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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eur: 루니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8-03 01:34:17

“5년 동안 네 돈으로 자기 아들 키웠어.”

차유리의 말이 떨어지자 나는 준혁을 바라봤다.

다섯 살 아이는 아직도 준혁의 다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아빠, 나 안아줘.”

준혁이 아이 손을 떼어냈다.

“유리야. 애 데리고 가.”

유리가 코웃음을 쳤다.

“왜? 네 아들인데 이제 창피해?”

“지금 상황 안 보여?”

“상황 만든 새끼가 누군데.”

나는 웃었다.

“안아줘.”

준혁이 나를 봤다.

“뭐?”

“네 아들이 아빠한테 안아달라잖아.”

“서윤아.”

“왜. 밖에서 애까지 만들어놓고 집 안에서는 아빠 역할 못 하겠어?”

준혁이 이를 악물었다.

그때 임신했다고 했던 정다희의 휴대전화가 미친 듯이 울렸다.

다희가 화면을 보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는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왜요?”

“아니에요.”

다희가 전화를 끊었다.

곧 다시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

‘남편’.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받아요.”

“됐어요.”

“왜? 남편한테 오늘 야근한다고 했어요?”

다희가 나를 노려봤다.

“당신도 피해자면서 왜 나한테 지랄이에요?”

“난 적어도 남편 두고 다른 유부남 애 가진 년은 아니니까.”

“확실하지도 않잖아!”

준혁이 냉큼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다희 애가 왜 무조건 내 애야?”

다희 눈이 뒤집혔다.

“야, 강준혁.”

“왜.”

“날짜 계산하면 너밖에 없어.”

“네가 그걸 어떻게 장담해?”

다희가 준혁 얼굴에 임신테스트기를 집어던졌다.

“이 개잡놈아! 나한테 남편이랑 자지 말라며! 네 애 갖고 싶다고 지랄한 게 누구야!”

거실이 얼어붙었다.

나는 천천히 준혁을 돌아봤다.

“너 애 만들려고 했어?”

“개소리야.”

다희가 악을 썼다.

“콘돔 빼자고 한 것도 너야! 혹시 생기면 자기가 책임진다고 했잖아!”

다른 임신한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잠깐.”

모두 그녀를 봤다.

“나한테도 그랬는데?”

세라가 스피커폰 너머에서 소리쳤다.

“나한테도!”

준혁이 머리를 쥐어뜯었다.

“아, 염병할. 침대에서 한 말을 왜 다 계약서처럼 처기억해!”

나는 기가 막혀 웃었다.

“그러니까 진짜였네. 실수가 아니라 일부러 피임 안 한 거.”

“일부러는 무슨!”

그때 현관문이 쾅쾅 울렸다.

쾅! 쾅!

“정다희!”

다희가 그대로 굳었다.

남자 목소리가 다시 터졌다.

“문 열어! 네가 여기 있는 거 다 알아!”

준혁 얼굴까지 변했다.

이상했다.

다희 남편인데 준혁이 왜 저렇게 겁을 먹지?

나는 문을 열었다.

문밖의 남자를 보는 순간 나도 입이 벌어졌다.

“태수 오빠?”

박태수.

준혁의 스무 살 때부터 친구.

우리 결혼식 사회를 봤고, 하은 돌잔치에서는 축하금 봉투를 제일 먼저 내밀었던 남자였다.

태수가 준혁을 보자마자 달려들었다.

퍽!

주먹이 준혁 턱에 꽂혔다.

“이 개새끼야!”

준혁이 바닥에 넘어졌다.

“야, 태수야!”

“내 이름 부르지 마, 개 같은 새끼야!”

태수가 준혁 멱살을 잡아 일으켜 다시 벽에 처박았다.

다희가 울면서 매달렸다.

“여보, 그만해!”

태수가 아내를 밀어냈다.

“넌 닥쳐! 내 친구랑 붙어먹고 애까지 밴 년이 어디서 여보래!”

나는 숨을 삼켰다.

“태수 오빠 알고 있었어요?”

태수가 웃었다.

눈이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오늘 알았어.”

그가 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냈다.

“근데 이것도 오늘 받았고.”

준혁 표정이 다시 바뀌었다.

“그게 뭔데?”

태수가 종이를 준혁 얼굴에 들이밀었다.

친자확인 검사 결과서.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뱃속 애는 아직 검사 못 하잖아요.”

태수가 나를 봤다.

“뱃속 애 아니야.”

다희가 울기 시작했다.

“여보, 제발…”

“3년 전에 태어난 우리 딸.”

나는 입을 다물었다.

태수가 이를 악물었다.

“내 애가 아니래.”

준혁이 아무 말도 못 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다희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그건 진짜 몰라.”

태수가 미친 듯이 웃었다.

“몰라?”

그가 결과지를 펼쳤다.

“나는 친자 가능성 0퍼센트.”

그리고 다른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

이번에는 준혁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강준혁.

친생자 관계 성립 가능성 99.99%.

거실에서 욕설조차 사라졌다.

준혁이 입술을 떨었다.

“야… 그걸 어떻게 검사했어?”

그 질문 하나로 끝이었다.

부정하지 않았다.

태수가 준혁을 다시 후려쳤다.

“넌 알고 있었구나, 개새끼야!”

퍽!

“태수야!”

“내가 야간근무 갈 때마다 우리 집에 기어들어와서 내 마누라랑 뒹굴었지?”

다희가 울부짖었다.

“그때는 우리 사이 끝난 줄 알았다고!”

“그래서 내 침대에서 내 친구랑 처잤냐?”

나는 벽을 짚었다.

준혁은 단순히 여자 열 명을 돌려 만난 게 아니었다.

친구 아내와 아이까지 만들고, 그 친구에게 자기 딸인 줄 알고 3년을 키우게 했다.

그때 현관 밖에서 어린 여자아이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태수의 얼굴이 무너졌다.

세 살쯤 된 아이가 이웃 여자 손을 잡고 서 있었다.

“아빠 왜 싸워?”

태수가 아이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데 아이는 태수가 아니라 바닥에 주저앉은 준혁에게 달려갔다.

“준혁 삼촌!”

준혁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리고 너무 자연스럽게 말했다.

“삼촌이 지난번에 비밀이라고 했잖아.”

나는 굳었다.

태수도 굳었다.

준혁이 황급히 아이 입을 막으려 했다.

“예나야.”

하지만 아이가 먼저 말했다.

“엄마가 그러는데.”

다희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예나야, 그만!”

아이는 해맑게 웃었다.

“나 사실 삼촌 딸이래.”

태수의 주먹이 천천히 내려갔다.

나는 준혁을 바라봤다.

준혁이 처음으로 완전히 겁먹은 얼굴을 했다.

그 순간 다희가 배를 감싸며 울었다.

“그리고 지금 배 속에 있는 애도…”

태수가 고개를 돌렸다.

다희가 눈을 감았다.

“준혁이 애 맞아.”

한 남자의 아내에게서 아이를 하나 빼앗아놓고,

준혁은 똑같은 남자에게 두 번째 아이까지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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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제 불능   제75화

    “한재욱이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고.”준혁의 말이 끝나자 모두 재욱을 봤다.재욱은 한동안 아무 말도 못 했다.나는 그에게 다가갔다.“그래?”“서윤아.”“나 죽이려고 했어?”“아니야.”“또 아니래.”나는 웃었다.“넌 아주 평생 ‘아니야’ 세 글자로 살아남았네.”준혁이 재욱에게 달려들었다.“이 개자식아!”재욱이 준혁의 주먹을 피하며 소리쳤다.“내 말부터 들어!”“뭘 들어! 서윤이가 네 이름까지 말했는데!”“그 말이 맞아!”모두 멈췄다.나는 재욱을 봤다.“뭐?”재욱이 숨을 몰아쉬었다.“네가 날 의심한 거 맞아.”“왜.”“내가 네 차를 가져갔으니까.”수진이 욕을 뱉었다.“미친놈.”나는 재욱의 멱살을 잡았다.“사고 전날?”“응.”“브레이크 건드렸어?”“아니.”“그럼 왜 가져갔는데!”재욱이 나를 똑바로 봤다.“차 안에 있던 걸 없애려고.”등골이 서늘해졌다.“뭘.”재욱은 대답하지 않았다.준혁이 비웃었다.“말 못 하지?”“닥쳐.”“왜? 네가 서윤 차 뒤졌다는 것까지는 맞잖아.”재욱이 갑자기 준혁을 노려봤다.“너도 찾고 있었잖아.”준혁 얼굴이 굳었다.나는 둘을 번갈아 봤다.“뭘 찾았는데.”그때 성재가 말했다.“USB.”재욱이 눈을 감았다.“박성재.”“이제 숨겨서 뭐 해.”성재가 나를 봤다.“사고 나기 전에 네가 자료 하나 만들었어.”“무슨 자료.”“여기 있는 인간들.”그가 방 안을 둘러봤다.“전부 엮인 기록.”수진이 얼굴을 찌푸렸다.“서윤이가 우리 뒤를 캤다고?”“그래.”“왜?”성재가 피식 웃었다.“너희가 서윤이 뒤를 캤으니까.”나는 손을 내밀었다.“USB 어디 있어.”재욱이 말했다.“없어.”짝!내 손이 재욱 얼굴을 갈겼다.“또 없대.”“진짜야!”“네가 없앴다며!”“내가 가져갔는데 이미 비어 있었어!”준혁이 헛웃음을 쳤다.“개수작.”재욱이 악을 썼다.“네가 먼저 훔쳤잖아!”“뭐?”“사고 전날 서윤 차에 들어간 사람 너잖아!”나는 준혁을

  • 통제 불능   제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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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윤이 아직 안 죽었어?”전화기 너머 여자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나는 태경의 휴대전화를 빼앗았다.“안 죽어서 미안하네.”상대가 멈췄다.“누구세요?”“네가 죽었냐고 물어본 강서윤.”태경이 내 손목을 잡았다.“끊어요.”나는 밀쳐냈다.“건드리지 마.”그리고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너 누구야?”여자가 웃었다.“오빠가 아직 말 안 했어요?”“뭘.”“내 이름.”“강서윤이라고 하면 찾아가서 머리통 깨버린다.”“그건 언니 이름이고.”잠깐 침묵.“난 이유라예요.”수진이 남편을 노려봤다.“이유라?”태경은 욕을 삼켰다.수진이 달려들어 그의 멱살을 잡았다.“너 저년하고 뭐 하는 사이야!”유라가 전화기 너머에서 말했다.“부부요.”수진의 손이 멈췄다.“뭐?”태경이 소리쳤다.“유라야, 닥쳐!”“왜? 수진 언니도 있는데?”수진 얼굴이 일그러졌다.“언니?”유라가 웃었다.“사진으로 많이 봤어요.”“이 미친년이.”“남편 관리 좀 잘하지 그랬어요.”짝!수진이 태경의 뺨을 갈겼다.“나랑 이혼도 안 하고 저년이랑 결혼했어?”태경이 이를 악물었다.“법적으로 한 거 아니야.”“그럼 뭐야!”“식만 올렸어.”수진이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와, 이 개잡놈아.”나는 태경을 봤다.“왜 가짜 서윤 역할 하던 여자랑 결혼식까지 했는데.”태경은 입을 다물었다.유라가 대신 말했다.“연습하려고요.”등골이 서늘해졌다.“무슨 연습.”“서윤 언니 자리 들어가는 연습.”준혁이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다.“끊어!”나는 그의 가슴을 밀쳤다.“너 왜 이렇게 급해?”준혁이 굳었다.나는 유라에게 물었다.“내 자리에 어떻게 들어오는데.”“언니가 없어지면요.”수진이 욕을 내뱉었다.“이 또라이 년 진짜.”그런데 유라는 웃지 않았다.“이미 한 번 실패했잖아요.”내 손이 굳었다.“뭘.”“3년 전 교통사고.”방 안이 얼어붙었다.수진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건 내가—”유라가 잘라 말했다.“언니는 브레이크만

  • 통제 불능   제72화

    “그날 1203호에 마지막으로 들어간 사람.”수아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우리 아버지였어요.”수진이 그대로 주저앉았다.“아빠가 왜 서윤이 방에 들어가?”나는 사진 속 손목을 다시 봤다.낡은 은색 시계.성재가 중얼거렸다.“저거 장인어른 시계 맞아.”수아가 아버지에게 전화하려 했다.그런데 수진이 손목을 붙잡았다.“하지 마.”“왜?”수진의 얼굴이 이상했다.“아빠 아니야.”모두 수진을 봤다.“뭐?”“저 시계.”수진이 사진을 가리켰다.“그때 이미 아빠한테 없었어.”수아의 손이 멈췄다.“무슨 소리야.”“내가 훔쳤으니까.”“뭐?”수진이 고개를 숙였다.“그날 아빠 시계 내가 가져왔어.”나는 헛웃음을 쳤다.“왜 남의 호텔방 올 때 아빠 시계를 처차고 와?”“내가 찬 거 아니야.”“그럼?”수진이 입술을 깨물었다.“준혁 오빠 줬어.”준혁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나한테?”“응.”“언제.”“그날 낮.”수진이 준혁을 노려봤다.“오빠가 서윤이한테 들키면 안 된다고 평소 시계 빼고 왔잖아.”나는 준혁을 봤다.“넌 그날 호텔 안 왔다며.”준혁이 이를 악물었다.“안 갔어.”수진이 웃었다.“또 구라 치네.”“야.”“시계 돌려준 것도 다음 날이었어.”준혁이 수진에게 달려들었다.“미친년아, 그딴 걸 왜 이제 말해!”“왜긴.”수진도 악을 썼다.“나도 사진 보고 오빠인 줄 알았으니까!”숨이 막혔다.나는 준혁에게 다가갔다.“1203호 들어왔어?”“아니.”짝!“이제 네 아니야 소리만 들으면 토 나와.”준혁의 얼굴이 돌아갔다.그때 수아가 사진을 확대했다.“잠깐.”“뭐.”“이 사람 손.”나는 화면을 봤다.손가락.긴 손톱.네일 자국.남자 손이 아니었다.수진도 굳었다.“뭐야.”수아가 시계를 찬 팔을 확대했다.“여자야.”모두 하린을 봤다.하린이 욕을 뱉었다.“왜 또 나야!”“너 아니야?”“아니라고!”수진이 갑자기 말했다.“나 알아.”나는 돌아봤다.“누구.”수진의 얼굴

  • 통제 불능   제71화

    “그날 밤, 너 내 방에 들어왔어?”수아가 입술을 깨물었다.“네.”준혁이 욕을 뱉었다.“미친년.”나는 수아에게 다가갔다.“나랑 뭐 했어?”“아무것도 안 했어요.”“호텔방까지 들어와놓고?”“서윤 씨가 취해서 자고 있었어요.”수진이 언니를 노려봤다.“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수아가 대답했다.“내가 재웠으니까.”순간 머리가 멍해졌다.“뭐?”“재욱 씨 만나고 싶다고 난리쳐서 제가 데려간 거예요.”재욱이 고개를 들었다.“당신이?”“네.”나는 재욱을 봤다.“너는 왜 옆방에 있었는데?”재욱이 이를 악물었다.“수아가 부탁했어.”“뭘.”“네가 깨면 자기가 먼저 들어가겠다고.”헛웃음이 터졌다.“둘이 짰네.”수아가 갑자기 소리쳤다.“당신이 시켰어요!”모두 멈췄다.“내가?”수아가 휴대전화를 꺼냈다.오래된 음성 메시지.내 목소리였다.[수아 언니.]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오늘 나 좀 도와줘.]나는 숨을 멈췄다.[준혁이한테 내가 재욱이랑 잤다고 믿게 만들고 싶어.]준혁의 얼굴이 굳었다.녹음 속 내가 웃었다.[진짜 잘 필요는 없어.][그 새끼가 어떤 얼굴 하는지만 보고 싶어.]나는 눈을 감았다.“내가… 저랬어?”수진이 욕을 씹었다.“진짜 다 미쳤네.”준혁이 나를 노려봤다.“그래서 나한테 재욱이랑 잤다고 한 거야?”“난 기억 안 나.”“기억 안 나면 없던 일이 돼?”“너는 입 닥쳐. 임신했다는 여자한테 지우라고 한 새끼가.”준혁의 입이 닫혔다.수아가 말했다.“근데 계획대로 안 됐어요.”나는 그녀를 봤다.“뭐가.”“서윤 씨가 잠들고 나서 누가 왔거든요.”“누가.”수아가 수진을 봤다.수진이 얼굴을 찌푸렸다.“왜 나 봐?”“너.”방 안이 얼어붙었다.수진이 헛웃음을 쳤다.“개소리하지 마.”“1203호에 들어왔잖아.”“난 안 갔어!”수아가 오래된 사진을 꺼냈다.호텔 복도 CCTV.새벽 2시 41분.수진이었다.모자를 눌러쓰고 1203호 앞에 서 있었다.나는 수진을 노려

  • 통제 불능   제70화

    “우리 결혼, 너도 사랑해서 한 거 아니었어.”준혁이 나를 바라봤다.“나한테 복수하려고 한 거야.”나는 웃었다.“그래.”이번에는 모두가 굳었다.준혁조차 입을 다물었다.“뭐?”“맞다고.”나는 천천히 결혼반지를 뺐다.“네가 다 자백했을 때 바로 떠났어야 했는데, 그러기 싫었어.”수진이 나를 바라봤다.“왜?”“억울했으니까.”나는 준혁에게 반지를 던졌다.“이 새끼는 내 연애 망치고, 내 뒤 캐고, 내 인생에 기어들어와 놓고 고백 한 번 하면 끝이잖아.”준혁이 이를 악물었다.“그래서 결혼했어?”“응.”“나 망가지는 꼴 보려고?”“아니.”나는 수진을 바라봤다.“네가 얼마나 빨리 나 배신하는지도 보려고.”수진의 얼굴이 굳었다.“나?”“기억 안 나?”나는 휴대전화를 꺼냈다.오래된 음성 파일 하나.재생 버튼을 눌렀다.십 년 전 내 목소리.[수진아, 준혁 한번 꼬셔봐.]방 안이 얼어붙었다.수진이 입을 벌렸다.“이게….”녹음 속 수진이 웃었다.[미쳤어? 네 남친인데?][나] 그러니까.[수진] 왜?[나] 넘어가나 보게.나는 수진을 똑바로 봤다.“준혁한테 처음 접근하라고 한 사람.”입꼬리가 떨렸다.“나였어.”준혁이 욕을 뱉었다.“와, 개같네.”나는 바로 그를 노려봤다.“넌 입 닥쳐.”수진이 울기 시작했다.“근데 나는 그날 안 했어.”“알아.”“뭐?”“네가 나한테 전화했잖아.”다음 녹음을 틀었다.[수진] 나 못 하겠어.[나] 왜?[수진] 네 남자잖아.[나] 그러니까 해보라니까.[수진] 싫어. 너한테 이런 짓 못 해.수진의 눈물이 멈췄다.나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때는 네가 통과했어.”수진의 얼굴이 무너졌다.“그럼 언제부터….”“세 달 뒤.”나는 준혁을 바라봤다.“저 새끼가 먼저 너 찾아갔지.”준혁의 눈이 흔들렸다.수진도 고개를 들었다.“그걸 어떻게 알아?”“봤으니까.”“뭘.”나는 사진을 띄웠다.호텔 로비.준혁과 수진.둘이 처음 같이 들어가던 날.수진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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