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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0 14:26:27

* 고요한 폭풍의 아침

새벽 5시 30분. 이슬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을 떴다. 군대에서의 습관은 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가볍게 몸을 풀어 근육의 긴장을 깨운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저택 주위에 설치된 보안 센서를 체크하는 것이었다.

어젯밤 보았던 검은 세단은 보이지 않았지만, 길가에 급하게 세워진 탑차 한 대가 눈에 걸렸다.

'상태 확인 완료. 특이 사항 없음.'

이슬은 짧게 생각을 정리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인 '보모 작전'의 시작이었다. 승우의 아내이자 아이들의 엄마가 떠난 후, 이 집의 주방은 그저 냉동식품과 배달 음식이 거쳐 가는 정거장에 불과했다.

이슬은 냉장고를 열어 식재료를 파악했다. 그녀의 손놀림은 정교한 수술 집도처럼 빨랐다.

오전 7시. 승우가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그는 자신의 코를 의심했다. 집 안 가득 고소한 멸치 육수 냄새와 달큰한 불고기 향이 감돌고 있었다.

"벌써 일어나셨습니까?"

승우의 물음에 이슬은 단정한 앞치마 차림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경 너머의 눈동자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차분했다.

"아이들이 깨기 전에 식사를 준비해 두는 것이 기본이니까요. 차승우 씨도 식사하시겠습니까?"

"아... 예. 감사합니다."

승우는 홀린 듯 식탁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정갈하게 차려진 한식 상차림이 놓여 있었다.

첫째 민준이 좋아하는 달걀말이, 둘째 서아가 잘 먹는 시금치나물, 그리고 승우를 위한 얼큰한 소고기무국까지. 그가 놀란 것은 메뉴뿐만이 아니었다. 이 집안 누구에게도 알려준 적 없는 취향들이 완벽하게 반영되어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면접 때 말한 적 없는데.'

승우는 의구심이 생겼지만, 국 한 모금을 들이키는 순간 그 생각은 흩어졌다. 2년 만에 느껴보는 '집밥'의 온기였다. 그때, 2층에서 전쟁터 같은 소음이 들려왔다. 민준과 서아가 싸우는 소리, 그리고 예준의 울음보가 터지기 직전의 전조 증상이었다.

승우가 한숨을 쉬며 일어나려 할 때, 이슬이 먼저 움직였다.

"제가 가겠습니다. 식사 마저 하시죠."

그녀의 걸음걸이는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으나 순식간에 계단 위로 사라졌다. 승우는 불안한 마음에 귀를 기울였다. 평소 같으면 고함과 울음소리가 거실까지 쏟아져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위층이 기묘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무슨 마법이라도 부린 건가?'

궁금함을 참지 못한 승우가 조심스럽게 계단을 올라갔다.

아이들의 방 문틈으로 보이는 광경은 생경했다. 이슬은 민준과 서아 사이에서 낮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기묘한 위엄이 서려 있어, 제멋대로이던 아이들이 꼼짝도 못 하고 그녀의 입술만 바라보고 있었다.

"민준아, 이 로봇은 네 팀의 부대원이야. 부대원을 함부로 던지는 지휘관은 승리할 수 없어. 서아, 너도 마찬가지야. 이 인형들이 네 도움을 기다리고 있잖아? 각자의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해. 알겠어?"

이슬의 말에 아이들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특전사 시절, 신병들을 교육하던 카리스마가 아이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이슬은 예준의 기저귀를 눈 깜짝할 사이에 갈아치우더니, 세 아이를 줄 세워 화장실로 보냈다.

"10분 뒤에 주방으로 집결한다. 실시."

"네!"

아이들의 대답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승우는 문 뒤에서 입을 벌린 채 서 있었다. 자신이 한 달을 매달려도 안 되던 일이 단 5분 만에 해결되었다.

식사를 마친 승우가 출근 준비를 위해 서재로 향했을 때, 이슬이 그를 불러 세웠다.

"차승우 씨, 오늘 이동 경로는 평소와 같습니까?"

"네? 아, 뭐 그렇죠. 왜 물으시죠?"

승우의 질문에 이슬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녀의 시선은 창밖, 아까 보았던 탑차를 향해 있었다. 탑차의 뒷문이 아주 미세하게 열려 있었고, 그 틈으로 카메라 렌즈의 반사가 포착되었다.

'단순한 파파라치가 아니야. 장비가 전문가 수준이군.'

이슬은 승우에게 정체를 들킬 위험을 무릅쓰고 경고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대신 승우의 넥타이를 매만져 주는 척하며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승우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접근에 숨을 들이켰다. 그녀에게선 비누 향기와 함께 아주 옅은, 그러나 날카로운 화약 냄새 같은 것이 느껴지는 듯했다.

"오늘 비가 올 것 같으니, 가급적 지하 주차장으로만 이동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차가 뒤에 붙으면 무시하지 마시고 바로 연락 주시고요."

"강이슬 씨, 지금 무슨 걱정을 하는 겁니까? 혹시 제 회사의 일을 알고 있나요?"

승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보안 전문가였다. 누군가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고, 이 여자의 과도한 친절이 의심스러울 법했다. 이슬은 당황하지 않고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보모는 아이들의 아빠가 건강해야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제 생계가 달린 문제입니다."

그녀의 재치 있는 답변에 승우는 헛웃음을 터뜨리며 긴장을 풀었다. 그가 집을 나선 뒤, 이슬은 곧바로 전투 태세로 전환했다. 아이들에게 거실에서 만화 영화를 보라고 지시한 뒤, 그녀는 뒷문을 통해 소리 없이 밖으로 나갔다.

이슬은 담장을 넘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그림자처럼 움직여 거리 끝에 세워진 탑차 뒤로 접근했다. 안에서는 낮은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타겟 확인 완료. 오늘 저녁 퇴근길에 작업 들어간다."

"아이들은 어떻게 할까요?"

"방해되면 처리해. 차승우만 확보하면 된다."

이슬의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 '처리'라는 단어가 그녀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녀는 탑차의 타이어 밸브를 아주 정교하게 망가뜨린 뒤, 차량 밑바닥에 소형 위치 추적기를 부착했다.

지금 여기서 그들을 제압할 수도 있었지만, 배후를 알아내야 했다.

그녀가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채 5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이슬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예준의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사과를 깎았다. 깎인 사과 껍질이 단 한 번도 끊기지 않고 길게 이어졌다.

'오늘 밤, 사냥이 시작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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