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 애라니? 여자를 그렇게 증오하면서 그 애는 안 그렇다? 도대체 누군데 그래?”
율의 집요한 물음에도 지안은 대답 대신 얼음물 잔을 가볍게 흔들었다. 동그란 얼음이 잔벽에 부딪히며 서늘한 소리를 냈다. 지안의 시선은 어느새 제 새끼손가락에 끼워진 낡고 빛바랜 묵주반지에 고정되었다. 블랙 드래곤의 어지러운 조명조차 그 낡은 반지의 아우라를 가리지는 못했다. “있다, 그런 애가.” 지안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여자들을 장난감처럼 휘두르던 평소의 냉소는 온데간데없었다. 사뭇 진지해진 그의 표정에 율은 낯선 기운을 느꼈다. 지안은 반지의 거친 표면을 엄지로 조심스레 매만지며 나직이 읊조렸다. “내가 존나 그리워하는 년.” 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천하의 천지안 입에서 그리워한다는 감성적인 단어가 나올 줄이야. 하지만 지안은 이내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다시금 차가운 가면을 썼다. “아~ 몰라. 사실 얼굴도 기억 안 나.” “이열, 뭐냐 천지안? 생마초인 줄 알았더니 순정마초였네? 얼굴도 모르는 여자를 2년째 그리워한다니, 이거 완전 특종인데!” “닥쳐라.” “부끄러워하긴….” 지안은 귀찮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난 그럼 간다.” “그래, 수고했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고.” 새벽이 다 되어서야 블랙 드래곤을 나선 지안은 피곤한 얼굴로 바이크에 올라탔다. 헬멧 너머로 긴 한숨을 내뱉은 그는 이내 거칠게 시동을 걸었다. 굉음과 함께 지안은 잠들지 않는 도시의 어둠 속으로 질주했다. 바람이 뺨을 때릴수록 기억 속 노란 우산을 쓴 소녀의 잔상은 더욱 짙게 달라붙었다. 같은 시각, 별이는 지독한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별들이 쏟아질 듯 가득 찬 몽환적인 섬에 홀로 서 있는 꿈. 주변은 온통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별이의 가슴엔 구멍이 뚫린 듯 찬 바람이 몰아쳤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고 그녀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흐흑…흐흐흑…” 그때, 한 남자의 그림자가 별이를 덮었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았지만 역광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커다란 키와 귀티가 흐르는 흑발의 실루엣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남자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별이는 구원이라도 만난 듯 그 손을 잡았다. 하지만 평화는 짧았다. 남자는 갑자기 별이의 손을 꽉 맞잡더니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몽환적이던 풍경은 순식간에 기괴한 흑백으로 변해갔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별이가 비명을 지르며 멈춰 섰다. “그만!! 제발 그만해! 여기가 어딘데 이래?” 별이가 겁에 질려 묻자 남자가 서늘한 미소와 함께 의미심장하게 뱉었다. “지. 옥.” 그 말과 동시에 남자가 별이를 낭떠러지로 거세게 밀어버렸다. “악!!!”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을 땐 이미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꿈의 잔상이 너무 생생해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별로 좋지 않은 꿈이야. 담보 때문에 내가 너무 예민해졌나 봐.” 별이는 뺨에 흐른 눈물을 닦아내며 거실에서 들려오는 부모님의 실랑이에 귀를 기울였다. “여보, 정말 우리 별이를 이렇게 보내야 해요?” “어쩌겠어! 부도를 막는 방법이 이것뿐인데…” 절망적인 부모님의 목소리를 들으며 별이는 마른세수를 했다. 곧이어 초인종이 울리고 천지그룹의 김 실장이 들어섰다. 김 실장에 거실 소파에 앉자, 윤 정아는 차를 내오기위해 주방으로 향했다. 윤 정아의 모습이 사라지자 김 실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 그럼 이야기를 나눌까요?” “네. 저희 별이는 어디로 가는 거죠?” 쟈스민 차를 내온 윤 정아의 손이 가냘프게 떨리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한별 양은 오늘부터 천 회장님 댁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서류를 검토하던 아빠의 눈이 의아함으로 가득 찼다. “이 서류대로라면 저희 쪽에선 아쉬울 게 없는데… 이 비밀리에 진행한다는 조항은 대체 뭡니까?” “그건 회장님과 별이 양이 직접 논의할 문제입니다. 저도 알 수 없습니다.” 별이는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부모님을 안심시켰다. “아빠, 엄마. 걱정 마. 도착해서 꼭 전화할게!” ***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내리시죠.” 김 실장의 말에 별이의 시선이 천 회장의 저택으로 향했다. 천 회장의 저택은 거대하고 차가운 성 같았다. 웅장한 대문을 들어서니 야외 수영장 그리고 끝도 없이 펼쳐진 정원은 별이를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저택 안으로 들어서자 도우미들이 일제히 허리를 굽혔지만 그 환대는 오히려 별이를 멋쩍게 만들었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시죠.” 소파에 앉아 긴장하고 있을 때 천 회장이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 별이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래, 많이 컸구나. 어린 나이에 이런 곳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만 계약은 계약이지.” 천 회장은 인자한 미소 뒤에 서늘한 눈빛을 감춘 채 본론을 꺼냈다. “별이 양에게 임무를 하나 주려고 해. 이걸 성공하면 별푸드에 투자된 50억을 탕감해주지.” “50억이요? 무슨 임무기에…” “우리 집의 빌런인 내 아들, 지안이를 인간으로 만드는 임무다.” 별이는 당황했다.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라니? “그걸 제가 어떻게…” “그건 별이 양이 알아서 할 문제야. 성공하면 50억이지만 실패한다면… 투자금은 당장 회수해야겠지.” “투…투자금을요? 해… 해볼게요! 해보겠습니다!” 별이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50억이면 아빠를 살릴 수 있다. “대신 아드님 정보를 다 주세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꼭 사람 만들게요.” 별이의 대답에 천 회장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내일부터는 지안이가 다니는 천지고등학교로 전학이다. 그리고 이 임무는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로 하지. 괜히 빌런이 알아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그냥 별이 양은 담보로 잡혀서 이 집에 거주하는 걸로 하자고. 뭐, 틀린 말은 아니니까.” “아! 네…” 천 회장과 대화를 마치고 김 실장 안내에 따라 방으로 향했다. “이곳이 아가씨 방입니다. 우선 짐 좀 풀고 쉬고 계세요. 저는 도련님 정보 좀 추려서 전달하겠습니다.” “아, 네 감사해요.” 쾅! 김 실장이 방을 나가자 그녀는 긴장이 풀렸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나… 진짜 온 거지?”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계속해서 중얼거렸고 이내 정신이 드는지 저의 고개를 격하게 흔들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 한 별. 50원도 아니고 50억이야. 50억!! 난 그냥 이 집 빌런을 인간으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고!!”그 도발적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준휘의 이성이 힘없이 가라앉았다.준휘가 천천히 고개를 숙여 도희의 입술을 깊숙이 머금었다.단숨에 숨을 빼앗아 가는, 지독하리만치 진한 입맞춤이었다.정중하던 맞선의 분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준휘의 단단한 손이 도희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아 제 쪽으로 밀착시켰고, 도희 역시 그의 단단한 어깨를 꽉 쥔 채 거침없이 파고들었다. “하…” 서로의 입술 사이로 뜨거운 숨결이 엉망으로 섞여 들었다.준휘의 손길은 더 이상 신사적이지 않았다.도희의 허리를 단단히 받쳐 든 손에 은근한 악력이 들어가며 그녀의 몸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도희는 준휘의 목을 더 바짝 끌어안으며 그가 이끄는 대로 자연스럽게 침대 위로 밀려 내려갔다.푹신한 매트리스가 두 사람의 무게를 받아내며 깊게 가라앉았다.통창 너머로 대낮의 환한 햇살이 두 사람 위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너무 밝아서 시각적인 자극이 오히려 생생하게 피부를 타고 흘렀다.정장 재킷이 거추장스럽게 바닥으로 떨어지고, 얇은 셔츠 너머로 서로의 뜨거운 체온이 가감 없이 맞닿았다. “준휘 씨……” 도희의 입술 사이로 얕은 숨이 새어 나왔다.열기에 젖어 느리게 깜빡이는 눈동자가 준휘의 시선에 얽혔다.밖에서는 자로 잰 듯 바르고 정중하던 천준휘였다.하지만 단둘이 남은 침대 위에서, 정제된 표정 너머로 슬쩍 비치는 그의 집요한 눈빛이 도희는 지독하게 마음에 들었다.낮에는 져주는 척하다가도, 이 순간만큼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준휘의 온도 차가 짜릿했다.준휘의 단
도희가 입가에 매끄러운 비즈니스 미소를 띤 채 맑은 눈동자로 준휘를 똑바로 응시했다.“그동안 잘 지냈어요? 저희 초면 아닌 걸로 아는데.”며칠 전 준휘의 펜트하우스에서 헝클어진 머리로 제 품에 안겨 가쁜 숨을 내쉬던 그 여자가, 지금은 완벽한 타인이자 가문이 정해준 정혼 상대가 되어 제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평정심을 잃지 않던 준휘의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이내 그의 입가에 낮고 위험한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놓치고 싶지 않던 여자가, 상상도 못 한 대기업 손녀라는 완벽한 조건으로 제 발로 나타나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준휘는 의자를 빼고 앉으며 넥타이를 슬쩍 느슨하게 풀었다.도희를 응시하는 그의 매서운 눈빛에는 당혹감 대신 짙은 흥미가 감돌기 시작했다.준휘는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여전히 시선은 도희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맞은편에 앉은 도희는 턱을 살짝 괸 채, 준휘의 당혹스러운 시선을 고스란히 즐기고 있었다.당황해서 도망치던 며칠 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지금 그의 앞에 있는 여자는 백도그룹의 귀하게 자란, 오만하고 당당한 손녀딸 그 자체였다.그 화려한 집안 배경이 도희의 도도한 매력을 한층 더 완성해 주고 있었다.준휘는 테이블 위로 깍지를 낀 채 상체를 슬며시 앞으로 기울였다.룸 안을 가득 채운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도 두 사람의 시선은 단 한 순간도 비껴가지 않았다.도희의 맑고 거침없는 눈동자를 마주할수록, 준휘의 소유욕이 은근하게 고개를 들었다.어떻게든 이 여자를 흔들어놓고 싶다는 충동이 생겼다.“…백도희 씨.”준휘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뗐다.
“…정말인가, 지안 군?”별이 아버지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감격 어린 얼굴로 지안을 바라보았다.목소리 끝이 살짝 떨렸지만 그 안에는 깊은 안도와 고마움이 서려 있었다.“지안 군이 우리 별이 어떻게 아끼고 지켜봐 왔는지 다 알고 있네. 그 모진 시간 동안 묵묵히 버텨준 게 우리가 고마울 뿐이지.”옆에 있던 어머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가를 톡톡 찍어냈다.늘 마음 한구석의 짐이었던 딸의 기억이 돌아온 것도 기쁜데, 늘 믿음직하던 지안이 제 딸을 책임지겠다고 확실하게 말해주니 감동이 밀려오는 모양이었다.“맞아요, 지안 군. 우리 별이, 정말 지안 군이니까 믿고 맡기는 거예요.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어머니가 지안의 손을 따뜻하게 감싸 쥐었다.지안은 제 손등 위로 얹어지는 온기를 느끼며 담담하게 미소를 지었다.“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제가 더 감사드려요. 저희 아버지께도 곧 말씀드리겠습니다.”지안의 빈틈없고 정중한 태도에 별이 부모님의 얼굴에 한층 더 깊은 신뢰가 서렸다.“자, 좋은 날인데 기분 좋게 한잔해야지. 지안 군, 오늘 차 가져왔나?”아버지가 분위기를 유쾌하게 전환하며 소주병을 들자, 지안이 밀려오는 긴장을 풀며 담백하게 웃었다.“김 실장 대기시켜 놨습니다, 아버님. 걱정 마시고 채워주십시오.”“좋아! 오늘 기분
“음…”지안의 가슴팍에 뺨을 부비던 별이가 작게 신음을 흘렸다.느릿하게 뜨인 눈동자에 지안이 가득 담겼다.지안은 제 목을 안고 있는 별이의 하얀 팔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이마와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더 자도 돼.”지안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별이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쓸어 넘겨주는 손길은 다정했다.“오늘까지는 휴가니까, 호텔 신경 쓰지 말고 누워 있어.”“출근해야 하는데…”“부총지배인 권한이야. 컨디션 회복할 때까지 쉬라고 명령하는 거니까, 아무 생각 하지 마. 총지배인인 준휘 형도 오케이 했어.”별이는 아직 몸이 무거웠는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품으로 더 깊숙이 파고들었다.지안은 그런 별이를 더 단단히 감싸 안았다.규칙적인 심장 소리가 살을 맞대고 고스란히 전해졌다.덤덤하게 가라앉은 지안의 눈빛 속에는 짙은 소유욕이 번지고 있었다.두 번 다시 제 품 안의 이 평온함을 흔들게 두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별아.”“네…”“오늘 저녁에 별이 어머님 아버님 만나서 같이 식사할까?”갑작스러운 제안에 별이가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네? 갑자기요…?”당황한 별이의 반응에 지안이 옅게 미소 지으며 그녀의 뺨을 살며시 만졌다.“잊었어? 나 원래 즉흥적인 거.”&nb
“볼일은 지금부터 만들면 되죠. 그쪽 눈이 너무 외로워 보여서.”바에 앉은 여자의 당돌한 한마디에 준휘는 실소했다.평소 같으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자리를 떴을 텐데, 지독한 공허함 탓이었을까, 독한 위스키 탓이었을까.준휘는 제 잔을 부딪쳐 온 여자를 가만히 응시했다.“처음 보는 남자한테 잔을 들이밀기엔, 멘트가 지나치게 클래식하군.”준휘의 차가운 반응에도 여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오히려 새로 나온 위스키를 느릿하게 음미하며 생긋 웃을 뿐이었다.“클래식한 게 가장 직관적인 법이니까요. 그쪽, 오늘 큰일 하나 끝내고 허탈해서 온 사람 같아 보여서.”“…”“축하는 해줄게요. 비록 혼자 마시고 있었지만.”상대의 날카로운 통찰에 준휘의 눈빛이 미세하게 가라앉았다.이 여자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었다.준휘를 알아보지 못하는 눈치였지만, 사람을 꿰뚫어 보는 감각이 보통이 아니었다.준휘가 잔을 내려놓으며 여자의 옆모습을 눈에 담았다.“이름도 모르는 여자한테 축하받을 만큼 한가하진 않은데.”“그럼 이름부터 알면 되겠네.”여자가 준휘를 향해 완전히 몸을 돌리며 하얀 손을 내밀었다.“백도희예요. 그쪽은?”그녀의 당돌하면서도 오만한 눈빛이 준휘의 굳게 닫혀 있던 내면을 자극했다.준휘는 잠시 그녀의 손을 바라보다가, 이내 픽 웃으며 그 손을 가볍게 맞잡았다.“천준휘.”
사적인 정산.그 말이 뜻하는 바를 모를 리 없었다.강륜은 침대 헤드에 기대고 있던 몸을 바르게 세웠다.온몸이 부서질 것처럼 욱신거렸지만, 적들 앞에서 웅크리고 싶지는 않았다.강륜이 차가운 눈으로 두 사람을 응시했다.“천지안이 묻히지 못하는 손때를 대신 묻히러 왔군.”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던 시우가 픽 웃었다.“말은 바로 해야지. 지안이가 시킨 게 아니라, 우리가 거슬려서 온 거야.”시우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담배 케이스를 툭툭 두드렸다.“법대로 재판받고 징역 몇 년 살다 나오면 끝일 줄 알았나 본데. 공권력이 널 보호해 주니까 안전해 보여?”“…”“천준휘 씨가 서류로 네 숨통을 끊어놓는 건 그 양반 방식이고. 우린 우리 방식이 있어서 말이지.”말이 끝나기 무섭게, 석이가 강륜의 침대 앞으로 슥 다가섰다.큰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석이는 감정이 배제된 건조한 얼굴로 손을 뻗어 강륜의 환자복 깃을 꽉 움켜쥐었다.거칠게 몸이 끌려 올라갔지만, 강륜은 이를 악문 채 신음을 삼켰다.석이가 강륜을 내려다보며 낮게 읊조렸다.“별이한테 수면제 먹였다며.”“…”“그러고도 무사할 줄 알았어?”그 서늘한 물음을 끝으로 암막 커튼이 쳐진 병실의 불이 툭 꺼졌다.사방이 차단된 고요 속에서 몇 차례 둔탁한 소음이 위태롭게 흩어졌다.방음이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