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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作者: 아슬
한밤중, 이채이가 깊이 잠들어 있을 때였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운령의 다급한 외침에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왕비마마, 큰일 났습니다! 낭월각에 큰일이 났습니다!”

잠에서 깬 이채이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무슨 일이기에 이리 호들갑이냐?”

운령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측비마마께서... 밤에 볼일을 보러 나오셨다가 계단에서 미끄러지셨는데 머리를 다쳐 피를 철철 흘리셨답니다! 어의께서 방금 진맥하셨는데... 글쎄 회임하셨다지 뭡니까. 이제 겨우 한 달인데... 그만... 아이를 잃으셨습니다!”

이채이는 미간을 좁혔다.

‘최완영이 회임을 했는데, 아이를 잃었다고?’

“왕야께서 크게 노하셔서 사건의 진말을 조사하셨는데, 조사 결과 누군가 계단에 기름을 뿌려 놓았다고 합니다! 헌데 범인을 붙잡고 보니... 그자가 말하기를, 왕비마마께서 시키셨다고 해서... 왕야께서 왕비마마를 당장 오시라고 하십니다!”

운령은 다급함에 눈물을 흘렸다.

“마마, 이것은 누군가 마마에게 누명을 씌우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어서 가셔서 왕야께 해명하십시오!”

이채이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동자에는 맑은 이성과 함께, 지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낭월각 앞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순간,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쏠렸다.

살피는 눈빛, 분노 어린 눈빛, 의심과 동정이 뒤섞인 눈빛...

서연풍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꿰뚫어 보겠다는 듯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

“이채이, 해명하라.”

이채이는 문 앞에 선 채 그와 시선을 마주하며 담담히 물었다.

“무엇을 해명하라는 것입니까?”

“어찌 사람을 시켜 완영이가 반드시 지나갈 계단에 기름을 뿌리게 했는지 설명하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완영이가 넘어져 아이를 잃었다!”

서연풍은 씩씩거리며 벌떡 일어났다.

“그동안 네가 보인 삐딱한 태도와 나와 강이에게 고개를 숙이라고 몰아붙인 일은, 그저 네가 화가 나서 투정을 부린다고 생각해 참고 넘겼다! 헌데 감히 이런 비열한 수단을 쓰다니! 그 아이는 내 혈육이다! 하나의 생명이었다!”

서강 역시 눈시울을 붉힌 채 그녀를 노려보며 울먹였다.

“어머니! 어찌 이렇게 독하세요? 이모님은 항상 어머니를 극진히 생각하셨어요. 늘 저에게 어머니를 보러 가라고 하셨단 말이에요!”

이채이는 문득 피로감을 느꼈다.

몸도 마음도 모두 다 소진되어 버린 듯한 피로였다.

“해명하겠습니다.”

그녀는 밤공기처럼 서늘한 기운이 배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믿어주실 겁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오히려 코웃음을 치는 그녀의 태도에 서연풍은 완전히 분노했다.

“명백한 증거가 있다! 그런데도 발뺌할 셈이냐?”

“이채이, 예전에는 네가 조금 오만하고 제멋대로일 뿐, 마음만은 선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틀렸다! 너는 정말 독사처럼 악독한 마음을 품고 있었구나!”

독사처럼 악독한 마음.

그 말을 들은 순간, 이채이의 심장은 바늘에 찔린 듯 욱신거렸지만 그 고통은 곧 더 깊은 무감각 속에 묻혔다.

그녀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놀랍게도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요?”

그녀가 물었다.

“왕야께서는 저를 어떻게 벌하실 생각입니까? 어서 벌을 내리십시오. 벌받고 나면 저는 돌아가 잠이나 자야겠습니다.”

“너!”

서연풍은 모든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 이성을 붙잡던 끈이 끊어졌다.

그는 바로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

짝!

이채이의 얼굴이 옆으로 돌아갔다.

뺨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고, 입가에는 피가 배어 나왔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연풍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원망도, 억울함도 없었다.

오직 텅 비어 버린 황량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벌은 끝났습니까?”

그녀는 손을 들어 손끝으로 입가의 피를 닦았다.

그리고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면 소첩은 물러가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반응에 거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서연풍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

그는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리쳤다.

“여봐라! 왕비를 끌고 가라! 완영이 흘린 피만큼, 똑같이 흘리게 하라!”

그 말을 내뱉은 후, 서연풍은 스스로도 멈칫했다.

새하얗게 질린 이채이의 얼굴에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후회의 감정이 분노를 뚫고 치밀어 올랐다.

그는 입을 열어 말을 바꾸려 했다.

“왕야...”

그러나 침상에 누워 있던 최완영이 때맞춰 괴로운 듯 나직한 신음을 흘렸다.

“안 됩니다! 왕야, 부디 언니를 용서해 주십시오! 언니는 그저 순간 잘못 생각한 것뿐입니다. 저희 아이도... 복이 없었던 것뿐입니다...”

서연풍은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힘없이 기대어 있는 그녀의 가엾은 모습을 보고,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못한 채 떠난 아이를 떠올리자 그의 마음은 다시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여전히 등을 꼿꼿이 세운 채 서 있는 이채이를 바라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무릎 꿇고 완영이에게 사죄하거라. 다시는 이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조한다면 이번만은 용서하겠다.”

이채이는 천천히 눈을 들어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쪽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아들을 바라보았다.

마지막으로, 마치 낯선 사람을 보듯 서연풍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아무 말 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바로 이때, 차가운 비수가 그녀의 팔뚝 피부를 가르고 지나가더니 곧 따뜻한 피가 푸른 석판 위로 떨어져 피웅덩이가 되었다.

운령은 울부짖으며 달려들려 했지만, 하인들에게 붙잡혀 꼼짝할 수 없었다.

서강도 뒤따라 뛰어나왔다.

어머니의 팔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피를 본 어린 얼굴에는 순간 아픔과 망설임이 스쳤지만 곧 최완영의 처참한 모습이 그 감정을 덮어 버렸다.

그는 문득 최완영이 몰래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왕비마마는 원한 때문에 이러는 것이니,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해칠 것입니다.’

서강은 갑자기 몸을 돌려 뛰쳐나가더니, 잠시 뒤 검은 탕액이 담긴 그릇 하나를 들고 돌아와 이채이 앞에 다가섰다.

이채이는 이미 피를 너무 많이 흘려 눈앞이 흐려지고 의식이 희미해진 상태였다.

“어머니.”

서강의 목소리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잘못을 저지르셨으면 벌받아야 해요. 피를 흘리는 것은 아버지께서 어머니께 내리신 벌이고, 이것은 제가 드리는 벌이에요.”

말을 마친 그는 몸을 낮춰 이채이의 입을 억지로 벌려 그릇 속 약을 강제로 들이부었지만 이채이는 미처 저항하지도 못했다.

그녀는 심하게 사레가 들려, 탕액은 피가 섞인 거품과 함께 입가로 흘러내렸다.

약이 뱃속으로 들어간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위장에서부터 터져 나오더니 이내 온몸에 기이한 붉은 발진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견디기 힘든 가려움이 전신을 휩쓸었고, 숨을 쉬는 것조차 점점 어려워졌다.

‘쑥이 들어 있는 건가?’

그녀는 쑥에 알레르기가 있었다.

이건 서연풍도, 서강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열 달을 품고, 목숨의 절반을 걸고 낳은 아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다섯 해 동안 아끼고 사랑하며 키운 아들이었다.

다른 여인을 위해, 직접 어미에게 죽는 것보다 못한 고통을 안겨 줄 것을 먹였다.

참으로... 효심이 깊은 아이로다.

극심한 통증과 가려움, 숨 막히는 고통이 피를 너무 많이 흘린 어지러움과 뒤섞여 마치 거센 파도처럼 그녀를 집어삼켰다.

완전히 의식을 잃기 직전, 흐릿해진 그녀의 시야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것은...

분풀이했으니 꽤나 통쾌하다는 서강의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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