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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0화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

Author: 연의 수정
“나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을 거야. 지금 그녀 옆에는 모든 걸 포기하더라도 함께 있어 주는 사람이 있거든. 사진을 본 적 있는데, 행복해 보였어. 그거면 돼. 나는 그저 이 실수를 잊지 않고 내가 지켜주고 싶은 사람을 제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 되는 거야.”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는 구절에서 음성 안내가 살짝 멈춘 듯했다. 마치 민여진을 들으라는 듯이.

민여진은 귀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나에게 존중이라는 게 뭔지를 가르쳐주고, 뭐가 제일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줬어. 아마 이건 하늘이 준 시험이 아니었을까.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가장 좋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가장 좋은 모습.’

지금의 임재윤은 확실히 그런 사람이었다. 민여진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임재윤은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물 있어?”

“있어.”

민여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컵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던 그녀는 물을 반 정도 채워 임재윤에게 건넸다.

“여기.”

하지만 임재윤은 컵을 받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여진아, 내가 너를 그녀의 대체품으로 생각해서 이러는 건 아닌지, 충분히 내 마음을 의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처음 극장에서 널 만났을 땐 네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이 신경 쓰이긴 했어. 하지만 진짜 내 마음을 끌어당긴 건 너의 온화한 모습과 성격이었어. 그녀와는 이미 오래전에 끝난 사이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해도 될 만큼 먼 과거라고. 나는 널 그녀의 그림자로 보지 않아. 진심으로 너를 좋아해.”

그의 말은 이미 준비된 듯 타자의 간격 없이 쭉 이어졌다.

민여진은 앞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육감만으로도 그의 눈동자 속 뜨거운 열망과 희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임재윤의 손은 점점 달아올랐고, 화끈한 열기에 민여진은 알 수 없는 긴장감과 당혹스러움이 몰려왔다.

솔직히 민여진은 임재윤의 마음이 싫지 않았다. 다만...

“재윤아, 너도 솔직하게 말했으니까 나도 너한테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게 있어.”

그녀는 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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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깊게 잠든 건 아니었어. 널 기다리고 있었거든.”민여진이 웃자 임재윤이 또 물었다. “너무 추워서 못 자는 거야?”멈칫하던 민여진이 시선을 내렸다. “아니.”“그럼 왜 그러는 건데? 기분이 안 좋아 보여.”정수향의 애절한 부탁과 임재윤과의 관계를 생각하며 민여진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수심 깊은 민여진의 얼굴을 눈치챈 임재윤이 말했다.“여진아, 내가 전에도 나한텐 뭐든 숨기지 말라고 했었잖아.”민여진이 결심한 듯 말했다. “재윤아, 나... 1000 만원만 빌려줄 수 있어?”임재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민여진이 얼른 말을 이었다. “나, 나 돈 벌 수 있어. 네가 다 나으면 피아노 알바 하러 갈 거야. 공짜로 빌려 달라는 거 아니야. 이자까지 쳐서 갚을게.”그 말에 임재윤이 입을 꾹 닫았다. 민여진이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너무 심한 요구를 한 건가?’‘연인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짜고짜 1000만 원이라니.’“안 된다고 해도 괜찮아.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면 돼.”“누구한테 부탁할 건데? 조현준 씨?”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 소리가 차갑게 느껴졌다. 민여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둡게 내려앉은 눈동자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재윤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여진아, 넌 결국 아직도 날 네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네? 난 네 남자 친구야. 하지만 고작 1000 만원도 빌려 달라고 얘기하잖아. 우리 사이에 그렇게 딱딱하게 얘기해야겠어? 아니면 애초부터 날 네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거야?”그 말에 섞인 아련함과 비참함이 민여진을 덮쳤다. 눈을 동그랗게 뜬 민여진이 그제야 임재윤의 마음을 이해하고 입을 열었다.“그게 아니라...”민여진이 침대 시트를 꽉 움켜줬다. “널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조심스러운 거야. 우리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내가 당연하다는 듯 너한테 돈을 달라고 해. 난 그렇게 못해. 내가 널 만나는 건 돈 때문이 아니잖아...”“하지만 지금은 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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