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로비에 들어서자 높은 천장의 샹들리에가 눈을 잡았다. 대리석 바닥에 은빛 조명이 파도처럼 번졌다. 군화 소리가 유난히 크게 울렸다. 나는 걸음을 줄였다.
청아는 프런트로 걸어갔다.
"방 하나 주세요."
"예약하셨나요?"
"아니요."
직원이 모니터를 확인했다.
다음 날 오후.지은이는 소속사 건물 앞에 서서 한 번 심호흡을 했다.어젯밤 내내 질문지를 다듬었다. 어떤 순서로 묻고 어디서 침묵을 지켜야 할지. 상대를 압박해야 할 순간과 기다려야 할 순간.기자 생활 십 년이 넘었지만 이런 긴장감은 오랜만이었다.'오늘 반드시 내가 진실을 꺼내야 한다.'그 생각 하나가 발걸음을 다시 단단하게 만들었다.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화려한 연예계의 얼굴들이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유명 배우와 가수들의 사진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속에서 지은이는 한 사람의 빈자리를 본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그도 살아 있었다면 저 벽 한쪽에서 미소 짓고 있었을 텐데.'가슴이 뻐근해졌다.대표이사실 앞에 다다른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질문지를 한 번 더 훑었다. 모든 질문이 눈에 익었다. 하지만 다시 읽었다. 실수는 없어야 했다.잠시 후 대표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많이 기다리셨죠? 죄송합니다.""아닙니다. 저도 방금 도착했어요."차분하고 따뜻한 그녀의 목소리는 상대의 긴장을 조금씩 풀어주는 것 같았다. 기자로서 오랫동안 갈고 닦은 기술이었다. 상대가 마음을 열어야 진실이 나온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럼 바로 시작할까요?""네, 그러시죠."지은이는 녹음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혹시 녹음해도 괜찮으시겠습니까?"대표는 잠시 녹음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상관 없습니다."그 대답을 확인하며 지은이는 버튼을 눌렀다. 빨간 불빛이 켜졌다.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지은이는 처음엔 가볍게 시작했다. 박재욱과 처음 인연이 된 계기, 소속사에 들어오게 된 과정, 활동했던 드라마와 작품들. 대표는 비교적 편안하게 대답했다.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그녀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대표님, 박재욱 씨가 태양그룹 둘째 딸과 사건이 있었던 그날 함께 있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돌직구였다.소속사 대표의 얼굴이 굳어졌다. 눈동자가 흔들렸고
며칠 후, 그녀는 방송 제안서를 팀장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손끝이 떨렸지만 눈빛만큼은 단단했다. 이건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기자 인생을 걸 만한 승부수였다. 어젯밤 내내 다듬고 또 다듬은 제안서였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이 떨리는 건 긴장 때문이 아니라 확신 때문이었다.팀장은 서류를 들춰보다가 이내 얼굴이 굳어졌다."양 기자, 이거 언제적 사건인데··· 대체 왜 꺼내려는 거야?""팀장님, 이건 지금도 온라인에서 완전히 뜨거운 이슈예요. 묻어둘 일이 아닙니다.""내용은 인정한다. 하지만 상대가 재벌이잖아. 그것도 태양그룹. 우리 방송국 광고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1위 기업이야."지은이의 눈매가 매섭게 가늘어졌다."지금··· 광고주 눈치 보자는 겁니까?"
나는 천천히 가방을 열어 서류를 꺼냈다.말없이 두 사람 앞으로 밀어내며 짧게 말했다."이게 내가 말했던 자료야."지은이는 서류를 받아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페이지 위를 따라 움직이다가 점점 굳어졌다. 종이 모서리를 잡은 손끝에 힘이 들어갔고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녀의 표정이 달라졌다. 처음엔 집중하는 눈빛이었다가 이내 뭔가를 참는 눈빛으로 변했다.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 그녀는 잠시 서류를 내려놓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결국, 김청아가 범인이라는 거네."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정말 할 수 있겠어? 재벌은 네가 아는 세상과 달라. 그들은 우리와 같은 규칙으로 움직이지 않아. 섣불리 건드리다간 기사 한 줄 나오기도 전에 막혀. 네 이름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민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을 때 냉정하고 무거웠다."마지막 문자 시간이 언제야?""재욱이 사망 당일 오후 두 시.""1203호에 들어간 시간은?""CCTV 기록상 오후 세 시 십 분."민호가 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한 시간 차이네. 문자를 받고 간 거야."잠시 침묵이 흘렀다. 민호가 생각을 정리하는 것 같았다."그 문자가 청아가 보낸 거 확실해?""발신 기록에 남아 있어.""그럼 청아가 그날 그 방에 불러들인 거네.""맞어."
집에 도착하자마자 욕조에 물을 틀었다.콸콸 쏟아지는 물소리가 욕실을 메웠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욕조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오늘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사모님의 손길, 금고 안의 휴대폰들, 청아라는 두 글자가 적힌 라벨, 그리고 백업 완료라는 네 글자.물에 몸을 담그자 따스한 온기가 나를 감쌌다. 하지만 마음은 따뜻해지지 않았다.오늘 내가 한 짓을 씻어낼 수 있는 물은 없었다.욕실에서 나와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냈다. 한 모금 들이켜며 책상 앞에 앉았다.그리고 노트북을 켰다.---백업 데이터를 열었다.파일 목록이 펼쳐졌다. 사진, 동영상, 문자 메시지.나는 잠깐 화면을 바라봤다가 천천히 사진 폴더를
1퍼센트. 3퍼센트. 7퍼센트.나는 금고 문 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물소리가 아직 들렸다. 괜찮다. 아직 괜찮다.15퍼센트. 28퍼센트.파일이 많았다. 사진인지 동영상인지 알 수 없었지만 용량이 컸다. 진행 바가 30퍼센트를 넘어가는데도 체감 속도는 더뎠다.'재욱아, 기다려.'그 말을 속으로 되뇌는 순간이었다.물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하지만 아직 샤워를 끝낸 것 같지는 않았다. 수압이 낮아진 건지, 아니면 그녀가 몸을 숙인 건지. 나는 화면과 화장실 문 사이를 번갈아 봤다.진행 바. 화장실 문. 진행 바. 화장실 문.51퍼센트.이마에 진땀이 맺혔다. 닦을 여유조차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