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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향鐵響 二十六

Author: 김굉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3 17:00:00

결국 눈물이 차올라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처음 불꽃을 본 날 이렇게 강현의 눈동자에 비친 불꽃을 빤히 바라봤었다. 귀가 예민한 강현은 불꽃이 터지는 소리에 돌팔매를 맞은 개구리처럼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바닥에 대자로 뻗은 모습으로 눈도 감지 못하고 누워있었다. 매령은 깜짝 놀라 강현이 괜찮은지 살폈고, 그러는 와중에 강현의 검고 큰 눈동자에서 반짝반짝 펼쳐지는 불꽃을 보게되었다. 아름다웠다. 원래도 알고 있었다. 강현의 눈은 빠져들 수 밖에 없을 정도로 크고 아름답다. 그 안에서 열정적인 불꽃이 타오르니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매령님 괜찮으십니까? 주희 마마님을 불러올까요?”

궁녀가 양손으로 내 손을 잡고서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고개를 돌리며 조심스레 손을 빼 낸 다음 소매자락으로 눈물을 걷어냈다.

“눈이 부셨나봅니다. 아름답지요? 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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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향   철향鐵響 六十

    또 한바탕 치른 후 탈의실로 오니, 강현이 검 끝으로 손톱을 다듬고 있다. 머리는 아직 덜 말랐는지 수건으로 덮고 있고, 옷은 대충 걸치고만 있다. 아직 여미지 않아 자잘한 근육이 조밀하게 짜인 배와 울퉁불퉁하게 드러난 흉골 옆으로 점점 판판해지는 가슴팍이 드러나있다. 등판과 달리 앞에는 흉이 거의 없다. “너 무슨 채찍질이라도 당했니? 뭔 흉이 등에만 그리 많아? 네 실력으로 등 뒤를 보일 일은 딱히 없었을텐데?” “많아. 월국의 사람들은 산과 숲을 움직인다고 여겨질 정도로 잘 숨지. 모든 작전이 기습이야. 그리고 밤에 전투가 이루어지는 일이 많아서 아군에게 당한 상처도 수두룩해.” 도라는 흐으응 콧노래를 부르며 수건을 꺼내 머리에 얹고, 강현 가까이로 다가왔다. “너희집 부잣집이라며. 근데 군대를 갔어?” “뭐. 보통 사남쯤 되면 물려받는 거 하나 없이 다 뒤집어쓰는 법이지.” 강현은 검을 칼집에 넣고, 옷을 여미고 허리띠를 둘렀다. 도라는 양손으로 수건 끝을 아래로 잡아당기며 반짝이는 눈을 강현의 코 앞에 들이밀었다. “그으러어며어느으은 너 닮은 남자가 넷은 더 있다는 소리네?” “징그러워, 미친 새끼야! 잠깐 사남이라니까. 왜 셋이 아니고 넷이야? 설마…….” “응응. 아버님도 포함.” 도라는 수건을 목에 두르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세바퀴쯤 돌고는 멈춰서 강현을 향해 찡긋 웃어보였다. “나 정했어. 이번 일 끝나면 너희집으로 갈게.” 강현은 칼을 스르릉 뽑아 내질렀다. 재빨리 몸을 틀어 검을 피한 도라가 꺌꺌대며 수건을 휘둘러 검을 휘감았다. 강현은 검을 뒤로 물려 뱀처럼 다가오는 수건을 피했다. “그게 첫번째고. 두번째는 아까 말했

  • 철향   철향鐵響 五十九

    민하의 말마따나 금군 공용 욕실은 텅 비어있다. 매일 물 묻힌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긴 했지만, 그저께 한겸 공의 상처를 치료하느라 피를 묻힌 것도 있어 제대로 한 번 씻고 싶었다.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들어야하는데 몸이 잠겨드니 정신도 잠겨든다.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어 얼굴만 동동 띄운 채 한참을 잠겨 있었다. 고작 닷새인데 한달은 여기서 지낸 기분이다. 잠을 못자서 시간 개념이 엉망이 되었다. 드르륵- 욕실 문이 열리고 금발의 남자가 들어왔다. “꺄. 역시 내가 올 줄 알고 있었나봐.” “넌 너무 시끄러워.” 강현은 욕조 귀퉁이로 가서 앉았다. 도라는 물살을 일으키며 그 옆으로 갔다. “진짜 어이가 없네.” 손가락 두 개로 강현의 속저고리 소매를 잡아 들어올렸다. 강현의 붉은 몸을 흰저고리와 바지가 어른거리며 감췄다 드러낸다. “휘이익-. 근데 이것도 나름 좋아. 더 야해.” 대구할 힘도 없는 강현은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진짜 부탁인데. 나 일 각만 자게 그냥 놔둬주면 안 될까?” “너희집 돈 많나봐.” 강현이 입은 비단옷을 또다시 슬쩍 들었다 놓자 물 위로 둥글게 부풀어 올랐다. 도라는 윤기가 흐르는 옷감을 바라보다 감아서 더 길어보이는 강현의 눈꼬리를 바라보았다. 빽빽한 속눈썹은 녹색빛이 돌지 않고 새카맣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또렷하지 않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얘 어머니는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구석구석 눈길이 가는 존재를 빚어냈을까. “응 많아. 근데 난 동전 한 푼 없어.” “그럼 어렵겠는데. 지금 너 나한테 값을 지불하지도 않고 한 부탁이 몇 개나 되는지 알아?” 강현은

  • 철향   철향鐵響 五十八

    민하가 폭죽을 쥐고 이리저리 흔든다. 강현은 앓는 소리를 내며 포승줄을 풀었다. 그리고는 민하에게 다가가 폭죽을 빼앗아 입에 물고, 포승줄로 민하의 늘어진 소매자락을 걷어올려 팔에 밀착되게 한 다음 목 뒤에 매듭을 지어주었다. 한결 산뜻해진 팔을 내려다보는 민하의 손에 입에 물고 있던 폭죽의 쇠꼬챙이 부분을 쥐어주었다. 그리고는 별 일 없었다는듯 허리춤에 달린 주머니에서 벽곡단을 하나 꺼내 베어물었다. 만드는 방법도 아니고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니. 정말 보다보니 더 어린아이 같다. 어른이 되면 동기는 중요하지 않아진다. 별 거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만들 수 있고, 만들고 싶기에 만든다. 그것보다 결과가 중하고 앞으로 벌어질 파급효과가 훨씬 중요하다. 민하는 손에 든 폭죽이 아닌 우물거리는 강현의 입을 빤히 바라보았다. “분명 아는 향인데.” 킁킁대며 발뒤꿈치를 올려 좀 더 가까이 다가오기에 강현은 상체를 뒤로 조금 젖혔다. 스스럼이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러자 민하는 강현의 손에 남은 벽곡단 조각을 답삭 입에 물었다. 이건 정말 예상치 못했다! 강현의 손이 재빨리 움직여 민하의 입 밖에 나와있는 벽곡단만 걷어냈다. 차마 입속을 휘저을 수는 없었다. “에이 지지……. 아니, 그걸 왜 먹습니까?” 저도 모르게 아이 취급해버렸다. “네가 아주 맛있게 먹잖아. 궁금해지게.” 정말 궁금한 것도 많다. 다행히 어린애 취급을 한 것에 대해서는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근데 그렇게 맛있게 먹었나? 시장이 반찬이라 그런가. 벽곡단 자체는 모래가 빽빽하게 달라붙은 지푸라기를 씹는 맛이다. 강원이 만들어 온 것이기에 은은한 팔각향이 베어있어 기분만 조금 속여 줄 뿐이다. 씹고 있던 벽곡단을 꿀꺽 삼켜낸 민하가 혀

  • 철향   철향鐵響 五十七

    “그리 주의 깊게 들으셨습니까. 오늘 오드게렐님에게서 음식을 건네받으며 그저 아랫사람을 신경쓰는거라기엔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험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제가요? 하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만 괜찮습니다. 제가 오히려 그곳에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을 지켜볼 수 있으니까요.” 강원은 안심시키듯 웃어보이며 양손을 펼쳐보였다. 서생같이 여리고 곱단한 얼굴 생김과 달리 손은 흉측하다. 원래는 손도 고왔을 터이나 수행으로 인한 굳은살과 실험으로 인한 화상자국과 흉터가 그득하다. 손마디는 굵게 불거졌고 손끝은 몇번이나 터지고 아물었는지 울퉁불퉁하며 피부가 거칠게 일어났다. 쉽게 당하지 않는다는 표시다. “그러나 저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습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를 해두는 것이 좋겠다 여겼을 뿐입니다.” 주희가 작게 한숨 쉬는 소리가 들렸다. 조그마한 머리로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 걸까. 궁 안에서 곱고 귀하게 자랐을 터인데, 지나치게 노숙하다. 섬세하고 가려한 얼굴이 어둡게 흐려지는 것을 걱정스레 바라보는데 작고 붉은 입술이 삐죽였다. “공자께선 짝사랑을 즐기시나 봅니다.” 강원은 주희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흰 바탕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크게 펼쳐지고 일그러지자 오히려 서글퍼보였다. 그래서 주희는 그 얼굴에 손을 얹어 보았다. 강원은 주희의 손 아래 구겨진 근육들을 천천히 다스렸다. 그리고 주희의 손 위에 제 손을 얹어 꼭 쥐어 떼내었다. 작은 손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지그시 포개어 잡았다. “마마님. 전 짝사랑에 버릇이 심하게 들어서 말입니다. 이번에도 제대로 진하게 해 볼 심산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주 처연하게 해보이겠습니다.” 이번에는 주희의 작은 미간이 잘게

  • 철향   철향鐵響 五十六

    울먹이는 매령을 보다 강원은 다 포기한듯 뒤로 철푸덕 주저앉았다. 고운 흙바닥이 살풋 투정을 부리다 이내 가라앉았다. 강원은 흙 묻은 손을 살짝 털고 깍지 껴 무릎 위에 얹었다. “마마님 방만한 모습을 보여 송구합니다. 그러나 오누이처럼 지낸 사람한테 계속 존대를 하는 것도 못해먹겠습니다.” 주희는 하늘로 향한 강원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 마찬가지로 바닥에 편히 앉았다. 바스락거리며 옷자락을 다리 밑으로 정돈하고 손을 고이 모아 아래에 내려두고 고개만 강원을 향했다. “그럼 저도 편히 대해주십시오.” 강원은 시선을 느릿하게 내려 주희를 바라보고 싱긋 웃었다. “그건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겠습니다.” 매령은 둘의 대화가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할 수만 있다면 강원의 멱살을 잡고 대답을 종용하고 싶었다. 저 능글맞은 미소도 오늘따라 거슬렸다. 현과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것도 취소다. 현의 미소는 꾸밈이 없고 순수하다. 식식대며 서있는 매령을 향해 강원이 메다꽂듯 말을 시작했다. “넌 현이 보여주는 모습만 봤을 뿐이야. 현이 네게 감춘 게 그뿐일까. 우리 집안은 군역을 치르지 않아도 돼. 정복 당해 가주가 볼모처럼 수도로 끌려간 집안이야. 그러나 운남의 백성들은 아직 우리 집안에 대한 충성심이 남아있지. 멸문시켜 반감을 사느니 제국에 동화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나아. 존재만으로 쓸모가 있다는거야. 그래서 삼대는 제국에 대해 아무런 의무가 없어. 그러나 우리 집안에서는 둘째 형을 장군으로 만들었지. 그것만 해도 이미 과한 충성이야. 그리고 난 속가제자지만 보통 도관에 적이 있으면 군역을 치룬 것으로 갈음하지. 그런데도 우리집에서는 현이 열다섯이 되자마자 머리에 관을 씌우고 국경으로 밀어넣었어. 우씨네 형제들은 스물이 되어서야 관례를 치렀는데도.”

  • 철향   철향鐵響 五十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군요. 오드게렐 마마님께서 연의 아들들이 험지에서 입맛을 잃지나 않으셨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지라, 제가 부탁을 받아들여 야식거리를 조금 챙겨왔습니다. 진작 이것부터 드렸어야 했는데.” 뒤에 있던 궁녀 하나가 강원에게 보따리 하나를 건네주었다. 강원은 궁녀에게 꾸벅 묵례를 하고 보따리를 받아 양손으로 공손히 받쳐 들고 툴가에게 내밀었다. “마유주와 후쇼르(튀긴 만두)입니다.” 툴가는 섣불리 손을 뻗지 않고 오히려 팔짱을 끼며 강원을 노려보았다. 뒤에 있던 바트가 나서 보따리를 받아들었다. 그 때까지 아무 말 없던 주희가 입을 열었다. “여가 다스리는 궁 안에서는 좀 더 말을 신중히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다 타 버린 폭죽을 옆의 궁녀에게 넘겨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툴가 앞으로 걸어갔다. 강원을 뒤로 물리려 하였으나 강원이 쉽게 물러서 주지 않고 버티자,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여기를 지배하는 자는 주희다. 강원은 턱을 굳히며 반 보만 물러났다. 주희는 그 사이에 끼어들어 툴가를 올려다보았다. 거침없이 말을 쏘아댄다. “손님에 대한 예우는 부족하지 않게 하고자 애쓰고 있으니, 두 분께서도 객으로서의 예를 다해주십시오. 황궁의 인원만이 아니라, 제국의 백성 그 누구라도 업수이 여기셨다가는 금군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주희는 바트의 손에 들린 보따리에 시선을 두었다. 그리고 궁녀 하나를 불러 지시를 내리고 툴가를 향해 다소 딱딱하게 말을 이었다. “귀한 음식이 왔으니 안에서 편히 드시지요. 식당을 비워두도록 하겠습니다. 술이 있다 하니 오늘과 명일 매령님 호위 업무는 다른 금군에게 이양해두겠습니다.” 말을 마친 주희는 더 볼 것도 없다는듯 환관을 불러 안내하도록 명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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