 명을 상대할 수 있어? 천 명은? 잘 들어. 내 부하는 수도 없이 많아. 너 같은 놈 하나 처리하는 데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해.”진서준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여전히 같은 말을 반복했다.“다시 말하지만 난 그냥 하경범을 찾으러 온 거야. 그 녀석만 넘기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주지.”“없던 걸로 한다고?”성현도가 그 말에 어이없어 헛웃음이 나왔다.“너 지금 누굴 상대로 협상하려 드는 거야? 난 성씨 가문의 직계야. 날 건드리면 상대해야 할 건 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가문 전체라고.”그때, 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곧이어 검은색 전투복을 입은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이 남자들은 전부 성씨 가문의 경호원이었고 실력도 만만하지 않았다.그것도 한둘이 아니라 무려 50명 이상이었다.한순간에 텅 비어 있던 로비가 사람들로 꽉 찼다.“저 자식 끝났네. 이 정도 성씨 가문 인원이라면 아무리 강해도 버틸 수가 없지.”“그러게 말이야.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없잖아.”“왜 쓸데없이 성현도를 건드린 거지? 스스로 무덤을 판 거잖아.”구경꾼들은 이 광경에 각자 다른 감정을 보였다.누군가는 동정을, 누군가는 아쉬움을, 또 누군가는 짙은 흥미를 보였다.“사연아, 넌 좀 쉬어. 이놈들은 내가 처리할게.”진서준이 앞으로 나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2화

    얼마 지나지 않아 키가 거의 2미터에 달하는 거구의 사내가 찻집 안으로 들어왔다.남자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엄청난 위압감이 느껴졌다.“상철아, 저놈 다리 하나 부러뜨려서 내던져.”성현도가 진서준을 가리키며 명령했다.“알겠습니다.”상철은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진서준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서준아, 내가 할게.”허사연의 눈에는 불꽃 같은 전투욕이 타올랐다.“조심해. 저 녀석은 횡련 종사야.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진서준이 조용히 귀띔했다.“알았어. 설령 못 이긴다고 해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사연이 장난스럽게 웃었다.진서준이 곁에 있는 한, 허사연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이봐, 사내자식이 여자 뒤에 숨는 게 말이 돼?”상철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이봐, 껑충이. 여자를 얕보지 마. 일단 이기고 나서 말해.”허사연이 상철을 도발했다.“아가씨, 그런 기생오라비 말고 날 따르지 그래? 밤마다 널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데?”상철이 음흉하게 웃었다.“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얼굴이 싸늘해진 허사연이 주먹을 날렸다.강렬한 펀치가 공기를 가르며 폭발음을 일으켰고 그 위력은 철판도 뚫을 수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상철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내가 가만히 서 있어도 넌 날 어쩔 수 없어.”“닥쳐!”허사연이 분노에 차 주먹을 그대로 상철의 얼굴로 내리꽂았다.상철은 일부러 머리를 숙이며 대머리 정수리로 받아냈다.쿵!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주먹이 상철의 머리를 강타했으나 대머리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허사연이 몇 걸음 물러섰다.순간 손에 뜨거운 통증이 밀려왔고 뼈가 부서질 것 같았다.손을 확인하자 하얀 피부였던 손등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상철은 자기 머리를 한번 쓸어내리더니 빙그레 웃었다.“아가씨, 이제 내 실력을 알겠지?”그 모습에 허사연의 승부욕이 다시 불타올랐고 콧방귀를 뀌며 다시 달려들었다.이번에는 다리를 높이 들어 올려 상철의 머리를 내려찍었다.‘머리가 단단하다고 자랑하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1화

    이렇게 예쁘고 섹시한 여자가 싸움 실력이 이렇게 대단할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완전 여성판 이소룡이었다.“너, 너희들 정말 너무 대담한 거 아니야? 여기가 어디인지 알기나 해? 어디서 대놓고 싸움질이야?”종업원은 순간 놀란 뒤 분노에 찬 얼굴로 진서준와 허사연을 가리켰다.찻집이 문을 연 이후로 이렇게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진서준과 허사연이 첫 사례였다.주변의 구경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싸움 좀 하면 뭐해? 여긴 성씨 가문의 구역이야. 성씨 가문에서 한마디만 하면 저 남녀는 오늘 밤중으로 사라지겠지.”“어휴, 저 여자 너무 아까워. 저렇게 예쁜데 왜 죽지 못해서 안달이지?”“여자는 살 수도 있겠지만 남자는 무조건 죽을걸.”사람들은 저마다 수군거리며 이미 진서준과 허사연의 결말을 예상하는 듯했다.“그럼 네 말대로라면 내가 널 때린다 해도 얌전히 맞고 있어야 한다는 거야?”허사연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업원에게 다가갔다.“오지 마!”종업원은 겁에 질려 연신 뒷걸음질 쳤다.“어떤 미친놈이 내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그 순간, 2층에서 한 사람이 내려왔다.모두가 일제히 시선을 돌려 그 사람을 확인하자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성현도가 오늘 여기 있었네?”누군가 그 청년을 알아보았다.“저 둘 끝장났네. 성현도는 악명 높은 냉혈한이야.”그 청년은 바로 찻집의 사장인 성현도였다.성현도는 르벨 재벌 2세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친구에게는 무조건 의리를 지키지만 적에게는 무자비했다.성현도의 고문 방법은 수도 없이 많았고 게다가 무인으로서 무공 실력도 상당했다.“사장님, 저 남녀가 와서 난동을 부렸어요.”종업원은 성현도를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장이 나온 걸 확인한 허사연은 주먹 한 방에 종업원을 기절시켜 버렸다.“뭐야?”성현도의 눈이 가늘어졌고 표정이 험악해졌다.자기 앞에서 대놓고 부하를 때리다니, 이건 너무나도 명백한 도발이었다.“아가씨, 우리 처음 보는 사이 맞지? 우리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50화

    그리고 오후 2시가 되자 진서준은 허사연을 데리고 조호가 말한 천국찻집으로 향했다.겉모습만 보면 이 찻집은 진짜 전통찻집 같았고 규모도 꽤 컸다.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1층과 2층까지는 정말 평범한 찻집처럼 꾸며져 있었고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려면 회원권이 있어야 하거나 사장이 직접 허락한 사람만 출입할 수 있었다.“손님, 아가씨,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진서준과 허사연이 차를 마시러 온 줄 안 종업원이 빠르게 달려와 안내하려 했다.“그럴 필요 없어. 난 하경범을 찾으러 왔거든.”진서준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네?”종업원이 순간 얼어붙었다.“혹시 하씨 가문의 하 도련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맞아.”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손님은 누구신지...”종업원이 신중하게 물었다.진서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냥 복수하러 왔다고 전해.”그놈 아버지라고 하는 건 자기를 모욕하는 것과 같았고 친구라고 하기도 기분이 더러웠다.그 말에 종업원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손님, 여기서 장난치지 마세요.”하경범은 르벨에서 유명한 재벌 2세였다.이 찻집의 사장과도 막역한 사이였고 여기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었다.“왜? 못 믿겠어?”진서준이 피식 웃으며 되물었다.“손님, 하 도련님에게 복수하려던 사람은 단 하루도 살아남지 못했습니다.”종업원이 경고하듯 말했다.“그런 농담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닙니다.”그 말을 듣자 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전해. 그 하경범이 두들겨 맞고 나자빠지게 했던 진서준이 왔으니 당장 기어 나오라고 말이야.”진서준의 뻔뻔한 태도에 종업원은 어이가 없었다.“좋습니다. 손님이 그렇게 죽고 싶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드리죠.”종업원은 바로 무전기를 꺼내 들었다.“문제 발생했습니다. 난동자가 있습니다.”쿵! 쿵!급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건장한 남자 스무 명이 들이닥쳤다.전부 검은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9화

    진서준과 허사연은 차를 타고 조호의 회사로 향했다.이 회사는 그냥 겉치레일 뿐, 진짜 돈이 들어오는 곳은 유흥업소들이었다.유흥업소를 얕잡아보면 안 된다.운 좋게 돈 많은 도련님들이라도 걸리면 하룻밤에 수억 원이 순식간에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진서준 씨!”진서준이 들어서자 조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조호는 진서준 옆에 있는 허사연을 힐끗 쳐다본 뒤 고개를 숙이고 감히 더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잡담은 그만하고 하경범을 잡아가는 제일 좋은 타이밍만 말해.”진서준이 직설적으로 물었다.이 말에 조호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매일 오후마다 하경범은 천국찻집이라는 곳에 갑니다.”조호는 재빨리 대답했다.“보통은 경호원 몇 명만 데리고 가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얼씨구? 저런 인간이 매일 차나 마시러 간다고?”진서준은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그게... 진서준 씨, 사실 그곳은 이름만 찻집이지 실제로는...”조호는 옆에 여성이 있다는 걸 의식해서 말을 흐렸지만 진서준은 그 뜻을 단번에 알아챘다.“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차를 마시는 곳이 아니라 그냥 인기 많은 인터넷 셀럽이 가득한 고급 유흥업소일 것이다.“진서준 씨, 듣자 하니 그 찻집의 주인은 성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합니다. 진짜로 움직이실 거라면 하경범이 이동 중일 때를 노리는 게 좋을 겁니다.”조호가 조심스럽게 조언했다.“응? 성씨 가문이 이런 사업도 해?”진서준은 흥미롭다는 듯 눈썹을 꿈틀거렸다.진서준은 오영수에게서 성미영에 대한 정보를 들은 적이 있었다.정의로운 성격의 성미영이 자기 가문에서 이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터였다.“네, 듣기로는 성씨 가문의 한 직계 후손이 운영한다고 합니다. 여자에 미쳐 있는 놈이라 르벨의 돈 많은 도련님들과 꽤 친분이 깊다고 하더군요.”조호는 본인이 아는 정보를 전부 쏟아냈다.“좋아, 대충 알겠어.”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조호의 회사를 나온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8화

    진서준이 허사연의 캐리어를 들어주며 옆방으로 걸어갔다.그 뒷모습을 보며 도지아는 부러움이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인간은 원래 모여서 사는 걸 선호하는 동물이다.사회를 벗어나서 혼자 살아가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가족도 친구도 없이 너무 오래 지내다 보면 결국 감정 없는 시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어버린다.그렇게 되면 사람과 짐승의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어제 전화할 때 그랬었지? 이번에 너 자기 출신을 찾으러 온 거라고.”호텔 방으로 돌아온 후, 허사연이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너 원래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잖아?”“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가 예전에 말해주셨어. 사실 우리 아버지는 어릴 때 길에서 주워 온 아이였다고.”진서준은 허사연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허사연이라면 이 비밀을 절대 밖으로 흘리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었다.“뭐라고? 아버님이 주워 온 아이라고?”허사연이 깜짝 놀랐다.“그래. 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건 나뿐이야. 가족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나한테만 알려주셨지.”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마 전, 오영수가 내 등에 있는 용을 보고는 내가 용맥의 일족이라고 했어. 그래서 오영수를 따라 여기 와서 오영수 셋째 삼촌에게 내 출신에 관해 알아보려 했던 거야.”“네 등에 용이 있다고? 난 한 번도 본 적 없는데?”허사연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동안 둘이 알몸으로 함께한 시간도 적지 않은데 허사연은 한 번도 본 기억이 없었다.“내가 체내 혈기를 모을 때만 그 용이 나타나거든.”진서준이 설명을 이어갔다.“그런데 오영수 삼촌이 아직 돌아오질 않아서 일단은 여기서 며칠 기다려야 해.”“아니, 그럼 오씨 가문에서 널 안 재워줬어?”허사연이 의아해했다.명문대가인 오씨 가문에 빈방이 없을 리가 없었다.“그날 오영수를 찾아갔는데 마침 오영수 할아버지가 위중했어. 그리고 그 집안엔 그 어르신을 그냥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지.”진서준이 담담하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7화

    “진짜 예쁜 새색시 숨겨놓고 있었네?”허사연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누구라도 자기 남자 방에 예쁘고 몸매가 완벽한 여자 하나가 같이 있는 걸 보면 의심 안 할 수가 없었다.게다가 지금은 아침이었다.설마 이 여자가 아침에 막 찾아온 건 아니겠지?“사연아, 오해야. 내가 제대로 설명할게.”진서준은 머리가 띵해졌고 뇌가 지진이라도 난 것 같았다.“아가씨, 오해하지 마세요. 어제 저랑 진서준이 같은 방에서 잔 건 맞지만 진짜 아무 일도 없었어요. 저 밤새 한숨도 못 잤다니까요?”도지아가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네? 밤새 안 자고도 아무 일 없었다고요?”허사연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되물었다.“설마 밤새 불태우느라 못 잔 건 아니겠죠?”허사연의 농담과 진담이 뒤섞인 말에 진서준은 헛웃음만 나왔다.“사연아, 이쪽은 도지아야. 우리 진짜 그냥 친구야. 일단 들어와. 천천히 설명할게.”허사연이 방에 들어오자 진서준은 서로에게 소개했다.그러고는 이 방에서 일어난 상황을 설명했다.“도지아는 황예은이 소개해 준 환자야. 다리 치료를 부탁받았거든. 종아리를 봐봐. 이틀 전에 내가 직접 발라준 연고가 있어.”허사연이 내려다보자 확실히 연고가 발라져 있었다.“그리고 도지아가 밤새 안 잔 건 원기를 수련하느라 그랬던 거야. 너도 예전에 수련한다고 며칠씩 안 잔 적 있잖아?”허사연은 오해가 풀리자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내가 뭐 어쨌다고 그렇게 호들갑이야?”“혹시라도 오해할까 봐 그러는 거잖아.”진서준이 빠르게 대답했다.“뭐야? 내가 그렇게 의심 많고 질투 많은 여자로 보여?”허사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 아니지. 우리 사연은 누구보다 속이 넓은 부드러운 여자지.”진서준이 급히 정정했다.“됐어, 너 겁먹은 거 너무 귀엽다.”허사연이 피식 웃었다.“넌 여기 좀 쉬고 있어. 내가 방 하나 잡고 올게.”진서준은 더 머뭇거릴 틈도 없이 벌떡 일어나 나가 버렸다.진서준의 뒷모습을 보며 허사연은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도지아 씨, 진서준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6화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