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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심심한 가영

Author: 연월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3 13:06:37

언니의 혼례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어머니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초야를 치를 신방을 꾸미기 위해 새로 들여 놓은 원앙금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침모를 시켜 새로 만들라 이르기도 하고 언니의 혼례복이 헐렁해 새로 수선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가영은 그런 집안 꼴이 답답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도둑같이 집안 살림을 거덜내며 시집가는 언니지만 막상 떠나 보내야 한다는 착찹함에 괜한 한숨만 늘어 갔다.

"분이야! 나 심심해! 속도 좀 상하고."

"아씨 왜 그러시어요?"

"어제 언니 신랑을 보고 오니 이제 진짜 언니가 시집 가는 게 실감이 나."

"에구 아씨, 멀지도 않은 곳에 시집가시는 거잖아요, 삼 백 걸음이면 가는 곳인데.."

"그래도 그렇지가 않아, 매일 끼고 놀려먹을 언니가 없단 말이지."

분이는 철없는 아씨를 보자니 귀엽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여 허공을 보며 헛웃음을 웃었다.

"분이야, 혹시 재미난 이야기 없어?"

"재미난 이야기야 많지만 아직 시집도 안간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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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정 무렵, 진 참판 댁 지붕에는 흰 그림자와 검은 그림자가 각기 팔짱을 끼고 선영의 방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이제 다들 잠들었을 거요. 들어가십시다."이현이 창호지 문에 손을 대자 방 안 가득 흰빛이 스며들었다."되었다.""오늘은 어떤 꿈을 꾸게 해주면 좋으려나."강호준의 얼굴에는 새 신부와의 밤이 한껏 기대되는 미소가 번졌다."천마 나리, 오늘도 즐겁게 보시오. 소인 최선을 다할 테니."방 안에서는 선영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 곁에 누운 가영이 잠결에 언니 소매를 꼭 쥐고 있었다.한잠 들었던 선영은 불현듯 들려오는 오묘한 소리에 눈을 떴다.사방이 꽃밭이었다. 자세히 보니 혼수를 만들며 자신이 한 땀 한 땀 놓은 수가 모두 실제가 되어 정원을 이루고 있었다. 흐드러진 모란 사이로 형형색색의 나비가 날아다니니, 극락이 있다면 이런 곳이려니 싶었다.그 순간 선영의 눈앞에 거대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검은 도포를 제대로 여미지도 않은 사내가 속살을 반쯤 드러낸 채 선영에게 슬그머니 다가오고 있었다. 얼굴에는 금방이라도 사람을 홀릴 듯한 미소가 흘렀다.선영에게 손을 뻗던 호준이 순간 멈칫하며 그 자리에 섰다.모란 덤불 너머에 잠옷 차림의 처자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있었다."너는 누구냐?""그럼 그쪽은 뉘신지요?"멍하니 서있는 선영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의 팽팽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나…… 나, 나는 그 뭐랄까…… 흠. 그나저나 누가 신부요?""저 이옵니다만……."선영이 얼떨결에 대답했다."그럼 저쪽은?""나는 신부 동생이오만!""천마 나리, 좀 이상하오. 정리 좀 해주시오. 저 처자가 왜 여기에…….""그러는 그쪽은 옷도 입다 말고 여기는 왜 오셨소?"당찬 가영과 달리 선영은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호준이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그럼 오늘은 내가……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건가?"순간 가영의 머릿속에 낮에 들은 분이의 이야기가 번쩍 떠올랐다."무슨 망측한 소리요!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8화 심심한 가영

    언니의 혼례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자 어머니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초야를 치를 신방을 꾸미기 위해 새로 들여 놓은 원앙금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침모를 시켜 새로 만들라 이르기도 하고 언니의 혼례복이 헐렁해 새로 수선하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가영은 그런 집안 꼴이 답답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 도둑같이 집안 살림을 거덜내며 시집가는 언니지만 막상 떠나 보내야 한다는 착찹함에 괜한 한숨만 늘어 갔다."분이야! 나 심심해! 속도 좀 상하고.""아씨 왜 그러시어요?""어제 언니 신랑을 보고 오니 이제 진짜 언니가 시집 가는 게 실감이 나.""에구 아씨, 멀지도 않은 곳에 시집가시는 거잖아요, 삼 백 걸음이면 가는 곳인데..""그래도 그렇지가 않아, 매일 끼고 놀려먹을 언니가 없단 말이지."분이는 철없는 아씨를 보자니 귀엽기도 하고 한심스럽기도 하여 허공을 보며 헛웃음을 웃었다."분이야, 혹시 재미난 이야기 없어?""재미난 이야기야 많지만 아직 시집도 안간 아가씨가 들으실 이야기는 아니어요.""그럼 넌!! 시집도 안 간 처녀가 그런 재미난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대?""아가씨랑 저랑 같아요? 아씨는 그야말로 양반댁 금지옥엽인걸요.""나한테 하나만 해다오, 듣고 나서는 입 꾹 다물고 있을테니.""안되요 아씨! 행여라도 마님이 알기라도 하시는 날에는 경을 치실 겁니다."분이는 고개를 연신 저어대며 안된다고 했지만 그게 오히려 가영의 호기심을 자극했다."너 이거 아무한테도 말하지마!“"뭔데요?“"있잖아, 어멈들이 신방에서 신부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면서 몰래 가져온 책이 있거든, 막 그림 있고 그런 거.""춘화여?" 분이의 얼굴이 화롯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응, 맞어 춘화! 나 그거 몰래 봤어, 언니가 방에 숨겨 둔거 언니 없을 때 몰래 뒤져서..""옴마야 아씨! 그걸..." 분이가 입을 틀어 막고는 철딱서니라고는 일원 반푼어치도 없는 아가씨를 흘겨보았다."그런데 분이야, 난 아무리 봐도 그게 뭐하는 건지를 모르겠더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7화 소희의 혼례

    오늘도 호준은 검은 머리를 느러뜨린채 소희의 배위에 올라 최선을 다해 삽입질을 해댔다.둘의 신음과 교성이 하늘까지 올라 달에 있는 토끼가 방아를 멈출때 그들의 격렬한 정사는 끝이 났다."10일 동안 즐거웠소?""네. 소녀도.... 앞으로도 밤에 오시나요?""아니. 난 오늘 밤을 끝으로 다시는 오지 않소.""어찌........?""그대는 그대의 지아비와 밤을 함께 해야하오! 난 여기까지요.""도련님이 그리우면.. “소희는 벌거벗은 몸을 일으켜 그의 몸 위로 올라 탔다."흠... 이젠 그대의 지아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시구려. 행여 마음에 안든다 한들 어쩌겠소. 그대의 운명이니.."어느새 그는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와 짧은 입맞춤을 남기고 사라졌다. 소희의 눈에선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가만히 보니 이건 여인들한테 할 짓이 아닌 듯해.""내가 그만큼 기술이 좋다는 이야기요. 어차피 서방이랑 하면 난 잊을 것이니 걱정 마시오."이현은 울고 있는 여인을 생각에 잠긴 듯 바라보았다. 잠시 후 소매 안에서 작은 병을 하나 꺼내 뚜껑을 열자 안에 있는 물이 그녀의 입으로 흘러 들어갔다얼마 전 구렁이와의 밤을 못 잊은 여인이 남편을 구박해대는 통에 부부간의 사이가 벌어진다는 소문을 들은 이현이 구해 온 약이었다.내하교 난간에 기대앉은 노파가 국자로 솥을 휘저으며 이현을 올려다보았다."또 왔나, 백마.""천마요. 한 사발.""누구 거? 이번 달 망자 명부엔 자네 몫이 다 찼는데.""산 사람것이오."국자가 멈췄다. 맹파할멈이 눈을 가늘게 떴다."산 사람한테 내 탕을 먹이겠다고? 그럼 그 사람은 제 어미 얼굴도 잊고 숟가락 쥐는 법도 잊을 텐데.""그러니 묽게 만들어 주시오, 닥 열흘의 밤 기억만 잊게.""열흘?" 맹파할멈이 낄낄 웃었다. "열흘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것만 도려내겠다는 겐가."이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맹파는 그 침묵을 오래 곱씹어 보더니, 솥에서 한 국자를 떠 작은 호리병에 붓고 맑은 물을 아홉 번 섞었다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6화 소희의 둘째날

    소희는 따뜻한 물에 목욕을 마치고 깨끗하고 단정하게 깔아 놓은 이불 안으로 들어갔다. 어젯밤 그가 남긴 여운이 아직 남아 있는지 그녀의 아랫도리가 생각만으로도 살짝 젖기 시작했다."오늘은 안 오시려나? 소문에는 매일 이라던데.."이런저런 생각이 드니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이현! 아니 잠을 자야 뭘해도 할꺼 아닌가? 그냥 할수도 없고.. 쩝""내가 잠까지 재워야해! 그러니 어제 좀 살살하지!""아니..그게 맘처럼 되는가? 하다보면 그렇지.."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현이 그녀의 눈에 은빛이 흐르는 가루를 흩자 어느새 그녀는 꿈속으로 빠져들었다."고맙소!! 열심히 해보리다."연분홍빛 장막이 드리워진 넓은 침상 위에서 소희가 눈을 떴다. ‘여긴 어디지? 내방은 아닌데..’ 두리번거리던 그녀의 앞에 강호준이 검은 천으로 아래만 가린 채 나타났다."낭자, 나 기다렸소?""그게... 그러니까...기다린건 아니고...""기다린건 아니고..? 보고싶고 맛보고 싶은게로군."어느새 침상 위로 슬그머니 올라온 그가 소희의 턱을 커다란 손으로 쥐고는 살짝 입을 맞추었다."오늘은 어떤 것들을 알려줄까..? 흠... 벗어!!""네?" "옷 벗으라고!" "제가요?" "응! 옷 벗는 여인네 보는 맛도 꽤나 쏠쏠하거든."소희는 무엇에 홀린 듯 옷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얇은 적삼을 벗고 치마를 벗자 봉긋한 젖가슴이 드러났다. 침상에 비스듬이 누워 바라보던 호준의 입에서 낫게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러고는 속곳만 남겨두고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앉은 소희의 두 다리를 잡아 자기 앞으로 쭉 당겨 눕혔다. 속곳 사이로 그녀의 음부가 들어났다. 그는 자신의 아랫도리를 가리고 있던 천을 벗어 휙 던지고는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그의 혀가 사정 없이 그녀의 입안으로 밀고 들어왔고 그의 커다란 몸은 그녀 위를 짓이기듯 문질러댔다. 그녀의 입에서 교성이 흘러나왔다. 참으려고 입을 틀어막아 보았지만 터져나오는 신음을 막을 길이 없었다."그냥 소리 질러도 돼. 나만 들을 거야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5화 신랑 미리 훔쳐보기

    그날 오후, 언니가 가영을 방으로 불렀다."가영아.""응.""신랑 될 분이 어떻게 생겼는지 너 혹시 들은 거 있니?"언니는 수를 놓던 손을 멈추고 진지한 얼굴이었다. 혼례가 열흘 남았는데 신랑 얼굴을 한 번도 못 봤다. 이 시대 처자들에겐 흔한 일이었지만 흔하다고 궁금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중매 할멈 말로는 풍채가 좋으시대.""풍채가 좋다는 건 뚱뚱하다는 뜻이잖아."“그렇게 해석하면 그렇긴 한데....”"게다가 학식이 높으시다고 하더라.""그건 좋은 거잖아.""학식이 높다는 건 얼굴은 볼 거 없다는 뜻이야. 얼굴이 잘났으면 얼굴 얘기를 먼저 했겠지."가영은 반박할 말을 찾다가 포기했다. 언니 말이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언니가 수틀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그 얼굴이 너무 시무룩해서, 가영은 그만 입을 열고 말았다."내가 보고 올게.""뭐를?""언니 신랑 얼굴. 내가 보고 와서 알려줄게.""너 미쳤니? 사내 집을 어떻게 간다는 거야?""걱정 마. 나 그런 거 잘해."분이가 문밖에서 아주 작게 "안 돼요. 안돼." 하고 중얼거렸지만, 이미 늦었다.반 시진 뒤, 남촌 어느 대갓집 담장 위로 갓 하나가 빼꼼 올라왔다.정확히는, 사내 옷을 빌려 입고 갓을 눌러쓴 가영이 분이의 등을 밟고 담장에 매달려 있었다."아가씨, 빨리요. 허리 끊어져요.""조금만. 사랑채에 누가 있어."사랑채 마루에 젊은 선비 하나가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가영은 눈을 가늘게 떴다. 풍채가 좋다는 말은, 다행히 거짓말이었다. 오히려 마른 편이었다. 학식이 높다는 말은 맞는 것 같았다. 책을 거꾸로 들고 있지는 않았으니까. 얼굴은……."분아, 잘생겼다!""정말요?""응. 코도 반듯하고, 눈매도 순하고. 얼굴도 허여멀거니 언니가 좋아하겠다.""그럼 이제 내려오세요. 저 진짜 허리가……"그때 선비가 고개를 들었다.정확히 담장 쪽을 보았다. 정확히, 가영과 눈이 마주쳤다.둘 다 굳었다.선비가 책을 내려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가영은 머릿속이

  • 천마몽(天馬夢) -백마가 꿈길을 건너오면   4화. 진 참판 댁

    진 참판 댁의 아침은 닭보다 안주인이 먼저 깨웠다."비단 들어온다! 대문 활짝 열어라! 아니, 그쪽 말고! 그건 사돈댁 보낼 예단이고! 개똥아, 너 지금 그걸 거꾸로 들고 있잖니!"마님의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 이웃집 장독대까지 흔들 즈음, 안채 뒷마루 밑에서 치맛자락 두 개가 살금살금 기어 나왔다."아가씨, 이러다 걸리면 둘 다 죽어요.""쉿. 안 걸리면 둘 다 산다니까."진가영은 머리에 붙은 거미줄을 털며 주위를 살폈다. 오늘 아침에만 벌써 세 번째 탈출이었다. 첫 번째는 언니 버선 짝 맞추기, 두 번째는 예단 목록 받아 적기, 세 번째는 무려 언니 혼례복 동정 다는 일이었다. 바느질 솜씨가 집안의 수치라는 평을 들은 지 오 년째인 가영에게 혼례복을 맡긴다는 건, 어머니가 드디어 정신이 혼미해지셨다는 뜻이었다."제가 보기엔 마님이 아가씨 바느질 실력을 잊으신 게 아니라, 붙잡아 둘 핑계가 필요하셨던 것 같은데요.""그러니까 도망치는 거잖아."“그거 그렇네요.”몸종 분이가 한숨을 쉬었다. 가영보다 두 살 많은 분이는 이 집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고, 동시에 가장 운이 나쁜 사람이었다. 가영의 몸종이었으니까.둘이 숨어든 곳은 광 옆 곳간이었다. 혼수로 들인 비단 궤짝이 천장까지 쌓여 있어서, 어머니가 아무리 찾아도 이 안까지 들여다볼 리는 없었다."여기면 점심때까진 안전해."가영이 궤짝 하나에 등을 기대며 기지개를 켰다. 그 순간 궤짝이 끼익, 하고 기울었다."아가씨.""괜찮아. 무거운 거라 안 넘어……"넘어갔다.맨 위 궤짝이 기울자 그 아래 궤짝이 밀렸고, 그 아래 궤짝은 그 옆 궤짝을 쳤다. 분이가 비명을 지르며 가영의 소매를 잡아당겼고, 둘이 바닥에 엎어지는 동시에 궤짝 뚜껑이 연달아 열리며 비단이 폭포처럼 쏟아졌다.다홍, 연두, 쪽빛, 치자색. 곳간 안이 순식간에 무지개빛 비단 바다가 되었다.한참 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예쁘다.”비단 더미 속에서 고개만 내민 가영이 중얼거렸다."지금 그 말이 나오세요?""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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