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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그 짐승이 하게 될 탁월한 거짓말

Author: silver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10 00:05:04

역시, 차준호는 그날 밤의 소란스러웠던 사건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해 낸 것이 분명했다.

그 짧은 기억의 파편을 붙잡고 제멋대로 오해하며 착각했던 못난 나. 

그 한순간의 빈틈을 파고들어, 남자는 이 숨 막히는 타이밍에 기어이 확인사살을 하려는 걸까.

그의 단단한 손끝이 내 머리카락을 만지려 허공을 가르던 바로 그때였다.

탁!

“그것도 이제 의미 없어요. 전 앞으로 절대 대표님에게 휘둘리고 싶지 않으니까요. 3월이 되면 미련 없이 회사는 그만둘 거요.”

나는 상체를 뒤로 거칠게 물리며, 그의 손길이 단 1밀리미터도 살결에 닿지 않도록 손등을 거세게 쳐냈다.

순간 링거 호스가 비명 지르듯 경련하며 출렁였고, 손등에 박혀 있던 서늘한 바늘이 살점 깊숙이 파고드는 찌릿한 통증이 엄습했다. 

“그런데, 어쩌지? 난 이제 당분간 신하늘의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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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 나는 멍하니 서서 그만 바라보고 있었다.완벽하게 맞춘 슈트 핏에, 시선이 닿는 것만으로도 오한이 들 만큼 위험하고 매혹적인 아우라를 지닌 남자가 서 있었다.키가 큰 그를 올려다보는 순간, 당황으로 가득 찬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옷을 내려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할지, 파격적인 대우에 감사하다고 해야 할지 말문이 턱 막혔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게임 개발팀이 아닌 비서실인 건지.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굳어 있는데, 뒤에서 활기찬 목소리가 정적을 깨며 불쑥 앞으로 나섰다.“입사하자마자 초록 ID 카드라니! 벌써 승진이라도 한 겁니까? 하하! 반갑습니다, 나는 허기찬 비서실장이에요! 후임이 오다니, 이제 살았네요. 하하!”“말씀 편하게 하세요. 허 실장님.”유쾌한 인상의 2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사내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나는 멍하니 그의 가슴팍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걸린 사원증은 파란색 테두리였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로비를 가득 채우며 바쁘게 출근하는 수많은 직원들의 사원증은 전부 흰색 테두리였다.초록색 사원증은 승진을 거친 대리에게만 주어지는 색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등골이 저릿해졌다.‘왜 나한테만 이런 파격적인 대우를······.’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차준호를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내 혼란스러운 눈빛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듯,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천천히 훑어 내릴 뿐이었다.그의 짙은 눈동자가 내 입술과 목선, 그리고 몸에 딱 맞춰진 원피스의 라인을 따라 아주 천천히 내리꽂혔다. 살갗을 노골적으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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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296. [바지 입은 공주님 등장]

    2시간 뒤, CH-컴퍼니 면접장.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IT 기업이자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는 CH-컴퍼니의 테헤란로 본사 로비.강남과 서초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높다란 빌딩의 웅장함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지만, 나는 속으로 어깨를 펴며 통유리창으로 걸어갔다.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세탁소에서 칼같이 주름을 잡아 온 검은색 바지정장이 자신감을 줘서 그런지,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했다.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재벌가 대기업 CC그룹의 후계자라는 소문이 자자한 그가 몇 년 전 직접 차린 스타트업 기업인 이곳은 이미 글로벌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대학 시절부터 내가 꼭 오고 싶어 했던 꿈의 공간이었다.이아준이 사장으로 버티고 있는 L그룹의 L-DS전자로 가기에는 내 경력이 턱없이 모자랐고, 다른 대기업들은 당장의 즉시 전력감만을 찾아 벽을 치고 있었다. 마침 CC그룹 장학생 출신이라는 이력도 나름의 무기였지만, 사실 이 회사를 선택한 가장 확실하고 솔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내가 매일 플레이하는 CH의 ‘U-마운틴’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으니까.’좋아하는 게임을 내 손으로 직접 개발하고, 또 마음껏 구현해 낼 수만 있다면 이보다 완벽한 직장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연봉 7천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에 과 사무실과 학교 게시판마다 붙어 있던 모집공고의 혜택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참가번호 332번 지원자분, 들어오세요.”안내 직원의 목소리에 나는 면접장에 들어서기 직전 옷매무새를 단단히 고쳤다. 허리를 바짝 세우고, 꼭 합격하리라는 오기를 가슴에 가득 채운 채 당당하게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섰다.탁 트인 면접장 안, 차가운 유리 테이블 건너편에 세 명의 면접관이 앉아 있었다.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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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쁜 자식!’지난 3년간 내게 보인 그 모든 다정함은 한낱 유희였을까? 차준호에 대한 배신감에 속이 문드러져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나는 부서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자존심을 끌어모아,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며 도도한 어조로 말을 이어 나갔다.“대표님은 그동안 절 어찌 보셨는데요?”나는 유리창 너머로 썰물처럼 번지는 화려한 야경을 사납게 응시하며, 심장에 박힐 날 선 말을 뱉어냈다.“네 주변에 남자가 들끓어 보였거든.”뻔질나게 전화를 걸어오는 남사친 둘을 두고 한 오해였을까. 설령 그렇다 해도, 그동안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 사람 미치게 하는 거짓말 같은 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적을 깨우는 밤 11시 반 무렵.창밖으로는 하얀 눈꽃이 송이송이 흩날리며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강남 C 호텔 25층 로열 스위트룸 내부는 숨 막힐 듯 팽팽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도를 최대한 낮춘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차준호라는 거대한 포식자에게 온전히 잠식당한 채, 밤을 녹여내는 은밀하고도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내 몸의 지도를 그보다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었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그의 뜨겁고도 습한 숨결이 예민한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 빌런을 좋아한 건가. 이런 망할.

    난 차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오전에 회사에 들른 뒤 자료를 챙겨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진창에 처박힌 내 마음처럼 흐릿했다.가던 중에 벨이 울려 확인하니 반가운 도국이었다.-하늘아, 어디야?요즘 부쩍 날 챙겨 주는 도국과 이아준이었다. 회사 일로 바쁜 날 염려해 주는 동시에 고민이 있는 엉망인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여러모로 신경 써주니 고맙기만 했다.“바쁜데, 뭘 또 전화까지. 난 병원 가는 길.”-어제도 밤새 게임같이 해 놓고 피곤하겠네.“오늘 3시 출근이라 늦잠 잤어. 참,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 지옥의 대리인

    [1월 1일, 재벌가 차준호와 톱여배우 강소희! 둘만의 밀월여행이었나· 강원도에서 추락 사고!][CC그룹 후계자 차준호·한류스타 강소희! 과연 현재 상태는?][사고 직후 불거진 비밀 연애 의혹· 관계자들은 어떤 입장을···][과연 차준호와 강소희 사고에 관한 진실은 무엇인가!]새해의 태양이 채 떠오르기도 전, 대한민국은 단 하나의 소식으로 들끓었다. 차준호는 강소희를 자신의 세단에 태운 채 1월 1일 새벽 강원도 산길을 달리던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십여 미터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단순한 교통사고인지, 범죄와 연관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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