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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신랑 미리 훔쳐보기

Author: 연월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0 18:51:28

그날 오후, 언니가 가영을 방으로 불렀다.

"가영아."

"응."

"신랑 될 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 혹시 들은 거 있니?"

언니는 수를 놓던 손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이었다. 혼례가 열흘 남았는데 신랑 얼굴을 한 번도 못 봤다. 이 시대 처자들에겐 흔한 일이었지만 흔하다고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중매 할멈 말로는 풍채가 좋으시대."

"풍채가 좋다는 건 뚱뚱하다는 뜻이잖아."

“그렇게 해석하면 그렇긴 한데....”

"게다가 학식이 높으시다고 하더라."

"그건 좋은 거잖아."

"학식이 높다는 건 얼굴은 볼 거 없다는 뜻이야. 얼굴이 잘났으면 얼굴 얘기를 먼저 했겠지."

가영은 반박할 말을 찾다가 포기했다. 언니 말이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언니가 수틀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 얼굴이 너무 시무룩해서, 가영은 그만 입을 열고 말았다.

"내가 보고 올게."

"뭐를?"

"언니 신랑 얼굴. 내가 보고 와서 알려줄게."

"너 미쳤니? 사내 집을 어떻게 간다는 거야?"

"걱정 마. 나 그런 거 잘해."

분이가 문밖에서 아주 작게 "안 돼요. 안돼." 하고 중얼거렸지만, 이미 늦었다.

반 시진 뒤, 남촌 어느 대갓집 담장 위로 갓 하나가 빼꼼 올라왔다.

정확히는, 사내 옷을 빌려 입고 갓을 눌러쓴 가영이 분이의 등을 밟고 담장에 매달려 있었다.

"아가씨, 빨리요. 허리 끊어져요."

"조금만. 사랑채에 누가 있어."

사랑채 마루에 젊은 선비 하나가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가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풍채가 좋다는 말은, 다행히 거짓말이었다. 오히려 마른 편이었다. 학식이 높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았다. 책을 거꾸로 들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얼굴은…….

"분아, 잘생겼다!"

"정말요?"

"응. 코도 반듯하고, 눈매도 순하고. 얼굴도 허여멀거니 언니가 좋아하겠다."

"그럼 이제 내려오세요. 저 진짜 허리가……"

그때 선비가 고개를 들었다.

정확히 담장 쪽을 보았다. 정확히, 가영과 눈이 마주쳤다.

둘 다 굳었다.

선비가 책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가영은 머릿속이 하얘졌다. 들켰네. 어쩌지 이러다 언니 혼사가 깨지면, 아버지가 기절을 하실테고 어머니는 날 죽이시겠지...

“야옹.”

선비가 멈춰섰다.

담장 아래에서 분이가 소리 없이 무너지는 기척이 났다. 그 바람에 가영의 발판이 사라졌고, 갓 쓴 고양이는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담장 아래에서 "아가씨! 괜찮으세요?" "괜찮아, 뛰어!" 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선비는 한참 동안 담장을 바라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다.

그리고는 아무일 없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날 저녁, 가영은 무릎에 멍이 든 채로 언니에게 보고했다.

"잘생겼어. 안 뚱뚱해. 오히려 마른 듯 했고, 눈매가 순해. 그리고……"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것 같아."

"그게 무슨.."

"암튼 그런게 있어. 그냥 얼굴 걱정은 하지 말라는 뜻이야."

언니는 무슨 소린지 몰라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날 밤 처음으로 걱정 없는 얼굴로 먼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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