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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Penulis: 민들레
변도영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계약서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꾹 짚었다.

“재산 분할. 내가 언제 너랑 이런 거 상의했지?”

뜻밖의 질문에 신지아는 잠시 멍해졌다.

변씨 가문은 돈이 부족한 집안이 아니었고 변도영 또한 평소 그녀에게 차갑게 대하더라도 돈 문제로 트집을 잡은 적은 없었다.

심지어 이혼을 강요하던 그때조차 내걸었던 조건은 지금 자신이 요구하는 것보다 훨씬 후했었다.

그래서 신지아는 깊이 따지지 않고 준비해 온 서류를 건넸다.

“제가 받아야 하는 이유, 그리고 변호사가 계산해 준 근거예요.”

변도영은 흘낏 시선을 돌려 서류를 보더니 코웃음을 터뜨렸다.

“네 말인즉슨, 나랑 결혼한 게 네 인생에 손해라는 거네?”

이내 그는 서류를 덮어버리며 비웃었다.

“신지아, 네 능력으로는 월급 100만 원 받기도 힘들 거야. 누가 감히 네가 월급 500만 원 받는다고 써넣었지?”

변도영은 이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집에는 아주머니도 있잖아. 너는 변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편히 지냈을 뿐인데 어디서 감히 노동비용까지 챙기려 들어? 그리고...”

서류 위의 수치를 하나하나 지우듯, 변도영의 목소리는 매섭게 가라앉았고 신지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돈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를 더 무너뜨린 건 자신이 그토록 포기했던 일, 그토록 지켜온 삶, 그 모든 헌신이 그의 눈에는 한 푼의 가치도 없다는 사실이었다.

숨조차 가빠진 신지아는 이를 악물며 반박했다.

“그래도 집안일은 제가 다 맡아왔어요.”

“네가?”

변도영은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아채더니 문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럼 똑똑히 봐.”

거실 난간까지 끌려간 순간, 그는 손으로 신지아의 머리를 꾹 눌렀다.

이윽고 눈앞에 펼쳐진 건, 쓰레기로 어지럽혀진 바닥을 정리하는 오영희의 모습이었다.

“아, 변 대표님.”

오영희는 변도영을 발견하자 황급히 허리를 굽혔다.

“죄송해요. 금방 치울게요.”

그 모습에 변도영의 눈빛은 더 날카로워졌다.

“신지아. 이게 네가 관리했다는 집이야?”

그는 비웃음을 감추지 않은 채, 다시 오영희를 바라봤다.

“아주머니께서 말해보세요. 신지아가 이 집을 책임졌다는 게 정말 사실입니까?”

순간, 오영희의 손이 미묘하게 떨렸다.

그러더니 곧바로 바닥에 주저앉아 두 다리를 치며 울부짖었다.

“사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불만이 있으면 제가 무조건 고치겠습니다. 그런데 제 노고를 이렇게 무시하시다니요?”

그녀는 흐느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저 위로는 부모님, 아래로는 어린 자식들 다 제 월급에 달려있어요. 부잣집에 얹혀사는 거야 그렇다 쳐도 제 일자리만은 빼앗지 말아 주세요!”

오영희의 연기는 심금을 울렸다.

만약 그녀를 모르고 처음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속아 넘어갔을 것이다.

그래서 신지아는 허탈하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 정도면 차라리 연예계에 갔어야지 이런 집에서 재능을 허비하는 게 아까울 정도네.’

“신지아, 이제 뭐라고 할래?”

변도영의 눈빛은 살기를 품은 채 번뜩였다.

‘말할 수 있는 게 남아 있을까?’

신지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떨궜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신지아를 믿어주지 않았고 5년을 함께 살아도 그는 외부인 한마디에 더 귀를 기울였다.

“없어요.”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차라리 체념에 가까웠다.

“그러면 넌 재산을 어떻게 분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신지아는 차갑게 굳은 변도영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한때 밤마다 그리던 얼굴은 이제 너무 매서웠다.

“빈손으로 나가.”

변도영이 내뱉은 무심한 말에 순간, 신지아의 눈빛은 흔들렸다.

빈손.

그 말은 그녀가 쏟아부은 모든 시간과 노력이 그에게는 하나의 가치도 없음을 의미했다.

신지아는 떨리는 숨을 고르며 물었다.

“왜요?”

변도영은 분명 알 것이다.

어느 누구라도 이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걸.

그런데도 그는 무자비하게 내뱉었다.

‘정말로 나랑 이혼할 생각은 없는 건가? 아니면 첫사랑이 돌아왔어도 아직도 이혼이 두려운 건가?’

신지아의 마음속에는 답 없는 물음만 계속 맴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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