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anda / 로맨스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 #212. 칼자루를 쥔 인어 공주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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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칼자루를 쥔 인어 공주를 위하여

Penulis: silver구슬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26 12:05:50

어느덧 시간은 정오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강남경찰서에서 새벽녘에 잠실로 돌아온 이아준과 도국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이아준의 눈꺼풀은 무겁게 내리앉았고 몸은 솜뭉치처럼 둔하게 가라앉았다. 겨우 소파에 누워 몇십 분 남짓 쪽잠을 청했던 이아준은 샤워를 마친 뒤 수트를 갈아입으며 타이를 매만졌다.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 지독한 피로와 그늘이 짙게 배어 있었다.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육체보다 그를 더 괴롭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추위와 공포에 떨고 있을지도 모를 신하늘의 잔상이었다.

그런 이아준을 묵묵히 바라보던 도국이 어느새 손님방에서 나와 텀블러에 쉐이크를 타서 무심한 듯 건넸다.

“빈속으로 출근하지 말고.”

단백질 음료가 담긴 텀블러를 받아 든 이아준의 입가에 희미하고 쓸쓸한 미소가 스쳤다.

“더 자지 뭐 하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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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53. [헷갈리게, 그거 고백이야?]

    나는 몇 달 내내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차준호를 막상 눈앞에서 마주하자 실감이 나지 않아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8월 초, 그렇게 예고도 없이 상하이로 불쑥 가버리더니. 내 눈앞에 나타날 때도 바람처럼 기습적이었다.“대표님, 오셨어요? 그리고 허 실장님도 고생하셨습니다.”허기찬은 환하게 웃으며 내 앞으로 고급 디저트 상자를 내밀더니 무성한 머리를 쓸어 올렸다.“어휴, 신 비서. 나 게임 론칭하러 상하이 갔다가 대표님한테 구박만 받았어. 나도 이제 퇴근하고 게임이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아. 밥줄 안 끊기려면.”그의 앓는 소리에 도쿄 출장 때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허기찬을 달달 볶을 거였으면 나를 데리고 가지.’ 나도 모르게 입술을 내밀며 차준호를 응시했다.그런데 마주한 그의 얼굴은 마치 처음 본 사람처럼 생소해서 순간 굳어 버렸다. 과연 차준호와 내가 손을 잡고 온기를 나누었던 사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묵직한 거리감이 들이닥쳤다.“허기찬은 총무과 다녀오고, 신하늘은 들어와. 할 말 있어 보여.”그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떻게 알았지. 내가 월요일 휴가 건으로 전전긍긍하던 걸 그새 눈치채기라도 한 건가.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반가운 마음도 잠시, 도국의 입대 배웅은 꼭 함께해야 했기에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표님, 저······ 다음 주 월요일에 연차 좀 사용하고 싶습니다.”그러자 차준호가 가볍게 팔짱을 끼더니, 나를 나른하게 내려다보며 물었다.“내 얼굴 보자마자 갑자기 출근하기 싫어졌어?”“그게 아니라·&m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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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깊어가 어느새 11월 말이 되었다.차가운 계절의 변화를 증명이라도 하듯 목요일 저녁의 공기는 제법 서늘했다. 집안 청소를 하던 도중, 현관 벨 소리에 맞춰 퀵 배달 기사에게 커다란 박스 상자를 받았다.상자 안에는 정갈하게 접힌 도톰한 아이보리 색상의 겨울 모직 코트와, 캐시미어 소재의 단정한 블랙 원피스가 담겨 있었다.정작 본인은 한국에 있지도 않으면서 차준호가 보내온 선물이었다.상하이에 머무는 동안에도 차준호는 주 3회씩 잊지 않고 다정하게 선물을 보내 주었다. 그리고 내 일상과 안전을 세심하게 챙겼다.[신하늘, 추우니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게임 개발팀 진행 상황 보고서는 메일로 내일까지 보내.][신하늘 당분간 4시에 퇴근해. 연습생 하나가 부상을 입었다며. 4개월씩 전부 연기하라고 엔터팀에 전달해.][홍보팀에 연락해서 게임 굿즈 발매 제안서 허기찬에게 보내라고 전해. 신하늘, 밥은 잘 챙겨 먹고 있지?]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도쿄 출장 이후 조금은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내심 기대했던 내 바람과 달리, 그는 아예 상하이에 가버려 졸지에 철저한 거리를 유지하게 되었다.그 한계선이 매일 아침 차갑고 선명하게 다가왔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속에 고여갔다.‘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네.’그는 대표, 나는 비서. 업무 이야기 아니면 나누는 대화도 없었다. 통화도 하지 않는 사이라 커져 가는 마음을 천천히 눌러 낸 시간이었다.나는 그가 보내준 옷을 내일 출근할 때 입기 편하도록 행거에 잘 꺼내어 걸어두었다. 청소를 모두 마치고 서리 내린 창문을 닫으려던 순간, 입가에서 작은 하얀 입김이 부서져 나갔다.계절은 이제 막 겨울의 입구에 서 있었지만, 차준호가 없는 회사는 이미 한겨울의 한복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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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50. [너무 황당하잖아, 이 남자들]

    새벽잠을 설친 여파로 온몸이 천근만근이었다.밤새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탓일까. 도국은 새벽 5시가 되자마자 매니저 차를 타고 휙 나가 버렸고, 이아준 역시 6시가 조금 넘자마자 자리를 떴다.한여름이라 해가 일찍 뜬 덕분에 녀석들은 밤새 게임에 몰두하다 쪽잠만 대충 자고는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차준호도 없고, 상하이로 떠난 마당에 나는 분명 어제 허기찬 실장의 문자를 받고 출근을 거절하려 했다. 여행까지 다녀온 터라 피곤에 찌든 몸을 생각하면 오늘은 집에서 푹 쉬었어야 마땅했다.‘왜······ 회장님이?’내가 CC그룹으로 방문하지 않겠다고 거절해서 직접 확인하러 오기라도 한 걸까.생각할수록 머릿속 한쪽이 찌릿찌릿 지끈거렸다. 집에 혼자 남아 심란하게 뒹굴러봤자 불안만 커질 뿐이었다. 결국 나는 친구들이 떠난 직후 서둘러 출근 채비를 시작했다.옷장은 무엇을 입어야 할까 한참을 서성였다. 화려한 원피스나 치명적인 차림새는 오늘따라 전혀 손이 가지 않았다. 대신 예전에 이아준이 넌지시 챙겨주었던 단정한 검은색 슬랙스 바지에, 깨끗한 흰색 시폰 긴팔 블라우스를 꺼내 입었다. 머리도 최대한 흐트러짐 없도록 단정하게 하나로 묶어 올렸다.버스를 타고 회사를 향해 달리는 내내 머릿속은 온통 거대한 안개처럼 어지러웠다. 마침내 정류장에 내려 회사 로비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입술이 바짝 말랐다. ‘이렇게 회사가 가기 싫었던 적이 또 있었던가’ 하는 서글픈 탄식이 절로 새어 나왔다.터덜터덜 걸어가며 평소처럼 대표실 전용 프라이빗 엘리베이터를 탈까 하다가, 왠지 오늘은 그럴 용기조차 나지 않아 23층까지 운행하는 일반 엘리베이터를 탔다.그리고 비상구를 통해 25층 대표실 구역으로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49. [어지러워, 태풍 전야]

    "도국아!"오늘 웬일로 녀석이 찾아온 걸까.반가운 마음에 손부터 흔들었다.그리고 그 뒤에 세단도 한 대 도착했다. 바로 이아준이었다."저번에 그 난리를 부리더니, 뭐냐? 낙서 또 시작되었잖아?""제대로 수사하나 했더니, 쯧!"녀석들은 내 등 뒤로 펼쳐진, 페인트 테러를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나만큼이나 친구들이 걱정해 주니 오히려 민망할 지경이었다.사실 나는 늘 익숙한 일이라 다시 낙서가 시작되어도 별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지난번에는 이례적으로 경찰 측에서 피해자 보호도 해주면서 적극적으로 나서 주더니,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황임이 분명해 보였다."너무 신경 쓰지 마. 경찰관 분들이 알아서 해주시겠지. 들어가자. 너희들을 위해 줄 선물이 있어."나는 녀석들에게 그래도 좋아할 법한 술과 주전부리 간식, 그리고 게임 팩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경제적으로 아쉬울 게 없는 녀석들이지만, 국내에 출시되지 않은 게임 칩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순식간에 어린아이처럼 받아 들고는 기뻐했다."아, 재미있겠다! 요즘 스트레스 잔뜩인데, 하하!""하늘아, 뭘 또 사 가지고 왔어."굳은 얼굴을 풀며 친구들을 안으로 들였다.그래도 오늘 같은 날 할 말이 많은데 친구들이 찾아와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도 가벼워졌다.***집도 그대로, 가구도 그대로.에어컨도 최저 온도로 틀고, 모니터 앞에 자리 잡고 앉고 나니 역시 내 집이 마음이 가장 편하다고 느껴졌다.맥주도 앞에 놓고 내가 준 해산물을 말린 것과 견과류 기념품을 풀고는 우린 게임을 시작했다."도국아 진짜 겨울에 군대를 가냐? 국보급 연예인인데."투덜거리는 이아준의 말에 도국은 입꼬리를 천천히 올리며 대답을 건넸다."국보는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348. [답 없는 여자, 바로 나]

    선우현의 문자를 확인한 순간부터 머릿속은 혼란 그 자체였다.그때 옆자리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차준호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깨어났다.아무렇지 않은 척 무덤덤한 표정으로 차준호를 따라 공항을 가로질러 가면서도 내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그와 나란히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 공항 밖으로 걸어 나오는 길, 내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져 있었다.도쿄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 나눴던 아찔한 입맞춤과 숨결이 아직도 입술 끝에 생생한데, 현실은 얼음장 같은 바람이 확 불어닥친 기분이었다."신하늘, 왜 그리 심각해? 피곤해?"차준호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으며 슬쩍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그의 그윽하고 깊은 검은 눈동자가 내 얼굴의 미세한 떨림을 귀신같이 포착해내고 있었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세상이 전부 내 것인 양 아득해졌었는데, 한국 땅을 밟자마자 거대한 현실의 파도가 목덜미를 덥석 움켜쥔 기분이었으니까.CC그룹으로 오라는 선우현 비서실장의 문자는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진짜 의중이 더 문제였다. 왜 하필 ‘대표님 몰래’ 오라는 걸까."그냥······ 신경 쓰이는 일이 갑자기 발생해서요."나는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대충 얼버무렸고,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를 가볍게 흔들어 보였다.차준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피식 웃더니, 더는 캐묻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나를 존중하는 듯하면서도 내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듯한 그 여유로운 태도가 사람을 더 거슬리게 만들었다.문득 가슴 한구석이 저릿하게 나를 압박했다. 정말 이 문자 내용을 그에게 숨겨야만 하는 걸까.CH-컴퍼니의 평범한 비서가 남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9. 빌런을 좋아한 건가. 이런 망할.

    난 차준호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오전에 회사에 들른 뒤 자료를 챙겨 버스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버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진창에 처박힌 내 마음처럼 흐릿했다.가던 중에 벨이 울려 확인하니 반가운 도국이었다.-하늘아, 어디야?요즘 부쩍 날 챙겨 주는 도국과 이아준이었다. 회사 일로 바쁜 날 염려해 주는 동시에 고민이 있는 엉망인 내 상태를 눈치챘는지 여러모로 신경 써주니 고맙기만 했다.“바쁜데, 뭘 또 전화까지. 난 병원 가는 길.”-어제도 밤새 게임같이 해 놓고 피곤하겠네.“오늘 3시 출근이라 늦잠 잤어. 참,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8. 내가 미쳤지.

    무슨 그런 거짓말을.내 머릿속에선 운명 교향곡이 요동쳤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한 거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수면 부족과 카페인의 부작용일까. 평소 차분함과 다혈질이 공존하던 내 감정은 이미 균형을 잃은 지 오래였다.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화살은 이미 날아갔고 물은 엎질러졌다.“재미있네. 나는 신 비서를 좋아하지도, 사귈 리도 없을 텐데?”차준호는 내 말을 믿지 않았는지 코웃음 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목에 닿은 펜던트를 무의식적으로 만지다가, 그의 손길이 닿았던 순간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이걸 그가 크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7. 완벽한 타인의 숨결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유령처럼 떠돌던 이름의 실체.신하늘, 신 비서. 차준호는 누워 있는 내내 의식의 수면 아래에서 울리던 그 이름이 내심 신경 쓰였다.하지만 드디어 눈앞에 나타난 실체를 마주한 순간, 관자놀이가 끊어질 듯 욱신거리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다.그녀의 이름 세 글자가 왜 이토록 심장 가장 깊은 곳을 거슬리게 긁어내리는 걸까. 기묘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졸졸 쫓아다녀 철벽만 치기 바빴던 강소희랑 같이 사고가 났다니. 하지만 아무런 감정의 동요도, 한 톨의 아쉬움도 일지 않았다.대신 눈앞의 신하늘

  • 치명적인 거짓말(The Dearest Lie)   #1. 사람 미치게 하는 거짓말 같은 날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의 정적을 깨우는 밤 11시 반 무렵.창밖으로는 하얀 눈꽃이 송이송이 흩날리며 세상의 모든 소음을 집어삼키고 있었지만, 강남 C 호텔 25층 로열 스위트룸 내부는 숨 막힐 듯 팽팽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조도를 최대한 낮춘 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차준호라는 거대한 포식자에게 온전히 잠식당한 채, 밤을 녹여내는 은밀하고도 위태로운 시간을 보냈다.내 몸의 지도를 그보다 더 세밀하게 파악하고 있는 존재는 세상에 없었다. 귓가를 어지럽히는 그의 뜨겁고도 습한 숨결이 예민한 목덜미를 따라 부드럽게 흘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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