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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영감을 위한 도구(1)

작가: 유리구슬
last update 게시일: 2026-08-09 08:01:25

끼익-.

등 뒤로 차가운 철문이 닫히려는 찰나였다.

"기다려…."

바닥에 엎어져 있던 이안이 짐승처럼 바닥을 기어 와 도진의 발목을 덥석 움켜쥐었다.

물감과 술, 그리고 자신의 눈물로 범벅이 된 이안의 손이 도진의 바짓단을 구겨 쥐었다. 그 손아귀에는 어떻게든 남자의 그 완벽한 평정심에 흠집을 내겠다는 듯한, 오기와 발악이 담겨 있었다.

"어딜 가… 이 새끼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이안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충혈된 두 눈은 독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넌 지금 도망치는 거야. 쿨한 척, 상처받지 않은 척 연기하면서 도망치는 거라고!"

도진은 자신의 발목을 잡은 이안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불쾌한 기색조차 없었다. 그저 길가에 버려진 오물 덩어리를 보는 듯한 무기질적인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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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진이 이안의 뺨을 툭툭 쳤다. 전혀 아프지 않은, 모욕적인 손길이었다."넌 그저 서아를 소유하고 싶었을 뿐이야. 네 알량한 예술적 자아를 채워줄 예쁜 트로피가 필요했던 거지. 그걸 사랑이라고 포장하지 마. 구역질 나니까."도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는 손수건을 꺼내 이안의 뺨을 만졌던 자신의 손가락을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오물을 만지기라도 한 듯 꼼꼼하고 결벽증적인 동작이었다."이건 내 소설 이야기야, 이안아."도진이 작업실 전체를 아우르듯 두 팔을 살짝 벌렸다."위선적인 아내와, 그런 아내에게 집착하는 미치광이 예술가. 그리고 그 둘의 불륜을 예술의 도구로 써먹는 남편. 이 완벽하고 아름다운 지옥도를 그려내기 위해, 나는 너희 둘을 무대 위로 올렸어.""…….""너는 내 연극의 훌륭한 조연이었어. 아주 멍청하고, 아주 성실하게, 내 의도대로만 움직여준 완벽한 꼭두각시."이안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그의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던 오만함과 우월감이 산산조각 나며 흩어지고 있었다.자신은 강도진의 우아한 세계에 균열을 낸 '치명적인 파괴자'라고 믿었다.백서아를 통해 저 거만한 강도진을 굴복시켰다고 생각했다.이 수많은 그림들이 그 승리의 전리품이라고 여겼다.그런데.그 모든 것이.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강도진이 쳐놓은 거미줄 위에서의 발버둥에 불과했다는 건가?"너는 내 영감을 위해 쓰인 도구였을 뿐이야."도진의 입에서 흘러나온 그 한 문장.그것은 이안의 척추를 완전히 박살 내버리는 결정타였다."도구…."이안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그래, 도구. 잉크가 다 떨어져서 이제는 버려야 할, 싸구려 일회용 펜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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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익-.등 뒤로 차가운 철문이 닫히려는 찰나였다."기다려…."바닥에 엎어져 있던 이안이 짐승처럼 바닥을 기어 와 도진의 발목을 덥석 움켜쥐었다.물감과 술, 그리고 자신의 눈물로 범벅이 된 이안의 손이 도진의 바짓단을 구겨 쥐었다. 그 손아귀에는 어떻게든 남자의 그 완벽한 평정심에 흠집을 내겠다는 듯한, 오기와 발악이 담겨 있었다."어딜 가… 이 새끼야. 내 말 아직 안 끝났어."이안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충혈된 두 눈은 독기로 번들거리고 있었다."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넌 지금 도망치는 거야. 쿨한 척, 상처받지 않은 척 연기하면서 도망치는 거라고!"도진은 자신의 발목을 잡은 이안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불쾌한 기색조차 없었다. 그저 길가에 버려진 오물 덩어리를 보는 듯한 무기질적인 시선이었다."도망?""그래, 이 병신아! 네 마누라가 내 밑에서 짐승처럼 헐떡거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어떻게든 나를 깎아내리고 짓밟아야 네 알량한 자존심이 지켜지니까!"이안은 쉰 목소리로 악을 썼다."네가 백날 여기서 내 그림을 쓰레기라고 떠들어대도 진실은 안 바뀌어! 서아는 나를 원했고, 나는 서아를 가졌어! 너는 네 침대에서 네 마누라가 딴 놈을 생각하며 젖어 드는 꼴도 눈치채지 못한 등신 머저리라고!""……."이안의 거친 숨소리만이 작업실의 적막을 채웠다.그는 도진의 눈동자에서 단 한 줌의 분노나 절망이라도 찾아내려 안간힘을 썼다. 남자의 얼굴이 치욕으로 일그러지기를, 제발 한 대만이라도 좋으니 주먹을 날려주기를 바랐다.하지만 도진은 그저 가만히 이안을 내려다볼 뿐이었다."이안아."도진의 입술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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