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제2장
빅토리아가 준 하녀 유니폼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베를린은 욕실 거울 앞에 서서 숨을 참으며 드레스 옆 지퍼를 올리려고 애썼다. 크림색의 cheap한 원단이 풍만한 가슴을 죄어왔고, 글래머러스한 몸매의 곡선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엘린은 잠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유니폼이 너무 작은 걸까… 아니면 내가 정말 돼지처럼 덩치가 큰 걸까?" 그녀는 통통한 뺨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고는 자신의 뺨을 가볍게 톡톡 쳤다.
자책할 시간이 없었다.
"정신 차려, 엘린. 넌 일해서 돈을 벌러 온 거지, 마이클이 준 굴욕 때문에 계속 울려고 온 게 아니잖아."
마음을 가다듬은 후, 그녀는 따뜻한 물이 담긴 대장과 작은 수건을 들고 욕실을 나왔다. 킹사이즈 침대 옆에는 성인용 기저귀와 데이브 모레노의 깨끗한 옷을 정리해 두었다.
방 안에는 죽음과도 같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시계의 미세한 째깍거림조차 아득하게 들릴 정도였다.
엘린은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데이브 모레노는 영혼을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남겨두고 온 것처럼, 여전히 천장을 향해 초점 없는 눈을 두고 움직이지 않았다. 완벽하게 깎아지른 턱선과 우뚝한 코는 여전히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겼지만,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질려 있었다.
엘린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동정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참 안타까운 운명이시네요, 모레노 님… 모든 걸 다 가졌는데 아무것도 누리지 못하시다니."
당연하게도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데이브의 실크 잠옷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이불 속에서 데이브는 숨을 죽였다.
새로운 간병인의 향기—달콤하고 따스한—가 갑자기 그의 감각을 파고들며 집중력을 완전히 흐트러뜨렸다. 1년 동안 그는 아내의 진심을 파헤치기 위해 전신 마비 환자 행세를 해왔고, 그동안 수십 명의 간호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했었다.
하지만 이 글래머러스한 여자의 손길은 달랐다.
너무나도 달랐다.
따뜻한 수건이 견디기 힘들 만큼 부드럽게 그의 탄탄한 가슴 위로 미끄러져 내렸다.
"사실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모레노 님." 엘린은 자신의 어색함을 달래려 중얼거렸다. "알몸을 보는 바람에 제 눈이 더러워질지도 몰라요."
데이브가 듣지 못할 거라 믿은 그녀는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그거 아세요? 이틀 전에 남자친구가 사람들 앞에서 절 망신줬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녀의 손은 남성의 복부를 천천히 닦아내렸다.
"뚱뚱하다고… 쌀자루 같아서 창피하다고 했어요. 절 정말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결국 전 그의 식모이자 숨기고 싶은 수치였을 뿐이었죠."
데이브의 가슴이 팽팽하게 조여왔다.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그 여자의 가식 없는 솔직함 때문이었다.
엘린은 수건을 짜낸 뒤 아래로 내려가 잠옷 바지를 벗기고 기저귀를 갈아주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 천 장벽이 사라지자마자, 그녀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의 시선은 억만장자의 가장 은밀한 부위에 고정되었다.
"어머나… 이게 뭐예요, 모레노 님…?"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긴장을 풀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 거북한 웃음소리는 점차 사라졌다.
가슴속에 다시금 쓰라린 압박감이 차올랐다.
그녀의 생각은 마이클에게로 다다랐다… 자신을 차갑게 거부하면서 다른 여자를 욕망하던 그를 보았을 때의 불쾌감과 굴욕감. 마이클은 그녀를 매력 없고, 손길을 받을 자격조차 없는 존재로 느끼게 만들었다. 마치 여자로서 욕망할 수도, 욕망받을 수도 없는 것처럼.
상처와 분노, 짓밟힌 자존심이 순간 홧김에 생긴 무모한 용기와 엉켰다.
이 고립된 방 안에서, 반응할 수 없다고 믿는 남자 앞에서, 엘린은 세상의 잔인한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움을 느꼈다.
여기서는 아무도 그녀를 비난하지 않을 터였다.
호기심과, 마이클이 짓밟아버린 자존감을 되찾고 싶은 억눌린 욕망에 이끌려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순진하면서도 대담하게, 그녀는 억만장자의 은밀한 부위를 자신의 감정을 배출하는 도구로 삼았다… 항상 자신에게 금지되었던 무언가를 직접 만지고 통제할 수 있다는 작은 증명.
그녀의 따뜻한 손가락이 데이브의 은밀한 끝부분을 수줍게 문지르며 장난치기 시작했다.
"모레노 님… 이렇게 대담하게 굴어서 죄송해요." 엘린이 속삭였다. "하지만… 너무 유혹적이잖아요."
손끝을 타고 묘한 간지러움이 퍼져나갔다. 마치 마이클이 빼앗아 간 자존감의 일부를 방금 막 되찾은 것만 같았다.
제길!
데이브는 속으로 격렬하게 욕을 내뱉었다.
몸의 반사적인 반응을 억누르려 애쓰며 그의 턱관절이 딱딱하게 hardened. 엘린의 손가락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맹렬한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혈액이 혈관 속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몇 초 만에 그의 부위는 단단하게 반응하며, 명확한 긴장감과 함께 곧게 우뚝 섰다.
엘린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얼굴이 삶은 게처럼 붉게 물들었다.
"모-모레노 님… 몸은 살아있는 시체 같아도… 이 부분은 여전히 아주 팔팔하시네요." 그녀는 침을 꼴깍 삼키며 중얼거렸다.
이 꼬맹이가 정말…!
데이브는 가빠지려는 호흡을 참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떨리는 손으로 엘린은 다시 수건을 들고 그의 허벅지를 닦아내려 했다. 하지만 커져버린 데이브의 크기 때문에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억만장자의 이성을 위협하는 관능적인 고문이 되어버렸다.
"모레노 님… 나중에 회복되시면 이렇게 대담했던 절 해고하셔도 좋아요." 그녀는 딴생각을 하려고 속삭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마비되어 계셨으면 좋겠네요. 그래야 여기서 계속 일해서 아빠가 진 500만 달러의 빚을 갚을 수 있으니까요."
그 순진하고도 이기적이며 위험할 정도로 유혹적인 말을 듣는 순간, 이불 아래에서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고 있던 데이브가 1년 동안 유지해 온 철통같은 인내심이 마침내 깨져버렸다.
금기시된 욕망이 그의 안에서 폭발했다.
이딴 연극 따위, 때려치워.
엘린이 막 깨끗한 기저귀를 집어 들려던 그 순간, 갑자기 강한 손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숨이 턱 막혔다.
그녀의 풍만한 몸이 강한 힘에 끌려 침대 위로 엎어지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빠르고 위압적인 움직임으로, 데이브 모레노는 어느새 그녀의 위에 올라타 매트리스로 그녀를 짓눌렀다.
데이브의 시선은 더 이상 텅 비어 있지 않았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이제 강렬하고, 위험하며, 타오르는 불꽃으로 빛나고 있었다.
엘린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심장이 멈춘 것만 같았다.
"모-모레노 님…?"
데이브의 굵고 거친 목소리가 그녀의 얼굴 바로 앞에서 처음으로 울려 퍼졌다.
"글래머 양… 감히 이 방에서 날 자극하고, 유혹하고, 가지고 놀았지. 그러니까 이제… 벌을 받아야겠어."
계속…
제40장디에고의 불쾌한 밀착 아래에서 엘린은 숨을 죽였다. 남자의 뻔뻔한 손길이 그녀의 셔츠 단추를 서툴게 잡아채며 아웅다웅하기 시작하자, 그녀의 내면에서 강력한 아드레날린이 요동쳤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완벽한 분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남은 힘을 쥐어짜낸 엘린은 오른쪽 다리를 들어 올려 디에고의 발등을 향해 온 힘을 다해 힐로 짓밟아버렸다."아아악! 젠장!" 그가 거세게 비명을 질렀다.발끝을 찌르는 극심한 통증에 남자의 악력이 순간 단숨에 풀렸다.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엘린은 두 손으로 디에고의 가슴을 절박하게 밀쳐냈다. 풍만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온 필사적인 반동에, 통증으로 여전히 비틀거리던 청년은 균형을 잃고 말았다.쾅-!그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가며 건축학 책장에 거세게 부딪혔고, 두꺼운 책 몇 권이 바닥으로 어지럽게 떨어졌다."이 젠장할 년이, 엘린! 네가 감히?!" 아픈 발을 움켜쥔 디에고가 분노로 눈을 번뜩이며 침을 내뱉었다."다시는 내 몸에 손대지 마, 이 개자식아!" 떨리는 목소리로 엘린이 소리쳤다.그녀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즉시 돌아서서 목재 격리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눈물이 뺨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흘러내리는 채로 조용한 도서관 바깥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달려 나갔다.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늘 다정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믿었던 디에고는 그저 잘생긴 얼굴 뒤에 자신의 몸을 욕탐하는 괴물에 불과했던 것이다.여자 화장실에 다다르자마자, 그녀는 칸막이 중 한 곳으로 빠르게 들어가 문을 쾅 닫고 떨리는 손으로 잠금장치를 걸었다. 그러고는 차가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려 무릎을 안은 채 절망적인 오열을 터뜨렸다."내 인생은 왜 이렇게 비참해야 하는 걸까?" 서럽게 울음을 터뜨리며 엘린은 흐트러진 셔츠를 바짝 움켜쥐었다. "내가 더럽혀졌다는 건 알아… 그 밀폐된 방 안에서 데이브 모레노의 은밀한 정부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것까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저런 쓰레기 같은 놈이 내 몸
제39장그날 오후, 외딴 산길의 험준하고 가파른 도로는 순식간에 끔찍한 비극의 현장으로 변해 버렸다. 모레노 대마님이 탄 고급 세단이 위험한 비탈길을 이상한 속도로 내려가고 있었다. 차량 안에서 운전기사는 레이먼드의 하수인들에 의해 브레이크 시스템이 공작된 사실도 모른 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브레이크를 몇 번이고 집요하게 밟아대며 완벽하게 패닉에 빠져 있었다.끼이익-!검은색 승용차가 죽음의 커브길을 돌려 하자 타이어가 지면을 긁는 찢어지는 듯한 마찰음이 메아리쳤다. 하지만 차량의 무거운 무게와 과도한 속도로 인해 제어력을 완벽하게 잃고 말았다. 차는 가드레일을 거세게 받친 뒤 허공으로 튕겨 나갔고, 수십 미터 깊이의 절벽 밑바닥으로 추락하며 통제 불능 상태로 뒹굴기 시작했다.콰앙-!파괴적인 폭발음이 깊은 심연의 바닥을 흔들었다. 거센 불길과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고, 단 몇 초 만에 차량 전체를 완벽하게 삼켜버렸다.이른 시간 내에 해당 구역은 경찰 통제선과 구조대원들로 둘러싸였다. 몇 시간 뒤, 그 소식은 모든 언론 매체를 통해 폭발적으로 보도되었다. 경찰은 방송을 통해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사고였다는 공식 발표를 내놓았으며, 타버린 차량 내부에서 사람의 유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곧이어 모레노 대마님의 시신이 불길 속에서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을 것이라는 추측성 소문들이 파다하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한편, 자신의 개인 집무실에서 레이먼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채 고급 시가를 천천히 태우고 있었다. 그의 곁에서 빅토리아는 샴페인 두 잔을 따라 그중 한 잔을 그에게 건븸었다."완벽해요, 레이먼드! 모든 게 우리가 계획한 대로 들어맞았어요." 빅토리아가 승리감으로 눈을 반짝이며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그 늙은 여네가 마침내 사라졌네요. 이제 모레노 홀딩스 이사회 안에는 그 어떤 걸림돌도 남아있지 않아요."레이먼드가 잔혹하고 오만한 폭소를 터뜨렸다."그 늙은이가 날 영원히 막아설 수 있을 줄 알았나 보지. 그 여자가 사라진 이
제38장아침 햇살의 첫 줄기가 창문 유리 표면에 겨우 다다랐을 무렵, 엘린은 간호사 유니폼 정돈을 마쳤다. 오늘은 아침 8시에 일찍 수업이 있었다. 병실을 나서기 전, 그녀는 다시금 딱딱하게 누워 코마 상태의 남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데이브의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엘린은 상체를 살짝 숙여 이미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던 데이브의 이불을 다듬어 주었다."도련님, 저 이제 대학에 다녀오겠습니다." 문 건너편의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도록 엘린이 나지막이 속삭였다.데이브에게서 말로 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의 매 같은 눈이 1초간 살짝 열리더니, 어제 오후의 경고—'다른 남자에게 내숭 떨지 마라'—를 재확인시키는 듯한 날카로운 시선을 던졌다. 엘린은 그저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돌아서서 방을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저택의 분위기는 변함없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빅토리아는 고급스러운 식탁에 우아하게 앉아 오렌지 주스 한 잔과 토스트를 곁들여 아침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엘린의 발소리가 들리자 여인은 식사를 멈추고, 아름다운 얼굴에 깊게 새겨진 특유의 오만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빅토리아 사모님, 개인적인 일로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될지 허락을 구하고자 합니다." 엘린이 고개를 깊이 숙이며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빅토리아는 비단 수건으로 입술 모서리를 닦아낸 뒤, 게으른 한숨을 내쉬었다."내려오기 전에 저 살아있는 시체놈은 제대로 간호하고 온 거냐?" 빅토리아가 마치 성가신 짐덩이를 다루듯 퉁명스럽고 차갑게 물었다. "오늘 아침 비앙키 의사가 처방한 고농도 약을 저놈 입안에 이미 처넣었겠지?""네,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사모님." 엘린은 단 1초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 "여기 내려오기 전에 데이브 도련님의 모든 의료 처치를 완료했습니다.""그러는 게 좋을 거다. 어서 가고 지체하지 마라. 바깥에서의 네 사사로운 일이 저 개자식을 간호하는 시간표를 방해하게 두지 마." 빅토리아가 손을 휘저으며 엘린에
제37장크레이비어 씨와의 비밀 접견은 완벽하게 성사되었다. 레이먼드의 불법 사업을 뒤흔들 핵심 축이 될 대규모 협력 계약서에는 이미 서명이 마쳐진 상태였다. 건이 끝나자마자 데이브는 모레노 저택으로 서둘러 복귀했다. 그는 정문을 이용하지 않고, 옛 서재 벽 뒤에 숨겨진 비밀 통로를 지나 자신의 방으로 곧장 연결되는 길을 선택했다. 그 비밀 통로는 일 년 내내 빅토리아나 레이먼드의 의심을 사지 않고 안전하게 안팎을 오갈 수 있게 해준 은밀한 경로였다.비밀문이 소리 없이 슬라이딩하며 닫히자, 데이브는 방 안의 어둠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매 같은 그의 눈에 가장 먼저 포착된 것은 방 한구석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엘린의 형체였다. 미간을 찌푸린 채 두꺼운 책 더미에 둘러싸여 노트북 키보드를 분주하게 두드리는 여인은 지극히 집중해 있었다. 방 주인이 돌아왔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데이브는 여유롭게 다가가 잘생긴 얼굴의 반쪽을 가리고 있던 은가면을 벗어 침대 협탁 위에 놓아두었다. 나른한 동작으로 엘린의 바로 옆 빈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은 그는, 턱을 괴고 여인의 진지한 측면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지극히 몰두해 있군." 데이브의 깊은 남성미 넘치는 목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불시에 깨뜨렸다.엘린은 놀라 깜짝 놀라며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놓칠 뻔했다. 서둘러 고개를 돌리자 데이브의 잘생긴 얼굴이 자신의 얼굴과 겨우 수 센티미터 거리에 다가와 있었다."네? 도련님... 벌써 돌아오셨어요?" 놀란 탓에 약간 가빠진 숨을 내쉬며 엘린이 물었다.데이브는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대학 과제부터 마저 끝내. 그러고 나서 내 어깨 좀 마사지해라. 오늘 회의 때문에 전신이 뻣뻣하군.""네, 도련님. 거의 다 끝났어요." 엘린이 공손하게 답했다.데이브가 진심으로 피곤해 보이는 것을 본 엘린은 손길을 서둘렀다. 과제 문서를 서둘러 저장하고 노트북을 조심스럽게 닫았다.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데이브가 기대어 앉아 있는 의자
제36장데이브가 떠난 뒤 병실 안에는 짙은 정적이 남겨졌다. 엘린은 다리가 약간 풀린 채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욕실로 향했다. 세면대 거울 앞에 서서, 그녀는 가만히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남자가 떠나기 직전 탐욕스럽게 퍼부었던 키스로 인해 입술은 붉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얼얼한 얼룩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엘린은 손가락 끝으로 입술을 살며시 터치한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째서 그이의 소유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까…?" 거울 속 자신의 피곤한 눈을 응시하며 엘린이 속으로 나지막이 읊조렸다. "매일같이 날 만져대고… 마치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것처럼. 코마 상태인 척 연기하는 동안 일 년 내내 억눌러왔던 것 때문일까?"엘린은 고개를 저으며, 너무나 강렬했던 밀착감의 기억을 털어내려 애썼다. 데이브의 손길 뒤에 숨겨진 이유를 찾아봤자 자신의 마음을 허황된 기대 속에 자빠뜨릴 뿐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팅!휴대전화의 알림음 소리에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엘린은 방으로 돌아와 작업대 위에 놓인 기기를 집어 들었다. 오늘 오후에 막 저장했던 번호로부터 위챗 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디에고: [안녕, 엘린. 집에 잘 들어갔어? 마침 오늘 밤 시간이 비는데, 나랑 저녁 같이 먹으러 나갈래? 캠퍼스 근처에 정말 괜찮은 곳이 있거든.]엘린은 주저하는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내심 자신을 신경 써주는 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에 작은 기쁨이 피어올랐다. 간절히 나가고 싶었다. 저택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또래 여느 또래들과 다름없이 평범하게 수다를 떨고 싶었다.하지만 여전히 방 안의 벽에 메아리치는 듯한 데이브의 엄중한 경고가 그녀에게 지독한 현실을 일깨워주었다.'데이브가 알아챈다면 분명 큰일이 날 거야.' 남자의 분노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엘린은 덜컥 두려움이 밀려왔다.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엘린은 어쩔 수 없이 거절의 메시지를 적어 내릴 수밖에 없었다.엘린: [안녕, 디에고. 정말 미안한데 오늘 밤은 못 나갈 것 같아. 몸이
제35장열기의 잔재가 짙게 깔린 조용함 속에서 한 시간이 흘렀다. 엘린은 약간 떨리는 손가락으로 흐트러진 플란넬 셔츠의 단추를 다시 채우며 침대 옆에 서 있었다. 매트리스 위에는 데이브가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친 채 누워, 깊고 해독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엘린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지난 한 시간 동안 데이브는 그 이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통통한 몸을 구석으로 몰아넣고, 마치 자신의 보호자를 잃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탐욕스러운 밀착감으로 엘린의 신선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빨아들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엘린에게는 그 모든 손길이 사실 가슴에 새겨지는 새로운 상처처럼 느껴졌다.엘린은 깊은 침묵에 빠져 있었다. 뜨거웠던 시간이 가라앉은 이후로 그녀는 단 한마디도 내뱉지 않았다. 그리고 그 침묵은 데이브의 마음을 거슬리게 만들기 시작한 듯했다."무슨 일 있어?" 데이브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낮고 쉰 남성미 넘치는 목소리가 방 안의 정적을 깨뜨렸다. "아까부터 말이 없네."엘린은 살짝 놀라 움찔하더니, 데이브의 매 같은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채 서둘러 고개를 저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도련님. 그저 온종일 캠퍼스에 있느라 조금 피곤해서 그래요."엘린은 침대 끝에 놓인 이불을 정리하는 척하며 몸을 돌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감정의 폭풍이 격렬하게 몰아치고 있었다.'내가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걸까?' 가슴을 바짝 죄어오는 답답함을 느끼며 엘린은 속으로 자책했다. '왜 그가 다가올 때마다 내 방어벽은 완벽하게 무너져 버리는 걸까? 왜 상황에 쓸려 넘어가면서 그 사람의 여자가 될 수 있다는 미친 희망을 품게 되는 거지? 그건 완벽하게 불가능한 일이야, 엘린!'그녀는 데이브의 온기가 일시적으로 갉아먹었던 이성을 되찾으려 깊은 숨을 내쉬었다.'현실을 직시해, 엘린. 너희 두 사람은 신분부터가 달라. 사회적 지위는 하늘과 땅 차이이고, 나이 차이조차 엄청나지. 데이브는 천재 CEO이자 무자비한 비즈니스 거물이야. 저렇게 완벽한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