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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0 14:27:26

이슬은 사과 한 조각을 입에 물며 생각했다. 그녀의 시선은 거실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에게 머물렀다. 이 평화를 깨뜨리는 자는 누구든 용서하지 않겠다. 그것이 특전사 상사 강이슬이 스스로에게 내린 새로운 작전 명령이었다.

저녁이 되자 승우로부터 전화가 왔다. 업무가 늦어져 조금 늦을 것 같다는 내용이었다. 이슬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엔진 소리를 분석했다. 승우의 차 뒤로 여러 대의 차량이 따라붙는 소리가 들렸다.

"차승우 씨, 지금 어디쯤이시죠?"

"이제 막 강변북로에 올랐습니다. 왜요?"

"아이들이 아빠를 기다리네요. 제가 마중 나갈 테니, 10분 뒤에 있는 휴게소에서 잠시 멈춰 주시겠습니까?"

"마중을요? 이 시간에요?"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꼭요."

이슬은 전화를 끊고 아이들을 불렀다.

"민준아, 서아랑 예준이 데리고 2층 안전 방으로 들어가 있어. 선생님이 올 때까지 절대로 문 열어주면 안 돼. 알겠지? 이건 게임이야. '침묵의 요새' 게임."

이슬의 진지한 눈빛에 민준은 긴장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을 안전하게 격리한 이슬은 장롱 깊숙한 곳에서 검은색 가죽 가방을 꺼냈다. 그 안에는 전역할 때 챙겨온 단검과 고무 탄환이 장전된 특수 권총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보모의 앞치마를 벗어 던졌다. 그 아래 드러난 검은색 전술복은 그녀의 근육질 몸매를 날렵하게 감싸고 있었다. 이슬은 오토바이 헬멧을 눌러쓰고 차고에 있던 승우의 보조 바이크에 올라탔다.

"이제, 육아 퇴근하고 야간 근무 시작해 볼까?"

엔진음이 밤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그녀는 어둠 속으로 화살처럼 쏘아져 나갔다.

* 밤의 수호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강변북로를 가르는 바이크의 엔진 소리는 짐승의 포효와 닮아 있었다. 이슬은 헬멧 실드 너머로 빠르게 흐르는 가로등 불빛을 응시하며 가속 레버를 당겼다.

비에 젖은 아스팔트는 거울처럼 매끄러웠지만, 그녀의 타이어는 지면을 움켜쥐듯 견고하게 달렸다. 특전사 기동 훈련 중 최악의 기상 조건에서도 단 한 번의 전도 없이 작전을 수행했던 그녀였다. 이 정도 도심 주행은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타겟 차량 확인. 차승우의 세단 후방 100미터 지점에 검은색 SUV 두 대. 샌드위치 작전인가.'

이슬은 승우의 차 뒤를 끈질기게 붙어가는 차량들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단순한 추격이 아니었다. 거리를 좁혔다 넓히기를 반복하며 승우가 다른 차선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있었다.

승우는 아직 눈치채지 못한 듯했으나, 그는 분명 본능적인 위기감을 느끼고 있을 터였다. 이슬은 바이크의 속도를 더 높였다. 헬멧 내부 통신기로 승우의 스마트폰 위치 신호가 선명하게 잡혔다.

"저기서 덮칠 생각이군."

이슬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전방에 위치한 터널 진입 직전, 가로등이 드문드문 끊기는 구간이 사냥터로 낙점된 모양이었다.

SUV 한 대가 속도를 높여 승우의 차 옆으로 붙으려 했다. 차체를 부딪쳐 갓길로 밀어내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이슬은 망설임 없이 바이크를 두 차량 사이의 비좁은 틈으로 밀어 넣었다.

갑자기 나타난 바이크에 SUV 운전자가 당황한 듯 핸들을 꺾었다.

이슬은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녀의 왼손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소형 실린더를 꺼내 SUV의 앞 유리를 향해 무언가를 쏘아 올렸다. 그것은 특수 제작된 고점도 차폐액이었다. 유리에 닿는 순간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물질이었다.

"빌어먹을! 이게 뭐야!"

SUV 안에서 들려오는 비명 섞인 욕설이 바람결에 흩어졌다. 시야를 잃은 차량이 비틀거리며 차선을 이탈했다.

뒤따라오던 다른 SUV가 급정거하며 소음이 발생했지만, 승우의 차는 이미 터널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이슬은 추격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바이크를 기울여 가파른 회전 구간을 통과했다.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신속했다.

10분 뒤, 이슬은 약속한 휴게소 구석진 자리에 바이크를 세웠다. 그녀는 재빨리 가죽 가방에 전술 장비들을 갈무리하고, 바이크 위에 얹어두었던 낡은 윈드브레이커를 걸쳤다.

헬멧을 벗자 땀에 젖은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쏟아졌다. 그녀는 안경을 다시 고쳐 쓰며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눈빛을 확인했다. 날카로운 살기를 지우고, 다시 '차분한 보모 강이슬'의 눈빛으로 돌아가기 위한 의식이었다.

저 멀리 승우의 차가 휴게소 진입로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차는 거칠게 멈춰 섰고, 승우가 다급하게 문을 열고 내렸다. 그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으며, 넥타이는 엉망으로 흐트러진 상태였다.

"강이슬 씨! 정말 여기 있었습니까? 대체 어떻게...?"

승우는 숨을 몰아쉬며 이슬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꽉 쥐었다.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이슬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차승우 씨,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아까 전화 목소리가 너무 안 좋으셔서 제가 근처에 볼일 보러 나왔다가 들렀습니다. 바이크는 친구에게 빌린 거예요."

"근처라니요... 강변북로에서 갑자기 바이크 한 대가 나타나더니 절 도와주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 그게 강이슬 씨였나요?"

승우의 날카로운 질문에 이슬은 태연하게 고개를 저었다.

"바이크요? 저는 이쪽 뒷길로 와서 잘 모르겠는데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 얼굴이 너무 안 좋으세요."

승우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슬을 훑었지만, 그녀의 단정한 옷차림과 도수 높은 안경 뒤의 멍한 눈빛을 보자 혼란에 빠졌다. 방금 전 터널 앞에서 보았던 그 카리스마 넘치는 라이더와 이 여자를 연결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승우는 이내 긴장이 풀린 듯 비틀거리며 이슬의 품으로 쓰러지듯 기댔다.

"죽는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 작정하고 절 밀어붙이더군요. 아내가 떠난 뒤로... 아이들을 두고 나까지 잘못될까 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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