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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二十七

Author: 김굉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13 17:00:00

“훌륭하네. 호위는 입이 무거워야하지.”

강현은 가느다랗고 서늘한 민하의 손가락이 뒷머리를 흩트리고 어깨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가만히 있었다. 호위대상이 위험에 처하지 않는 한 먼저 손대지 않는다. 민하의 손은 앞으로 와서 강현의 가슴팍을 더듬고 배를 쓰다듬었다.

“단단해. 제법 잘 팔리겠어.”

손은 계속 내려가 허리춤을 조금 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강현은 어금니만 강하게 물 뿐 자세는 그대로 유지했다. 여긴 주인이나 용병이나 변태들 뿐이다.

“좋네. 남자는 특히나 여기가 좋아야 가격을 잘 받지. 이왕이면 세워줬으면 좋겠는데, 나로는 안 되나봐. 네 소꿉친구 정도는 되어야 하나보지?”

계속되는 손장난에 강현은 민하를 빤히 내려다보았다. 민하는 원래도 까맣지만, 빛을 잃고 한껏 어두워진 눈동자와 마주하였다. 아득한 경고의 눈빛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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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향   철향鐵響 六十二

    ”안내해.” 도라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 강원을 쳐다봤다. 강원은 동생을 잘 추슬러 어깨동무를 하고 걷는 것처럼 만들어놨다. 아직 강현의 눈은 감겨있다. 도라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인상을 구겼다. “형제 맞네.” 형제가 아주 명령질이 습관이다. 그러나 강현이 아닌 저쪽의 명령은 거절이다. 어차피 형이 데리고 가는 것이니 별일 없을 것이다. 슬쩍 몸을 물리는데, 발목에 무언가 차르르 걸린다.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다. 균형을 잡고 발을 내려다보니 왼 발목에 이절곤이 걸려 있다. 고개를 휙 돌려 강원을 바라본다. 이쪽을 향해 한쪽 발을 쭉 뻗고 있다. 보아하니 강현의 허리에 있던 이절곤을 뽑아 발로 차서 여기로 날린 것이다. 제대로 쓰는군. 도라는 피식 웃었다. 이절곤이나 삼절곤은 본래 달리는 말의 발을 걸기 위한 무기다. 나를 말 취급을 해주시니 황송하다고나 할까. ”이렇게 쉽게 내어주고 간다고? 내가 강현의 형이 아니면 어쩌려고 이러지?” “이야. 어느 장단에 놀아나야 천치 소리를 면할까나. 댁이 직접 강현네 형이라고 나불거렸잖아. 내 옆의 예쁜이 이름도 알고, 세검을 쓰는 인간은 흔치 않고, 형제라면 같은 무공을 익혔을 거고.” 도라는 몸을 숙여 발에 걸렸다 바닥에 떨어진 이절곤을 주워 강원을 향해 던졌다. ”흐음. 그리고 동생만 못하지만 닮긴 닮았고. 궁 안에서 무기를 써도 되는 신분이라면 강현을 맡겨도 되겠다 싶었을 뿐이야. 내 이름은 도라야.” 이절곤을 가볍게 받아 든 강원이 고개를 까닥했다. “네가 게으른 칼이군. 내 아우를 데려가려던 곳이 있을 거 아냐.” “그저 저기 앞에 있는 의방에 눕혀두려 했을 뿐이야. 편히 자라고.” 강원은 고개를 한 번 젓고는 도라에게만 들리게 작고 빠르게 속삭였다.

  • 철향   철향鐵響 六十一

    ”은신술 배우는데 오래걸리나?” 옷을 대충 입기에 순식간에 입은 도라가 귀를 붙잡고 있는 강현의 앞으로 왔다. 평상에 걸터앉아 눈을 내리깔고 있다. 정수리에 하나로 올려묶은 머리채가 말총처럼 흘러내려와 있다. 뭐 이것도 나쁘지 않다. 두상도 동그라니 예쁘니까. “사람마다 다르지. 근데 넌 좀 힘들텐데……. 존재감이 너무 커.” “생긴 거 때문인가. 그런 거라면 너도 꽤나 튀는데.” “으음. 외모랑은 다른건데. 넌 눈을 끌지만 난 딱히 기억에 남는 외모는 아니야. 금발에 파란 눈이지만 그거 말고는…. 그려보라면 썩 닮게 그려내진 못할껄?” 강현이 고개를 들어 도라를 바라본다. 도라는 깊고 검은 눈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너 시비 잘 붙지?” 강현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 올라간다. “젠장. 나도 알아, 안다고. 좆같이 만만하게 생겼으니까.” “그게 아니야. 무시하기 힘들어서 그렇지. 그냥 지나가면 괜히 지는듯한 기분이 들거든. 나처럼 약해보이고 만만해보이면 개무시를 하지 시비를 왜거냐? 개는 무서울 때 짖어. 손 좀 치워봐.” 강현은 잠시 도라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물끄러미 바라보다 귀를 강하게 누르고 있던 손을 내렸다. 굳어지기 시작한 피가 진득히 묻어나며 피칠갑을 한 귀를 드러냈다. 그래도 지혈은 되었다. 깊게 베지 않았음에도 끝이 살짝 벌어져 있다. 도라는 수건을 적셔오지 않고 강현의 젖은 비단옷을 가져와 피를 살살 닦아냈다. 강현은 별말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에 입는 옷이라 얼룩이 생겨도 상관은 없다. “꿰맬래?” “아니. 뭐 이정도 가지고.” 손으로 만져봤기에 상처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안다. 어차

  • 철향   철향鐵響 六十

    또 한바탕 치른 후 탈의실로 오니, 강현이 검 끝으로 손톱을 다듬고 있다. 머리는 아직 덜 말랐는지 수건으로 덮고 있고, 옷은 대충 걸치고만 있다. 아직 여미지 않아 자잘한 근육이 조밀하게 짜인 배와 울퉁불퉁하게 드러난 흉골 옆으로 점점 판판해지는 가슴팍이 드러나있다. 등판과 달리 앞에는 흉이 거의 없다. “너 무슨 채찍질이라도 당했니? 뭔 흉이 등에만 그리 많아? 네 실력으로 등 뒤를 보일 일은 딱히 없었을텐데?” “많아. 월국의 사람들은 산과 숲을 움직인다고 여겨질 정도로 잘 숨지. 모든 작전이 기습이야. 그리고 밤에 전투가 이루어지는 일이 많아서 아군에게 당한 상처도 수두룩해.” 도라는 흐으응 콧노래를 부르며 수건을 꺼내 머리에 얹고, 강현 가까이로 다가왔다. “너희집 부잣집이라며. 근데 군대를 갔어?” “뭐. 보통 사남쯤 되면 물려받는 거 하나 없이 다 뒤집어쓰는 법이지.” 강현은 검을 칼집에 넣고, 옷을 여미고 허리띠를 둘렀다. 도라는 양손으로 수건 끝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반짝이는 눈을 강현의 코 앞에 들이밀었다. “그으러어며어느으은 너 닮은 남자가 넷은 더 있다는 소리네?” “징그러워, 미친 새끼야! 잠깐 사남이라니까. 왜 셋이 아니고 넷이야? 설마…….” “응응. 아버님도 포함.” 도라는 수건을 목에 두르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세바퀴쯤 돌고는 멈춰서 강현을 향해 찡긋 웃어보였다. “나 정했어. 이번 일 끝나면 너희집으로 갈게.” 강현은 칼을 스르릉 뽑아 내질렀다. 재빨리 몸을 틀어 검을 피한 도라가 꺌꺌대며 수건을 휘둘러 검을 휘감았다. 강현은 검을 뒤로 물려 뱀처럼 다가오는 수건을 피했다. “그게 첫번째고. 두번째는 아까 말했

  • 철향   철향鐵響 五十九

    민하의 말마따나 금군 공용 욕실은 텅 비어있다. 매일 물 묻힌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긴 했지만, 그저께 한겸 공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피를 묻힌 것도 있어 제대로 한 번 씻고 싶었다.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들어야하는데 몸이 잠겨드니 정신도 잠겨든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어 얼굴만 동동 띄운 채 한참을 잠겨 있었다. 고작 닷새인데 한달은 여기서 지낸 기분이다. 잠을 못자서 시간 개념이 엉망이 되었다. 드르륵- 욕실 문이 열리고 금발의 남자가 들어왔다. “꺄. 역시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나봐.” “넌 너무 시끄러워.” 강현은 욕조 귀퉁이로 가서 앉았다. 도라는 물살을 일으키며 그 옆으로 갔다. “진짜 어이가 없네.” 손가락 두 개로 강현의 속저고리 소매를 잡아 들어올렸다. 강현의 붉은 몸을 흰저고리와 바지가 어른거리며 감췄다 드러낸다. “휘이익-. 근데 이것도 나름 좋아. 더 야해.” 대구할 힘도 없는 강현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진짜 부탁인데. 나 일 각만 자게 그냥 놔둬주면 안 될까?” “너희집 돈 많나봐.” 강현이 입은 비단옷을 또다시 슬쩍 들었다 놓자 물 위로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도라는 윤기가 흐르는 옷감을 바라보다 감아서 더 길어보이는 강현의 눈꼬리를 바라보았다. 빽빽한 속눈썹은 녹색빛이 돌지 않고 새카맣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또렷하지 않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얘 어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구석구석 눈길이 가는 존재를 빚어냈을까. “응 많아. 근데 난 동전 한 푼 없어.” “그럼 어렵겠는데. 지금 너 나한테 값을 지불하지도 않고 한 부탁이 몇 개나 되는지 알아?” 강현은

  • 철향   철향鐵響 五十八

    민하가 폭죽을 쥐고 이리저리 흔든다. 강현은 앓는 소리를 내며 포승줄을 풀었다. 그리고는 민하에게 다가가 폭죽을 빼앗아 입에 물고, 포승줄로 민하의 늘어진 소매자락을 걷어올려 팔에 밀착되게 한 다음 목 뒤에 매듭을 지어주었다. 한결 산뜻해진 팔을 내려다보는 민하의 손에 입에 물고 있던 폭죽의 쇠꼬챙이 부분을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별 일 없었다는듯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 벽곡단을 하나 꺼내 베어물었다. 만드는 방법도 아니고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니. 정말 보다보니 더 어린아이 같다. 어른이 되면 동기는 중요하지 않아진다.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들 수 있고, 만들고 싶기에 만든다. 그것보다 결과가 중하고 앞으로 벌어질 파급효과가 훨씬 중요하다. 민하는 손에 든 폭죽이 아닌 우물거리는 강현의 입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아는 향인데.” 킁킁대며 발뒤꿈치를 올려 좀 더 가까이 다가오기에 강현은 상체를 뒤로 조금 젖혔다. 스스럼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러자 민하는 강현의 손에 남은 벽곡단 조각을 답삭 입에 물었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다! 강현의 손이 재빨리 움직여 민하의 입 밖에 나와있는 벽곡단만 걷어냈다. 차마 입속을 휘저을 수는 없었다. “에이 지지……. 아니, 그걸 왜 먹습니까?” 저도 모르게 아이 취급해버렸다. “네가 아주 맛있게 먹잖아. 궁금해지게.” 정말 궁금한 것도 많다. 다행히 어린애 취급을 한 것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근데 그렇게 맛있게 먹었나?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가. 벽곡단 자체는 모래가 빽빽하게 달라붙은 지푸라기를 씹는 맛이다. 강원이 만들어 온 것이기에 은은한 팔각향이 베어있어 기분만 조금 속여 줄 뿐이다. 씹고 있던 벽곡단을 꿀꺽 삼켜낸 민하가 혀

  • 철향   철향鐵響 五十七

    “그리 주의 깊게 들으셨습니까. 오늘 오드게렐님에게서 음식을 건네받으며 그저 아랫사람을 신경쓰는거라기엔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요? 하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제가 오히려 그곳에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강원은 안심시키듯 웃어보이며 양손을 펼쳐보였다. 서생같이 여리고 곱단한 얼굴 생김과 달리 손은 흉측하다. 원래는 손도 고왔을 터이나 수행으로 인한 굳은살과 실험으로 인한 화상자국과 흉터가 그득하다. 손마디는 굵게 불거졌고 손끝은 몇번이나 터지고 아물었는지 울퉁불퉁하며 피부가 거칠게 일어났다. 쉽게 당하지 않는다는 표시다. “그러나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 여겼을 뿐입니다.” 주희가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마한 머리로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 걸까. 궁 안에서 곱고 귀하게 자랐을 터인데, 지나치게 노숙하다. 섬세하고 가려한 얼굴이 어둡게 흐려지는 것을 걱정스레 바라보는데 작고 붉은 입술이 삐죽였다. “공자께선 짝사랑을 즐기시나 봅니다.” 강원은 주희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흰 바탕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크게 펼쳐지고 일그러지자 오히려 서글퍼보였다. 그래서 주희는 그 얼굴에 손을 얹어 보았다. 강원은 주희의 손 아래 구겨진 근육들을 천천히 다스렸다. 그리고 주희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어 꼭 쥐어 떼내었다. 작은 손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지그시 포개어 잡았다. “마마님. 전 짝사랑에 버릇이 심하게 들어서 말입니다. 이번에도 제대로 진하게 해 볼 심산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주 처연하게 해보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주희의 작은 미간이 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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