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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작가: 오월이
그리고 누가 자신의 불행을 일부러 찢어 보이며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할까?

아무도 진심으로 대신 아파해 주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가십처럼 소비할 뿐이다.

너의 불행은 결국 타인의 호기심을 채우는 재료가 될 뿐일지도 모른다.

승아도 말이 없어졌다.

그녀는 해인을 끌어안았고, 눈빛에 담긴 애틋함을 숨길 수 없었다.

“우리 해인이... 나 진짜 네가 너무 아파 보여서 그래.”

그 사고 이후, 해인의 아버지와 두 오빠가 세상을 떠났고, 넓던 강씨 집안은 해인 혼자서 버텨야 했다.

만약 아버지와 두 오빠가 아직 살아 있었다면, 그렇게 아끼고 감싸주던 공주님 해인이 이런 일을 겪는 걸 절대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승아가 물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리고... 너희 어머니는 이 일 알고 계셔?”

해인은 담담하게 말했다.

“당연히 일 열심히 해야지. 연애 한 번 실패했다고 인생까지 포기할 수는 없잖아. 아빠가 나를 그렇게 키웠는데, 나도 사랑 하나에 무너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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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26화

    해인은 방 안쪽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경영과 경제에 관한 책이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막막했지만, 해인은 이해력이 좋은 편이었다. 몇 달 동안 꾸준히 읽다 보니 이제는 조금씩 감이 잡히기 시작했다. 기업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도 생각했던 것만큼 불가능한 영역은 아닌 듯했다.감기가 나은 지 이틀째 되던 날, 권영자는 사람을 시켜 꿀생강차를 달여 보내왔다. 몸을 따뜻하게 해 주고 한기를 몰아내는 데 좋다는 이유였다.“작은 사모님, 큰 사모님께서 생강차를 다 드시라고 하셨습니다.”젊은 여자가 도자기 찻잔을 받쳐 들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권영자의 심복인 진주의 친손녀인 임영지는 해인보다 세 살 어렸다.영지는 해마다 겨울방학과 여름방학 때마다 여기에 와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벌었다. 올해는 해인이 본가에 머물고 있었고, 곁에서 도와줄 사람이 마침 부족했다. 그래서 권영자는 진주에게 영지를 해인 곁에 붙여 두라고 지시했다.찻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신 해인은 곧바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생강이 좀 많이 들어간 것 같아. 냄새가 너무 강하네.”영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날이 바뀌면서 점점 추워지잖아요. 생강이 몸을 데워 준다고, 큰 사모님께서 작은 사모님 몸이 약하시니까 일부러 더 넣으라고 하셨어요.”해인은 절반 넘게 마셨지만, 더는 넘기기 힘들었다.금세 알아차린 영지가 찻잔을 받아 들면서 해인에게 한쪽 눈을 살짝 찡긋했다.“이따가 큰 사모님께서 물어보시면, 제가 다 드셨다고 말씀드릴게요.”그쪽에서 영지가 찻잔을 부엌으로 가져다 놓자마자, 누군가 영지를 불러 세웠다.왕단영이 영지에게 손짓했다.“영지야, 방학한 거야?”영지는 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여사님, 무슨 심부름이라도 시키실 일 있으세요?”왕단영은 영지 손에 들린 빈 찻잔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별건 아니고. 네 엄마 몸은 요즘 좀 어떠니? 한동안 통 못 봤네.”영지의 어머니도 예전에 한씨 가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한 적이 있어서, 왕단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25화

    유호의 표정이 무거워졌다.“왜 하필 지금 다치신 거예요?”태상은 멋쩍게 코끝을 만졌다.“골절이에요.”“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유호의 목소리에는 불편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저를 여기 며칠씩 놔두고 가더니, 돌아오자마자 손이 골절돼 있다니요. 어쩐지 일부러 그런 것처럼 느껴지는데요.”“그럴 리가 있겠어요?”태상은 부드럽고 해를 끼칠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어딘가 난처해 보이기까지 했다.“사정이 좀 길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수술 문제는 이미 방법을 생각해 두었어요.”“수술칼도 못 잡는 손으로 무슨 방법을 생각하셨다는 거예요?”유호는 이 날을 너무도 오래 기다려 왔다.그 때문에 유호는 출장 일정까지 앞당겼다. 머릿속에 박힌 칩을 하루라도 빨리 꺼내고 싶었다.나흘 전, 유호는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정수의 추천을 받아 이곳을 찾아왔다.태상은 유호에게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더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마취까지 했다.유호는 그 뒤로 내내 몽롱하게 잠들어 있다가 이제야 겨우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장비에서 데이터가 나왔다. 유호는 수술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당장 알고 싶었다. 그런데 정작 집도의의 손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태상도 난처했다. 다만 어떤 사적인 마음 때문인지, 해인이 자신의 손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유호에게 말하지 않았다.태상은 컴퓨터 화면을 한 번 바라보았다.“이 수술을 제가 직접 할 수 없지만, 외부 의료진을 부를 수는 있어요. 제 지도교수님 팀과 연락해 두었어요. 교수님 팀이 이미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유호가 미간을 찌푸렸다.“지도교수님 팀이요?”정수는 분명히 말했었다. 태상은 해외의 한 칩 연구소에서 근무했고, 뒤에는 막강한 연구팀이 있다고.그래서 정수는 유호에게 태상을 찾아가 칩 제거를 부탁해 보라고 권했다.다만 태상은 몇 달 전쯤 연구소를 그만두고 귀국한 뒤 가업을 잇기로 했다고 들었다.태상이 말했다.“제가 지도교수님께 직접 배웠어요. 교수님 팀의 기술은 믿으셔도 돼요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24화

    병원에서 태상은 깁스를 한 뒤, 창백한 안색으로 병상에 누워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정형외과 의사는 병원에 도착한 시간이 너무 늦어서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고 했다. 앞으로 회복이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고도 했다.지안은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하룻밤 사이에 아버지는 구속됐고, 집안에는 감당하기 힘든 빚이 생겼다.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빚을 갚기 위해 팔아야 할 가능성이 컸다.게다가 오빠의 손까지 골절됐다. 외과 의사인 태상이 손을 다쳤다는 건, 의사로서의 앞날이 벌써 절반 이상 무너진 것과 다르지 않았다.지안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랐다. 눈물범벅이 된 눈으로 태상을 바라보며 물었다.“오빠, 이제 우리 어떡해? 은행에서 집 압류라도 하면 우리 어디서 살아?”“월세로 구하면 돼.”“월세? 오빠 지금 장난해? 우리가 월세 산다고? 그 얘기가 밖에 퍼지면 사람들한테 웃음거리만 될 거 아니야?”태상은 지안을 바라보았다.“지안아, 월세 사는 게 뭐가 부끄러운 일이야? 더구나 지금 예씨 집안 사정이야 이미 남들 입에 오르내릴 만큼 올랐잖아.”지안은 입술을 깨물었다.태상이 이어 말했다.“집안에 일이 생겼다고 네가 젊은 나이에 아무것도 안 하고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어. 나가서 일자리 알아봐. 그리고 먼저 집에 가서 가사도우미분들 전부 정리해.”지안이 놀란 눈으로 태상을 보았다.“가사도우미들을 내보내면 누가 우리를 챙겨?”가사도우미들은 오랫동안 집에서 일해 온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태상과 지안이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사람도 적지 않았다.게다가 지안은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친구들과 쇼핑이나 다니고 여행을 하며 지냈다. 유일한 업무 경험이라고 해 봐야, 몇 달 전 해인 곁에서 흠을 잡으려고 며칠 동안 비서 노릇을 했던 것이 전부였다.‘내가 나가서 일을 한다고?’지안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밀려왔다.태상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지안아, 우리 지금 형편으로는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23화

    다만 태상은 소문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퍼질 줄은 몰랐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지안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 급히 태상 뒤로 다가왔다.[오빠, 회사 주가가 폭락했어.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대량으로 던지고 있고, 밖에서는 우리 YM호텔 곧 망한다는 말까지 돌아.] [은행에서는 아빠랑 연락이 안 된다면서 나한테까지 독촉 전화가 왔어.]“나 먼저 회사에 다녀올게. 주주들을 만나 봐야겠어.”태상은 그렇게 말하며 차에 올라타려 했다.[나도 같이 갈래.]지안이 태상의 뒤를 따라붙었다.남매가 YM호텔 본사에 도착했을 때, 정문 앞은 이미 취재진과 연예부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태상은 지안과 함께 지하주차장을 통해 겨우 안으로 들어갔다. 회의실에는 회사 임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우리가 안 도와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예 대표도 그때 병원에 있었잖습니까? 우리는 진작부터 회장님께 물러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그래야 최소한 회사라도 지킬 수 있다고요. 그런데 회장님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셨고, 기어코 이 지경까지 왔습니다. 이제는 우리도 방법이 없습니다.”“맞습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피해자예요. 그동안 쏟아 부은 노력이 전부 허사가 됐습니다.”“은행 대출도 경영난 때문에 전부 운영자금으로 들어갔고, 지금은 회수된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예 회장님이 구속됐으니, 이 돈은 대체 누가 갚습니까?”“...”몇몇 임원들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말의 속뜻은 분명했다. 자신들도 억울한 피해자라는 것이었다.예철진을 가장 오래 보좌했던 임원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저는 돌려 말하는 성격이 아니라 솔직하게 얘기하죠. 예 대표, 이 호텔이 계속 예씨 집안과 연결돼 있다는 인식이 남아 있으면 소비자들은 절대 돌아오지 않습니다.”“오히려 불매운동이 더 거세질 겁니다. 지금 회장님 상황상 직접 결정을 내리실 수도 없으니, 아들인 예 대표가 대신 발표하시죠.” “예씨 집안은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난다고요. 회사를 우리에게 맡기면, 마지막 승부라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22화

    15분 뒤, 해인이 방에서 나왔다. 발치에는 커다란 여행용 캐리어 하나가 놓여 있었다.주여진의 물건은 많지 않았다. 캐리어 하나에 충분히 담고도 남았다. 이 집에서 거의 10년을 지냈지만, 주여진은 오래전부터 언젠가 떠나게 될 날을 알고 있었던 사람처럼 언제든 짐을 꾸려 나갈 준비를 해 둔 듯했다.예씨 집안 남매는 줄곧 문밖에서 다투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태상과 지안은 동시에 고개를 돌려 해인을 바라보았다.해인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다. 문밖에서 오간 말들을 전혀 듣지 못한 사람 같았고, 설령 들었다 해도 마음에 담아 두지 않는 듯했다.그리고 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두 사람 곁을 지나가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좀 비켜 주세요.”지안이 눈썹을 찌푸리며 뭔가 말하려고 했다.그러자 태상이 급히 지안의 팔을 잡았다. 여기서 더 예의를 잃지 말라는 뜻이었다.지안이 불만스럽게 외쳤다.“오빠!”태상은 고개를 저었다.지안은 화가 치밀어 가슴이 크게 오르내렸다.“우리 집이 강해인 때문에 이렇게 됐는데, 오빠는 아직도 남 편을 들어?”태상이 낮게 말했다.“이 일은 해인 씨하고 상관없어. 지안아, 앞뒤 사정도 모르고 말하지 마.”“내가 앞뒤 사정도 모른다고? 난 오빠처럼 그렇게 고상하지 못해. 난 앞으로 내 삶이 얼마나 망가질지만 알아.”“이제 우리 집안 이름만 꺼내도 사람들은 우스갯소리처럼 떠들겠지. 이 모든 게 강해인이랑 주여진 때문이잖아!” “주여진이 우리를 이렇게 만든 거야! 우리한테 계속 독을 먹였을 뿐만 아니라, 우리 집까지 망가뜨렸다고!”그 말을 듣고 해인이 걸음을 멈추었다.해인 자신을 비난하는 건 상관없었다. 하지만 살인자의 자식에게 어머니가 모욕당하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해인의 시선이 얼음처럼 차갑게 지안의 얼굴에 내려앉았다.“예씨 집안이 갑자기 잘살게 된 돈이 깨끗한 돈이라고 생각해? 내 가족들의 피 위에 쌓아 올린 돈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해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또렷했다.“예지안,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421화

    해인은 의료진이 지나가도록 길을 비켜 주었다. 그러면서 핸드폰에 담아 둔,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 화면을 조용히 꺼 두었다.해인은 예철진이 왜 이런 짓을 벌였는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예철진은 끝까지 악랄했다. 죽기 직전까지도 누군가를 함께 끌고 가려고 했다.하지만 해인은 예철진이 죽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팔아넘길 수 있는 사람이, 자기 자신에게까지 진심으로 모질 리 없었다.의료진은 예철진에게 진정제를 놓았다.예철진은 침대 위에 누운 채 잠잠해졌다.하지만 피범벅이 된 두 다리는 병실 안에 있는 모두에게 똑똑히 말해 주고 있었다. 예철진의 두 다리는 이제 완전히 망가졌다고.뒤를 돌아본 태상은 해인이 보이지 않자, 병원 안을 이리저리 찾아다녔다.마침내 병원 본관 아래에서 누군가와 통화 중인 해인을 발견했다.해인 앞에 선 태상은 죄책감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해인 씨, 죄송합니다. 제 아버지를 대신해서 해인 씨께 사과드립니다. 또... 해인 씨 어머님께도요.”해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태상의 얼굴에 닿은 해인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다.사과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미 상처는 남았고, 어머니는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해인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방금 통화는 경찰에게 건 전화였다. 해인은 병실 밖에서 찍은 영상을 경찰에게 넘겼다. 그 영상은 예철진의 몸에 아무 문제가 없으며, 법의 심판을 피하려고 일부러 멀쩡한 몸을 망가진 척 꾸며 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었다.예철진 같은 사람에게 가장 좋은 복수는...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었다. 스스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망가진 육신을 끌고, 하루하루 늙어 가는 자신을 지켜보며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감옥에서 살아가게 하는 것.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전한 파멸이 될 터였다.해인이 차갑게 말했다.“제가 예 대표 댁에 가서 엄마 유품을 정리하겠습니다.”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3화

    유호는 해인과 50cm쯤 떨어져서 비로소 걸음을 멈췄다.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은 해인의 도자기처럼 하얀 뺨 위에 머물렀다.“밥 사준다며. 왜 멍하니 서 있어?”전화기 너머의 음성과 현실의 목소리가 겹치며 들렸다.해인은 고개를 들어 유호를 바라봤다.유호의 얼굴은... 열 번이 아니라 만 번을 봐도 여전히 시선을 사로잡는 얼굴이었다.그가 나타난 이후 주변의 소음도 한층 가라앉은 것처럼 느껴졌다.해인이 물었다.“뭐 드실래요?”유호가 직접 내려온 걸 보자, 데스크의 직원은 놀란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은 채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61화

    주헌은 사실대로 말했다.“말 그대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그럼 됐어.”유호가 단정하듯 말했다.“너는 미인계에 당한 거야. 그 여자는 여우 같은 여자거든.”주헌이 유호의 비서 자리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제치고 살아남아야 했다.그런 주헌마저 판단을 흐릴 정도였다면, 유호는 그 여자에 대한 인상이 더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역시 계산적인 여자였군.’주헌은 잠시 말을 고르다가 물었다.“도련님은 언제 시간이 되시는지요? 가정법원 일정 잡아야 해서요.”결혼은 서류로 끝낼 수 있었지만 이혼은 달랐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6화

    “진짜 그 남자랑 사귀는 거야?”해인을 레스토랑 밖으로 데리고 나온 태겸은, 눈에 잘 띄지 않는 골목으로 이끌었다.태겸은 해인을 똑바로 바라봤다. 마치 해인의 속을 확인하려는 것처럼 시선을 떼지 않았다.해인이 되물었다.“왜? 너는 하예주 남자친구 자격으로 회식에 참석해도 되고, 나는 안 돼?”“너는 나한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뒤에서는 우리 아버지한테 말 다 해놓고. 해인아, 너 내가 얼마나 좋은지 스스로도 모르는 척하지 마. 네가 그런 짓 하는 거, 결국 내 관심 끌려고 그런 거잖아. 그리고 그 남자는 너랑 아무 상관

  • 키워온 장미를 숙적에게 빼앗긴 밤   제55화

    재준은 눈앞의 남자가 해인을 배신한 장본인일 거라고 짐작했다. 재준은 아주 자연스럽고 예의 바르게 해인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면서 몸으로 막았다.그 행동은 태겸의 신경을 더 자극했다.태겸의 손에 들려 있던 와인잔이 그대로 으스러지면서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예전의 해인은 늘 태겸의 뒤에 숨어 있던 사람이었다.하지만 지금 해인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태겸이 아니었다.태겸이 조용히 물었다.“이 사람, 누구야?”이미 태겸과 해인 사이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 있던 사람들은, 이 질문이 나오자 노골적으로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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